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54)
354화
상극의 두 힘이 정면 충돌했다.
영원한 겨울과 태양이 서로를 잡아먹을 듯 휘감았다.
방대한 에너지가 서로 뒤섞이며, 일대에 있던 마나가 빨려 들어갔다.
유은혜는 미래의 설아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상쇄!’
상반되는 힘을 부딪쳐 공격을 상쇄한다.
하지만 그 힘은 상반될지언정 동등하진 않았다.
정적이 일었을 때, 미래의 설아는 알아차렸다.
완벽하게 상쇄하는 데 실패했다.
“엄마!”
설아의 목소리를 들은 유은혜는 그 즉시 ‘양도’를 사용했다.
몸을 넘겨받은 시스템은 눈을 뜨자마자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맞부딪친 손바닥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틀어, 공간을 분리한다.
두 힘이 충돌한 지점의 공간이 분리됐다.
시스템이 손을 맞잡자, 분리된 공간이 압축됐다.
후욱!
찬란한 빛과 함께 압축된 공간 속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멀리서 무언가 터진 듯, 먹먹한 폭음이 이어졌다.
시스템이 폭발을 막는 동안, 태양의 신은 손을 아래로 뻗었다.
떨어져 있던 검이 태양의 신의 손아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화르륵!
검날을 타고 불길이 일었다.
태양의 신은 미래의 설아와 설아를 향해 불의 검을 휘둘렀다.
전력을 쏟은 공격 직후인 탓에, 두 설아는 그것을 막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쩌엉!
불길은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혔다.
태양의 신에게 적용된 칼의 맹세가 발동한 것이다.
고희연을 흘끔 본 태양의 신은 공격을 이어 나갔다.
쩌엉! 쩌어엉! 쩡!
거대한 불길이 낭창낭창한 채찍처럼 휘어졌다.
태양의 신의 공격은 연신 무효화됐다.
“무엇을……!”
검성은 태양의 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통하지 않는 공격을 이어 나갈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머지않아, 검성은 태양의 신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콜록!”
고희연이 각혈하며 휘청거렸다.
가까스로 땅을 디디고 버텼지만, 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인중을 타고 코피가 주룩 흘러내렸고, 눈이 반쯤 풀린 상태였다.
놀란 검성은 고희연의 상태를 살폈다.
“아가! 괜찮으냐!”
뿌연 시야가 흔들리며 겹쳐 보였다.
머리가 쾅쾅 울렸고, 목구멍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다.
고희연은 검성을 안심시킬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의식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크윽.”
고희연은 원래 태양의 신에게 ‘칼의 맹세’를 적용할 수 없었다.
두 존재 간의 격차 때문이었다.
하루살이와 용의 목숨을 같은 저울에 올린 꼴.
‘개입’을 통해 강제로 적용해 놓기는 했지만.
한낱 인간이 신의 힘을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탕!
총성이 귀를 때렸다.
천사를 틀어막고 있던 하이람이 저격총을 방출, 태양의 신을 저격한 것이다.
관자놀이에 총알이 꽂힌 태양의 신의 머리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태양의 신은 자신의 관자놀이에서 총알을 뽑아냈다.
총알은 신의 투구를 조금 우그러트렸지만, 뚫지는 못했다.
퍽!
하이람은 침을 꿀꺽 삼켰다.
미간 바로 앞에, 찌그러진 총알이 멈춰 있었다.
태양의 신이 자신의 머리를 맞힌 총알을 그대로 하이람에게 던진 것이었다.
칼의 맹세가 아니었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희연이가 죽을 거예요!]시스템은 머릿속에서 유은혜의 목소리를 들었다.
시스템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여태까지 버틴 게 용할 따름이었다.
아마 태양의 신이 몇 차례 더 공격을 시도하면, 고희연은 버티지 못하고 죽겠지.
하지만 시스템은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선뜻 ‘칼의 맹세’를 해제할 수 없었다.
[해제한다면 설아와 미래의 설아가 위험합니다.]죄책감이 심장을 찔러왔다.
‘칼의 맹세’는 본디 고희연이나 칼의 맹세를 적용한 상대가 죽지 않는 한 해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스템이나 유은혜는 ‘개입’을 사용해 그것을 인위적으로 해제할 수 있었다.
즉, 선택권은 유은혜와 시스템에게 있었다.
시스템이 망설이는 사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해제해.
에르제베트였다.
시스템은 머뭇거렸다.
하지만, 에르제베트 역시 자기 자신.
시스템은 스스로를 믿고, 칼의 맹세를 해제했다.
[칼의 맹세가 해제되었습니다.]힘을 다한 고희연이 쓰러짐과 동시에, 태양의 신에게 알림음이 들려왔다.
태양의 신은 씩 웃으며 검을 쳐들었다.
반동에서 회복한 미래의 설아는 다급히 공간 이동을 준비했다.
하지만.
‘마법이……!’
마법이 사용되지 않았다.
공격을 상쇄할 때, 일대의 마나가 빨려 들어간 탓이었다.
공간 이동은 마법사뿐만 아니라 공간의 마나도 사용한다.
즉, 미래의 설아는 공간 이동을 사용할 수 없었다.
저 공격을 막을 여력 또한, 없었다.
“아.”
마녀에게 불이 떨어졌다.
* * *
부러진 용의 최후는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애초에 무기가 있더라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 태양의 신은 설아와 미래의 설아 앞에 있었다.
이대로 둔다면 환상에서 그랬던 것처럼, 놈은 모두를 죽이고 말 것이다.
콱!
땅을 딛고 일어섰다.
없는 힘을 쥐어짜 내, 디딘 발로 땅을 밀어냈다.
한 걸음 나아갔을 뿐인데, 몸 전체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어지럽고 멍한 머리로는 제대로 된 생각이 되지 않았다.
‘내 정신이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구하지 못했던 내 딸을 위해서.
구해야만 하는 내 딸을 위해서.
나는 앞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한 걸음 앞으로 갈 때마다, 느리게 가던 시간이 서서히 가속한다.
태양의 신 너머에 있던 은혜와 눈이 마주쳤다.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상 책정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 시스템을 갱신합니다.] [사냥꾼 : 이서준의 직업이 일시적으로 강제 성장합니다.] [직업 : 뱅가드 (Vanguard)가 롱기누스의 창 (Lance of Longinus)으로 수정됩니다.]보상 책정이 완료됐다.
설아의 네 번째 불행과, 괴물들의 왕 공략.
여러 퀘스트를 완료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보상이 들어오지 않았다.
시스템은 보상을 책정한다는 이유로 내 보상을 미뤄 왔다.
어쩌면 이걸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득, 우득.
풀렸던 근육이 조여 오고, 부서진 뼈가 맞춰지는 느낌.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검을 높이 쳐든 태양의 신을 향해.
창이 없으면, 주먹으로라도 후려친다.
“이람! 이걸 그에게!”
“이서준! 받아!”
소피아 람비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하이람이 ‘무기 조작’을 통해 내게 무언가를 보냈다.
찬란하게 빛나는 무언가 내 손으로 들어왔다.
언뜻 느껴지는 강대한 힘.
[성검 : 기사단장의 의지를 획득했습니다.]소피아 람비두가 구성한 성검이었다.
체인저가 팔목을 타고 뱀처럼 기어 내려갔다.
성검을 둘러싼 체인저가 기다랗게 늘어지며, 손잡이를 만들었다.
[체인저와 성검이 결합합니다.] [성검 : 기사단장의 의지가 부정한 창 : 달의 최후로 수정됩니다.]이내 손에 잡힌 것은, 검푸른색의 불길한 힘을 품은 창 한 자루.
신을 죽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무기였다.
나는 설아와 미래의 설아를 넘어, 태양의 신 앞으로 파고들었다.
* * *
쩌엉!
불길에 휩싸인 검이 위로 튕겨 올라갔다.
태양의 신은 눈을 부릅떴다.
찰나의 순간, 난입해 온 이서준이 달의 최후로 검을 쳐 낸 것이다.
분명 죽어 가기 직전의 몸으로 절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을 텐데.
그 눈동자에는 살기가 그득했다.
“감히!”
태양의 신이 악을 썼다.
이서준의 눈에 푸른 마나가 담겼다.
[간파]전과 달리, 이번에는 분명히 보였다.
태양의 신의 심장에 박힌 화살 하나.
세계수의 나뭇가지는 신의 심장에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그 기운을 머금어, 코어가 됐다.
모든 괴물이 지닌 명료한 약점.
이서준이 부정한 창을 뒤로 젖혔다.
쿵! 쿵! 쿵!
심장이 뛰었다.
수없이 해 왔던 찌르기와 같다.
자세를 낮추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간 발로 단단히 땅을 디딘다.
전력을 담아서, 젖혔던 창을 앞으로 찔러 넣는다.
[찌르기(초월)]그것은 인간의 극한을 초월한 공격이었다.
부정한 창에 담긴 검푸른 마나가 폭발했다.
콰가가가!
그 일격은 신의 갑주를 부수고, 살갗을 관통해, 심장에 닿았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세계를 뒤튼 둘의 시선이 교차했다.
콰드드득!
태양의 신이 뒤로 밀려 나갔다.
하지만 그 창끝은 태양의 신의 심장을 꿰뚫지 못했다.
검을 놓은 태양의 신은 달의 최후의 창대를 움켜잡았다.
그 눈동자에는 광기에 가까운, 생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담겨 있었다.
“이서주우우운!”
태양의 신은 생명.
죽음의 반대편에 서 있는 존재.
죽음의 조건이 갖춰졌다고 한들, 아무나 죽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것이 세계가 정해 놓은 법칙이었다.
그러나.
[당신은 시공간을 넘어 미래를 바꿨습니다.] [당신은 불가능한 일을 몇 번이고 해냈습니다.] [당신은 세계가 정해 놓은 운명을 뒤틀었습니다.] [당신은, 신을 죽일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서준의 창끝은 무한한 생명을 뚫지 못했다.
신에게 잡힌 창대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아무리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한들, 그 몸은 결국 인간의 것.
자신을 속이며 버티고 있었지만, 이서준은 이미 부서지고 망가진 상태였다.
신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을지언정, 이대로라면 이서준의 생명이 다할 것이 분명했으나.
그때, 이서준은 먹먹한 귀로 언뜻 설아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빠!”
아빠를 찾는 딸의 목소리.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서준은 없는 힘을 쥐어짜 부정한 창을 꽉 움켜쥐었다.
닳아 버린 생명을 연료 삼아 태워 마나를 쏟아붓는다.
부정한 창에 담긴 달의 힘이 이서준의 마나와 뒤섞였다.
대지를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가며, 틀어막힌 창을 밀어 넣는다.
이서준은 멈춰 있던 창이 아주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것을 느꼈다.
쩌적!
갈라졌다.
부서지지 않을 것 같던 무한한 생명이.
인간의 힘으로는 부술 수 없는 찬란한 신성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조금.
이서준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냈다.
“흐아아아아아!”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있기에, 사력(死力)을 다할 수 있는 인간의 외침.
존재가 부서지는 고통에, 태양의 신이 비명을 질렀지만.
비명은 그 외침에 묻혀 사라져 버렸다.
콰득! 우드득!
태양의 신의 심장에 새긴 균열이 사방으로 갈라졌다.
부정한 창의 창끝은 무한한 생명이 담긴 심장에 박혀, 코어를 찔렀다.
창과 가슴팍 사이에서 찬란한 광휘가 새어 나왔다.
이내 이서준의 창이 태양을 꿰뚫었다.
콰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