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24)
324화
설아는 비밀리에 격리된 차원 공략에 참여했다.
어린아이가 던전, 그것도 월드 퀘스트 공략에 참여한다.
쉽게 받아들여질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설아는 함께 해야만 했다.
우리 없이 외부에 혼자 남는 것도 위험했기도 했지만.
던전 공략전에 하이람이 말했던 대로 전력이 될 수 있으니까.
실제로 설아 덕분에 왕을 이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급적이면 설아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길 원했다.
공략 중 설아의 정체가 드러난다는 건, 지금처럼 힘을 썼다는 의미였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강대한 힘을 지닌 어린아이에게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일순간이었지만 왕마저도 압도한 마나는 경계의 대상이 되기 충분했다.
하물며.
‘검성.’
이 공략에는, 검성이 있었다.
회귀 전 마녀사냥의 선두에 섰던 인물이니까.
“희연아. 괜찮으냐.”
“괜찮아요. 할아버지.”
검성은 고희연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분명 죽었던 고희연은 어떻게 된 건지 되살아났다.
살아나게 된 자세한 경위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고희연이 죽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도 무사한 것 같고.’
소피아 람비두를 비롯한 나이츠의 길드원들은 마나 부족으로 탈진했을 뿐.
모두 숨이 붙어 있었다.
이제 문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무마시키느냐였다.
“서준 군.”
낮은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조금 몸이 떨렸다.
검성의 차분한 눈동자가 보였다.
“그 아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검성은 설아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설령 그 방법이 무력으로 찍어 누르는 방식이 아니었을지라도.
검성과 소드 마스터가 흠집조차 내기 힘들었던 괴물을 제압했으니.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힘이었다.
회귀 전 세상에서 설아의 정체가 드러났을 땐, 그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나는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아시다시피.”
여태껏 설아의 힘은 숨겨 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힘이 불러들일 파장.
그 파장을 막을 만한 힘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제 딸입니다.”
“그 아이가 자네 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네.”
검성은 설아를 알고 있었다.
듣기로 검성과 설아가 처음 만난 건, 사냥꾼 시험 당시.
그러니까 내가 회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나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덧붙였다.
“네. 귀엽습니다.”
“그, 그렇지.”
검성은 떨떠름하게 긍정했다.
하지만 역시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는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지금 그 아이가 마법을 사용한 것 같았는데.”
“맞습니다. 우리 애는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설아가 마법을 쓰는 모습은 전부 보였다.
마나를 드러낸 순간 이곳에 있는 모든 사냥꾼이 느꼈을 것이다.
설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라는 사실을.
오히려 숨기게 되면 떳떳하지 못하게 보일 뿐이다.
“아이가 마법을 쓸 수 있다니.”
“말이 돼?”
“그치만 방금 봤잖아.”
“그럼 방금 그 얼음이?”
“흠. 마나의 수준이 너무…….”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불안한 듯 내 옷자락을 붙잡은 설아가 내 다리 뒤로 숨었다.
문득 고희연 옆에 있던 은혜와 눈이 마주쳤다.
‘응?’
잠깐 내가 잘못 봤나 싶었다.
그곳에 있는 건 분명 은혜였지만.
순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만큼 분위기가 달랐다.
혼란 속에서도 은혜는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한 눈으로 내 선택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의구심을 뒤로하고, 나는 심호흡했다.
“설아는 태생적으로 강한 마나를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여태 그 사실을 숨겨 왔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유는?”
“설아는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아무리 괴물을 간단하게 제압하고, 용을 부린다지만.
설아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미숙한 어린아이였다.
“이 힘이 알려진다면, 분명 이용하려는 사람이나 단체가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전부 겪어 보고 한 말이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회귀 전, 마탑에서 설아를 납치한 일이 있었으니까.
검성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위험한 힘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
검성 옆에서 누군가가 치고 들어왔다.
놀랍게도, 그 질문을 한 사람은 고희연이었다.
나는 고희연을 보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원래 고희연이 아니야.’
낮고 차분한 어조.
설아를 죽이려 했던 복수귀.
검귀, 고희연이 그 자리에 있었다.
기억을 되찾았을 때 몸의 주도권을 빼앗긴 걸까.
아니면, 죽었다 살아나면서 뭔가 이상이 생긴 걸까.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위험하다.’
적어도 이 고희연은 설아를 향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다.
잘못하면 고희연을 적으로 돌리게 될 수도 있었다.
“어린아이가 지니고 있기에는 위험한 힘이 맞습니다.”
나는 솔직히 인정했다.
설아는 혼자 힘으로 일개 국가를 무너트릴 수 있다.
아니, 국가를 넘어 세계를 무너트릴 수 있는 힘.
그런 힘을 안전하다고 포장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사람을 공격하지 않도록, 제대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설아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은혜와 내가 꾸준히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심지어 왕이 사람의 모습을 했을 때도, 설아는 왕을 공격하지 않았다.
공격을 막고, 저주를 풀었을 뿐이다.
그러나 고희연은 짙은 불신의 눈빛을 보냈다.
“가르친다. 그게 끝인가요?”
“그렇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어린아이에게 맡겨 놓은 꼴이라는 건, 알고 계시는 건가요?”
“그 폭탄을 쥔 게 아이의 선택은 아니었죠. 누가 맡긴 것도 아니고요.”
설아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단지 태어날 때 강대한 마나를 지녔을 뿐.
그것을 잘못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설아는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설아뿐만이 아닙니다. 여기에 있는 모두는 힘을 가지고 있죠. 힘이란, 본래 쓰이기에 따라 이로운 결과를 내는 법입니다.”
설아는 공적을 세웠다.
죽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던 괴물들의 왕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설아가 아니었다면, 이 장소에 있던 모두가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아는지, 고려검가의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냥꾼들이 다 그렇지.”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쟤가 설아야.”
“누군데?”
“있어. 계단의 천사.”
“아. 그 말로만 들었던.”
“저런 애가 사람을 해칠 리는 없지.”
어째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계단에서 설아에게 사탕을 받았던 수련생들이었다.
그 수련생들은 설아를 옹호하고 나섰다.
고희연은 말을 이어 나갔다.
“그 힘을 지닌 게 어린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죠.”
“아뇨. 변하는 사실입니다.”
나는 설아 머리에 손을 얹었다.
설아는 머리에 얹힌 내 손등을 잡은 채 나를 올려다봤다.
“설아는 어린아이입니다. 성장하죠. 언젠가는 자신의 힘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강대한 힘을 지닌 사냥꾼들, 검성 어르신이나 소피아 님처럼요.”
“힘은 쓰이기에 따라 이로운 결과를 낸다고 하셨죠. 하지만, 반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의수도 있겠죠. 안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가령…….”
세상을 멸망시킨다든지.
고희연은 그 말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말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설아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내 대답을 듣고 싶은 게 목적인 걸까.
흔들림 없는 눈동자에 숨은 감정을 간파하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대답은 할 수 있었다.
“만약 설아가 혼자였다면, 그랬을지도 모르죠.”
회귀 전 설아는 혼자였다.
내게서 떨어졌고, 은혜와 에르제베트를 잃어버렸다.
그렇기에, 길을 잡아 줄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지만 설아는 혼자가 아닙니다.”
내가 있고, 은혜가 있고, 에르제베트가 있다.
부모와 스승의 존재.
회귀 전과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올바르게 키워 이로운 결과로 끌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희연은 나를 빤히 바라봤다.
문득 고희연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장례식장에서였다.
고희연은 자신의 부모를 죽인 설아를.
그 설아의 부모인 나를 원망했다.
“자신감 있으시네요.”
고희연은 진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적의는 보이지 않았다.
미래의 설아와 지금의 설아를 구분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 말에 설득된 걸까.
모를 일이었다.
고희연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저건 어떡할 거예요?”
* * *
왕에게 걸려 있던 마지막 마녀의 저주가 해주됐다.
괴물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왕은 흡수했던 괴물의 영혼을 감당하지 못했다.
왕에게서 풀려난 영혼은 하늘로 퍼져 나갔다.
인간으로 돌아와 멀거니 하늘을 보는 왕과 눈이 마주쳤다.
휘오오.
격리된 차원 상공.
로브에 걸터앉은 미래의 설아는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봤다.
원래 목표는 왕을 풀어 세상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런다면 자신의 존재가 조금이나마 안정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 계획은 성대하게 틀어졌다.
‘왜.’
미래의 설아는 이서준을 바라봤다.
이서준은 정말 필사적이었다.
필사적이어야만 했다.
이서준은 그곳에 서 있는 사람들과 달리, 약했으니까.
왕과 싸우면서도 몇 번이고 죽을 위기를 넘겨야 했다.
‘왜?’
이서준은 설아를 보호했다.
고희연의 몰아붙임에 필사적으로 항변했다.
미래의 설아는 그런 이서준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나는 죽이려고 했으면서.’
그 아이는 지키는 걸까.
미래의 설아는 인상을 찡그렸다.
감정은 얼어 버린 지 오래라고 생각했는데.
약해진 탓인지, 자꾸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 올라왔다.
결코 긍정적인 감정은 아니었다.
‘나한테 그랬더라면.’
미래의 설아는 이서준이 원망스러웠다.
모든 걸 실패해 놓고, 모든 걸 되찾았다.
비참해지는 기분이었다.
치직.
미래의 설아가 일순간 흐려졌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불안정한 존재였기에, 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저 아래에서 이서준 뒤에 숨은 설아와, 미래의 설아.
둘은 같은 인물이었고, 결국 동시에 존재할 수 없었다.
둘 중 이방인은 미래의 설아다.
즉, 존재가 지워지는 쪽은 미래의 설아였다.
‘임시방편이지만.’
미래의 설아는 남은 마나를 끌어모았다.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던 영혼들이 모였다.
막 풀려난 영혼들은 강한 힘에 속절없이 사로잡혔다.
손안에 모인 수백, 수천의 영혼이 모였다.
미래의 설아는 손을 움켜쥐었다.
우웅.
순간 옅었던 몸이 선명해지며, 존재가 안정됐다.
수많은 존재를 희생시켜 자신의 존재를 안정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
일시적으로 안정됐을 뿐이었다.
어쨌든 간에.
‘나부터 죽여야겠네.’
설아를 죽여야 했다.
미래의 설아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서준의 머릿속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아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