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이서준이 강대호와 고희연을 영입하는 동안.
유은혜는 하이람과 전화한 후, 하이테크 인근 카페로 향했다.
옆에는 설아가 유은혜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설아, 뭐 마실래요?”
“으음…… 초코요!”
“아이스 카페라테랑 아이스 초코 한 잔 주세요.”
음료를 시킨 유은혜는 진동 벨을 받고 주변을 살폈다.
머지앉아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하이람을 찾을 수 있었다.
유은혜는 잠깐 하이람을 멍하니 바라봤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저기 봐.”
“뭐야. 연예인?”
흰 셔츠에, 검은 치마 차림.
깔끔한 회사원과 같은 옷차림이었지만, 인물이 워낙 눈에 띄었다.
문득 스무 살 무렵, 이서준이 헤실거리며 보던 아이돌이 떠올랐다.
딱 저렇게 도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안녕하세요.”
“왔구나. 앉아.”
창가를 바라보던 하이람이 자연스레 자리를 권했다.
유은혜의 옆에 있던 설아와 하이람의 눈이 마주쳤다.
“설아야. 전에 전화로 봤죠? 이람 언니예요.”
“이람 언니?”
“응. 설아, 인사해야죠.”
설아는 그제야 배꼽 위에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엄마 딸, 설아예요.”
“응, 안녕. 하이람이란다.”
하이람은 조금 어색하게 인사를 받았다.
영상 통화로 한 번 본 적 있지만, 아이를 막 좋아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람이 설아를 실제로 보고 받은 첫인상은 이랬다.
“실물이 훨 낫네.”
설아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은혜를 바라봤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은혜는 하이람의 말을 알기 쉽게 바꿔 줬다.
“언니가 설아 예쁘다고 하네?”
“이람 언니가 더 예뻐요!”
“네가 사람 볼 줄 아는구나.”
하이람은 설아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설아는 고양이처럼 눈을 감고 감촉을 즐겼다.
흠칫 놀란 하이람이 손을 떼어 냈다.
“뭐야. 이 요물.”
“왜 그러세요?”
“아니. 아니야.”
하이람은 상당히 당황했다.
쓰다듬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설아가 자연스럽게 머리를 내밀어, 홀린 듯 쓰다듬어 버렸다.
왜 이서준이 그토록 죽고 못 사는지 알 수 있었다.
“애가 생각하던 것보다 귀여워서 당황했어.”
“그렇죠? 우리 설아가 지나가다 보면 말이에요…….”
유은혜는 꽤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설아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줄줄이 자랑을 시작했다.
입가에 미소가 번져 있는 걸 보아하니 진짜 즐거운 것 같았다.
하이람은 생각했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이런 모습은 이서준과 판박이였다.
유은혜의 자랑은 꽤 길게 이어졌다.
그것을 끊은 건 진동 벨이었다.
위이이잉.
테이블에 놓여 있던 진동 벨이 빨갛게 점멸했다.
유은혜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벌떡 일어난 사람이 있었다.
설아였다.
“설아가 다녀올게요!”
“서, 설아가? 할 수 있어요?”
“네!”
설아는 꽤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서준과 유은혜를 따라다니다 보면 종종 카페에 가게 된다.
진동 벨을 반납하고 음료수를 받아 온다는 건 알고 있었다.
기특하게도 유은혜가 수고롭지 않게 직접 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말?”
“엄마, 설아, 이제 다 컸어요.”
“……푸흡.”
설아의 야무진 선언에, 하이람은 고개를 돌린 채 웃음을 참았다.
저렇게 조그마한 애가 다 컸다고 해도, 영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유은혜는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진동 벨을 설아에게 건넸다.
“저쪽 가서 받아 오면 돼요. 알았죠?”
“아이 참. 알아요. 금방 다녀올게요.”
설아는 진동 벨을 두 손으로 단단히 잡은 채 음료를 받는 곳으로 총총 걸어갔다.
계산대까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여차하면 손을 쓸 수 있었지만, 그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불안했는지, 유은혜는 설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하이람이 빵 터졌다.
“프하하! 다 컸대! 아이고.”
“아기잖아요.”
“그래도 기특하네.”
“그쵸?”
한편, 설아는 오고 가는 사람들을 지나 무사히 음료 받는 곳에 도착했다.
진동 벨 소리를 들은 알바생은 준비해 둔 음료 두 잔을 내밀었다가, 멈췄다.
위이잉.
분명 진동 벨 소리는 들려오는데, 손님이 없었다.
알바생이 어리둥절한 채 있자, 불쑥 아래에서 진동 벨이 올라왔다.
머리만 겨우 보이던 설아가 진동 벨을 높이 든 것이다.
눈이 동그래진 알바생은 일단 진동 벨을 받았다.
“주문하신 아이스 카페라테, 아이스 초코 나왔습니다.”
“네!”
당차게 대답한 설아는 주변을 살폈다.
여러 음료수를 주문한 사람은 트레이를 통째로 들고 있었다.
설아는 그걸 보고 트레이를 들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균형이 흐트러질 것 같았다.
불안했던 알바생은 직접 아이스 카페라테를 설아에게 내밀었다.
“하나씩 가져가세요. 손님.”
“고맙습니다!”
설아는 소중한 것을 잡은 듯 양손으로 카페라테를 잡았다.
그리고 조심조심 유은혜와 하이람이 있는 테이블로 옮겼다.
“여기! 엄마 거요!”
“고마워요.”
“이제 설아 거 가져올게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임무를 완수한 설아는 뿌듯한 얼굴로 다시 걸어갔다.
유은혜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다.
“아유. 셔. 지금 나보고 이걸 마시라고?”
“손님, 주문하신 레몬에이드는 원래…….”
“아, 모르겠고, 달달한 걸로 바꿔 줘.”
카운터에서 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설아에게 카페라테를 쥐여 줬던 알바생은 쩔쩔맸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손님…….”
“죄송할 게 아니라, 바꿔 달라니깐?”
심지어 진상 중에서도 꽤 상대가 어려운, 말을 아예 안 듣는 부류였다.
알바생의 영업용 미소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진상을 바라봤지만.
진상이 인상을 찡그리고 주변을 살피자, 모두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작은 손이 진상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아줌마.”
“응? 뭐야?”
“설아 거랑 바꿀래요? 설아는 레몬에이드도 좋아해요.”
설아가 자신의 아이스 초코를 내밀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진상이 설아를 내려다봤다.
“넌 뭐니?”
“설아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진상은 주변을 살폈다.
카페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어느새 설아를 보고 있었다.
진상은 졸지에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가 됐다.
받기도 뭐 하고, 그렇다고 안 받기도 뭐한 상황.
“하. 어이없어서. 나 참.”
진상은 자신의 레몬에이드를 들고, 도망치듯 카페를 빠져나갔다.
설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진상을 바라봤다.
“초코, 단데.”
“설아야. 이리 오세요.”
“네에.”
다급히 나온 유은혜는 설아의 손을 잡고 테이블 쪽으로 데려갔다.
사람들은 모두 흐뭇한 표정으로 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가 어쩜 저렇게 착하지?”
“결혼해서 저런 딸 낳으면 소원이 없겠다.”
영 어수선해서 설아에게는 들리지 않았지만.
자식 칭찬이라서 그런지, 유은혜의 귀에는 모두 들렸다.
유은혜는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가까스로 억제했다.
설아는 자기가 뭘 한지도 모르는지, 아이스 초코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설아가 신 것보다 단걸 더 좋아한다는 걸 아는 유은혜는 그저 기특할 따름이었다.
“저, 괜찮으시면 이거 드시겠어요?”
“응?”
그때, 알바생이 봉지에 포장된 쿠키를 가져왔다.
세 명 앞에 놓인 쿠키를 본 유은혜가 눈을 깜빡였다.
“저희 이거 안 시켰는데요?”
“아, 아까 따님이 너무 착하게 말해 줘서, 예뻐서 드리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설아야. 여기 오빠가 쿠키 준대요.”
설아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쿠키 봉지를 잡고 살펴본 설아가 고개를 들었다.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어.”
“네!”
설아의 웃음에, 알바생의 표정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진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삭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알바생은 조금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봉지를 뜯던 하이람이 말했다.
“애 잘 키웠네.”
“헤헤.”
결국 유은혜의 입꼬리는 올라가고야 말았다.
* * *
“할게.”
“정말?”
“응.”
집으로 돌아온 은혜는 길드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조금 애매한 입장을 보이길래, 안 들어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이람 씨가 뭐라고 했는데?”
“그냥. 조금 더 자세히 얘기 나눠 보니까, 나쁠 거 없을 것 같던데?”
하이람이 잘 구슬린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은혜는 남의 말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말을 들어 보고 괜찮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하긴 조건만 보면 나쁠 게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나야 환영이었다.
고희연을 영입하더라도 한 명이 애매했는데, 은혜가 합류하면 딱이다.
“근데 말이야.”
“응.”
“설아는 언제 놔줄 거야?”
“내 거야. 평생 여기 있을 예정이야.”
“으히히. 좋아요!”
나는 한참 설아 테라피를 받고 있었다.
내게는 인간성 회복이라는 중요한 문제까지 있었다.
아무튼 설아와 조금 더 붙어 있을 명분이 있다는 말이었다.
이걸 은혜에게 전하고 정당하게 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게 한스러울 뿐이었다.
머릿속으로 알림음이 연달아 들려 왔다.
[인간성이 미량 회복되었습니다.] [인간성이 미량 회복되었습니다.]그냥 단순히 품에 안고 있기만 해도 인간성이 회복된다.
나름대로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 다른 것도 여러 개 시도해 봤다.
차분하게 누워서 쉰다든가, 영화나 책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전부 인간성 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설아를 통해서만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나도 충전 필요한데.”
“오후에 많이 했잖아.”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해 줘야 해.”
“배터리에 결함 있는 거 아니야?”
은혜는 일단 뭐라도 안고 싶었는지, 설아의 곰 인형을 품에 안았다.
어째 설아가 없으면 허전했기에, 저렇게라도 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내가 하면 영 그림이 이상하긴 하지만.
은혜가 하니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았다.
“그보다 말이야. 깜빡하고 이람 언니한테 못 물어본 게 있는데.”
“못 물어본 거? 뭔데?”
“길드 이름. 어떻게 할 거야?”
일단 유령 길드라고 해도, 사냥꾼으로서 소속되는 길드다.
프로필에 기입하거나 여차하면 직접 밝혀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길드 이름에 크게 신경 쓰진 않았지만, 일단 중요한 요소긴 했다.
“처음에 하이람 씨가 세계 최강으로 하자고 그랬는데.”
“우와. 그건 좀 그런데.”
“그래서 안 했어. 그리고, 있더라.”
“뭐가?”
“세계 최강이라는 길드가.”
하이람이 찾아본 결과.
세계 최강이라는 이름의 길드는 무려 실존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 보지 못한 길드니까 그저 그런 사냥꾼들로 이루어져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름을 세계 최강으로 지은 배포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른 이름 있어?”
“별로 큰 뜻을 두진 않았지만, 정해 둔 거 있어.”
“뭔데?”
“너 기대하지 마라.”
“큰 거 온다. 가슴이 웅장해지네.”
“부담 주지 마. 내가 정한 것도 아니거든.”
은혜는 내가 많이 편해졌는지, 이따금 이렇게 장난을 쳤다.
처음보다 훨씬 가까워진 것 같아서 좋지만.
진짜 별거 아닌데 이러면 곤란했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대답했다.
“길드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