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알버트가 사라졌다.
미래의 설아처럼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
애초에 그 존재 자체가 불안정했다.
죽음의 저주 덕분에 어떻게든 존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해주되면서, 알버트 또한 사라진 것이었다.
에르제베트는 알버트가 있던 자리에서 잠깐 눈을 감고 있었다.
애도하는 것 같기도 했다.
“뭐야. 아는 사이라도 됐어?”
“응. 내 가족이었어.”
“그렇구먼.”
강대호는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었다.
방금까지 전력을 다해 싸웠는데, 가족이라니.
고의는 아니었지만 나쁜 짓을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에르제베트는 오히려 강대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해골과 가족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여길 법도 한데.
강대호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으니까.
“아. 맞다.”
“왜?”
“내가 스킬을 썼거든.”
“근데?”
“그 스킬 효과가 끝나면, 내가 쓰러지걸랑?”
“……그래서?”
“지금 스킬 효과가 끝나 가서.”
“얼마나 남았는데?”
강대호는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삼.”
“삼 분?”
“이, 일…….”
강대호는 말끝을 흐리며 뒤로 넘어갔다.
‘파이널 라운드’의 스킬 지속 시간인 3분이 끝났다.
동시에, 강대호는 힘을 잃고 쓰러진 것이었다.
캐시가 뛰어나갔다.
강대호의 등 뒤로 가더니, 본모습을 드러냈다.
폭.
커다란 고양이로 변한 캐시의 털에 강대호가 파묻혔다.
에르제베트는 강대호를 살폈다.
힘을 다해 잠든 것 같았다.
“캐시. 그 사람 좀 부탁해.”
애웅.
캐시가 맡기라는 듯 대답했다.
에르제베트는 제 몸 상태를 가볍게 점검했다.
미래의 설아의 마나는 캐시가 전부 먹어 치운 상태였다.
‘미래의 설아는 설아를 죽이려 하고 있어.’
아마 유은혜나 이서준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투가 벌어졌을 확률이 높았다.
에르제베트는 땅에 손을 올리고, 마나를 퍼트렸다.
엷은 마나가 원형을 그리며, 에르제베트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찾았다.’
아무리 에르제베트가 설아에 비해 무언가를 찾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토록 강한 두 존재의 마나가 서로 부딪치면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 미래의 설아와 설아는 전투 중이었다.
‘어떻게든 말려야 해.’
소환수들과 로브의 도움 덕분에 설아는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동등한 듯 보였으나,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정말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말려야 했다.
에르제베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어지럼증을 느끼고 비틀거렸다.
애웅.
캐시가 걱정스러운 울음소리를 냈다.
중심을 잡고 선 에르제베트는 인상을 찡그렸다.
길드 연합을 격리된 차원 앞에 끌어모을 때부터, 에르제베트는 무리하고 있었다.
격리된 차원의 입구를 열고, 이어진 전투에서도 마법과 저주를 사용했다.
이미 주어진 한계를 넘어섰다는 건, 에르제베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좋겠는데.’
에르제베트는 고개를 들었다.
꾸물거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설아를 만나야 했다.
에르제베트는 캐시와 함께 얼음 동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의외의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에르제베트는 곧바로 마나를 끌어모으며 전투를 준비했다.
동시에, 강대호를 등에 얹은 캐시 또한 이빨을 드러냈다.
“네가 왜 여기에?”
* * *
미래의 설아는 가볍게 손짓했다.
그 작은 손짓에 세계가 움직였다.
쩌억! 쿠구구구구!
설아는 고개를 돌려 양옆을 확인했다.
양쪽에 있던 거대한 건물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건물들은 서로 다른 극의 자석이 된 것처럼 빠른 속도로 달라붙었다.
놀란 설아가 무언가를 끌어 올렸다.
콰가가강!
영원한 얼음의 벽이 설아의 양옆을 막았다.
설아를 압사시킬 듯 몰려온 건물이 영원한 얼음과 충돌했다.
콰아앙!
영원한 얼음의 벽은 견고했다.
도리어 건물이 부서지며 잔해와 먼지가 튀었다.
숨 돌리기도 전에, 설아는 영원한 얼음의 벽면이 꿈틀거리는 걸 확인했다.
어느새 미래의 설아가 영원한 얼음의 벽을 장악한 상태였다.
마나가 폭발하며, 얼음으로 이루어진 장미 덩굴이 자라났다.
“딸꾹!”
놀란 설아가 딸꾹질했다.
이렇게 바로 공격이 들어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대처할 겨를도 없었다.
그때 무언가 설아의 엉덩이를 받쳐 들었다.
휘익!
설아의 몸이 순식간에 위로 상승했다.
얼음 장미가 피어난 가시덩굴이 순식간에 얼음벽 사이를 가득 메웠다.
만약 저 자리에 있었다면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설아는 자신을 받쳐 올린 것을 쓰다듬었다.
“고마워!”
에르제베트의 로브였다.
양탄자처럼 펼쳐진 로브는 설아를 태운 채 거드름을 피웠다.
더 칭찬하라는 듯한 모양새에, 설아는 로브를 마구 쓰다듬었다.
미래의 설아는 그런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손을 가볍게 위로 까딱이자, 가시덩굴이 위로 솟아올랐다.
“옷아!”
설아의 경고에, 로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뱀처럼 빠른 속도로 몸을 뻗어 오는 가시덩굴을 피해 이리저리 비행한다.
설아는 조막만 한 손으로 로브 자락을 꽉 움켜쥐고 버텼다.
그리고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언제부턴가 가시덩굴은 로브를 공격하려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마치 어디론가 유도한 뒤, 도망치지 못하도록 벽을 형성해 몰아넣는 듯한 느낌.
언뜻 로브 너머로 미래의 설아가 보였다.
우웅.
미래의 설아는 설아를 향해 팔을 뻗고 있었다.
복잡한 형상의 마법진이 허공에 떠올랐다.
하나가 아니었다.
두 개, 세 개, 네 개.
여러 개의 마법진이 겹겹이 나타난다.
-스승님. 이건 뭐예요?
-마법진이라는 거야. 규모가 큰 마법에 필요한 거란다.
-규모가 큰?
-센 마법.
-아하!
문득 에르제베트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마법진은 강한 마법의 전조와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네 개라니.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세게!”
설아 역시 미래의 설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미 가시덩굴의 유도대로 몰린 상황.
퇴로는 없었다.
대응하지 않으면 죽는다.
“더 세게!”
설아는 마법의 위력을 말로 조절한다.
에르제베트가 가르쳐 준 일종의 주문이었다.
마법의 강도를 말로 얘기해, 무의식적으로 조절하도록 한다.
자신의 마나를 제어하지 못하는 설아를 위해 에르제베트가 고안한 방법이었다.
설아는 여태껏 ‘약하게’ 마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설아의 마법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좀처럼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설아가 소리쳤다.
“엄청 세게!”
설아의 팔 앞에도 마법진이 떠올랐다.
하나, 둘, 셋.
총 세 개의 마법진에서 마나가 폭발했다.
동시에, 미래의 설아 또한 마법을 사용했다.
세계를 얼릴 듯한 한기가 양쪽에서 동시에 폭발했다.
콰아아앙!
* * *
푹.
미래의 설아는 한기로 들어찬 눈밭을 걸었다.
얼음과 뒤섞인 눈 속에, 설아가 파묻혀 있었다.
아무리 자기 자신이라고 할지라도, 미숙하고 어리다.
미래의 설아는 자신의 존재가 흩어져 가는 걸 느꼈다.
고작 몇천의 영혼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모두 설아를 죽이면 해결될 일이었다.
스윽.
쓰러진 설아 앞에 선 미래의 설아가 손을 내렸다.
설아는 색색 가까스로 숨을 쉬고 있었다.
방어 마법을 쓸 겨를은 없었을 텐데.
그 여파에서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용했다.
미래의 설아는 생각했다.
‘부럽네.’
설아는 행복했을 것이다.
미래의 설아는 누리지 못한 모든 것을 누렸다.
유은혜를, 에르제베트를 잃어버리지도 않았다.
이서준에게 방치되지도 않았다.
휘익!
돌연 눈에 파묻혀 있던 에르제베트의 로브가 미래의 설아를 덮쳤다.
미래의 설아는 예상했다는 듯 즉시 손을 휘둘렀다.
로브 앞으로 작은 한파가 몰아쳤다.
얼어붙은 로브는 그대로 떨어졌다.
툭.
알버트도, 프레아도 역소환된 상황.
로브마저 얼어 버린 지금, 설아를 도와줄 만한 것은 남지 않았다.
미래의 설아는 설아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송곳이 손 앞에 나타났다.
아무리 강대한 마나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인간.
베이면 아프고, 심장을 꿰뚫리면 죽는다.
휙!
송곳이 설아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
얼음 송곳이 작은 몸을 꿰뚫기 직전.
카앙!
그 사이로 난입한 누군가 얼음 송곳을 막아 냈다.
부서진 얼음 송곳이 눈 위로 떨어졌다.
미래의 설아는 난입한 남자를 바라봤다.
“아가씨.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최후의 전투에서 선두에 섰던 남자.
인류의 정점이라고 불렸던 사냥꾼.
이서준을 죽인, 이서준의 스승.
“애를 상대로 그렇게 하면 쓰나.”
검성이 그곳에 있었다.
타이르듯 말한 검성은 자세를 낮추고 미래의 설아를 향해 검을 겨눴다.
“비켜.”
“못 비키겠네만.”
“그럼, 죽어.”
간단한 선고와 함께, 검성은 눈을 부릅떴다.
멀쩡하던 바닥이 순식간에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반응한 검성은 얼음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쿠구구!
돌연 싱크홀이 생긴 듯,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검성은 무너지는 얼음과 건물 잔해들을 징검다리 삼아 밟으며 뛰었다.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검성처럼 초인적인 반응 속도를 보이지 못했다면 그대로 휩쓸렸을 것이다.
그러나 검성은 그 와중에 조금씩 미래의 설아에게 다가가는 기예를 선보였다.
[참(斬)]이 정도 거리라면, 닿는다.
검성은 미래의 설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검성의 참격은 미래의 설아에게 닿지 못했다.
쩌엉!
돌연 미래의 설아의 등 뒤로 거대한 날개가 나타났다.
얼음 날개는 미래의 설아를 감싸고 검성의 참격을 막아 냈다.
검성의 참(斬)은 영원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뚫어 내지 못했다.
“쯧!”
검성은 목표를 변경했다.
미래의 설아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하다.
적어도 혼자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일단 후퇴하고, 훗날을 도모해야 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설아를 챙겨야 했다.
검성은 미래의 설아와 설아가 싸우는 광경을 얼핏 봤다.
신들의 전투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저것을 이기기 위해선, 설아를 살려야 했다.
설아는 싱크홀에 휩쓸려 떨어지고 있었다.
“큭!”
검성은 뒤로 뛰었다.
얼음 잔해를 가볍게 밟고, 설아에게 향했다.
‘잡았다!’
검성은 가까스로 설아를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검성은 위로 올라가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절망을 마주했다.
‘아.’
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마법진이 보였다.
그 마법진 속에서 나타난 것은, 얼음덩어리.
아니, 싱크홀을 가득 메우고도 남을 크기의 운석이었다.
검성은 아연실색했다.
아무리 검성이라고 한들, 충돌해 오는 운석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
‘실수했군.’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칠 무렵.
검성의 시야에 누군가 들어왔다.
미래의 설아를 향해 검 한 자루를 뻗고 있는 것은, 묶은 머리를 휘날리고 있는 여자.
검성의 손녀, 고희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