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헛!”
잠든 설아의 등을 토닥여 주며 쉬고 있던 참이었다.
불현듯 번쩍 눈을 뜬 설아가 비몽사몽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놀란 듯 위쪽을 바라봤다.
“왜 일어났어? 더 자지.”
“위에, 엄마.”
나는 설아의 눈이 향한 방향을 살폈다.
창문 너머로 언뜻 신사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보였다.
엄마라니, 은혜가 온 걸까 싶었지만.
쿵.
나도 얼핏 느낄 수 있었다.
강력한 마나의 충돌.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희미했지만, 저 언덕 위에서 느껴진 마나라고 하면.
보통 수준이 아니다.
‘설마, 미래의 설아?’
나는 급하게 설아를 내려 주고, 현관으로 갔다.
아니, 미래의 설아가 왔다면 설아를 혼자 둘 수는 없다.
다행히 설아는 같이 가고 싶은지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설아를 안아 들고, 현관을 뛰쳐나갔다.
‘은혜라고 했지.’
설아는 마나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다.
은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초조했다.
나는 신사를 향해 달렸다.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라면서, 전력으로 계단을 올랐다.
넘어진 과녁과, 경악한 얼굴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은혜가 있었다.
“엄마!”
설아가 은혜를 불렀다.
나는 그때,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은혜?’
분명 활을 들고 서 있는 건 은혜였는데.
기이하게도 은혜가 아닌 것 같았다.
차분한 걸 넘어서, 무심함까지 담긴 듯한 눈.
설아의 목소리를 들은 은혜가 나와 설아 쪽을 봤다.
그리고.
“어?”
눈을 깜빡이더니, 원래대로 돌아왔다.
분위기 같은 게 한순간에 바뀐 느낌이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위화감은 확실히 느껴졌다.
“설아야. 서준아.”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은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손에 든 걸 확인했다.
원래 사용하던 활이 아니었다.
‘뭐지?’
나무로 만들어진 활이었는데, 척 보기에도 평범한 물건은 아니었다.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마나의 흔적 특유의 일렁거림이 보였다.
미래의 설아가 아니라 이 활의 마나였던 모양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심지어 그 활은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나는 유심히 활을 바라보다가, 스킬을 사용했다.
[간파]나는 간파를 사용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멸망한 세계의 고목을 잘라 만들어졌습니다. 저주를 받아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자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아가 주인으로 인정된 사냥꾼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입니다. 다음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목의 나뭇가지 : 마나를 소모해, 화살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존재할 수 없는 활 : 마나를 소모해 활을 관측당하지 않는 상태로 바꿉니다.
하늘을 꿰뚫는 화살 : ??? 사용 후 활이 파괴됩니다.
세세한 능력을 본 적은 없지만, 확실했다.
그것은 분명 천궁(天弓).
스기하라 신야의 무기였다.
‘천궁이 여기에 있었던 건가?’
하지만 보상을 받을 만한 일은 없었다.
월드 보스 사냥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 건가 싶었지만.
그게 주어질 거였으면 나도 보상을 받았을 것이다.
고유 퀘스트의 네 번째 불행과 월드 보스 사냥.
두 개의 퀘스트 클리어에 대한 보상은 아직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
활을 든 은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그때였다.
부들부들 떨던 사냥꾼 하나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그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오, 오오……! 활이 뽑혔다!”
“천궁의 주인이 나타났다!”
“우와아아아!”
마나의 충돌로 인해 엉망이 된 신사.
사냥꾼들이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한 가운데, 은혜가 눈을 깜빡였다.
“어, 나?”
* * *
“이럴 수가.”
키츠네 키쿄우는 경악했다.
비록 어렴풋이 볼 수 있을지언정, 그 점괘가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점괘에 의하면, 신사의 천궁은 스기하라 신야를 주인으로 인정했다.
물론 지금이 아닌 조금 훗날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누구도 천궁을 들어 올리지 못했을 텐데.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정말 정해진 운명을.”
키츠네 키쿄우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점괘를 볼 수 있게 된 이후부터, 운명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다.
죽을 사람은 죽었고, 살 사람은 살았다.
아무리 미래를 알고 발버둥 쳐 봐야, 결국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
그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바꿀 수 있단 말인가…….”
키츠네 키쿄우는 허망한 듯 중얼거렸다.
유은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긴가민가했다.
검증까지 했지만, 점괘가 잘못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바꿀 수 있어.”
그 뒤에는 에르제베트가 있었다.
키츠네 키쿄우가 마침 신사 밖으로 나온 것은, 에르제베트 때문이었다.
에르제베트는 보여 줄 것이 있다며 키츠네 키쿄우를 이끌었다.
그리고 마침 유은혜가 천궁을 잡았고, 제어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이제 봤으니까 알겠지. 네 죽음도, 바꿀 수 있어.”
“아아…….”
키츠네 키쿄우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
머지않아 죽는다.
그런 점괘가 나왔을 때, 키츠네 키쿄우는 순응했다.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한들 바꿀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렇다면, 멸망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멸망?”
“도망간다고 한들, 모두 죽을 걸세. 그럴 운명이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네.”
키츠네 키쿄우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시부야는 오래전부터 안전하지 않았다.
그것이 있는 한,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바꿀 수 있는 겐가.”
“이미 많이 바꿨어.”
“그대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네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지.”
“그렇구먼.”
키츠네 키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결코 죽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이라면.
뭔가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내 점괘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게야. 그렇지?”
“그래. 알고 있어.”
“그것과 마주한 적이 있는가?”
“오래전에.”
“두렵지 않나?”
키츠네 키쿄우는 에르제베트를 바라봤다.
놀랍게도, 에르제베트는 차분했다.
“전혀.”
“대단한 아가씨구먼. 이 늙은이는 무서워서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인데.”
“그게 어디에 있는지나 말해. 시간이 지날수록, 운명을 바꿀 가능성은 줄어드니까.”
키츠네 키쿄우는 망설였다.
자신의 손으로 사람들을 죽음에 몰아세우는 것 아닐까, 걱정됐다.
하지만, 바꿀 수 있다면.
이들로 인해 모두가 살 수 있다면.
키츠네 키쿄우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 * *
“결국 못 알아냈어요.”
“쯧. 이럴 줄 알았으면 현물로 무기를 만들어서 가지고 다닐걸.”
저녁이 되고, 스펙터의 모두가 다시 모였다.
유감스럽게도 고희연과 하이람은 정보 획득에 실패한 것 같았다.
강대호가 나섰다.
“난 뭣 좀 알아낸 게 있지.”
“네? 어떻게요?”
“야마토랑 운동하다 보니, 현지의 운동인들이랑 친해졌거든.”
“오. 그래서요?”
“며칠 전부터 남서문이 봉쇄됐다는 소식이야. 바깥에 다니는 사냥꾼들도 그쪽으로는 못 간다고 하더라고.”
“남서쪽에 뭐가 있는 걸까요?”
은혜의 질문에, 강대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거기까지는 모른다는 것 같았다.
에르제베트가 입을 열었다.
“설아.”
“네!”
고희연의 무릎에 있던 설아가 부르는 소리에 번쩍 손을 들었다.
귀엽다.
하지만 에르제베트가 말한 설아는, 여기 있는 설아가 아닌 모양이었다.
“말고, 미래의 설아.”
“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래의 설아가 있는 위치를 알아낸 것이다.
“왜 그걸 이제 말해? 지금 바로 출발해야.”
“안 돼. 해도 저물어서 시야도 확보되지 않을 거야. 뭣보다, 대략적인 방향만 알고 어떻게 가겠다는 거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하이람 씨. 설아가…….”
“그렇게 급하게 가서 뭐 할 수 있는 게 있어?”
나는 입을 다물었다.
막연하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것만으로 설아를 막을 수 없을 거란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 방법이 통했다면 애초에 지구가 멸망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은혜가 내 손을 잡았다.
걱정스러운 눈.
“그래요. 제가 흥분했습니다.”
하이람은 이성적이었다.
에르제베트는 추가적으로 말 몇 마디를 덧붙였다.
“무녀는 망자가 가는 방향에 뭐가 있다고 했어.”
“그것들, 무리 지어 움직이고 있었지.”
“영혼…….”
“응?”
고희연의 중얼거림에, 이목이 쏠렸다.
당황한 고희연이 얼버무렸다.
“아뇨. 그, 망자들은 영혼이 없잖아요. 그래서, 자기 영혼을 찾으러 가는 게 아닐까. 해서.”
“일리가 있네. 영혼은 수확자의 심장에 담겨 있을 테니까.”
“그래요?”
설마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하이람이 잘했다는 듯 등을 툭 쳐 주자, 고희연은 몸을 꼬며 웃었다.
“에헤헤.”
“확실한 건 남서쪽. 망자를 따라가야 한다는 거야.”
“목표는 월드 보스 사냥이죠?”
“가능하면, 수확자의 심장도 노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영혼이 담겨 있다는 그거요?”
“그래. 그걸로 무슨 짓을 할지, 대략 짐작이 가거든.”
“무슨 짓이요?”
에르제베트는 조금 주저했다.
확실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월드 보스의 총 숫자를 알아?”
“몰라!”
“그걸 어떻게 알아?”
강대호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이건 머리 담당이라고 할 수 있는 하이람도 마찬가지였다.
“이서준도 모르는데.”
그 말대로, 월드 보스의 수에 대한 정보는 없다.
회귀 전에 미래의 설아가 모두 죽여 버렸기 때문에, 나도 모른다.
“그때 당시에 알람이 겹쳐서 들려왔으니까, 일단 한둘은 아닐 겁니다.”
“어쨌든 하나는 지금 도쿄도 어디에 있는 거잖아. 아마 여기서 남서쪽에.”
“그렇죠. 근데, 월드 보스의 숫자는 왜?”
에르제베트는 불안한 듯 말했다.
“수확자의 심장으로도 힘을 되찾을 수는 없어.”
“그래. 분명 그렇게 말했지.”
“그러면 어디에 쓸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마 수확자의 심장을 제물로, 부활시킬 생각인 것 같아.”
“부활? 뭐를?”
“미드하임과 지구 사이에 균열을 만든 장본인.”
에르제베트가 담담하게 말했다.
미드하임과 지구 사이에 균열을 만들며, 괴물들을 지구로 내보낸 결정적인 원인.
자신을 잡아 처형한, 인간의 탈을 쓰고 있던 괴물.
“괴물들의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