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왕의 갑주는 쉽게 뚫리지 않는다.
‘찌르기(극한)’도 갑주에는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단한 갑주 너머라면, 얘기가 다르다.
본래 갑주는 연약한 몸을 지키기 위해 입는 것.
갑주 너머로 보인 왕의 몸은, 인간과 비슷했다.
‘무슨 회복력이!’
짧은 순간 갑주 사이로 생긴 틈이 사라지고 있었다.
살아 있는 듯한 왕의 갑주가 저절로 달라붙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 얕았다.
회복이 다 안 된 틈을 노려야 한다.
저것만 해도 뚫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창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찌르기(극한)]마나를 담은 용의 최후가 폭발할 듯 흔들렸다.
‘찌르기(극한)’은 위력이 강하다.
그만큼 정교함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정확히 틈을 찔러 넣어야 했다.
이를 악물고 어깨를 강화했다.
콰가가가!
반동을 무시하고, 찌른다.
창끝이 향하는 곳은, 왕의 오른쪽 팔뚝.
유일하게 갑주가 감추지 못한 부분.
콰아아아앙!
창을 내질렀다.
수직을 그리며 쏘아진 창은 왕의 갑주와 부딪쳤다.
처음 왕을 공격했을 때처럼 단단한 무언가에 막힌 느낌.
“어?”
왕은, 내 공격을 막아 냈다.
분명 시야가 차단되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왼손으로 팔뚝의 틈을 막아, 창을 받아 낸 것이다.
용의 최후의 창끝은 갑주의 손바닥 부분을 뚫어 내지 못했다.
[너무 빤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느냐?]왕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읽혔다.
내가 급히 창을 회수하려는 순간, 왕은 창을 잡아 버렸다.
창은 빠지지 않았다.
강대호도 이기지 못한 완력이다.
하지만 용의 최후는 왕에게 유효할 만한 몇 없는 무기.
이대로 창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검성과 소피아 람비두가 즉각 가세했으나.
쾅!
통하지 않았다.
나 역시 이판사판, 창을 뽑는 대신 그대로 찔러 넣었지만.
세 명이 힘을 합쳐도 왕을 죽일 수는 없었다.
죽이기는커녕,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수천의 백성들이 만들어 낸 갑주다. 그리 쉽게 뚫리지는 않지.]왕은 팔을 크게 휘둘렀다.
너무나도 단순한 동작.
전투를 배운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힘이 너무 강대했다.
콰아아앙!
마나가 폭발하며, 나와 검성, 소피아 람비두가 뒤로 밀려났다.
가까스로 막아 내긴 했지만, 용의 최후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기를 잃어버린 나는 혀를 찼다.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꽤 쓸 만한 물건이구나. 이곳에도 실력 좋은 대장장이가 있는 모양이야.]왕은 용의 최후를 가볍게 휘둘렀다.
그때였다.
후욱!
멀리서 무언가 탄환처럼 날아들었다.
부지불식간에 왕의 앞으로 접근한 것은, 강대호였다.
‘빠르다!’
나도, 심지어는 왕마저도 예상치 못한 속도.
찰나의 순간 강대호의 주먹이 왕의 팔을 때렸다.
쩌어엉!
순간적으로 왕이 놀랐다는 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왕의 팔이 뒤로 젖혀지며, 창을 놓쳤기 때문이다.
그 어떤 공격도 통할 것 같지 않던 왕이었는데.
공격에 효과가 있는 모습이었다.
쩌억! 쾅! 쾅!
강대호는 그대로 왕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주먹이 투구와 명치, 측두부를 쉴 새 없이 때린다.
왕은 그대로 얻어맞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기 시작했다.
“저 청년, 저리 강했단 말인가.”
“스킬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강대호의 직업은 투사.
하지만 기억을 되찾으며, 하이람처럼 변경됐다.
지금 강대호의 직업은 권왕.
한때 검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정상급 사냥꾼이었다.
콰앙!
왕은 양팔을 교차해 강대호의 주먹을 막아 냈다.
그만큼 위력적인 공격이라는 뜻이었다.
심지어 막아 냈음에도 불구하고, 뒤로 쭉 밀려났다.
버티기 위해 바닥을 디뎠으나 아스팔트 바닥이 부서지는 모습이었다.
권왕, 강대호가 가진 고유 스킬의 이름은.
[파이널 라운드]권투 선수가 마지막 싸움에서 온 힘을 쏟아 내듯.
강대호는 지금, 자신이 가진 한계에 가까운 힘을 끌어낸 상태였다.
본래 온 힘을 다하라고 해도, 사람은 자신의 힘을 모두 끌어내지는 못한다.
몸이 호흡 등의 생체 활동을 이어 나가기 위한 힘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대호는 그것을 전부 포기했다.
강대호는 지금 자신의 모든 힘, 마나를 끌어내 육체를 강화한 상태였다.
‘하지만, 스킬의 사용 시간이 끝나는 순간.’
강대호는 완전히 탈력해 기절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힘이었다.
파이널 라운드의 지속 시간은 1라운드, 그러니까 약 3분.
하지만 그 지속 시간 동안 강대호는.
[짐승인 줄 알았더니, 야수였구나!]야수와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강대호는 쉬지 않고 왕을 몰아붙였다.
쾅! 쾅! 콰앙!
왕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이따금 주먹을 막긴 했지만, 충격은 확실히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서준 군. 다시 한번 해 보세.”
“통할까요?”
“한 번 실패했다고 기죽으면 안 되죠.”
소피아 람비두는 내 등을 툭 두드렸다.
어째선지 기운이 났다.
‘그래. 공략 못 하면 뒤는 없어.’
저런 게 풀려난다면.
미래의 설아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게 된다.
아직 막을 수 있다.
나는 창을 움켜쥐고 강대호에게 가세했다.
* * *
쾅! 콰앙!
우리는 왕을 몰아붙였다.
강대호의 주먹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조금 우그러진 갑주를 노리고 베니, 조금씩 틈이 생겼다.
틈은 곧바로 회복되었지만, 공격이 반복될수록 회복 속도도 느려지고 있었다.
‘희망이 있다!’
왕에게도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워낙 강력한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맨몸으로 싸우고 있건만 주먹에 허리 힘을 싣는 법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 쪽에도 승산은 있었다.
“이대로 몰아붙이겠습니다!”
“그럴 생각이야!”
강대호는 스킬을 겹쳐서 사용했다.
직업 스킬 ‘진심 정권 지르기’.
발끝부터, 허리와 어깨를 타고, 팔과 주먹으로 연결되는 펀치.
스킬 이름이 단순한 것에 비해 그 위력만큼은 어마어마했다.
콰아아아앙!
강대호의 주먹을 막지 못한 왕이 날아갔다.
아주 잠깐, 숨 돌릴 틈이 생겼다.
왕을 몰아붙이기 위해 호흡도 참고 싸우고 있었다.
거친 호흡을 내뱉자, 칼이라도 들어온 듯 목구멍이 아팠다.
“……후우, 후우.”
이는 강대호, 검성, 소피아 람비두, 셋 모두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왕이 날아간 곳을 주시했다.
흙먼지 속에서 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밌구나. 이 정도일 줄이야.]갑주가 조금 우그러진 것 같았지만.
역시 여유로웠다.
강대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왕에게 달려들었다.
주먹을 뻗으려는 순간.
왕이 주먹을 날렸다.
강대호가 했던 것처럼,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렸다.
무릎은 살짝 굽히고, 허리를 돌리며, 어깨로 힘을 전달.
제대로 된 주먹을 뻗었다.
뻐어억!
달려들었던 강대호가 도리어 날아갔다.
나는 날아온 강대호를 받아 냈지만, 얼마나 힘이 센 건지.
넘어지고도 뒤로 쭉 밀려나, 아스팔트 바닥에 등이 긁혔다.
“쿨럭!”
“대호 형! 괜찮아요?”
강대호는 피를 토했다.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니었다.
파이널 라운드를 발동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강대호는 괜찮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풀썩.
비틀거리더니,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그나마 왕을 몰아붙일 수 있도록 도왔던 강대호가 전투 불능 상태.
왕은 내가 생각하는 걸 기다려 주지 않았다.
쾅!
검성이 나가떨어졌다.
여태껏 왕은 몇 차례 반격을 했지만.
막아 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위력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놈. 설마.’
싸우는 도중에 싸우는 법을 학습했다.
원래도 강했는데 한층 더 강해진 것이었다.
소피아 람비두는 우리를 보호하듯 앞에 선 채, 주춤 뒤로 물러났다.
[제안하지.]왕은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눈동자는 분명 나를 보고 있었다.
[내 밑으로 들어오거라. 그럼 너희 넷은 살려 주마.]아마 말을 전하라는 뜻 같았다.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소피아 람비두가 질문했다.
“서준. 이 괴물이 뭐라고 하는 거죠?”
“……밑으로 들어오면, 살려 준다고 합니다.”
사기가 꺾일까 봐 말하지 않았지만.
대답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내 말을 들은 소피아 람비두는 침묵했다.
죽음 같은 정적이 흘렀다.
이내, 소피아 람비두가 검을 떨어트렸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는 항복하겠습니다.”
“마스터!”
알렉시스 조르바는 경악했다.
순순히 검을 내린 소피아 람비두가 왕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승산이 거의 없다고는 하나, 소피아 람비두가 항복을 선택할 줄은 몰랐다.
길드 연합이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왕은 흡족한 기색을 보이며 소피아 람비두를 바라봤다.
[현명한 선택이구나.]믿을 수 없는 광경.
나이츠의 길드원들은 뻣뻣하게 굳었다.
소피아 람비두가 항복한 순간,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강대호는 전투 불능, 소피아 람비두는 항복.
고희연은 사망했으며, 나와 검성은 지쳤다.
거의 없던 승산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쿵!
나이츠의 길드원 하나가 가슴을 두드렸다.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그러던 와중, 뭔가 깨달은 듯 다른 길드원들도 하나둘 제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쿵! 쿵!
조의를 표하는 것 같기도 했고, 예를 갖추는 것 같기도 한 모습이었다.
알렉시스 조르바를 포함한 나이츠의 모든 길드원이 가슴을 두드렸다.
하나 이상한 점이 있다면.
가슴을 친 사냥꾼 어느 하나, 포기한 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믿음과 존경으로 가득한, 곧은 눈빛이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저 사람들. 왜…….’
가슴을 친 나이츠 길드원들의 마나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죽어 가는 것 같았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뒤는 맡길게요. 서준.”
소피아 람비두의 검에서, 엄청난 마나가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검이 거대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니, 검을 감싼 마나는 정말 거대한 검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쩐지.
‘성스럽다.’
‘기사단장’의 효과는 둘이었다.
하나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사냥꾼들의 마나를 증폭시키는 것.
두 번째는, 그 증폭시킨 마나를 다시 자신에게 모으는 것.
두 번째 효과를 사용하지 않고서야, 소피아 람비두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었다.
소피아 람비두가 떨어트렸던 검을 올렸다.
검에서 마나로 이루어진 빛무리가 흩어졌다.
나이츠의 사냥꾼들이 가진 모든 마나가, 하나의 검이 된다.
[성검]왕의 제안을 비웃기라도 하듯 소피아 람비두는 인간이 가진 긍지를 보였다.
소피아 람비두 혼자서가 아닌, 나이츠의 전원이 만들어 낸 검이었다.
회귀 전이라고 해도, 저런 규모의 공격을 할 수 있는 사냥꾼은 없을 것이다.
소피아 람비두는 피할 수도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쿠우우웅!
굉음과 함께, 마나로 이루어진 거대한 성검이 왕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