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0)
30화
땅을 뒤집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골렘이었다.
들고 있던 창이 이쑤시개처럼 느껴질 정도로 크다.
회귀 후 본 괴물 중 가장 큰 크기로, 어림잡아 10미터는 넘을 것 같았다.
그 바로 아래에 있으니,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필드 보스가 출현했습니다.] [돌발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암석 지대의 필드 보스 : 산골렘(Mountain Golem)을 사냥하십시오.]산골렘(Mountain Golem).
주로 산지에 있는 필드에서 나타나는 보스였다.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산골렘은 주위를 살피더니, 이내 우리를 발견했다.
우어어어어어.
짐승이 동굴 깊숙한 곳에서 낮게 포효하는 것 같은 소리.
산골렘이 그 거대한 오른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거대한 손 그림자가 머리 위로 드리웠다.
“흩어져!”
우리가 출입구를 등지고 있는 와중에, 놈은 정면에서 나타났다.
부득이하게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피해야 하는 상황.
내 외침과 동시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갈라졌다.
전투 담당인 고희연과 나는 왼쪽, 설아를 안아 든 은혜는 오른쪽이었다.
콰아아앙!
놈의 팔이 우리가 있던 자리를 내리쳤다.
흙이 터지고 나무가 꺾이며,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풍압으로 밀려날 판국이었지만, 나는 창을 바닥에 박아 넣고 버텼다.
‘기회다!’
놈의 손이 땅바닥을 찍고 있는 지금.
나는 창을 땅에서 뽑고 먼지구름 속으로 뛰어들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거리는 가늠할 수 있었다.
무작정 달린 나는 놈의 손등 위로 뛰어 올라갔다.
‘골렘은 인공물에 가까운 괴물.’
단단한 흙으로 구성된 듯한 손을 아무리 공격해 봐야 소용없다.
골렘은 고통을 느끼지도 못할뿐더러, 종류에 따라 재생하는 놈도 있었다.
산골렘은 상처를 주변에 있는 돌덩어리로 메꾸는 괴물이다.
괜히 어설프게 상처를 냈다간, 무기를 심을 공간만 내주는 셈이다.
‘코어를 찾아야 한다!’
동력원, 그러니까 항상 같은 곳에 코어를 둔 타이니 골렘과는 다르다.
산골렘의 코어는 몸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
그나마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곳은, 정수리 혹은 목.
나는 산골렘의 팔을 타고 머리를 칠 셈이었다.
화악!
먼지구름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내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던 고희연과 눈이 마주쳤다.
정확히 나와 같은 식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놈의 팔뚝을 타고 올라가, 어깨에 안착했다.
‘아무리 흙이라도, 이 크기를 단숨에 잘라 내는 건 무린데.’
나는 창으로 바위를 꿰뚫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창의 사정거리 내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창은 베기에 적합한 무기가 아니라, 꿰뚫기에 특화된 무기다.
“오빠! 정수리 맡아 주세요!”
“목은?”
“제가 벨게요!”
“알았어!”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머리가 꽤 큰데, 딛고 올라갈 만한 굴곡은 없었다.
부득이하게 마나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
“올라갈 수 있겠어요?”
마나로 강화할 수 있는 건 비단 무기뿐만이 아니다.
일류 사냥꾼은 자신의 신체를 강화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나는 몸 전체를 강화할 수는 없었다.
허벅지, 종아리를 타고 발끝에 마나를 집중했다.
“있어!”
땅을 차니, 몸이 위로 튀어 올랐다.
아직 신체를 제대로 강화하기에는 마나가 조금 부족했던 걸까.
내 몸은 산골렘의 머리 측면 정도에서 상승을 멈췄다.
이대로라면 떨어질 판이었기에, 창을 돌려 거꾸로 잡았다.
팍!
창을 산골렘의 관자놀이에 꽂았다.
아무리 밀도 높은 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흙은 흙.
간단하게 뚫렸다.
몸의 반동을 더해, 한 번 더 위로 뛰어올랐다.
나는 산골렘의 머리 위에 도착했다.
‘정수리는……!’
정중앙을 찾아 섰다.
감각이 무딘 골렘이라도 제대로 공격하면 알아차릴 것이다.
고희연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래로 무언가 보였다.
‘은혜?’
설아를 꽉 끌어안은 은혜는 봉쇄된 필드의 외곽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문제는, 산골렘이 정확히 은혜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적 중 둘이 사라지니, 혼자 남은 은혜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
산골렘은 은혜를 공격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쿵!
놈의 몸이 흔들렸다.
어깨 쪽을 보니, 그 여파로 중심을 잃은 고희연이 보였다.
나는 창을 머리에 박아 넣은 채 고희연을 불렀다.
“희연아!”
“잠깐만요!”
산골렘은 몸 크기만큼이나 보폭도 넓었다.
순식간에 은혜와 설아 쪽으로 다가갔다.
이 크기의 괴물이 지면을 휩쓸기라도 한다면 은혜는 물론이고 같이 있는 설아까지 위험하다.
“젠장!”
고희연에게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곧장 정수리 쪽으로 달려가, 창을 거꾸로 잡았다.
꼬나 쥔 양손에 힘을 주고, 창날에 마나를 때려 박았다.
산골렘이 은혜에게 손을 뻗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있는 힘껏 산골렘의 정수리에 창을 박아 넣었다.
* * *
쿠어어어어어!
산골렘이 포효하며 허리를 젖혔다.
유은혜 쪽으로 뻗던 팔을 되돌려, 제 머리를 내려쳤다.
쿠우우웅!
어깨 쪽에 있는 고희연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서준이 먼저 공격을 가한 것이다.
그리고, 놈의 코어는 정수리에 없었다.
“서준 오빠!”
“난 괜찮아!”
조금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희연은 골렘의 등 쪽을 확인했다.
이서준은 골렘의 등에 창을 박아 넣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산골렘이 제 머리를 때리기 전에 뛰어내린 것이다.
고희연은 이서준이 무사한 걸 확인하자마자, 곧장 검을 뽑았다.
스릉.
검집이 골렘의 어깨 아래로 떨어졌다.
망설임 없이 검을 뽑은 것과 달리, 고희연은 섣불리 검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산골렘의 목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심호흡할 뿐.
“스읍.”
또다시 검을 빼앗기는 참사를 겪지 않으려면 한 번에 잘라 내야 했다.
숨을 뱉은 고희연은 검날이 눕도록 검을 고쳐 잡았다.
왼쪽 어깨 뒤로 검을 당겼다.
서걱!
그리고 어느 순간, 고희연의 검은 오른쪽에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산골렘의 목을 베어 낸 것이다.
일도양단.
밀도 높은 흙의 저항이 무색하게 잘린 공간이 보였다.
‘없어?’
그러나 코어는 목에도 없었다.
산골렘에게 있어서 머리는 구색에 불과했다.
머리가 떨어졌음에도, 산골렘은 움직이고 있었다.
“아.”
코어의 유무를 확인한다고 잠깐 멈춘 것이 문제였다.
놈은 어깨에 앉은 모기를 잡듯이 어깨를 짓누르려고 했다.
어느새 가까워진 손바닥은 고희연의 머리 위에 와 있었다.
퍽!
거의 동시에, 무언가 허리를 감쌌다.
어느새 어깨로 올라온 이서준이 고희연을 낚아챈 것이다.
둘이 어깨 아래로 떨어지기 무섭게, 산골렘의 손이 어깨를 짓눌렀다.
문제는 지금 둘이 1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꺄악!”
고희연은 당황했다.
의도하고 뛰어내렸다면 모를까, 이서준에게 낚아채였기에 자세가 흐트러졌다.
이대로 착지한다면 낙사를 면치 못할 게 분명했다.
콱! 콰드드득!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서준은 산골렘의 몸에 창을 박아 넣었다.
무게가 무게인 탓에 미끄러져 내려가긴 했으나, 확실히 속도가 줄었다.
하지만, 이서준이 노리고 있었던 건 이게 아니었다.
“심장을!”
“아!”
이서준은 떨어지면서 코어가 있을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급소, 심장.
그러니까 명치 부분을 공격하고자 했다.
고희연은 뒤늦게 이서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젠장! 늦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떨어지는 속도가 빨랐다.
이미 둘은 골렘의 복부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이서준과 고희연은 그대로 골렘의 발치에 떨어졌다.
* * *
유은혜는 정신없이 달렸다.
굉음이 울리고, 땅이 뒤흔들려도 달렸다.
혹시나 떨어지진 않을까, 설아를 꽉 끌어안았다.
‘무서워.’
유은혜는 두려웠다.
저런 거대한 괴물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게.
자칫하면 설아가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게, 미치도록 두려웠다.
이서준은 몇 번이나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몇 번에 걸쳐 위험 요소를 배제한 걸 확인한 탓일까.
은혜는 언제부턴가 조금 안심하고 있었다.
‘이 멍청아, 뭐 해!’
다리에 힘이 풀려, 자칫하면 발을 헛디딜 뻔했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유은혜는 설아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줬다.
이서준과 고희연은 자신과 설아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저 괴물과 분투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고작 도망치는 것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있다.
무력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 저거…… 괴물이에요?”
설아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제 딴에는 감춘다고 어깨에 머리를 파묻도록 했지만.
안아 들고 있다 보니 유은혜의 어깨 너머로 산골렘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설아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유은혜는 설아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눌러, 시야에서 산골렘을 감췄다.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야.”
이서준과 고희연이 무사한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산골렘이 괴성을 지르며 팔을 휘젓고 있는 걸 보면, 전투 중인 건 확실했다.
안전거리를 확보했다고 생각한 유은혜는 멈춰 서서, 설아를 조심스레 내려 줬다.
떨리는 손으로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활시위에 맞췄다.
저 거대한 괴물에게 화살이 먹힐지는 알 수 없어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추워.’
감각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
이제는 한기까지 느껴졌다.
손이 차가워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둔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화살이 바닥에 떨어졌다.
“엄마.”
“으응. 왜요?”
“저 괴물, 나쁜 괴물이에요?”
“……네. 나쁜 괴물이에요.”
다섯 살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황.
설아의 질문에 대답한 유은혜는 화살을 주워 들었다.
설아는 괴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질문했다.
“아빠랑 쩰리 언니, 나쁜 괴물이랑 싸우고 있어요?”
“네. 그래서 엄마가 도와줘야 해요.”
“그러면, 설아도 도와줄게요.”
유은혜가 화살을 활시위에 메기는 사이.
설아가 은혜의 앞으로 나섰다.
당황한 은혜는 설아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기려 했지만.
“어?”
무언가를 보고 멈췄다.
유은혜의 입술 사이로 하얀 입김이 나오고 있었다.
쩌적.
나뭇잎 위로 서리가 내려앉았고, 바닥이 얼어붙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짙은 마나가 설아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설아야!”
유은혜의 부름을 뒤로하고, 설아는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손을 뻗었다.
괴물을 향해 뻗은 손 위로, 엄청난 양의 마나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무언가 폭발하듯, 차가운 바람이 터져 나왔다.
유은혜는 가까스로 설아를 잡아 들고 몸을 돌렸다.
제 등을 방패 삼아 시린 바람을 막아 낸 것이다.
풍압이 사라지자, 유은혜는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건…….”
유은혜의 앞에는 거대한 얼음 기둥이 있었다.
조금 둥근 모양이었는데, 용케도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세워진 얼음 기둥은 두 개였다.
유은혜는 뒤늦게 그것이 다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침을 꼴깍 삼킨 유은혜는 고개를 들었다.
“얼음…… 곰 인형?”
그것은 산골렘과 엇비슷한 크기의, 거대한 얼음 곰 인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