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79)
79화
“이곳에 없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서브 퀘스트를 진행 중이거든. 포인트 상점에서 사야 할 게 있다나 봐.”
“아. 휴. 저는 또 잘못되기라도 한 줄 알았습니다.”
“또? 뭐. 걱정하기에는 실력이 좋던데. 너희 길드원은 다 그런가 보지?”
“아마 제가 제일 약할 겁니다.”
스펙터는 나를 제외한 모든 길드원이 네임드로 구성된 길드다.
하나같이 자력으로 상위 사냥꾼의 반열에 들었던 강자들이다.
이들 중에서 제일 약한 건 당연하게도 나였다.
지금이야 내가 약간 앞선다고 하지만.
금방 따라잡힐 것 같았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알렉시스 씨도 그렇고, 나이츠의 길드원은 서브 퀘스트를 안 하십니까?”
튜토리얼 타워에서, 포인트는 무척이나 중요한 재화다.
특히 4층의 포인트 상점에서 사들일 수 있는 물건은 무궁무진하다.
필수품부터, 던전 공략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다양하게 있다.
심지어 바깥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구할 수 없는 것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이츠의 길드원은 미련 없이 타워를 탈출했다.
“그래. 의미가 없거든.”
“왜죠?”
“확실히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면 포인트를 모을 수 있겠지.”
알렉시스는 허공을 눌렀다.
공중에서 돌연 단검이 나타났다.
능숙하게 단검을 잡아챈 알렉시스가 말을 이어 나갔다.
“포인트로 살 수 있는 아티팩트 같은 것도 있고.”
“네. 사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감이지만, 사면 손해야.”
“왜죠?”
“그야 바깥으로 가지고 나갈 수가 없으니까.”
그런 구조인 건가.
그러면 나이츠 길드원들의 행보가 이해도 된다.
개인 시스템만 획득하고 나가는 거구나.
“영약도 그렇습니까?”
“영약도 바깥으로 나가면 사라지지.”
“그 전에 먹어 버리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음. 그건 맞아.”
아예 섭취해 버리는 방법도 있었다.
아티팩트를 비롯한 온갖 물건을 바깥으로 들고 나가진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먹었다는 사실이 사라지진 않을 테니.
알렉시스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근데, 그것도 힘들거든.”
“왜죠?”
“가격을 한번 확인해 보는 편이 빠를 거야.”
가만히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23이 장부를 펄럭였다.
이윽고, 포인트 상점이 열렸다.
“영양 항목만 추려서 검색해 줘.”
“그래용.”
그리고, 나는 알렉시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백 년 잉어의 내단 : 1,400pt
빙정 : 5,000pt
공청석유 : 6,000pt
……
가격대가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지금 모은 포인트는 총 2,000.
만약 2층에서 정보를 구매하지 않았다고 해도 2,750 남짓이다.
백 년 잉어의 내단 같은 영약은 살 수 있었겠지만.
이건 밖에서도 구하려면 구할 수 있는 물건이다.
‘내가 1층에서 4층까지 올라오는 동안 최대한 포인트를 끌어모았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냥꾼들은 나보다 포인트를 적게 소지하고 있을 거다.
튜토리얼 퀘스트만 깼다면 탈출권의 가격도 아슬아슬할지 모른다.
서브 퀘스트에서 주는 포인트가 그렇게 많지 않은 걸 생각하면.
이 비싼 영약들과 탈출권을 함께 구매하는 건 무리일 것이다.
‘하긴. 개인 시스템만 해도 상당한 이득이지.’
개인 시스템의 대대적인 업데이트는 몇 년 후에나 있을 일이다.
물론 추후에는 모든 사냥꾼이 개인 시스템을 획득하겠지만.
먼저 힘을 끌어다 쓰면, 성장 속도도 한결 빨라질 것이다.
직업의 보정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개인 간의 편차가 있겠지만, 스킬도 상당한 위력을 지녔으니까.
“이서준. 너는 5층을 공략할 거지?”
“네. 그렇습니다.”
“솔직히 추천하진 않아. 괜히 마스터께서 금지하신 게 아니니까.”
“그래도 가야만 합니다. 소피아 님과 약속했거든요.”
알렉시스는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 팔짱을 꼈다.
신출내기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소피아도 그렇고,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
오지랖 넓은 할머니, 할아버지 같다고 해야 할까.
알렉시스는 아직 할아버지라고 불릴 나이는 아니지만 말이다.
“탈출권을 살 포인트 정도는 모았겠지?”
“네. 일단은요.”
“그렇다면 사서 가도록 해. 보험이 될 거다.”
탈출권은 바로 사용할 필요가 없는 물건이다.
일단 사 두고, 여차할 때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소피아 람비두가 5층 공략에 실패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다.
하지만.
“못 살 것 같습니다.”
“뭐? 왜?”
“쓸데가 있어서요.”
* * *
-시나리오 퀘스트라는 게 있어용.
-시나리오 퀘스트?
-넹. 이스터에그? 히든 퀘스트? 그런 거예용. 이것만 깨면 인생역전이에용.
-포인트를 많이 준다는 얘기지?
-맞워용. 근데 조건이 달려 있어용.
-조건?
그 조건이란, 3층까지의 플로어 보스를 모두 사냥하는 것이었다.
1층의 간수장, 2층의 정원사, 3층의 왕비까지.
어떻게든 플로어 보스를 모두 사냥하긴 했다.
이 조건을 충족할 시, 포인트 상점 마지막 페이지에 특수한 항목이 나타난다.
시나리오 퀘스트 티켓 : 알파 테스터가 소유한 모든 포인트(2,000pt) 소유한 모든 포인트를 소모해야 살 수 있는 티켓.
이걸 사는 순간 탈출권 구매는 물 건너가는 거다.
즉, 뒤가 없었다.
-가격은 알파 테스터가 소유한 모든 포인트예용.
-그거 완전 말짱 도루묵 아니야?
-대신, 시나리오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용……
열 배.
티켓을 살 때 사용한 포인트의 열 배를 돌려받는다.
즉, 이 퀘스트를 깨면 2만 포인트를 획득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포인트 상점을 눌렀다.
“이거 살게.”
“정말용? 환불 안 되는데용.”
“다른 건 환불되냐?”
“당연히 안 되지용.”
“그럼 사.”
“감사합니다용. 호갱님.”
“호갱?”
“고객이라고 했는데용.”
“이거 자꾸 장난치네.”
23이 손을 휘젓자, 손에 시나리오 퀘스트 티켓이 나타났다.
탈출권과 비슷한 크기에, 빛을 흡수하는 검정색이다.
무슨 저승행 티켓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혼자밖에 못 하는 거지?”
“맞워용. 자력으로 돌파하셔야 해용.”
“난이도는 어떻게 돼?”
“몰라용! 시나리오 퀘스트에 도전한 사람은 없었거든용.”
“그래?”
알렉시스는 4층에 남아 있는다고 했다.
은혜를 비롯한 스펙터의 길드원에게 말을 전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으니.
더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티켓 끊으면 되는 거지?”
“잠시만용. 주의 사항이 있어용.”
“뭔데?”
“시나리오 퀘스트는 현실이 아니라는 거예용. 착각하시면 곤란해용.”
“현실이 아니라고?”
“넹.”
환상 같은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창을 잡고, 심호흡했다.
티켓을 끊었다.
뚝.
* * *
[시나리오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오류 : 시나리오 퀘스트가 변경되었습니다.] [대안을 확인합니다.] [시나리오 퀘스트가 복구되었습니다.] [오류 : 시나리오 퀘스트가 변경되었습니다.]튜토리얼 타워에 입장할 때와 똑같은 감각이었다.
뭔가 알림음이 이상했는데, 의식이 멀어져 제대로 듣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이번에도 오류가 난 것 같았다.
내가 회귀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
‘축축하다.’
왠지 모르겠지만 바닥에 습기가 들어차 있었다.
눈을 떠 보니, 울창한 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게 보였다.
이번에도 숲이었다.
‘2층인가?’
처음에는 튜토리얼 타워 2층, 정원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었다.
정원처럼 오래된 구조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야생 한가운데라는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던전 내부라는 건 확실했다.
‘그때 봤던 식물들이네.’
정원에서 봤던 식물들도 보였다.
그 외에도 던전에서 발견할 수 있는 풀이 많았다.
약재로 보이는 것도 몇 개 있었다.
‘일단 챙겨 두자.’
포인트 상점에서 딱히 뭘 못 샀다.
시나리오 퀘스트 티켓에 전부 쏟아부은 탓이었다.
소모품이 모자랐기 때문에, 가능한 한 충당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약재 몇 개를 뿌리째로 뽑아 흙을 털어 낸 뒤, 파우치에 넣었다.
때때로 이런 사소한 일이 생사를 가르기도 한다.
유비무환이라는 거다.
‘근데, 퀘스트 목표는 뭘까.’
일단 어디론가 들어오긴 했지만.
퀘스트의 목표를 모르겠다.
던전이니까 공략해야 하나.
하지만 시스템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었다.
달그락.
그때, 기척이 느껴졌다.
재빨리 기척이 느껴진 쪽으로 창을 겨눴다.
우거진 수풀이 바스락거렸다.
그곳에서 무언가 쑥 올라왔다.
‘스켈레톤(Skeleton)?’
하얀 백골로 이루어진 괴물, 스켈레톤이었다.
뼈다귀밖에 없어 힘도 약한 데다가, 지능도 거의 없는 수준.
잊힌 자의 고분에 있었던 드라우그의 하위 호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뭔가 묘하게 깜찍한 구석이 있었다.
‘손을 들고 있네?’
스켈레톤은 두 손을 들고 있었다.
마치 항복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뭔가를 부정하듯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그러다가 두개골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놀란 스켈레톤은 놀랐는지 제 머리가 있던 부분을 휘저었다.
뼈밖에 안 남은 몸이 수풀 밖으로 나와 땅을 더듬어 갔다.
딱딱.
이윽고 머리를 되찾은 스켈레톤은 제 머리를 목에 끼웠다.
제대로 움직이는지 확인하듯 이빨을 부딪친다.
굉장히 괴물 같지 않은 괴물이었다.
나는 인상을 찡그린 채 창을 겨누고 있었다.
‘이거 뭐야?’
황당할 따름이었다.
별다를 게 없어 보이는 스켈레톤인데.
하는 짓이 영 멍청한 구석이 있었다.
스켈레톤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뭔데. 진짜.”
그리고 간절히 두 손을 모아 짤짤 흔든다.
살려 달라고 비는 것 같았다.
적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이가 없는 나머지, 한숨이 나왔다.
“그래. 가라.”
순순히 보내 주겠다는 의미로, 창을 겨눴다.
설령 기습한다고 해도, 고작 스켈레톤.
창 없이도 사냥 가능한 괴물이었다.
스켈레톤은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러다가 또 머리를 떨어트렸다.
“참 나.”
또 바닥을 더듬거리고 있다.
다시 머리를 찾아 끼우는 데 성공했다.
스켈레톤은 이윽고 자신이 나왔던 수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게 등을 보이는 걸 보면, 확실히 적의는 없었다.
‘언데드는 괴물 중에서도 인간에 대한 적의가 강할 텐데.’
신기했다.
그런데 스켈레톤은 가다 말고 멈춰 섰다.
그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뭐.”
스켈레톤은 이빨을 딱딱 부딪쳤다.
말은 못하는 건가.
한 손을 휘젓는다.
설마 싶었지만.
“따라오라고?”
내 물음에, 스켈레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아까 그게 목숨 구걸이 아니라.
‘도움 요청? 스켈레톤이?’
내가 괴물이라도 된 걸까.
손을 봤지만, 멀쩡하다.
왕의 반지의 영향인가.
알 수 없었다.
스켈레톤은 급하다는 듯 손을 마구 휘저었다.
“하아. 그래. 어딘데?”
시스템도 아무 말이 없고.
일단 따라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시나리오 퀘스트의 단서일지도 모르니까.
스켈레톤은 부지런히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딱딱.
얼마나 앞으로 갔을까.
물소리가 들려왔고, 수풀 너머로 강이 보였다.
스켈레톤이 도착했다는 듯 멈춰 서서,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곳에 있는 걸 확인한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게 있었다.
“……어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