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악마의 미궁 (8)
고주연은 아래로 추락하는 도중, 주위에 있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았다.
그의 멱살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화살을 만들었다. 활을 꺼낼 여력은 없었기에 화살을 있는 힘껏 바닥으로 던지며 서브 스킬, ‘충격파’를 발동했다.
펑!
폭발로 인한 반동으로 튕겨 나가며 고주연은 땅에 처박히지 않을 수 있었다.
과격한 방식이었지만, 그대로 떨어졌다면 뼈 한두 군데는 부서졌을 것이다. 만약에라도 어깨나 등, 팔, 손이 다치는 건 사양이었다.
고주연은 그제서야 자신이 멱살을 잡고 있던 누군가를 쳐다봤다.
그는 자신의 뒤통수를 문지르며 말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용건이었다. 고주연은 멱살을 놓으며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용건 역시 고주연이 보는 곳을 바라봤다.
“몬스터가 있군요. 아까 노랫소리의 정체도 저 녀석인가 봅니다.”
이 신전에 들어올 때부터 들려오던 노랫소리를 내는 몬스터가 있었다.
석고로 만든 동상처럼 생겼는데, 등 뒤에는 검은색 날개가 펄럭이는 걸 보면 동상은 아닌 듯했다.
그 몬스터는 총을 들고 동상처럼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불렀다. 듣기만 해도 괴로운 노랫소리였다. 어떻게 저런 소리를 내는지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소리였다.
고주연은 그 몬스터를 보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무사할지 생각했다.
이유영이야 어떻게든 살아있을 것 같지만, 떨어지기 전 안수연과 강삼 쪽의 움직임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고주연은 활을 소환하며 이용건에게 말했다.
“아직 공격 안 하는데 지금 죽이죠.”
“음, 그건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네요.”
이용건은 어째서인지 고주연의 의견을 반대했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주변에 있던 돌조각을 하나 주워, 몬스터를 향해 세게 던지고 잔해 뒤에 숨었다.
그때였다.
탕!
몬스터가 정확히 그 작은 돌조각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돌조각은 총에 맞고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아마 고주연이 섣불리 몬스터를 공격했다면 총에 맞고 말았을 것이다.
고주연은 이해했다는 듯 이용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영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총에 맞았다간 죽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오늘은 앞에서 고주연에게 공격 찬스를 만들어주는 이유영이 없었다.
새삼 고주연은 아직도 자신이 한참 멀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 어쩌죠?”
고주연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몬스터랑 어떻게 싸워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분하지만, 이용건은 고주연보다 훨씬 잘 싸운다. 이 던전에서 원거리 공격계 헌터로 같이 활동하며 느낀바, 그는 구원 길드 훈련장에서 고주연을 엄청나게 봐준 것이었다. 고주연과 보는 시야가 차원이 다른 헌터였다.
여기선 그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마음이 앞서면 될 것도 안 됩니다.”
이용건은 아이템 창에서 방패와 잭나이프 크기의 단도를 소환하며 손에 들었다.
그는 침착한 데다가 어딘가 여유로워 보였다.
찬찬히 몬스터를 살피던 이용건이 말했다.
“상대가 꽤 강해 보이네요. 제가 틈을 만들어 볼 테니까 고주연 씨께서 약점을 노려주실 수 있으려나요?”
“틈을 어떻게 만드시려고요?”
“제게 투명화 스킬이 있습니다. 기습을 한번 해볼까 해서요. 저보다도 세 보이는 상대라 다른 좋은 방법은 딱히 안 떠오르네요.”
그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용건은 침착했다.
그는 실눈을 크게 뜨고 몬스터를 바라봤다. 스킬을 발동한 건지, 눈이 붉게 변해 있었다. 이용건이 바라보는 몬스터 위에는 어떤 표식 같은 게 붙어 있었다.
“저건 제 스킬입니다. 저걸 붙여놓으면 제가 좀 더 잘 싸울 수 있어요. 너무 신경 쓰진 마세요.”
“그럼 투명화는 서브 스킬인가 보네요.”
“눈치가 빠르시네요. 원래 남한테 제 스킬 잘 안 가르쳐주는데, 고주연 씨한테는 거의 다 알려드렸네.”
이용건은 이 와중에도 장난치는 듯 웃었다.
고주연은 이렇게 여유로워 보이는 이용건이 부러웠다.
그는 여전히 몬스터를 쳐다보며 말했다.
“고주연 씨의 첫 화살로 몬스터가 죽지 않으면, 몬스터는 고주연 씨한테도 공격을 날릴 겁니다. 만약 약점이 어딘지 모르겠다면 쏘지 마세요, 고주연 씨가 더 위험해집니다.”
고주연은 당황스러웠다.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공격도 하지 말라니. 그럼 이용건 혼자 해치우겠다는 말인가?
솔직히 기분이 나빴지만, 고주연이 이용건한테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이용건은 고주연이 약하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고주연은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분했다.
고주연은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용건은 그 모습을 보고 낮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하하, 제가 가능한 몬스터를 해치워 보겠습니다. 이미 스킬도 썼으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몬스터가 그쪽보다 강할 것 같다면서요.”
“전 원래 강한 상대랑만 싸웠습니다. 고주연 씨도 저보다 강하시잖아요?”
구원 길드 훈련장에서 이용건은 고주연한테 이겼다. 종합 능력치나 스킬은 고주연이 더 강했지만, 이용건을 이기진 못했다.
이용건에겐 수치로 표현해낼 수 없는 강함이 있었다. 고주연은 이용건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강함이 부러웠다.
이용건은 잠시 몬스터를 바라보더니, 고주연을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받아주실래요? 그럼 더 용기가 날 것 같아서요.”
이 사람도 긴장을 하긴 한 걸까? 고주연은 그 주먹에 자기 주먹을 부딪쳤다.
그러자, 두 사람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반투명하게 변했다.
이게 이용건의 투명화 스킬인 걸까?
고주연이 반투명해진 자신의 손을 바라보자, 이용건이 말했다.
“고주연 씨한테도 스킬을 걸어드려야 서로의 모습이 보이거든요. 고주연 씨한테 투명해진 제가 안 보이면 곤란하잖아요?”
“이건 시간 제한은 없어요?”
“예리하시네요. 3분이 지나면 풀려요. 그 안에 제가 틈을 만들겠습니다. 그럼, 가볼까요?”
이용건은 가볍게 말하며 돌 하나를 주웠다. 그리고 마치 신호탄을 보내는 것처럼, 돌을 반대편으로 휙 던졌다.
가만히 노래나 부르고 있던 몬스터는 그 돌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
그 총성과 동시에 이용건이 출발하며, 바람이 스쳐 갔다.
고주연은 곧장 스킬을 발동해 화살을 만들었다. 은빛의 화살이 고주연의 손안에서 태어났다.
활시위에 화살을 걸며, 고주연은 몬스터를 주시했다. 빠르게 치고 나간 이용건은 어느새 몬스터 앞에 도달해 있었다.
이용건의 스킬이 뭔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이전보다 훨씬 스피드가 빨라졌다. 최근 이유영이 움직이는 속도만큼은 되어 보였다.
이용건은 방패를 내세우며 단도를 고쳐 잡고 몬스터의 목에 칼을 갖다 댔다.
고주연은 그 모습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몬스터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약점… 약점이 어디지?’
이 한 발로 몬스터의 약점을 노려, 재로 만들어야 한다.
고주연은 마음이 급했지만, 이유영이 해줬던 말을 떠올리며 심호흡했다.
이유영은 고주연이 성급하게 화살을 쏘려고 할 때 이런 말을 해줬다.
‘고주연 씨, 몬스터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무슨 생각을 해, 그냥 쏘는 거지.’
‘그것도 좋지만, 그럼 발전이 안 됩니다. 몬스터가 고주연 씨의 화살을 맞았을 때 가장 치명적일 것 같은 곳을 생각해보세요. 거길 노려야 합니다.’
보통 생물의 약점은 머리나 목, 심장 같은 곳이다. 동물형 몬스터는 대체로 그런 곳을 몇 대 맞추면 금방 쓰러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 고주연의 눈앞에 있는 적은 천사처럼 생긴 동상이었다. 동상, 아니면 천사의 약점은 뭘까.
어딜 노려도 약점일 것 같지 않은데, 이럴 땐 어디가 치명적인 걸까.
‘모르겠어.’
고주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렇게 깊이 생각해야 하는 건 고주연의 전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주연은 다시 집중했다. 이용건이 몬스터의 목에 칼날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스각!
이용건의 단도가 몬스터의 목을 뚫고 지나갔다. 누가 봐도 엄청난 치명상이었다.
고주연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을 당겨 몬스터의 목에 화살을 박아 넣은 뒤, 충격파를 발동했다.
펑!
몬스터의 목이 폭발하며 뎅강 떨어져 나가며, 노랫소리가 멈췄다. 섬찟한 정적이었다.
고주연은 긴장하며 몬스터를 바라봤지만, 몬스터는 재가 되어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팔을 움직이며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탕! 탕! 타당! 탕!
가까이에 있던 이용건은 재빨리 방패로 자신을 보호했지만, 팔과 다리에 총알이 하나씩 박혀 들어갔다.
총탄은 고주연에게도 날아왔다. 고주연은 잔해 뒤에 몸을 숨기며 이용건을 바라봤다. 그는 비명 하나 내지르지 않으며 여전히 투명화를 유지한 채로 다음 공격을 노리는 듯했다.
서둘러 이용건이 도망갈 틈을 만들어줘야 했다.
고주연은 화살을 두 개, 세 개 늘리며 활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몬스터를 향해 발사하며 이용건에게 외쳤다.
“피해!”
고주연이 쏜 화살은 떨어져 나간 몬스터의 머리, 그리고 양 날개에 박혀 들어갔고, 충격파에 의해 폭발하며 터져나갔다.
하지만 아직도 몬스터는 재가 되어 사라지지 않았다.
몬스터의 총격은 고주연에게 집중되었다.
탕탕탕탕탕탕!!!!!
숨 막히는 총격이 고주연을 숨겨주고 있던 잔해를 부숴갔다.
몇 초 뒤면 바로 부서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 절체절명의 상황은 이상하게 고주연을 침착하게 만들었다.
고주연이 노린 곳은 머리, 그리고 양 날개다. 정확히 맞췄고 강한 공격을 넣었지만, 소용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약점은 어디일까. 어디가 과녁의 중심인 걸까. 어디를 쏴야 퍼펙트 골드인 걸까.
이유영은 몬스터의 가장 치명적인 곳을 노리라고 했다.
고주연은 자신이 저 몬스터라면 제일 화살에 맞고 싶지 않은 게 무엇일지 생각했다.
그러자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총.
저 총이 없다면 몬스터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고주연은 언제나 생각보다 행동이 빨랐다. 게다가 겁도 없었다.
고주연은 활에 화살을 걸고 자신을 향해 있는 총구를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슈욱
탕!
총알보다 빠른 화살은 없다. 그건 고주연의 화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고주연의 화살은 총알보다 ‘강력’했다.
콰광!
고주연을 향해 날아오던 총알이 고주연의 화살과 부딪히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고주연이 연달아 발사한 화살이 총구를 향해 날아가며 정확히 총구 안에 박혔다.
고주연은 곧바로 충격파를 발동했다.
쾅!
총이 폭발했다.
고주연의 예상이 맞았던 건지, 몬스터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때, 고주연의 눈앞에 상태창이 하나 떠올랐다.
[ 당신은 화살이 향해야 갈 길을 깨우쳤습니다. ] [ 서브 스킬, 가 개화합니다. ]– 분류: 서브 스킬
「신념의 화살의 끝이 향해야 할 곳은 정해져 있는 법입니다.
스킬 사용 시, 몬스터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주연은 상태창을 읽을 정신이 없었다.
어느덧 이용건이 걸어준 투명화도 풀려 있었고, 이용건이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기 때문이다.
고주연은 서둘러 이용건을 향해 달려갔다. 이용건은 고주연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역시, 고주연 씨네요.”
이용건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팔과 다리에 입은 총상에서 계속해서 피가 흘렀다.
고주연은 이용건에게 받은 방어구를 풀어, 이용건의 팔과 다리를 지혈했다. 이유영이 던전에서 시간이 남을 때마다 가르쳐준 것이었다.
이용건은 부상에 힘겨운 건지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이대로라면 이용건의 부상이 점점 심해질 것이다.
서둘러 이유영을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