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6)
36화
하이람은 나와 같은 기수에 라이선스 시험에 통과했다.
즉, 이제 막 라이선스를 통과한 초보 사냥꾼이었다.
그러나 이 필드는 초보자에게 권장되는 초보자용 필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하이람이 이 필드를 찾은 이유는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하이테크 본사와 필드 간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다.
효율을 중시하는 하이람으로서는 당연히 가까운 곳을 채택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초보자용 필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이람의 성격을 생각하면 약한 괴물이 나오는 초보자용 필드에 갈 리가 없다.
게다가 하이람은 이 정도 필드에 와도 괜찮을 만한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저 정도로 무장하고 초보자용 필드에 가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긴 하다.
‘그래도, 너무 믿는 것 같긴 하다만.’
경호원은 따로 떼어 두고 온 것 같았다.
심지어는 도와줄 사냥꾼도, 루터도 고용하지 않았다.
돈은 차고 넘치도록 많을 테니, 루터는 따로 필요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하이람은 콧노래를 부르며 여유롭게 필드 내부로 들어섰다.
나는 그 뒤를 쫓아 필드 안쪽으로 들어갔다.
‘라이선스 시험 성적 4위. 대호 형 바로 뒤인가.’
마냥 장비만 믿고 설치는 타입은 아니었다.
확실히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아직 날개를 펼칠 시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철컥, 철컥.
초입에는 괴물이 별로 없었다.
먼저 입장한 사냥꾼이 전부 사냥한 탓이었다.
사냥을 위해선 앞으로 좀 더 들어가야 했다.
하이람은 선글라스를 벗어 앞주머니에 걸쳐 두고, 주위를 살폈다.
‘생각보다 별거 없지.’
처음 들어온 만큼 나름대로 긴장하긴 했을 텐데.
홍대입구역 필드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조금 오래 방치된 듯한 건물, 엉망이 된 도로.
그러나 괴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필드 이름이 괜히 홍대입구역이 아니니까.’
이 필드의 괴물은 주로 건물 내부나 지하철 안쪽에 밀집해 있다.
그만큼 지상이나 바깥쪽은 한적한 경향이 있었다.
하이람은 건물과 지하철을 번갈아 보다가, 지하철 쪽으로 내려갔다.
양손에 소총을 든 모습이 꼭 옛날 영화의 주인공 같았다.
“타깃, 지하철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관리하지 않고 방치된 덤불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하이람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숨어 있었는데, 그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덤불 안에서 평범한 등산복 차림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검만 달랑 들고 있는 걸 보아 영락없는 초보 사냥꾼.
하지만, 아마 위장일 것이 분명했다.
“네. 따라붙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보고를 마친 남자는, 조금 간격을 두고 하이람 뒤로 따라붙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하이람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하이람을 따라가는 남자의 뒤를 쫓았다.
* * *
하이람은 어두운 지하철 내부를 걸었다.
전등은 꺼질 듯 말 듯 위태롭게 빛을 냈다.
내부에 들어서자, 짙은 피 냄새가 진동했다.
하이람은 콧잔등을 찡그리고, 어둠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고오오오.
낮은 바람 소리가 울렸다.
아무리 그래도 필드인 만큼, 사냥 중인 사냥꾼 하나 정도는 보일 법도 했는데.
하다못해 전투에서 발생하는 소음 정도는 귓전에 들어와야 정상일 텐데.
홍대입구역 내부는 지나칠 정도로 고요했다.
“쓰읍.”
적어도 하이람이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하이람은 자신의 무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양쪽에는 장전을 마친 하이테크의 소총이 두 정.
‘제대로 작동하겠지. 뭐.’
슈트에는 반동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거기에 마나로 강화된 사냥꾼의 완력을 더하면, 반동은 없는 수준이다.
물론 정확도가 떨어지겠지만, 어차피 탄환 수로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정확할 필요가 있다면, 하나는 버리면 그만이다.
‘보조 무기도, 방어구도 확실하니까.’
허리춤에는 만약을 대비한 권총 두 정이 준비되어 있었다.
옷 안에 입은 슈트는 하이테크에서 내놓은 최신형 웨네버 슈트였다.
Whenever, 언제나 입고 있을 수 있는 슈트로 현재 시중에선 판매되고 있지 않았다.
한 벌에 억대를 호가하는 만큼 성능 하나는 확실할 것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하지?’
어째선지 불안한 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 올 때만 해도, 그녀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자사의 기술력을 믿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거라 판단했다.
실력에도 자신이 있었기에, 자처해서 호위도 물리고 직접 나선 것이었다.
게다가 처음으로 필드를 방문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몇 번이고 혼자서 필드나 던전에 방문한 바 있었다.
하지만 아까 전부터, 뭔가 불온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너무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살폈다.
홍대입구역의 괴물은 칼을 사용한다.
주로 어둠 속에서 기습해 오기에, 감각을 예민하게 둬야 했다.
그때 돌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괴물의 기척은 아니고, 사람인 것 같았다.
같은 사냥꾼인가 싶어서, 뒤를 돌아본 순간.
푹.
무언가, 하이람의 복부를 찔렀다.
하이람은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온 사람을 내려다봤다.
남자는 하이람의 상태를 확인하듯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등산복을 입은, 무기만 들고 있는 평범한 사냥꾼.
그가 손에 쥔 단검은 하이람의 배를 찌르고 있었다.
“어?”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었다.
무언가 확실히 배를 찔렀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뒤이어 엄습한 통증은, 하이람의 예상을 아득히 초월했다.
“씨……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양손에 든 소총을 사용해 반격하려 했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놈이 품속으로 파고든 것은, 소총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머리가 새하얘지는 와중에도 하이람은 빠르게 판단해 소총을 버렸다.
소총 두 자루가 바닥을 따라 미끄러졌다.
재빨리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뽑으려 했지만.
콱!
남자는 하이람의 왼팔을 잡아 그것을 저지했다.
하지만 남자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그건 하이람이 허리 양쪽에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철컥.
하이람의 오른손이 권총을 뽑고, 남자의 머리를 겨눴다.
남자는 뒤늦게 실수를 인지하고 그것을 확인했지만.
탕!
남자가 대처하는 것보다, 하이람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더 빨랐다.
남자의 머리가 옆으로 확 꺾이며, 몸이 넘어갔다.
하이람은 남자의 시체 옆에 주저앉았다.
“커헉. 허억.”
마나로 슈트를 강화했다면 찔리진 않았을 텐데.
기습이라 반응하지 못했다.
그래도 슈트가 충격을 상쇄시켜 줬기에, 깊게 박히진 않았다.
뜨거운 피가 번졌다.
하이람은 이를 악물고 복부에 박힌 단검을 잡았다.
“끄으윽.”
생살을 찢는 고통.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하이람은 독한 눈으로 정신을 붙잡았다.
기어코 제 복부에서 단검을 뽑아냈다.
텅그렁.
하이람은 단검을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졌다.
슈트의 복부가 상처 부위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하이람의 입이 잠깐 크게 벌어졌다가, 꽉 닫혔다.
‘개새끼들. 씨발!’
눈물이 핑 돌았다.
정신이 온전하진 않지만, 확실한 건 하나였다.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을 사주했다.
‘누군진 몰라도, 나가면.’
하이람은 비척비척 벽을 짚고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고, 시야가 핑 돌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밖으로 나가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누구……!”
하이람은 간절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근처에 사람이 있다면.
구태여 미칠 듯한 고통을 참고, 필드 밖까지 걸어갈 필요도 없었으니까.
하이람의 간곡한 목소리에 화답하듯, 발소리가 들려왔다.
뚜벅, 뚜벅.
하이람은 고통을 참고 발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똑같은 단검을 든 남자가 셋 더 있었다.
하이람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에이, 씹. 좆 됐네.”
* * *
나는 그림자 속에 스며든 채 기회를 엿봤다.
처음에 하이람이 찔렸을 때 나갈까 했지만.
‘어차피 안 죽어.’
나는 하이람이 어차피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적들은 아주 투박한 단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괴물에게 하이람이 죽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 투박한 단검으로는 하이람이 입은 최신형 슈트를 뚫지 못했다.
‘더럽게 아프겠지만.’
상대를 쏴 죽인 하이람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내 단검을 뽑아내고, 자력으로 일어섰다.
초보 사냥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정신력이었다.
비척비척 움직이던 하이람이 입을 열었다.
“누구……!”
하지만 간절한 구조 요청에 답하듯 나온 건, 또 다른 암살자들.
하나도 아니고 세 명씩이나 있었다.
하이람의 얼굴이 구겨졌다.
“에이, 씹. 좆 됐네.”
놈들이 달려든 것과, 하이람이 총을 들어 올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통증이 상당했는지, 하이람은 총을 제대로 들어 조준하지 못했다.
탕!
힘이 빠져 팔이 내려갔는데, 운 좋게도 한 놈의 다리를 맞혔다.
왼쪽에 있던 남자가 고꾸라졌다.
“끄아악!”
하지만 아직 남은 사람은 둘.
이대로라면 아마 그대로 찔릴 거다.
슈트의 기능 덕에 죽진 않겠지만, 상당한 중상을 입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미래에서는 그랬다.
이쯤 되면, 개입해도 괜찮을 터.
나는 땅을 박차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퍽!
창대를 휘둘러 바로 앞에 있는 놈의 목을 가격했다.
이래 보여도 철로 만들어진 자루라, 위력은 상당했다.
그대로 창을 눌러, 놈을 넘어트렸다.
뒤통수를 바닥에 세게 박은 남자는 그대로 기절했다.
그사이, 마지막 남은 놈이 하이람에게 달려들었다.
“이년이!”
남자는 하이람의 오른손을 올려쳤다.
권총이라는 위험 요소를 배제하려는 선택이었겠지만.
‘찌를 거면 바로 찔렀어야지.’
나는 하이람과 암살자 사이로 난입했다.
그리고 하이람이 떨어트린 권총을 그대로 낚아챘다.
하다못해 총을 뺏었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을 텐데.
남자는 그제야 나를 인식한 것 같았다.
당황한 눈으로 나를 본다.
탕! 탕!
나는 대답 없이 남자의 다리에 총을 갈겼다.
총을 처음 쓴 것도 아니고, 사람을 처음 공격한 것도 아니다.
내가 초보 사냥꾼이라면 당황했겠지만, 나름 15년이나 구른 베테랑.
이 정도 일에는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끄아아아악! 아아악!”
다리에 총알 두 방을 맞은 남자는 절규하며 쓰러졌다.
그나마 창대에 맞은 놈은 약한 뇌진탕 정도로 멀쩡한 상태였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런 초짜를 고용하다니.
그다지 하이람을 죽이고 싶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하이람은 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노려봤다.
“……너 뭐야?”
“저요? 지나가던 사냥꾼입니다.”
“저 새끼들이랑 한패냐?”
“아뇨. 모르는 새끼들인데요.”
“이 씹. 존나 다행이네. 그럼 나 좀 살려 줘.”
“그러죠. 뭐. 까짓거.”
나는 하이람에게 등을 보이고, 쪼그려 앉았다.
업히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기다려도 하이람은 업히지 않았다.
“뭐 해요?”
“권총. 이리 내.”
영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순순히 하이람에게 권총을 넘겼다.
내가 이놈들과 한패도 아닌데, 꿇릴 건 없었다.
하이람은 그제야 엉거주춤 내 등에 업혔다.
복부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피가 등에 닿았다.
“후우. 이상한 짓 하면 죽여 버린다.”
“전 죽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서. 이상한 짓 안 합니다.”
“……죽으면 안 되는 이유? 뭔데?”
“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