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49)
349화
고희연은 헬기 측면에 서 있었다.
문이 활짝 개방된 데다가, 바람 탓에 기체가 흔들렸다.
떨어질 듯 위태로웠다.
바람이 차가웠고 위험하기 그지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부조종사도 없는 상황에, 던전에서 비행한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렇기에 고희연이 경계하는 것이었다.
“위험해 보이는데.”
소피아 람비두는 걱정스럽게 그런 고희연을 바라봤다.
스펙터에서도 유독 어린 고희연이었다.
적어도 나이츠에는 저 나이대의 사냥꾼이 없었다.
하지만 고희연은 도리어 자신을 걱정하는 소피아 람비두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보다, 몸은 괜찮으세요?”
“나쁘지 않아요.”
“다행이에요.”
고희연은 진심으로 안도하며 웃었다.
소피아 람비두의 입가에도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손녀는 없지만, 만약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리라.
“실은, 제가 소피아 님 팬이거든요.”
“팬?”
“네! 저번에 그리스에서는 못 봬서 너무너무 아쉬웠어요. 몸이 안 좋으셨다고.”
“그랬지요.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아가씨네 길드 마스터 덕분에요.”
“서준 오빠 덕분에요?”
고희연은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소피아 람비두는 조금 놀랐다.
“이서준이 말을 안 했나요?”
“네. 처음 듣는데…….”
소피아 람비두는 내심 감탄했다.
자랑하고 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공적인데.
“아마 소피아 님 개인 사정이니까 말 안 한 거 아닐까요.”
“그런 배려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 저는 밥 한 끼 하자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는데.”
“에이. 도와주러 오셨잖아요. 위험한 결정이었을 텐데.”
잠깐의 평화를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잠시.
소피아 람비두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었다.
“뭔가 옵니다.”
“네?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고희연은 말끝을 흐리고 바깥을 내다봤다.
소피아 람비두의 말마따나, 아래쪽에서 무언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직 멀어서 제대로 보이진 않았다.
인상을 찡그리고 자세히 보니, 날개가 달린 것이 새 같기도 했다.
“새?”
“던전에 새가 어디 있어!”
운전석에 있던 하이람이 소리쳤다.
그 말대로, 그것은 새가 아니었다.
하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는 건, 천사였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고희연은 알 수 있었다.
그건 괴물이었다.
“언니! 아래쪽에서 괴물이 접근해요!”
“우리 본 것 같아?”
“똑바로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요!”
“이런 망할!”
괴물의 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태에서 공중을 나는 건 미친 짓이다.
하지만 도로 상태가 영 좋지 않아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한 일이었지만, 최악의 상황에 몰려 버렸다.
하이람은 헬기에 탄 세 명 중 유일하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사냥꾼이다.
동시에 유일하게 헬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냥꾼이기도 했다.
“뒷좌석 아래에 총 있는데, 쏴서 떨어트릴 수 있어?”
“총 쏴 본 적이 없는데요!”
“이참에 쏴 봐!”
급하게 총기를 찾아 든 고희연은 울상이 됐다.
도저히 어떻게 쏘는 건지 감조차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검가에서 태어나 검은 한평생 잡았지만, 총은 잡아 볼 일이 없었다.
뒤를 확인한 하이람은 이를 악물었다.
[무기 조작]고희연의 손에서 총기가 빠져나갔다.
그게 다가 아니라, 헬기에 실려 있던 다종다양한 총기들이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양한 종류의 총기가 날개처럼 펼쳐졌다.
투두두두두두!
무차별 난사가 시작됐다.
무기 조종과 헬기 조종을 동시에 한 탓에, 명중률은 좋지 못했다.
천사는 유려하게 비행하며 탄막을 피했다.
“으아, 큰일 난 것 같은데요!”
“괜찮아!”
하이람은 알고 있었다.
가까워질수록, 피하기 어려워진다.
총알이 발사되어 다가오는 속도도 빨라질뿐더러, 밀집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잘 날아오던 천사는 이내 접근을 멈췄다.
이리저리 피해 내는가 싶더니, 한쪽 날개가 총알에 맞았다.
“맞았다!”
하지만,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하이람의 총알은 분명 마나로 강화되어 있었다.
운 좋게 날개 안쪽을 맞은 탓에, 천사는 날개를 잃었다.
분명 잠깐이지만 그 날개를 움직이지 못했을 텐데.
“어?”
이내 천사는 맞은 적 없었다는 듯,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희연은 처음 보는 현상이었지만, 하이람은 아니었다.
성북에서, 마구엘이 저런 힘을 쓴 적이 있다.
마나가 아니었다.
‘신성력?’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쨌든 치료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놈은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철컥. 철컥.
총알을 전부 소모한 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이람은 당황했다.
헬기를 조종하며 ‘무기 조종’을 사용하는 것도 아슬아슬한 곡예다.
여기서 방출까지 했다간, 분명 뭔가 잘못될 것이 분명했다.
총알을 다 쓸 때까지 격추하지 못한 게 실책이었다.
“어, 어?”
고희연은 경악했다.
헬기 가까이 접근한 천사는 검을 거꾸로 잡아 들었다.
그리고, 맹렬하게 돌아가고 있는 프로펠러를 향해 던졌다.
“망할!”
날고 있는 괴물을 격추하지 못했을 때는, 역으로 격추당한다.
정확히 쏘아져 나간 검은 프로펠러에 적중했고.
쾅!
옆으로 기울어진 헬기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 * *
후욱!
일대의 공기가 빨려 들어가며 짧은 정적이 찾아왔다.
불길함을 느낀 유은혜는 곧바로 시스템에게 몸을 양도했다.
시스템은 몸을 넘겨받자마자 손뼉을 부딪쳤다.
합장하듯 마주친 두 손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비틀었다.
쩌엉!
정면의 공간이 비틀리며, 분리됐다.
이윽고 태양의 신을 중심으로 공기가 터져 나왔다.
한 박자 늦게,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아!
눈이 멀 듯 강한 섬광에 모두 고개를 돌렸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강한 소음이 귀를 때렸다.
별이 하나 부서지는 듯한 강렬한 폭발이었다.
공간을 분리한 투명한 벽에 부서질 듯 균열이 생겼다.
쩌적! 쩌저적!
시스템은 버텼다.
그 뒤에 이서준과 설아가 있었기에.
하지만 공간은 태양의 폭발을 버티지 못했다.
균열은 서서히 커져만 갔고, 벽은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았다.
설아는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우리도 저거!”
급박한 상황에서 외친 짧은 말.
하지만 미래의 설아는 무엇을 말한 건지 단번에 알아들었다.
그 두서없는 말을 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래의 설아는 말했다.
“저건 마법이 아니야.”
미래의 설아의 말마따나, 시스템이 공간을 분리한 것은 마법이 아니었다.
시스템이 세계의 구성 요소이기에 가능한 일.
설아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도!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미래의 설아는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이대로라면 폭발에 휘말려 전부 죽을 것이다.
미래의 설아는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 법이었다.
분리된 공간의 벽 앞에 선, 유은혜가 보였다.
“다 좋은데, 우리라고 하는 건 좀 거슬리네.”
미래의 설아는 시스템이 그랬듯 두 손을 마주쳤다.
시공간을 뛰어넘기도 했고, 공간을 일그러트리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다면 분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설아의 마나가 분리된 공간의 벽을 보강하듯 둘러쌌다.
더불어 분리된 공간의 벽에 간 균열이 얼어붙었다.
보강한 것이 무색하게 시스템이 만들어 낸 벽은 부서지고 말았지만.
쾅! 쩌엉!
그때 설아와 미래의 설아가 공간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폭발이 넘어오기 전, 공간이 또 한 번 나뉘었다.
벽에 부딪힌 폭발은 다행히 넘어오지 못했다.
강대호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죽었겠는데.”
“동감하네.”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감각이 가장 예민한 둘, 강대호와 검성은 느꼈다.
0.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시간이 그들의 목숨을 갈라놓았다는 것을.
설아의 판단, 미래의 설아의 동조.
둘 중 하나가 조금만 늦었어도 그들은 전부 폭발에 휘말려 사라졌을 것이다.
이윽고 폭발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그래서.”
검성은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시스템, 유은혜는 상당히 많은 힘을 소모한 듯,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설아와 미래의 설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간을 분리한다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강대호는 아직 ‘파이널 라운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검성 역시 정상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역시 가장 심한 건.’
이서준이었다.
서 있는 것이 가능한 건가 의문이 들 정도로 만신창이인 몸.
저 와중에 태양의 신에게 유효한 공격까지 먹였다는 건 기적에 가까웠다.
‘당장 쉬거나 치료받아야 할 사람만 수두룩한데.’
웬만해선 강행군을 주장하는 검성이지만, 지금 사람들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만약 던전 공략 중이었다면 당장이라도 중지하고 후퇴를 지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태양의 신은 그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이길 수 있을는지.”
검성은 위압감을 느꼈다.
공간이 나뉜 탓에, 그 힘의 일부밖에 느껴지지 않았지만.
검성은 일순간 전의를 상실하고 검을 놓칠 뻔했다.
그것은 태양이라고 불러야 마땅한 존재였다.
황금으로 이루어진 갑주는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검에서는 빛이 뚝뚝 떨어졌다.
강대호는 가드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도망칠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네만.”
저런 게 풀려나는 순간, 세상은 정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별 떨어트리기’를 연달아 사용한 탓에 마나는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지만.
검성은 자세를 잡고 검을 들어 올렸다.
이서준도 버티고 있는데, 쓰러질 수는 없었다.
“감히.”
태양의 신은 늘어트리고 있던 검을 들어 올렸다.
분명 태양의 신의 몸은 인간과 같던 때보다 몇 배 커진 상태였지만.
결코 검이 닿을 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태양의 신은 무언가를 내려 베듯 검을 떨어트렸다.
“인간이 신에게 대적하느냐.”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자욱한 구름을 뚫고, 하늘에서 빛줄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십, 수백에 달하는 빛줄기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들은, 천사였다.
“천사라.”
검성은 중얼거렸다.
그것들은 분명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얀 날개와, 머리 너머로 보이는 옅은 후광.
태양의 신에게 느꼈던 것과 같은 신성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천사가 아니었다.
겉모습은 천사일지언정, 그 너머에 있는 것은.
“저게 천사라면, 천국엔 가고 싶지 않군.”
“동감입니다.”
분명히 순수한 악(惡)이었다.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의 군대가 이서준 일행을 향해 검을 겨눴다.
전력을 쏟아부어도 신을 쓰러트릴 수 없을 것 같은 와중에, 방해물까지 생긴 것이다.
하나하나가 악몽의 파편, 어쩌면 그 이상으로 강대한 것들이었다.
강대호는 감으로 그 힘을 얼추 가늠할 수 있었다.
“이거 야단났네요.”
“물러설 텐가?”
“물러서면 죽을 것 같은데, 해 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강대호는 흘긋 뒤를 봤다.
아마 회귀 전의 기억이 없는 검성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강대호는 승산이 없진 않다고 생각했다.
저쪽에는 태양의 신이라는 최종 보스가 있었지만.
이쪽도 최종 보스가 있는 건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아.”
태양의 신이 나지막이 말했다.
분명 낮은 목소리였음에도 그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려왔다.
천사들은 답하듯 검을 들어 올렸다.
“전부 죽여라.”
그 한마디에, 천사들이 날개를 펼치고 일제히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