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악마의 미궁 (10)
안수연은 자신의 발목을 감싸 쥐고 있었다.
안수연의 발목엔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게 팬 상처가 나 있었다.
안수연은 인상을 쓰며 서브 스킬, ‘마취’와 또 다른 서브 스킬, ‘의술’을 발동했다. 그리고 메인 스킬, ‘생명의 실’을 발동해 상처를 꿰맸다.
‘…죽을 뻔했어.’
이 상처는 안수연이 피한 공격이 발목을 스쳐 생긴 것이었다.
만약 피하지 못했다면, 안수연은 반 토막이 나서 끔찍하게 죽었을 것이다.
상처의 모양을 보면 예리한 날로 공격한 듯했다. 누군가 안수연을 향해 참격을 날린 것 같았다.
이건 몬스터의 짓이 아니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
안수연과 함께 떨어진 모든 헌터들이 예리한 무기를 쓰는 것 같아서 함부로 추측하기 어려웠다.
확실한 건 정확히 안수연만을 노렸고, 방어력이 B인 안수연을 한 번에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한 공격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수연에겐 범인이 누구인지 파헤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저 멀리 몬스터로 보이는 천사 조각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락한 천사를 묘사한 듯 검은 날개를 달고 있는 조각상은 활을 들고 있었다.
‘날개가 있으니 날아다니겠네. 거기에 활이 무기라면 까다롭겠어.’
게다가 몬스터는 한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얼음 계열의 공격을 할 가능성이 컸다.
솔직히, 부상을 입은 안수연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하지만 안수연은 저 몬스터를 본인 혼자만의 힘으로 해치워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유영은 7명의 타천사 중 둘을 해치웠고, 다섯이 남았다고 했다.
그것들은 헌터 무리를 뿔뿔이 흩어지게 해서 한 명씩 제대로 해치우려는 작전을 썼다.
즉, 안수연 말고 다른 사람들 앞에도 몬스터가 있을 것이다.
이 몬스터를 해치우는 건 안수연의 몫이었다.
‘해내는 수밖에 없어.’
다행히 몬스터는 아직 안수연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혹은, 안수연이 먼저 움직이길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안수연은 기둥 뒤에 숨어서 발목 치료에 전념했다.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었다.
부목을 덧대 단단히 발목을 고정한 안수연은 주위 공간을 조용히 훑어봤다.
천장엔 안수연이 떨어진 곳으로 보이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균열 때문에 다른 곳도 위태롭게 금이 가 있었다.
바닥은 지하 밑바닥이라는 걸 알리듯이 단단했고, 주위로는 잔해물이 널려 있었다.
주목할 부분은 여러 개의 기둥이 몬스터의 주위로 둥글게 세워져 있다는 것 정도였다.
‘다른 헌터들도 분명 이 지하로 떨어졌을 텐데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아. 공간이 얼마나 넓은 거지?’
신전의 크기보다 더 넓은 지하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 정도의 전략을 펼치는 걸 보면, 몬스터들에게 사람만큼의 지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안수연은 조금만 방심해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며 신중히 움직이기로 했다.
지금 펼치기 좋은 전략은 은밀히 움직이며 적을 기습하는 것이었다.
기습하려면 적의 약점을 알아야 했는데, 안수연이 보기엔 몬스터가 든 활이 수상했다.
위에 있었던 일곱의 천사는 모두 비슷하게 생겼지만, 오직 무기만이 달랐다. 그렇다면 저 무기가 몬스터의 영혼과도 같다고 볼 수 있었다.
‘기습해서 활을 빼앗아야 해. 할 수 있을까?’
안수연은 자신한테 엄격한 사람이었다. 본인의 능력으로 몬스터의 활을 부숴버릴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그녀는 이유영이나 김신욱, 정하나처럼 타고나게 강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한 문제였다.
안수연은 몬스터의 활을 빼앗아내는 방법을 계속 떠올렸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대체로 안수연이 큰 부상을 감수하거나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몬스터가 A급 보스 몬스터급은 되는 듯한데, 안수연은 B급 헌터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안수연은 고개를 들었다.
‘해야 해.’
안수연에겐 정하나 같은 절대 방어도 없고, 길드원들처럼 듬직한 체격도 없다.
이유영처럼 죽지 않고 남을 치료해줄 수 있는 대단한 힐러도 아니었다.
그런 안수연을 수호 길드의 이인자로 만들어준 건 ‘영민함’이었다. 어쩌면, 약간의 투지 덕분일지도 모르고.
안수연은 심호흡을 하며 스킬을 발동해, 조용히 천장에 실을 감았다.
천장 이곳저곳에 돌로 만든 지지대가 있어서 실을 엮어 묶기 편했다.
‘발목이 다쳤으니 걸어 다니는 건 무리가 있어. 바닥에서 행동하면 내가 몬스터에게 빈틈을 보이고 만다.’
다행히 실 능력자인 안수연은 거미처럼 공중에서 행동하는 게 익숙했다.
실을 타고 천장까지 오른 안수연은 밑을 내려다봤다. 공중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두려울 만한 높이였다.
그러나 안수연은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가볼까.’
활을 든 몬스터는 안수연이 모습을 드러내면 공격해올 것이다.
안수연은 몬스터의 능력을 한 번 시험해볼 겸, 공중을 날아 다음 기둥 뒤에 숨었다.
그러자, 몬스터는 안수연을 향해 활을 들어 날카로운 얼음 조각을 쏘아 올렸다.
퍽!
사람의 팔 만큼 길고 두꺼운 고드름이 안수연을 스치고 지나갔다.
단단한 고드름은 기둥에 퍽 소리를 내며 박혔다.
쏘는 힘이 이 정도라면 사람을 뚫는 건 간단할 것이다. 안수연의 방어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딱 안수연이 예상한 정도의 공격이었다.
그렇다면 안수연이 이길 수 있었다.
안수연은 기둥 뒤에 숨어 침착하게 천장 위로 실을 뻗어 얼기설기 엮었다.
무한히 늘어나는 실은 쭉쭉 뻗으며 안수연의 의도대로 천장 사이로 파고들어 묶였다.
준비를 끝낸 안수연은 팽팽하게 실을 잡아 당겨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를 바라보던 안수연은 숨을 들이켜며, 아까와는 다른 궤도로 공중을 날았다.
탕! 탕! 탕!
살벌한 고드름이 안수연을 스치고 천장에 꽂혔다. 안수연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몬스터가 천장에 고드름을 꽂아 넣도록 유도했다.
몬스터는 안수연을 죽이기 위해 계속해서 고드름을 발사했다.
안수연은 틈이 생기면 활을 낚아채려 했으나, 그런 기회는 좀처럼 생기질 않았다. 빈틈이 없는 몬스터였다.
탕! 탕!
하지만 몬스터가 안수연의 의도대로 공격을 퍼부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드디어 안수연이 염두에 둔 마지막 공격이 천장에 꽂혔을 때, 안수연은 궤도를 틀어 몬스터를 향해 떨어졌다.
동시에 있는 자신이 매달려 있던 실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런데 안수연의 예상과 달리 천장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발!’
안수연은 간절히 기도하며 실을 더 틀어쥐어 당겼다.
몬스터가 등 뒤에서 안수연을 노리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안수연은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다행히 안수연의 기도가 닿은 것인지, 천장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쿠구궁!
안수연은 그 순간, 스킬을 해제해 천장을 엮은 실을 없애버렸다.
그러자 천장은 속수무책으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쾅! 콰과광!
안수연은 다시 한번 스킬을 발동했다. 실이 향하는 곳은 몬스터의 활이었다.
몬스터는 잔해 속에서 안수연을 찾지 못했고, 그 틈을 타서 안수연의 실은 몬스터의 활을 감아 낚아챘다.
안수연은 낚아챈 활을 추락하는 커다란 돌더미 밑으로 떨어트렸다.
쿵!
무거운 돌이 활 위로 떨어지며, 활은 산산조각이 났다.
안수연은 몬스터를 바라봤다.
몬스터는 재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안수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눈앞에 닥친 상황을 바라봤다.
‘남은 건 이 잔해를 뚫고 도망가는 것뿐이다.’
기껏 몬스터를 물리쳐놓고 잔해에 깔려 죽는 바보가 되긴 싫었다.
문제는 안수연의 예상과 달리, 천장과 함께 기둥마저 부서져서 실을 묶어 이동할 수단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안수연은 두 다리로 뛰어서 그 잔해들을 피해야 했다.
안수연은 발목에서 투둑 소리가 나며 봉합이 터지는 걸 느껴야 했다. 어느새 마취가 풀려 통증까지 밀려왔다.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발목에게 부탁하며, 안수연은 계속 앞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양말이 축축하게 피로 젖는 느낌이 들며 등골이 싸해졌다.
‘안돼…!’
발목이 끔찍하게 비틀리는 바람에 안수연은 자리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그때,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안수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안수연이 최대한 머리만이라도 보호하려던 그때, 무언가가 돌을 부숴버렸다.
쾅!
저 큰 돌을 주먹으로 부숴버린 남자는 안수연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훌쩍 자리를 벗어났다.
안수연은 헛웃음이 나왔다. 무슨, 이런 히어로 같은 등장이 다 있나 싶었다.
그는 안수연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수연 씨, 정신 차리세요. 눈이 풀렸습니다.”
“발목이 달랑거리는데 눈이 안 풀리게 생겼어요?”
“조금만 참으세요. 이곳만 벗어나면 금방 치유해드리겠습니다.”
이유영은 머리칼이 산발이 되어 휘날릴 정도로 안수연을 들고 뛰었다.
안수연을 찾으러 얼마나 뛰어온 건지, 어울리지 않는 땀방울이 이마에 맺혀 있었다.
이유영이 전속력으로 달린 덕에 어느새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 주위가 고요해졌다.
그는 안수연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고 발목에 스킬을 발동했다. 연둣빛이 안수연의 떨어져 나간 발목을 감싸며 상처를 치유했다.
이유영은 한결같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합니다. 몬스터가 이런 기습을 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이유영 씨가 신도 아니고 이런 걸 어떻게 예상해요. 그보다 다른 사람들은 무사해요?”
“…이용건 씨가 총격을 입고, 김신욱 헌터가 발목 부상을 당한 걸 확인했습니다.”
이유영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안수연을 치유하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안수연은 이유영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도 사람이구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유영은 가끔 굉장히 먼 세계에서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 이유영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안수연은 처음 알았다.
안수연이 뭐라도 말하려던 때, 이유영이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고개를 들었다.
안수연도 고개를 돌려 이유영이 보는 곳을 바라봤다.
“….”
그늘진 곳에서 사람이 한 명 나와, 안수연과 이유영을 향해 다가왔다.
몬스터와 같은 살기를 풍기는 남자가 발걸음 소리 하나 내지 않으며 두 사람에게 오고 있었다.
이유영이 그를 보고 말했다.
“강삼 씨, 몬스터를 혼자 물리치신 건 확인했습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
강삼은 이유영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안수연을 바라봤다.
이유영이 치료하고 있던 안수연의 발목을 내려다보더니, 수염을 쓸어내렸다.
안수연은 어쩐지 그에게서 몬스터보다 더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많이 아프십니까? 곧 끝납니다.”
이유영은 안수연의 안색을 살피며 걱정하듯 말했다.
안수연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티가 났던 모양이다.
안수연은 이유영의 치유로 상처 부위가 거의 다 붙은 발목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나저나 이유영 씨 정말 대단하네요.”
“공략대 리더인데 이만큼은 해야죠.”
“그래도요. 구해줘서 고마워요.”
안수연은 멀쩡해진 발목을 돌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수연을 치유해주느라 같이 앉아있던 이유영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유영은 안수연의 뒤에 서 있던 강삼에게 말했다.
“우선 이곳에서 벗어나는 게 좋겠습니다. 가시죠.”
강삼은 대답하지 않고 이유영을 따랐다.
이유영은 앞장서서 빠르게 달려갔고, 안수연과 강삼은 그의 뒤를 쫓아 달렸다.
강삼은 안수연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으며 오직 이유영만을 쫓았다.
안수연은 그런 강삼을 보며,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느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