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00)
300화
쿠구구구구……!
연달아 알림음이 들려오더니,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집 지붕에서 시멘트 가루가 떨어졌다.
창문은 떨어질 듯 덜컹거렸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나는 에르제베트를 확인했다.
“에르제베트!”
“내가 다른 애들을 맡을 테니까, 설아랑 은혜부터 꺼내 와.”
에르제베트는 곧바로 로브를 펼쳤다.
나 역시 세워 뒀던 창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일본은 내진 설계가 잘되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자고 있을 테니, 일단 깨우는 게 우선이었다.
덜컹! 쨍그랑!
문이 문틀에 부딪치며 요란스러운 소리를 냈다.
선반에 놓여 있던 접시 따위가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집 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나는 은혜와 설아가 있는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은혜야!”
“일어났어!”
은혜는 이미 일어나 설아를 챙기고 있었다.
머리가 좀 부스스한 모양새였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나는 설아를 받아 들고, 은혜와 함께 급하게 집 밖으로 대피했다.
머지않아 강대호와 고희연이 뛰쳐나왔다.
“어우. 놀라라. 괜찮냐?”
“저희는 괜찮아요. 근데 이람 언니랑 에르제베트 씨는?”
“에르제베트가 데리러 갔으니까 괜찮을 거야.”
하이람은 에르제베트의 로브에 실려서 왔다.
머지않아 진동이 조금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자, 모두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
하이람은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로브 위에 주저앉은 채 인상을 썼다.
“내가 잠에서 깰 때 이상한 알림을 들은 것 같은데. 제대로 들은 사람?”
“저도 자고 있어서 제대로는 못 들었어요.”
“나도. 월드 보스가 어쩌구 하는 건 얼핏 들었는데.”
“일본, 도쿄도에 월드 보스가 출현했습니다.”
나는 알림음을 그대로 읊었다.
순간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이 나에게 쏠렸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총 다섯 번 들렸어요.”
“뭔 소리야. 다섯 번?”
“겹쳐서 들렸지만, 확실해요.”
거의 동시에 출현하기라도 한 것처럼, 알림음은 겹쳐서 들렸다.
하지만 돌림노래처럼 약간의 간격이 존재하긴 했다.
내가 들은 게 맞다면, 같은 알림음이 연속해서 다섯 번.
은혜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월드 보스가 다섯 마리 나타났다는 거야?”
“아니. 오류겠지.”
강대호는 곧바로 부정했지만.
에르제베트는 곧바로 반론을 펼쳤다.
“절대 아니야.”
“그럼, 진짜 다섯 마리가 나왔다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긴 했다.
그때였다.
끼이이이익-!
멀리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래와 비슷한, 다소 높은 울음소리.
분명 멀리서 들려온 것일 텐데, 여기서까지 그 마나가 느껴졌다.
“그런 것 같네.”
“씨. 아, 미안.”
습관적으로 욕설을 하려던 하이람은 설아를 보고 말을 삼켰다.
솔직히 나도 욕이 목구멍 끝까지 넘어왔었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재난이 발생한 것이었다.
“아자누스 같은 게 다섯 마리?”
“미치겠네. 어떡하지?”
“그러게 말입니다.”
아자누스 다섯 마리.
어떻게든 공략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자누스는 서울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그건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천재지변이었다.
그런 게 다섯이라니, 국가 멸망 위기 아닌가.
‘애초에 아자누스도 내 자력으로 사냥한 게 아닌데.’
왕의 반지의 영혼을 대부분 소모했고, 설아의 마법까지 빌렸다.
그 부작용으로 나는 인간성을 잃어버릴 뻔했다.
아무리 그때보단 많이 강해졌다지만.
‘다섯 마리…….’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수가 나타났다.
왕의 반지 부작용이 줄어들었다고 한들, 함부로 사용할 수도 없고.
만약 다섯 마리가 총공세를 펼친다면.
‘죽겠지.’
목숨이 위험해진다.
곰곰이 생각하던 에르제베트가 말했다.
“아직 완전히 빠져나오진 못했을 거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월드 보스는 강한 힘을 지닌 괴물이야. 크기가 작든 크든, 상당한 크기의 균열이 필요해.”
“하긴. 아자누스가 나타났을 때는 초대형 균열이 발견됐다고 하긴 했지.”
하이람의 말에, 에르제베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 정도 규모의 의식을 고작 며칠 내로 행하는 건 불가능해.”
“미래의 설아잖아. 가능하지 않을까?”
“주술은 마법과 다른 영역이야. 월드 보스 다섯을 불러들일 정도라면. 제물로 수확자의 심장을 바쳤더라도 시간이 걸리겠지.”
에르제베트는 뭔가 셈하더니, 계산이 끝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예는 있어.”
“그럼, 아직 막을 수 있다는 거네요!”
고희연은 의욕을 보였다.
급하게 뛰어나온 탓인지 잠옷 차림이라, 든든하진 않았다.
하이람도 동의했다.
“어쨌든 빨리 이동하긴 해야겠네.”
“그래. 야간은 좀 그렇지만,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게 좋겠어.”
월드 보스 다섯.
당연히 겁먹을 만도 했다.
돌아가겠다고 해도 만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가 준다고 한다.
솔직히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다들, 고맙습니다.”
고마웠다.
* * *
한밤중.
우리는 시부야를 벗어나려던 참에 키츠네 키쿄우와 만났다.
“떠나려는 겐가?”
“네. 그러려던 참입니다.”
“도움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덕분에 쉴 수도 있었고, 은혜 무기도 얻었는걸요.”
키츠네 키쿄우는 씁쓸하게 웃었다.
“원래 지원자가 있었는데 말일세. 이번 알림을 듣고 다들 지레 겁먹은 모양이야.”
“이해합니다.”
“나라도 가면 좋겠네만, 나는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원체 많은지라.”
“아니요. 충분히 도움이 됐습니다.”
전력을 보충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위험한 장소에 억지로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참. 아이야.”
“네?”
“이것들 가지고 가거라.”
키츠네 키쿄우는 무언가를 은혜의 손에 쥐여 줬다.
자세히 보니, 부적 다발이었다.
“이건.”
“도움이 될 게다. 마나를 흘려 넣어 보면, 그 쓰임새를 알 수 있을 게야.”
“……감사합니다.”
부적의 위력은 익히 알고 있었다.
저런 게 몇십 장이나 있다면, 상당히 유용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은혜는 조금 감동한 듯 부적을 소중하게 챙겼다.
키츠네 키쿄우는 우리 일행을 하나하나 돌아봤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 이리 좀 와 보려무나.”
“네? 네.”
나는 키츠네 키쿄우에게 다가갔다.
보통이라면 경계했겠지만, 악의가 없는 사람이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키츠네 키쿄우는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
“머지않아 선택해야 할 때가 올 게다. 그때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하려무나. 그게 정답이니.”
그렇게 말한 뒤, 키츠네 키쿄우는 내게서 떨어졌다.
해석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내게만 들려준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키츠네 키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잠깐!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뒤늦게 스기하라 신야가 합류했다.
아쉽게도 다른 둘은 따라오지 않은 것 같았다.
무기를 은혜가 가져갔다고 해도, 천궁이라 불린 남자.
“고맙습니다.”
전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에, 일단 동행하는 걸로 했다.
우리는 키츠네 키쿄우의 마중을 뒤로하고, 남서쪽으로 향했다.
* * *
일본, 세타가야.
도시의 불빛이 모두 꺼진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달빛 아래, 이설아는 무심한 눈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균열이었다.
균열 너머에서, 월드 보스가 보였다.
끼익.
그것은 건물과 견줄 정도로 거대한 새처럼 보였다.
기이한 점은, 세 쌍에 달하는 날개를 달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마찬가지로 세 갈래로 갈라진 부리와 머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리에는 상어처럼 촘촘한 이빨이 달려 있었다.
기이하게도 몸통은 새가 아닌 짐승의 그것과 닮았다.
마치 자신의 무기라는 듯, 두 팔로는 거대한 창살 두 개를 각각 쥐고 있었다.
간수, 루벨름.
“나와.”
루벨름은 이설아의 말을 들었음에도, 균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균열 자체가 워낙 작았기 때문이다.
머리는 겨우 들이밀 수 있겠지만, 몸통이 통과하지 못할 게 빤했다.
루벨름은 불만을 표출하듯 이설아에게 이빨을 드러냈다.
끼이이익!
이설아는 균열 너머에 있던 루벨름에게 손을 뻗었다.
텁.
이설아가 허공의 무언가를 잡았다.
동시에 루벨름은 발작하듯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이설아의 마나에 의해 목이 붙잡혔기 때문이다.
이설아는 그대로 루벨름을 균열 밖으로 꺼냈다.
콰드드득!
그러나, 균열은 역시 루벨름이 통과하기에 너무 비좁았다.
몸이 통과하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틈을 통과한 결과.
루벨름의 몸은 차원 사이의 벽에 그대로 갈려, 날개가 뜯겨 나갔다.
균열을 통과해 바깥으로 끌어내어진 루벨름은 괴롭다는 듯 몸부림을 쳤다.
끼이이이익-!
피가 솟구쳐 나왔다.
거대한 괴물이 몸부림침에 따라, 주변에 있던 건물들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지진이 난 듯 땅이 뒤흔들렸지만, 로브에 걸터앉은 이설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 대신, 그대로 발버둥 치는 루벨름을 들어 올렸다.
끼이이-!
루벨름은 도시 하나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괴물이다.
하지만 이설아의 압도적인 마나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발버둥 정도가 전부였다.
이설아는 루벨름을 끌어 올려, 어디론가 집어 던졌다.
끼익.
루벨름은 그것을 봤다.
얼핏 보기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
벌어져 있는 균열 같기도 한 거대한 무언가였다.
균열을 통과하며 찢어진 피부 속으로 뜨거운 바람이 닿았다.
그것이 숨결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때는, 너무 늦은 뒤였다.
콱!
루벨름이 그것의 입속에 들어간 순간.
그것은 입을 다물었다.
이빨이 서로 부딪히며 루벨름을 뭉개 버렸다.
건물과 견줄 크기의 거대한 괴물이 한입에 삼켜진 것이다.
우드득! 우드득!
루벨름은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사냥꾼이 아닌 괴물에게 죽은 탓인지, 퀘스트 클리어 알림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이설아의 목적은 월드 퀘스트 클리어가 아니었다.
탐욕스럽게 루벨름을 씹어 먹는 그것을 보며, 이설아는 다른 균열로 눈을 돌렸다.
그 순간.
치직.
마치 오류나 버그가 발생하기라도 한 듯, 이설아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이설아는 제 몸을 내려다봤다.
원래 있어서는 안 될 존재.
이 세계에서 존재를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서준처럼 회귀가 아닌, 이동의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우득, 우드득.
이설아는 그것이 루벨름을 씹는 걸 가만히 바라봤다.
배를 모두 채우고, 이것이 되살아난다면 존재가 잠시 안정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이설아가 이 세계에 존재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
이서준이 회귀하며, 미래를 바꾼 아이 설아.
설아가 존재하는 한, 미래의 설아는 온전할 수 없었다.
결국에 미래의 설아는 설아를 죽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