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86)
86화
“얘는 어디 간 거야?”
“그러게.”
튜토리얼 타워 4층, 대합실.
스펙터의 길드원들은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된 화제는 행방이 묘연한 길드장, 이서준이었다.
유은혜가 불안한 듯 중얼거렸다.
“저, 혹시, 잘못된 건 아니겠죠?”
“에이, 설마요. 괜한 걱정이에요. 언니.”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이서준은 대합실에 모습을 비친 적이 없었다.
유일한 목격자는 나이츠의 알렉시스였는데, 그도 잠깐 본 게 전부였다.
이서준이 남긴 지시 사항대로 포인트를 모아 정비를 마쳤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서준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좀 아니다.”
“맞아. 동생이 얼마나 센데.”
하이람과 강대호도 맞장구를 쳤다.
이서준과 한 번이라도 합을 맞춰 봤으면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서준만큼은 절대 다치거나 죽을 것 같지 않았다.
멀찍이 있던 알렉시스는 조금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모르는 일이지.”
“알렉스 씨. 꼭 그렇게 초를 쳐야 해요?”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튜토리얼 타워는 꽤 위험한 던전이야.”
“그건…….”
하이람은 받아치지 못했다.
알렉시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직접 몸으로 겪었으니 부정할 수가 없었다.
튜토리얼 퀘스트는 다른 던전보다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다.
개인 시스템이라는 능력을 얻었음에도 버거울 정도였으니까.
“나이츠의 길드원들은 공략법을 충분히 숙지하고, 훈련을 거쳐 튜토리얼 타워에 진입한다.”
“그래서요?”
“너희가 이례적이라는 거야. 솔직히 나는 너희 다섯 중 셋 정도는 죽을 줄 알았어.”
“말이 심하시네요.”
“사냥꾼이 된 지 채 1년도 안 된 사람이 넷. 아무리 루키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이런 던전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잖아. 내 말이 틀렸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이람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나마 경력이 있는 건 고희연 하나가 전부.
고희연도 다른 사람을 이끌어 나갈 정도로 경력이 많은 건 아니다.
던전 공략이나 필드 클리어 대신 훈련에 집중한 탓에, 실전엔 약한 면이 있었다.
다른 셋이야 말할 것도 없는 생초보가 맞다.
‘이서준도.’
초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는 능력을 보여 주고 있었지만.
어쨌든 똑같은 시점에서 라이선스 시험을 본 초보다.
잘못됐을 가능성이 마냥 없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걸 깨달았는지, 조금 불안한 눈으로 서로를 살폈다.
알렉시스는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서워서 농담도 못 하겠네. 이서준은 안 죽어.”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니고. 뭐예요?”
“적어도 5층에 진입하기 전에는 안 죽는다고 확신할 수 있거든.”
“방금은 죽었을 수도 있다고 했으면서.”
“그거야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 그리 걱정 안 해도 되는 게, 이서준은…….”
알렉시스는 말을 멈췄다.
스펙터의 길드원들은 이서준에게 의지하는 구석이 있었다.
혹시 몰라 이서준이 초보라는 것을 부각하려고 말한 것인데.
자칫하면 그 초보에게 졌다는 것까지 말할 뻔했다.
“말을 왜 하다 말아요?”
“……어, 마스터께서 튜토리얼 타워를 공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으니까.”
“마스터? 소피아 님이요?”
“그……래.”
뭔가 이것도 자존심이 상하긴 했다.
소피아는 실제로 이서준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것도 알렉시스와 모의 전투 결과를 보고 내린 판단이지만.
졌다는 걸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참. 은혜 너는 사고 싶다는 거 샀어?”
강대호가 화제를 돌렸다.
괜히 이서준 이야기를 하면 불안감만 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은혜는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포인트가 모자라서 못 샀어요.”
“하긴, 서브 퀘스트로는 더럽게 안 벌리긴 하더라고.”
“아래에서 모아 오는 게 정답이었다는 거 아니겠어?”
“근데, 은혜 언니는 뭐 사려고 하셨던 거예요?”
화제가 바뀌었다.
알렉시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심코 복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화들짝 놀랐다.
“깜짝아!”
“아, 안녕하십니까.”
이서준이 멀뚱히 서 있었다.
* * *
“이서준!”
“어, 어?”
“어디 갔다가 이제 와?”
대합실에 들어서자마자, 은혜가 내게 다가왔다.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
고작 반나절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걱정할 일이었나.
‘하긴, 던전이니까.’
던전은 마음 편하게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나만 해도 은혜가 4층까지 무사히 올 수 있을까 걱정했으니까.
일단 어떻게든 얼버무려야 했다.
“선물 좀 사 오느라 늦었지.”
“선물?”
“응, 잠깐만.”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뒤적이는 시늉을 했다.
은혜는 갑작스러운 선물 얘기에 얼떨떨한 기색이었다.
나는 비장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손을 꺼냈다.
사실 선물 같은 건 없다.
손가락 하트를 보여 줬다.
“여기.”
“……이게!”
등짝을 맞았다.
손이 매운 걸 보아 완전 멀쩡한 것 같았다.
아쉽지만 선물을 살 만큼 포인트가 넉넉하진 않았다.
사고 싶은 걸 다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비싼 거 2개 사니까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이런 부분은 현금이랑 똑같다.
“금슬도 좋네.”
“놀리지 마세요.”
“으허허! 왜. 보기 좋기만 하구먼. 습. 하. 옆구리 시리다.”
강대호는 애달픈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고희연이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람이 질문했다.
“그래서, 뭐 하다 온 건데?”
“아, 퀘스트 좀 깼습니다.”
“퀘스트? 무슨 퀘스트 깨는 데 3일이나 걸려?”
“3일이요?”
“그래.”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3일이라니.
내가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한 시간은 반나절 정도일 터.
뭔가 이상했다.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뭐 그런 건가?’
뭔가 간격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니.
그런 게 가능한 걸까.
“포인트를 좀 많이 벌었거든요.”
“얼마나?”
“3일 내내 했으면 한 3,000포인트 정도 모을 수 있겠지.”
알렉시스가 끼어들었다.
꽤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다.
실제로 서브 퀘스트의 효율은 별로 좋지 못하다.
3일 내내 서브 퀘스트만 했으면 저 정도 벌었을 거다.
“2만 포인트 벌었습니다.”
“뭐야. 생각보다 설렁설렁…… 잠깐. 뭐?”
알렉시스는 잘못 들었다는 얼굴로 나를 봤다.
그리고 다시 질문했다.
“2천이 아니라, 2만?”
“예.”
알렉시스의 입이 벌어졌다.
다른 길드원들도 놀라긴 한 것 같았지만.
알렉시스는 유독 반응이 컸다.
아마 튜토리얼 타워에서 포인트 모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으니까 저런 것이리라.
“어, 어떻게?”
“비밀입니다.”
“아니, 잠깐만. 그게 가능한가?”
알렉시스는 손가락을 접어 가며 암산을 시작했다.
하이람은 어이가 없다는 눈이었다.
“뭔 짓을 한 거야?”
“비밀이라니까요.”
“그렇게 포인트 모아서 어떻게 하려고?”
“써야죠.”
“그걸 다?”
“이미 다 썼는데요.”
“빠르기도 하네. 뭐 샀는데? 영약?”
“이거 샀습니다.”
나는 내가 산 물건을 보여 줬다.
대합실에 있는 전원이 황당하다는 얼굴이 됐다.
하이람이 사람들을 대표해 질문했다.
“……너 미쳤니?”
“왜요.”
“그거, 무기잖아.”
“예, 무기입니다.”
내가 산 것은 창이었다.
날부터 자루까지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물건.
“게 다러그라는 무기입니다. 아십니까? 신화에 나오는 건데.”
“저 알아요! 켈트 신화에 나오는 거 맞죠? 디어머드가 사용했다는.”
“오, 희연이 너 똑똑하다.”
“전설 속 무기에 관심이 있었던 적이 있어서요…… 중학생 때.”
“그래도 막 유명한 무기는 아닌데.”
“원래 마이너한 게 멋진 거예요.”
그 마음, 안다.
강대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은혜는 창을 살피며 물었다.
“근데, 무기는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는 거 아니야?”
“맞아.”
“어? 근데 왜 샀어?”
“원래 쓰던 창이 못 쓰게 됐거든.”
강철이의 작품인 만큼 가격을 생각하면 확실히 양질의 무기였다.
그러나 성기사단장의 검에 완전히 망가진 수준이었다.
보스 공략에 몇 번 쓰면 부러질 것 같은 창을 들고 갈 수는 없었다.
하이람이 태클을 걸었다.
“근데, 그거 전설의 무기 레플리카 아니야?”
“맞습니다.”
“얼만데?”
“만 포인트요.”
“아이고, 이 미친놈.”
하이람은 아마 포인트의 가치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무기를 사는 건 아주 극심한 손해였다.
체스로 치면 퀸을 미끼로 폰을 잡는 격이다.
“무기 망가진 게 문제라면, 싼 값에 평범하게 좋은 무기 사도 됐잖아.”
“이거 없으면 보스 공략 못해요.”
“보스가 뭔지는 알고?”
“소피아 님에게 대략 전해 들었습니다.”
튜토리얼 타워의 보스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소피아 람비두도 어느 정도 조언해 준 게 있었다.
그래서 내 첫 번째 목표는, 게 다러그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일회용이나 다름없는 거잖아.”
“그건 그렇죠.”
“안 아까워?”
“글쎄요.”
만 포인트로 살 수 있는 영약의 값어치는 수십억에 달한다.
타워에서 잠깐 사용할 무기에 수십억을 태운다.
하이람의 말마따나 미친 짓이다.
그냥 영약과 탈출권을 사고 나가는 게 낫다.
“필요한 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던전을 어떻게든 공략해야 한다.
만 포인트, 수십억, 고작 그것을 대가로 설아가 같은 불행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아깝기는커녕, 더 퍼 줄 마음도 있었다.
하이람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금전 감각은 잘 모르겠다.”
“제가 맨날 하이람 씨 보면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 * *
길드원들과의 해후는 충분히 나눴다.
해후라고 해 봤자 나는 반나절 전에 만난 사람들이라지만.
다들 꽤 걱정해 준 모양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근데, 5층은 어떻게 들어가죠?”
“그러고 보니 그러네. 5층으로 가는 문은 못 봤는데.”
고희연과 강대호의 의문에 답한 것은 알렉시스였다.
“상점에서 티켓을 사면 이동할 수 있어.”
“엥? 상점에서 팔아요?”
“난 포인트 다 썼는데.”
“걱정 마. 가격은 0포인트니까.”
“0포인트짜리가 있었어?”
하이람의 의문 섞인 중얼거림에 은혜가 직접 상점을 확인했다.
이윽고 손에 하얀색 티켓이 나타났다.
“진짜 있네요.”
“그러게.”
“왜 안 보였지?”
“이걸 찾는 게 5층에 올라가는 조건이거든.”
다른 층을 생각하면 그리 까다롭진 않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조건인 만큼 못 찾는 경우가 많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했다.
파는 게 수도 없이 많은 포인트 상점에서 우연히 이걸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담당자에게 가격 순으로 나열해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잠깐. 그 전에, 정말 갈 거냐?”
“네? 왜요?”
“이서준이 말했는지는 모르겠는데, 5층은 무진장 위험하거든.”
알렉시스는 괜히 스펙터의 길드원들을 위협했다.
하긴 경각심을 가지는 게 좋긴 하다.
다른 사람들이 포기한다고 해도,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마스터께서도 실패하셨다. 탈출권도 없이 가면 죽을 거라고.”
“이미 포인트도 다 썼는데요. 뭐. 공략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하이람은 생각보다 뒤가 없었다.
알렉시스는 고개를 저었다.
“필요하다면 탈출권을 구매할 정도의 포인트는 나눠 줄 수 있어.”
“있으세요?”
“그래. 나도 놀고만 있던 건 아니거든.”
“음,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괜찮을 것 같네요.”
“다른 사람들은?”
은혜부터, 강대호, 고희연.
셋의 눈빛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