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42)
42화
나는 장산범을 향해 창을 겨눴다.
이 괴물이 내 이름을 알 리가 없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내 이름을……?
-찾았다.
장산범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목구멍에서 소리가 빠져나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의식이 꺼져 가는 듯, 눈의 초점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그 위로 흐릿한 형체가 언뜻 보였다.
-설명할 시간 없어. 곧 괴물이 명을 다할 테니까.
-넌 뭐지? 사람? 괴물?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어. 미안해.
-그럼, 왜 나를 찾은 거지?
-지금, 너에게 돌아갈 보상을 바꾸기 위해서.
-보상? 최초 공략 보상 말하는 건가? 그걸 바꿨다고? 어떻게?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게 좋을 거야. 너는 너를 잃어버리면 안 되거든.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안 그래도 최초 공략 보상은 사용할 생각이었다.
호랑이 굴의 보상은 내 성장을 촉진시켜 줄 영약이었으니까.
그런데 보상을 바꿨다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나중에 보자.
-뭐?
-위치는 알았으니까, 곧…….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형체는 허공으로 흩어졌고. 곧 장산범의 숨이 끊어졌다.
그것을 증명하듯, 귀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던전 : 호랑이 굴을 최초로 공략했습니다.] [특수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최초 공략의 보상이 주어집니다.]그리고, 내 눈앞에 보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영약이 아니었다.
조금 고민하다가, 보상을 챙겼다.
의문을 뒤로하고 던전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며,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띠링.
핸드폰 알림음에 정신이 돌아왔다.
계좌에 돈이 들어와 있었다.
꽤 거금이었기에 보낸 사람부터 확인했다.
돈을 보낸 당사자, 하이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야. 소재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어떡해?
“소재를 확보하라고 하셨죠. 상태는 상관없는 거 아닙니까?”
-그야 분석은 할 수 있지만, 이러면 시제품 같은 건 못 만들잖아.
“저도 꽤 아슬아슬하게 사냥한 거라. 봐주세요.”
아슬아슬하진 않았다.
내가 감정에 휩쓸리지만 않았더라도, 일방적인 사냥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꼴을 보면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웨네버 슈트도 수리해야 했고, 옷은 거의 넝마가 됐으니까.
“돈은 뭡니까? 최초 공략 보상은 받았는데요.”
-공략 정보값. 이 정도 공략 정보는 꽤 비싸게 팔린다. 안 아까워?
“어차피 다시 공략할 것도 아닌데요.”
-보통은 첫 공략자가 꿀 빨기 마련인데. 넌 미련도 없냐?
“예. 없네요.”
정말 미련이 없었다.
공략해야 할 던전이 수두룩하게 많았으니까.
“정말 받아도 됩니까. 이 돈?”
-애 과자라도 사 주든지.
“그거 좋은 아이디어네요. 과자로 성도 짓겠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아무래도 걸리는 게 있었다.
“부탁 하나 해도 괜찮겠습니까?”
-부탁? 뭔데?
“다음에 공략하실 때, 보스 공략 좀 녹화해서 보여 주실 수 있나요?”
-그야 어렵지 않지.
내가 장산범을 직접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귀 전에, 나는 호랑이 굴을 공략한 적 없으니까.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다친 데는 없고?
“저 걱정해 주는 겁니까?”
-설마. 고전했다길래 궁금해서.
“큰 상처는 없습니다. 지원해 주신 걸로 대충 치료도 했고요.”
슈트 덕에, 다행히 눈에 띄게 큰 상처는 없었다.
자잘한 상처는 하이테크로부터 받은 소모품으로 대충 치료를 마친 상태.
아마 며칠만 지나면 멀쩡해질 것 같았다.
“근데, 슈트 오른팔 부분이 조금 망가졌습니다.”
-그 정도는 괜찮아. 하이테크로 보내면 수리해 줄게.
“애프터서비스가 꽤 괜찮네요.”
-그 정도는 어렵지 않으니까. 그보다, 보상은 뭐 나왔어? 영약?
“최초 공략 보상이요? 왜요. 좋은 거면 뺏어 가려고요?”
-내가 그렇게 치졸한 사람처럼 보이냐? 그냥 궁금해서 그래.
고희연도 그렇지만, 정말 영약에 미련이 없어 보였다.
하이람 정도 부자라면, 이미 영약의 효과를 볼 수 없을 정도겠지.
어디까지나 성장의 기반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만큼, 눈에 띄는 효과도 없을 테고.
“영약은 아닙니다.”
-그래? 소형 던전의 최초 공략 보상은 보통 영약인데. 그럼 뭐야?
“어…… 반지입니다.”
-반지? 설마, 아티팩트? 그럼 대박이잖아!
“아니요. 그냥 반지인 것 같은데요.”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황당함이 담긴 하이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어?
* * *
“엄마, 설아 자기 싫어요.”
“설아야. 지금 몇 시예요?”
“9시요.”
“9시면 뭐 해야 하는 시간이죠?”
“치카치카 하고 코 자는 시간이요…….”
설아는 이재환과 함께 이곳저곳 놀러 다녔다.
그 탓에 피로도 쌓여 있었는데, 밥도 배불리 먹고 양치질까지 마쳤으니.
평소처럼 졸음이 쏟아지는지 무거운 눈꺼풀이 자꾸 내려갔다.
그러나, 설아는 드물게 은혜에게 칭얼거렸다.
“근데, 아빠 보고 싶어요.”
“오늘은 늦을 것 같다고 했잖아요.”
“그래도, 빨리 하고 온다고 했는데…….”
설아는 눈에 띄게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많이 서운한 모양이었다.
어제에 이어, 이서준은 오늘도 바빴다.
유은혜는 이서준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설아를 위해서 분투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책망할 수도, 빨리 오라고 독촉할 수도 없었다.
“그러면 딱 30분만 더 기다려요.”
“네! 조아요!”
“대신 그래도 안 오면 자는 거예요. 약속.”
“응! 약속!”
유은혜는 설아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다.
설아는 이서준을 기다리는 동안 오늘 하루 겪은 일을 늘어놓았다.
“할아부지가 그랬는데, 아빠는 엄청 엄청 말 안 들었대요.”
“맞아요. 아빠 고집이 워낙 센 편이에요.”
“근데 설아는 말 잘 듣는다고, 이렇게 칭찬해 줬어요.”
“우리 설아, 할아버지 좋아요?”
“네! 할아부지는 아빠 같아서 재밌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30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설아는 시계를 확인하고 아쉬운 듯 고개를 떨궜다.
유은혜는 설아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약속 시간이 됐다는 걸 깨달았다.
“설아. 엄마랑 약속했죠?”
“히잉. 네…….”
설아는 영 아쉬운 눈치였으나, 약속은 약속.
통칭 ‘곰 아빠’를 꼭 끌어안은 채 얌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은혜의 손을 잡고 침대로 향하려는 순간.
삑, 삑, 삑, 삑, 삐리릭.
도어 록이 풀리고, 현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이서준이 걸어 들어왔다.
대번에 안색이 밝아진 설아가 현관으로 갔다.
“아빠!”
“설아야! 여태 아빠 기다렸어?”
“네!”
이서준은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설아는 기다렸다는 듯 그 품속으로 쏙 들어갔다.
신발도 벗지 않고 포옹을 하는 모습에, 유은혜는 웃음을 흘렸다.
“누가 보면 며칠 만에 만난 줄 알겠다.”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이었지.”
“왜 이렇게 늦었어?”
“레포트 정리하고 이것저것 하느라.”
“으휴, 얼른 들어와.”
정말 마지못해 설아를 잠시 놓아준 이서준이 빠르게 신발을 벗었다.
뒤늦게 유은혜는 이상한 점 두 가지를 포착할 수 있었다.
하나는 나갔을 때와 복장이 바뀌었다는 것.
아마 원래 입던 옷이 찢기거나 망가져서 갈아입고 온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반지?’
못 보던 반지 하나가 이서준의 새끼손가락에 끼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 * *
다음 날 새벽.
저녁 일찍 까무룩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일찍 일어난 설아와 함께 공터로 향했다.
유은혜는 항상 이서준이 짜 준 대로 훈련을 진행했는데, 상당히 강도가 높았다.
조금 할 만해졌다 싶으면 더 강도를 높여 버리는 이서준이 야속하기만 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헉, 헉.”
아주 기초적인 체력 훈련.
유은혜와 이서준은 함께 공터를 도는 것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라이선스 시험 전까지만 해도, 이서준의 체력은 유은혜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먼저 지쳐서 무릎을 잡고 쉬고 있으면, 유은혜가 등을 쳐 주며 힘내라고 독려해 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서준이 저만치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엄마 파이팅!”
항상 뒤떨어지던 이서준을 응원하던 설아도 유은혜를 응원했다.
유은혜는 평소보다 컨디션이 더 좋은 편이었고, 그래서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한 바퀴를 따라잡혔는데, 이서준의 호흡은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유은혜는 모르고 있었다.
이서준이 여태껏 하고 있던 훈련의 강도를.
그도 그럴 것이, 설아를 보기 위해 교대로 훈련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서준은 여태껏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운동량을 소화해 냈다.
그것도 아주 체계적으로, 꾸준히 훈련을 이어 나갔다.
거기에 훈련용 영약이라 불리는, 호랑이 내단까지 섭취했으니.
그 기초 운동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후우. 여기까지만 뛸까?”
“커헉. 켁.”
“괜찮아?”
“엄마, 물 여기 있어요.”
“하아. 고마, 워요.”
유은혜는 설아가 가져다준 보온병을 기울였다.
차가운 물이 몸속으로 들어오자 조금 나아졌다.
“천천히 마셔.”
“푸하! 너, 왜 이리 체력이 좋아졌어?”
“좀 좋아지긴 했는데. 오늘은 유난히 몸이 가볍네.”
이서준은 겸손하게 받아넘겼지만, 유은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동거하게 된 뒤로 날마다 봤기에 변화를 잘 눈치채지 못했는데, 처음 만났을 때와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며칠 사이에 몸이 좀 좋아졌나?’
일단 몸이 확연하게 좋아졌다.
어깨도 넓어졌고, 근육도 붙은 모습이었다.
고리타분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남자다워졌다.
“아빠. 엄마가 아빠를 빤히 봐요.”
“응? 아, 아니에요.”
“왜? 반했어?”
“저번에도 엄마가……!”
“설아야!”
“후. 결혼할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난을 치는 이서준이었다.
평소라면 웃어넘겼겠지만, 정곡을 찔린 유은혜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 성을 내자, 이서준이 물러섰다.
“알았어. 장난이야.”
“그냥, 왜 체력이 좋아졌나, 보고 있던 거거든.”
“그야 훈련 강도를 좀 높였거든.”
“나보다?”
“응. 근데 은혜 너는 활쏘기 훈련이 따로 있으니까.”
“마음에 안 드는데.”
“내가 체력이 좋아지는 게?”
“응. 원래 내가 더 좋았잖아.”
묘한 경쟁심이 생겼다.
이서준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우리 결혼하면, 너한테는 이득 아니야?”
유은혜는 잠깐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멍하니 이서준을 보던 유은혜의 얼굴이 점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라도 한 듯, 이서준은 실실 웃으면서 뒷걸음질 쳤다.
“은혜야. 이것도 장난인 거 알지?”
“이서준. 너, 너 이리 와.”
“살살 때려 줘. 난 그런 취향 없으악!”
“설아도 있는데,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당연히 세게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