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15)
315화
전장에서 이탈한 우리는 괴물들의 왕에게 접근했다.
안전지대 밖에서 몇 개월간 살아 본 경험이 있는 강대호가 많은 도움이 됐다.
강대호는 괴물을 피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흔적을 찾고, 괴물들이 매복하고 있을 법한 곳을 골라 피했다.
그 결과, 왕과 상당히 가까워질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간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여기서 공격한다고 한들.”
“통하지 않겠지.”
왕은 그냥 큰 수준이 아니라, 거대했다.
내가 봤던 웬만큼 큰 괴물, 산 골렘이나 아자누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감히 올라갈 엄두도 나지 않았을뿐더러, 공격을 한다고 해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강한 사냥꾼에게 있어서 적의 크기는 큰 상관이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크기라면 얘기가 다르다.
무슨 괴물의 크기가 산만 하니.
“하지만, 어찌 들어간단 말인가?”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이 거대한 괴물은 외부에서의 공격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부에서 코어를 찾거나, 공격해 치명상을 주는 방향으로 공략 방법을 정했지만.
들어가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입을 통해서 들어가는 게 제일 정석적인 방법이긴 했지만.
거구의 몸체를 타고 오르는 것부터가 극한의 도전이었다.
“그건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겠지요.”
아쉽게도, 거기까지는 생각해 두지 않았다.
우리는 일단 왕에게 닿을 정도로 가깝게 접근하고자 했다.
건물의 천장을 뛰어넘기도 하고, 골목이나 하수도를 통해 이동하기도 했다.
그 끝에, 우리는 왕의 발치에 다다를 수 있었다.
골목 밖을 나가려는데, 선두에 있던 강대호가 나를 가로막았다.
“잠깐.”
“왜요?”
“쉿. 괴물들이야.”
강대호의 말에 따라 숨을 죽였다.
골목 밖을 슬쩍 보니, 광장에 괴물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게 보였다.
“수가 너무 많군.”
“돌파하는 건 무리겠어요. 돌아가죠.”
“아니, 근데, 다른 괴물들이랑 뭔가 좀 다르지 않냐?”
강대호는 눈썰미가 좋았다.
광기에 절어 인간들을 공격하는 괴물들과는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그것들은 정갈하게 줄을 맞추고 꿇어앉아 있었다.
기도하는 것 같기도 했고, 뭔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검성은 의문을 표했다.
“저게 무엇이란 말인가.”
“괴물 아니겠습니까?”
“괴물이 저런 행동을 보이는 걸 본 적은 없는데.”
괴물 중에는 지성이 있는 놈들이 있었다.
잊힌 자나 왕비처럼 말을 하는 괴물도 존재했다.
나는 왕의 반지를 매만졌다.
그것들은 분명 지성이 있는 괴물들이었다.
울음소리 같았지만, 내게는 그것들의 말이 들렸다.
-미드하임을 위하여.
-미드하임을 위하여!
미드하임이라면, 분명 균열 너머의 세계.
에르제베트가 살았던 곳이었다.
괴물들의 출신지가 미드하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괴물들이 미드하임을 예찬한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미드하임에는 사람들이 살았다.
나는 그곳에서 여관도 봤고, 성기사도 봤다.
그렇다면, 미드하임의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됐는가.
어째서 균열에서는 사람 하나 나오지 않고 괴물들만 나온단 말인가.
그런 의문에 사로잡혔을 무렵.
“어?”
그림자가 드리웠다.
위에서 보인 것은, 거대한 손이었다.
왕의 손.
손은 괴물들의 앞으로 내려왔다.
손바닥은 위를 향하고 있었다.
해칠 의사는 없어 보였다.
“뭐지?”
“일단 상황을 좀 더 보죠.”
괴물들은 왕의 손바닥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사뭇 경건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윽고 광장에 있던 괴물들이 반 정도 손 위로 올라갔을 무렵.
손이 다시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우리의 시선은 손을 따라 위로 향했다.
왕은 괴물들을 잔뜩 손에 올린 뒤, 고개를 들었다.
그다음, 손에 있던 괴물들을 입에 털어 넣었다.
“……지금, 먹은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왕은 괴물들을 먹고 있었다.
끝없는 허기.
왕은 같은 괴물을 먹음으로써 힘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희연의 스킬, ‘칼의 맹세’가 적용된 상태.
고희연을 제외한 다른 것들을 공격하는 건 불가능할 텐데.
‘희연이의 스킬이 해제된 건 아닐 테고.’
고희연의 스킬이 해제됐다면, 왕은 본격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설마.
‘공격이 아니라, 식사였기 때문에?’
왕은 지금 괴물들을 공격한 것이 아니다.
그저 먹는 행위, 식사를 했을 뿐이었다.
원래라면 먹이를 공격해 무력화, 혹은 죽인 뒤에야 먹을 수 있겠지만.
지금 그 괴물들은 반항하지 않고 스스로 손 위로 올라갔다.
먹이를 자처한 것이다.
‘그래서 공격 판정이 안 됐다는 건가!’
왕이 이를 의도했을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았다.
그러나, 칼의 맹세라는 스킬의 허점을 정확히 찔렸다.
이대로라면 왕은 공격하지 않고 계속 힘을 비축할 것이다.
칼의 맹세가 해제된 순간, 날뛰는 왕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저기에 섞여 들어가죠.”
“뭐?”
“왕에게 먹히는 겁니다.”
내게는 키츠네 키쿄우의 부적이 있었다.
은혜가 받은 것 중 일부를 받아 왔다.
“붙이고 마나를 흘려 넣어서 사용하는 부적입니다.”
“부적이라. 마도구인가?”
“비슷한 겁니다. 이걸 사용하면 기척을 잠깐 지울 수 있습니다.”
같은 부적을 지닌 자끼리는 서로를 볼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기척을 알아차리긴 쉽지 않았다.
부적의 효과를 사용하면서, 최대한 기척을 죽인다면.
아마 들키지 않고 섞여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괴물들이 남았습니다. 왕은 힘을 회복하기 위해 저 괴물들도 먹을 겁니다.”
“손 위로 괴물들과 함께 올라가자,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무모한 작전이군.”
솔직히 인정했다.
괴물의 몸속으로 들어간다는 시점에서, 무모한 작전이다.
그러나 이 무모한 작전은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모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
“오. 내 생각이랑 똑같네.”
회귀 전 검성의 작전.
그렇기에, 검성은 무모하다는 걸 알고도 이 작전에 동의했다.
강대호 역시 의욕을 드러냈기에, 나는 부적을 하나씩 넘겼다.
“그럼, 가겠습니다.”
우리는 부적을 붙인 뒤, 마나를 흘려 넣었다.
코앞에 있건만, 기척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효과가 좋군. 어디서 만든 겐가?”
“일본의 무녀님께서 주셨습니다.”
“흠. 일이 끝나면 소개시켜 줄 수 있나?”
“……네. 알겠습니다.”
우리는 괴물들 틈에 섞여 들어갔다.
이따금 괴물이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을 때는 조금 걱정됐지만.
부적의 효과는 확실했고, 괴물들은 우리를 인식하지 못했다.
‘대호 형이랑 검성 어르신은.’
멀리 있는 강대호는 괴물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무리 부적의 효과가 있어도, 직접 부딪친다면 이상하다고 생각될 수 있었다.
거구의 강대호는 괴물들 틈바구니에 끼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반면 검성은 유유히 괴물들 사이에 껴 있었다.
불안했는지, 검 손잡이에 손이 올라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쿠구구구구……!
이내 왕의 손이 내려왔다.
우리는 괴물들 틈에 섞여 왕의 손에 올라섰다.
수많은 괴물 사이에 있는 기분은 아주 이상했다.
이내 왕의 손이 올라갔다.
휘오오오……!
워낙 몸이 커서 그런가.
단순히 손을 올렸을 뿐인데도 압력이 엄청났다.
외곽에 있던 괴물 중 몇몇은 버티지 못하고 떨어지기도 했다.
우리는 순식간에 얼핏 구름이 닿을 정도의 높이로 올라올 수 있었다.
손바닥이 기울어졌다.
‘이게, 왕인가.’
고개를 든 채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왕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드래곤이나 아자누스 같은 것에 비교할 수 있는 괴물이 아니었다.
저런 것이 던전 밖으로 빠져나간다면, 분명 큰 난리가 날 것이다.
문득 저번처럼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큭.’
손바닥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오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그대로 왕의 입속으로 떨어졌다.
철퍽!
이빨 사이를 통과한 나는 놈의 혀 위에 착지했다.
곧바로 식도를 넘어가려 했지만, 혓바닥은 식도를 막고 있었다.
혀가 입 속에 있던 괴물들을 어금니 쪽으로 밀어내 버렸다.
콰득!
당연히, 그 이빨에 씹힌 괴물들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죽었다.
저 꼴이 될 수는 없었다.
씹힌 것을 삼키기 위해 잠깐 식도가 열렸을 때.
나는 바닥을 박차고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 속으로 뛰어들었다.
* * *
유은혜는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분명 전멸할 것이라고.
검성, 이서준, 강대호.
단 세 명이 전투에서 이탈했을 뿐이지만, 그 빈자리는 컸다.
설상가상.
콰아아아아앙!
왕은 구멍을 하나 더 만들기 시작했다.
겨우 에르제베트가 구멍 하나를 쥐어짜듯 좁히긴 했지만.
괴물이 쏟아지는 구멍이 하나만 더 늘어난다면 전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저거 또 저러는데!”
문제는 괴물들의 왕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장 밀려드는 괴물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유은혜는 이미 화살을 전부 소모해 마나 화살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친 사냥꾼들은 틈을 보였기 때문에, 리어 쪽에서 적극적으로 케어해 줘야 했다.
손이 비는 건.
‘설아.’
설아가 메꾸는 수밖에 없었다.
설아는 현재 부적의 효과가 떨어져, 조금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숨어 있는 것은 아니었고, 알버트와 함께 앞으로 나와 있었다.
길드 연합 뒤쪽에서, 설아는 마법을 준비했다.
딱딱딱.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냥꾼의 이가 빠르게 부딪치고 있었다.
추운 듯 몸이 떨리고 있었다.
정말 온도가 떨어진 듯, 입에서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설아는 입김을 흘리며 이름을 불렀다.
“도와줘. 프레아.”
유은혜는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아수라장 속에서 그 이름을 들은 고희연은 달랐다.
왕 이외의 괴물을 공격할 수 없었기에 유은혜와 함께 후방에 있던 고희연은 눈을 부릅떴다.
프레아, 그 이름을 잊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뭔가 옵니다!”
일대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서리꽃이 피며, 피 웅덩이가 얼어붙는다.
격렬하게 요동치는 마나에, 사냥꾼들은 모두 위를 올려다봤다.
그곳에는 푸른 마법진이 형성되어 있었다.
얼핏 봐도 구멍과 비슷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
“저게 뭐야?”
“……얼음?”
마법진 밖으로, 무언가 빠져나왔다.
그것은 얼핏 보기에는 얼음 같았다.
빛을 반사해 반짝이는 투명한 얼음은, 분명 어떤 것과 비슷한 형상을 띠고 있었다.
“아니. ……드래곤?”
얼음으로 이루어진 드래곤이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이서준이 일찍이 미래의 설아가 있을 때 공중으로 이동하는 게 위험하다고 한 이유.
설아의 부름에 응한 두 번째 소환수.
회귀 전, 수많은 사냥꾼을 공포에 빠트렸던 존재.
얼음용 프레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