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악마의 미궁 (11)
나는 이용건과 고주연이 있는 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천리안으로 살펴보니, 김신욱과 기민철은 가는 길에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이용건의 총상은 급소를 빗겨나가서 금방 치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다른 쪽이었다.
나는 천리안으로 신전의 바깥을 살폈다.
우리가 들어온 지 어느새 1시간 가까이 되었지만, 정하나와 공략대는 지원을 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공략대가 습격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악마의 숲을 통과하면 성에 들어가기 직전에 성을 지키는 몬스터 군단이 나온다.
창과 방패를 들고 사람과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는, 키가 3m에 달하는 거인 군단이다.
그들은 우리 공략대의 네 배에 달하는 수의 군단이었다. 제대로 준비를 갖추고 싸울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모조리 틀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그곳엔 정하나가 있어서 헌터들은 큰 부상 없이 선전하고 있었다.
문제는 화력이 부족해서 몬스터들의 수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용건의 치료를 마치면 서둘러 그쪽으로 합류해야 했다.
사실, 몬스터가 이런 작전을 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공략대 중 가장 실력이 좋은 소수 인원이 신전에 들어갈 것을 예상하고, 그들이 빠진 공략대를 기습한다. 이건 지능이 없는 몬스터가 세울 만한 작전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곳의 보스 몬스터인 ‘마왕’은 내 일기장을 갖고 있을 것이다.
녀석이 내가 적은 던전의 공략법을 적은 것을 읽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번 타천사들의 습격은 정말로 모두가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 마왕은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를 끝내버릴 심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녀석이 예상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
바로 우리 공략대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A급 몬스터들과 1:1로 전투하며 전원이 살아남았다. 신전 밖 몬스터 군단의 급습에도 아직까지 사망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 정도면 마왕의 작전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내 생각보다도 우리 공략대는 잘 싸우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나는 뒤를 따라오고 있던 강삼과 안수연에게 말했다.
“곧 있으면 김신욱 헌터와 조우할 수 있습니다. 김신욱 헌터의 부상을 치유한 뒤, 네 분은 신전 밖을 벗어나 정하나 헌터와 전투에서 합류해주세요. 바깥에서 기습을 당했습니다.”
“기습이요?”
안수연이 놀라서 내게 되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리안으로 보이는 장면을 설명했다.
“거인 군단이랑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 공략대 수의 네 배는 되어 보이는데, 정하나 길드장이 잘 해내 주고 있습니다. 안수연 씨는 합류하자마자 부상자들 상태 확인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강삼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천리안으로 보니, 강삼은 나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몬스터를 박살 냈다. 몬스터에게 공격 한 번 허용할 틈을 주지 않았다.
강삼에게 이용건을 대신해 원거리 공격계의 진두지휘를 맡기고 싶었지만, 이 사람이 잘해줄 것 같진 않아서 아쉬웠다. 평생 혼자 싸워본 것처럼 전투를 벌이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나는 강삼에게 말했다.
“강삼 씨는 몬스터 군단을 향해 저격 부탁드립니다. 한 명씩 해치우셔도 되고, 광역 공격을 넣으셔도 좋습니다. 그 부분은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강삼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일 뿐이었다.
그는 천장 곳곳에 뚫려 있는 곳을 한 번 보다가, 가볍게 점프하며 훌쩍 위로 올라갔다.
먼저 합류하겠다는 얘기 없이 행동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안수연도 강삼을 따라가려 하길래, 나는 안수연을 붙잡았다.
“안수연 씨는 김신욱 헌터와 기민철 헌터랑 같이 가주세요.”
미안하지만 두 철부지를 이끌고 갈 사람이 필요했다.
안수연은 단번에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 피식 웃었다.
“마음이 급했네요. 알았어요.”
나는 안수연과 함께 김신욱이 오고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얼마 가지 않아 두 철부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유영!!”
“신욱스 목소리에 제 귀가 떨어질 것 같습니다만….”
“이유영!!!”
김신욱은 기민철에게 업힌 채로 내 이름을 시끄럽게 외치고 있었다.
기민철은 나랑 안수연을 발견하고 김신욱을 업은 채 말처럼 달려왔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혹여나 부딪힐까 봐 옆으로 피해야 했다.
기민철은 내 앞에 서더니, 등 뒤에 있던 김신욱을 보여줬다. 김신욱은 자기 발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힐 해줘.”
키가 190 가까이 되는 사내놈이 안수연이랑 비슷한 덩치의 기민철에게 업혀서 저러는 걸 보니 솔직히 신물이 났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김신욱이 다친 발목에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살짝 부은 정도라서 삽시간에 치유가 끝났다.
“벌써 다 됐냐?”
김신욱은 감탄하며 기민철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기민철도 신기해하며 김신욱의 발목을 구경했다.
안수연은 김신욱과 기민철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김신욱 헌터, 기민철 헌터. 두 사람은 이제 저 따라오세요.”
“왜요?”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공략대가 기습을 당했어요. 두 사람처럼 잘 싸우는 헌터가 합류해줘야 해요.”
안수연은 능숙하게 두 사람을 이끌었다. 내가 없어도 저 둘을 잘 구슬려줄 것 같았다.
나는 두 사람을 안수연에게 맡기며 서둘러 이용건 쪽으로 향했다.
천리안으로 보니, 고주연도 상당히 불안해 보이는 상태였다.
하필 이용건이 안수연과 정반대에 있었던 탓에, 두 사람을 만나러 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지하가 굉장히 넓어서 체감상 몇 시간은 달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마침내 멀리서 고주연의 등이 보였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고주연 씨!”
나는 당장 이용건을 향해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이용건은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정신을 잃은 듯했다.
생명의 의지의 빛이 이용건의 상처 부위를 감싸며 힐을 시작했다.
나는 잠시 고주연을 쳐다보다가, 허리춤에 있던 물병을 꺼내 내밀었다.
고주연이 받아서 마시는데, 손이 떨리는 게 눈에 보였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어떤 기분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내가 들을 말은 아니야. 너야말로 고생했어.”
고주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식은땀을 닦았다.
나는 이용건의 치유에 집중했다. 다행히 피를 많이 흘리지 않아서 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치유되고 있었다.
치유가 끝난 뒤, 나는 이용건을 업으며 말했다.
“위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합류하죠.”
“응.”
고주연도 평정심을 되찾은 듯했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신전 밖으로 향했다.
***
신전 바깥에는 거인과 헌터가 싸우며 큰 폭격 소리가 터져 나와오고 있었다.
헌터들이 스킬을 쓰며 폭발하는 소리, 몬스터가 창을 휘두르며 고함을 치는 소리, 비명 소리와 외침. 그야말로 전쟁터라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고주연은 이런 전투를 본 게 처음인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가 많네.”
“금방 해치울 겁니다.”
고주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흔들다리는 어느샌가 끊어져 있어서 재량껏 건너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목단의 줄기를 발동해 반대편으로 향하는 다리를 만들었다. 뻗어나간 나무줄기를 엮으니 적당히 사람 한 명 지나갈 정도의 폭이 되었다.
고주연은 어느새 활을 꺼내 몬스터를 하나씩 저격하고 있었다.
“먼저 가. 넌 할 일이 또 있을 거 아냐.”
“알겠습니다.”
고주연은 내가 만든 다리에 서서 측면을 노렸다. 몬스터들이 대항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센스 있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어느 틈에 스킬이 개화한 건지, 고주연의 눈이 금색으로 빛나며 정확히 몬스터의 약점을 꿰뚫고 있었다.
고주연의 서브 스킬, ‘퍼펙트 골드’는 내가 일기를 쓸 때 몬스터의 약점을 기록해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 스킬이 벌써 생긴 걸 보면, 고주연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있었다.
나는 이용건을 업고 안수연이 부상자를 돌보고 있던 곳으로 합류했다.
이용건을 쉴 수 있도록 눕혀두고, 부상자들을 확인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어서 치유는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나는 안수연에게 부상자들의 후처리를 맡긴 뒤, 전방으로 합류했다.
최전방에 있는 정하나는 서브 스킬, ‘도발’을 발동해 모든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고 있었다.
이 몬스터 군단의 공격력으로는 정하나의 절대 방어 ‘암흑’을 뚫을 수 없었다.
정하나가 몬스터들을 묶어둔 사이, 공격계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그 중앙에는 기민철이 있었다.
기민철은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몬스터를 도륙했다.
문제는 기민철의 공격이 지나치게 날카로워서 독무대가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공격계들은 주춤거리며 기민철과 거리를 벌린 채 다른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반면 김신욱은 싸우는 건지 마는 건지, 의욕을 내다 버린 채로 몬스터를 적당히 찌르고 있었다.
나는 김신욱에게 다가가 말했다.
“안 싸우냐?”
“….”
이전에도 김신욱은 자기 몸을 끔찍이 챙기는 못난 놈이었다.
나는 부상을 입어봤자 금방 회복되는 몸이라 김신욱을 잘 이해할 수 없지만, 회귀 전에 손이 부러졌던 김신욱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녀석의 표정은 지금까지도 잊기 어려웠다.
김신욱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적성에 안 맞아.”
“…그건 나도야.”
나는 김신욱의 어깨를 한 대 치고서 앞으로 나아갔다.
화왕검에 목단의 줄기를 담아 녹색의 검날을 뽑아낸 뒤, 눈앞의 몬스터를 향해 일격을 날렸다.
그러자 정하나에게 몰려있던 몬스터들이 슬금슬금 내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넌 머리만 노려. 다칠 일 없게 해줄게.”
나는 김신욱을 향해 손짓하며, 주위에 둥그렇게 검격을 날렸다.
몬스터들을 가르고 나간 광역 공격에 많은 녀석들이 무력화되었지만, 이 녀석들은 머리를 부숴야 재가 되어 사라진다.
김신욱은 다행히 내 말을 듣기로 한 건지, 베어버린 놈들의 대가리에 창끝을 박아넣어 부숴버렸다.
뒤에서 확실히 몬스터를 끝장내는 녀석이 있다면, 훨씬 더 많은 녀석들을 해치울 수 있다.
나는 화왕검으로 몬스터를 가르고 목단의 줄기를 채찍처럼 휘둘러 몬스터를 절벽 밑으로 날려버리며, 계속해서 싸웠다.
김신욱은 뒤에서 확실하게 몬스터들의 숨통을 끊었다.
종종 강삼의 폭격이 떨어져 몬스터들이 빠르게 재가 되어 사라졌고, 고주연의 화살이 지나갈 때마다 상당수의 몬스터가 사라졌다.
기민철의 폭주로 몬스터가 삽시간에 줄어들었으나, 중간에 녀석이 나가떨어지는 바람에 다시 전투 상황이 주춤했다.
안수연은 부상자들을 지키며 뒤 상황을 책임졌고, 나는 전방에 나서 싸웠다.
전투는 몇 시간이나 더 지속되었다.
수도 많았고 워낙 튼튼한 놈들이라 쉽게 쓸려나가지 않았다.
이 전투에서 가장 지친 건 정하나였다.
정하나는 스킬을 유지하며 계속 몬스터의 관심을 끌어모았고, 몬스터의 관심이 다른 헌터에게로 향하면 그들에게 방어막을 쳐줬다.
이걸 몇 시간이나 지속하면서도 정하나는 헌터들을 지휘했다.
“지금이야! 근거리들은 모두 모여라! 원거리와 함께 집단 공격을 시작한다. 방어계는 쉴드 쳐서 몬스터들을 모아! 공격계는 거기에 폭격을 넣는다!”
“알겠습니다!”
정하나의 지시에 방어계 헌터들이 일제히 쉴드를 펼쳐 남은 몬스터들을 한 곳에 가두었다.
몬스터들은 쉴드를 부술 듯이 마구 내리쳤지만, 정하나의 암흑이 더해지자 쉴드는 더욱 견고해졌다.
나는 원거리 공격계 헌터들을 향해 말했다.
“원거리부터 공격을 넣습니다! 다들 공격 시작하세요!”
제일 먼저 강삼이 미사일 같은 폭격을 날렸다. 이어서 고주연의 화살이, 원거리 공격계들의 공격이 마구 쏟아졌다.
그 폭격 사이에서 몬스터들은 비명을 지르며 재가 되어 사라지거나, 쉴드를 내리치고 있었다.
나는 폭격이 멈추자마자 근거리 공격계들을 향해 말했다.
“근거리 공격계 분들은 저를 따라오세요!”
나는 화왕검으로 검기를 날려 몬스터들을 베어내며, 활로를 열었다.
이미 원거리 공격계 헌터들의 폭격으로 많은 몬스터들이 정신을 잃은 상황이다. 근거리 공격계 헌터들은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부수며 재로 만들었다.
남은 몬스터들이 모두 잿더미가 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쿠오오오오오!!!』
마지막 몬스터의 단말마와 함께 모든 몬스터들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낮부터 시작된 전투는 해가 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그때, 한 헌터가 말했다.
“살았다….”
SS급 던전, 악마의 미궁에서 벌어진 첫 전투에서 우리 선발대는 승리했다.
헌터들은 지쳐서 털썩 주저앉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서둘러 안수연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추가적으로 발생한 부상자들이 내 치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부상자들에게 차례로 생명의 의지를 발동하며, 저 멀리에 있는 악마의 성을 바라봤다.
마왕은 내 예상을 뒤집는 전략으로 승부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녀석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진준성과 모든 사람들이 죽었던 던전에서, 나는 모두를 살려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