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48)
48화
콰앙!
검날은 내게 닿지 않았다.
성난 황소처럼 달려든 강대호가 수호병의 팔을 밀어낸 덕분이었다.
수호병의 힘도 상당히 강한 축에 속했지만.
우리 쪽에는 인자강 강대호가 있었다.
“이거, 얼마! 못 버틴다!”
하지만 강대호도 팔을 잡고 저지했을 뿐.
수호병을 완전히 밀어내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무기를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무기를 버려야 하나?’
여기서 두 명이나 무기를 빼앗긴다면 승률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나는 창을 짧게 잡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수는 두 가지다.
놈의 몸을 밀어내는 동시에 창을 뽑아내든지.
아니면.
“잡았다!”
수호병의 목에 꽂힌 화살을 잡고 뽑았다.
역시 의식적으로 무기를 죄고 있었던 걸까.
화살은 고희연의 검과 다르게 쑥 뽑혔다.
화살을 거꾸로 잡고 마나를 때려 박았다.
콰악!
화살을 수호병의 이마에 꽂았다.
코어가 있을 만한 부분에 정확히 찔렀다.
하지만.
‘얕다!’
화살을 손으로 잡고 박은 것이다.
아무리 마나를 담았다지만, 그 깊이가 너무 얕았다.
투구까지 쓰고 있었기에, 코어가 있을 법한 곳까지는 닿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투구에 박혀 있던 화살을 위로 밀어냈다.
화살은 창이나 검처럼 매끄럽게 투구를 잘라 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투구를 벗길 수 있었다.
고희연이 내 머리를 잡고 눌렀다.
퍽! 퍽! 퍽!
기다렸다는 듯 날아온 총알이 수호병의 머리에 박혔다.
후방에서 기회를 노리던 하이람이 사격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놈의 머리를 완벽히 부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콱!
놈이 내 손목을 잡았다.
순간적으로 슈트에 마나를 부여해 강화했다.
뼈가 으스러트릴 듯한 압박감이 손목을 죄었다.
“끄윽……!”
통증에 인상을 찡그린 와중, 돌연 수호병이 동작을 멈췄다.
놈은 내 손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있었다.
푹!
날아온 화살이 팔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은혜가 쏜 화살은 정확히 수호병의 미간을 꿰뚫었다.
수호병의 눈동자에서 불이 서서히 꺼지더니, 손목을 죄던 힘이 풀렸다.
쿵!
육중한 소리와 함께, 놈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강대호는 놈의 팔을 누른 채 중얼거렸다.
“잡았나……?”
“그, 그런 것 같은데요?”
고희연의 검이 수호병의 몸에서 쑥 빠졌다.
은혜와 하이람은 수호병을 겨냥한 채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저릿한 손목을 잡고 수호병을 살폈다.
[잊힌 자의 수호병을 처치했습니다.] [왕의 반지가 괴물의 영혼을 흡수했습니다.] [현재 누적된 영혼의 수 : 87]영혼이 50이나 올랐다.
이 한 놈이 드라우그 오십 마리와 비슷하다는 얘기일까.
납득이 안 가는 수치도 아니었다.
실제로 조금만 어긋난다면, 한 명 크게 다쳤거나 죽었다.
“하아.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맥이 풀린 듯, 하이람이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힘을 쓰고 있던 강대호는 아예 주저앉았다.
사냥 시간은 짧았지만, 자칫하면 위험할 뻔했다.
‘조금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단순한 던전은 보스가 강할 때가 많다.
여러모로 붕괴한 백화점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 던전이었다.
은혜는 조심스럽게 화살을 회수했다.
고희연은 검으로 수호병을 쿡쿡 찔러 봤다.
“그건 그렇고, 이상하네요.”
“뭐가?”
“보통 던전의 공략 조건은 보스를 처치하는 거죠?”
“그렇지.”
“근데, 왜 알림음이 안 들리죠?”
분명 잊힌 자의 수호병은 죽었다.
시스템이 확인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공략에 성공했다는 알림음이 들리지 않았다.
퀘스트창을 열었다.
던전 : 잊힌 자의 고분을 공략하십시오.
퀘스트가 깨지지 않았다.
분명 보스는 죽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끼긱.
그때 돌연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우리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호병이 지키고 있던 화려한 관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뭐지?’
저 관은 열린 적 없다.
이건 미래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분명 관의 문이 옆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드르륵.
관 뚜껑의 밑부분이 바닥에 끌렸다.
그리고, 무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누렇게 변색된 해골이었다.
눈구멍에는 어둠이 들어차 있었다.
갈비뼈 사이로 검은색 심장이 보였다.
뼈밖에 남지 않은 손은 검을 쥐고 있다.
“……저게 뭐야?”
“보스 같은데요?”
“씹, 그럼 아까 그건 뭔데?”
“어, 중간 보스?”
나는 창을 잡았다.
이런 일은 없었다.
이 던전의 보스는 분명 수호병일 터였을 텐데.
-어찌…….
해골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은, 낮고 께름칙한 목소리.
-어찌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놈의 말소리가 한글로 바뀌어, 시스템창으로 떠올랐다.
하이람이 인상을 찡그렸다.
“저거 뭐라는 거야?”
“설마 지금, 말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저 창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스템에는 괴물의 언어를 번역하는 기능이 없었다.
즉, 내 눈에만 보인다는 건데.
선뜻 공격하지 못하고 있던 와중.
탕!
총성이 울려 퍼졌다.
하이람이 정자세로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도탄 됐어.’
총알은 분명 정확히 놈의 머리에 맞았다.
그러나, 고개만 뒤로 잠깐 젖혔을 뿐.
제대로 된 피해는 주지 못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왜 쏜 겁니까?”
“가만히 두면 변신할 것 같아서,”
“……공략하겠습니다.”
“연속으로 나오다니, 너무하네. 정말.”
어쩔 수 없이 공략을 선언했다.
놈은 머리에 총을 맞았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고, 여긴 너무 밝구나.
그 말 한마디에, 모든 빛이 사라졌다.
* * *
“뭐야?”
“불 켜! 불!”
“다들 어디 있어?”
“여기예요!”
당황한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간과하고 있었다.
모두 뛰어난 역량을 보이긴 했지만, 이런 돌발 상황을 겪어 보지 못한 초심자라는 것을.
“동생!”
강대호가 다급히 나를 불렀다.
경고의 의미가 담긴 어조.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검을 치켜든 해골이 보였다.
빠르다.
쩌엉!
창을 가로로 세웠다.
검과 창이 부딪쳤다.
분명 남은 마나를 전부 쏟았는데.
‘무슨…… 힘이……!’
손바닥부터 팔뚝을 타고 저릿한 통증이 전해졌다.
철 덩어리로 내리친 것 같은 충격.
무릎이 저절로 굽혀졌다.
어깨가 나갈 것 같았다.
수호병보다 명백하게 강한 힘이었다.
유추하건대, 이놈이 이 고분의 주인.
‘잊힌 자’였다.
우둑!
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라면 무기가 부서질 것 같았다.
하지만 수호병에게 마나를 쏟아서, 안 그래도 마나가 부족한 상황.
‘다른 사람들은……?’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나는 경악스러운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벽이 뒤집히더니, 수호병 하나가 추가로 나타난 것이었다.
“대호 형! 거기!”
“봤다!”
암순응을 마친 강대호가 달려들었다.
하이람이 재빨리 조명탄을 쐈다.
붉은빛이 폭발하며, 시야가 조금 밝아졌다.
“저거, 하나 아니었어?”
“처리하세요!”
“너는!”
“이거 막을게요!”
겨우 사냥했던 수호병이다.
솔직히 저 넷으로도 불안했다.
-여유가 있나 보군.
잊힌 자는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검날 윗부분을 잡고 지그시 눌렀다.
동시에, 중압감이 두 배로 늘어났다.
창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덜덜 떨렸다.
“서준아!”
“유은혜! 집중해!”
“하지만!”
“쟤 도와주려면, 이것부터 빨리 잡아!”
하이람은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
자연스럽게 팀이 나뉘었다.
내가 버티고 저들이 사냥해야 하는 구도다.
은혜도 그걸 아는 듯, 시선을 돌렸다.
문제는.
‘버틸 수 있을까?’
잊힌 자는 상당히 강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힘을 짜냈다.
“흡!”
순간적으로 마나 소모량을 높여, 검을 밀어냈다.
이대로 소모전이 되면 분명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웅!
곧바로 공격이 이어졌다.
급하게 땅을 차고, 뒤로 물러났다.
검이 머리카락을 약간 자르고 지나갔다.
종이 한 장 차이였다.
-내놓아라.
잊힌 자의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놈의 시선은 내 반지를 향해 있었다.
-너 같은 게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니니.
장산범의 목소리를 빌려, 누군가 내게 건넨 물건.
놈은 이것을 노리고 있었다.
‘이게 뭐길래!’
왕의 반지라는 이름과, 괴물의 영혼을 흡수한다는 것.
아티팩트가 아니라고 판명될 만큼, 마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
그게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런데 이 괴물이 집착한다는 건…….
‘이걸 준다면…….’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이걸 준다면, 이놈은 공격을 멈출까.
아니, 괴물에게 협상을 시도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머리를 굴리고 있는 와중에도 놈은 공격을 이어 나갔다.
스릉!
공격과 공격 사이에 조금의 틈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놈은 힘을 앞세워 곧바로 공격을 가했다.
창을 비스듬히 세웠다.
카가가가각!
검이 창대를 따라 흘러가듯 올라갔다.
검로를 교묘하게 틀었다.
받는 힘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거, 안 된다!’
지금 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 계산이 늦는다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나는 죽는다.
‘여기서 죽을 수는…….’
죽을 위기가 다가오니, 설아가 떠올랐다.
설아는 아무것도 모르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 한번 보겠다고 졸음을 꾹 참고 기다린 적도 있었다.
‘없어!’
왕의 반지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효력은 모르겠지만, 당장 내가 가진 수는 이것밖에 없었다.
[소모할 영혼의 수를 선택하십시오.] [현재 누적된 영혼의 수 : 87]잊힌 자의 공격을 막고 피하는 데 급급해, 답할 여유도 없었다.
검이 땅을 내려찍었다.
콰앙!
무슨 둔기로 내려찍는 듯한 소리와 함께, 돌 조각이 튀었다.
이번 건 동작이 컸다.
아주 찰나의 여유가 생긴 나는 생각했다.
‘전부 다!’ 수를 지정할 시간은 없다.
도대체 뭐에 소모한다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에 대적하려면,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선언한 순간.
[왕의 반지를 사용했습니다.] [소모한 영혼의 수 : 87]온몸의 근육을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느껴진 끔찍한 통증에,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창을 부술 듯이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바닥을 보였던 마나가 순식간에 들어찼다.
몸 전체에서 힘이 날뛰는 것 같았다.
맥박이 쿵쿵 머리를 두드렸다.
알림음이 들려왔다.
[신체가 일시적으로 강화됩니다.] [마나가 일시적으로 강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