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악마의 미궁 (17)
다음 날 아침.
“기상!! 언제까지 잘 셈이냐!”
공략대는 정하나의 기합 넘치는 목소리에 졸린 눈을 간신히 뜨며 일어났다.
체구도 작으면서 목에 확성기라도 달아놓은 건지, 정하나의 우렁찬 외침에 나도 눈이 번쩍 뜨였다.
“다들 어서 일어나!!”
정하나는 하룻밤 푹 자고 아주 팔팔해진 듯했다.
텐트를 나와보니, 고주연도 일어나서 활을 들고 연습을 하고 있었고, 김신욱은 고주연 옆에서 떠들고 있었다.
셋 다 무사히 회복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푹 자고 팔팔해진 세 사람과 달리, 공략대는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젯밤 3층으로 향하는 방법에 대해 늦게까지 회의했기 때문이다.
특히 나랑 안수연, 기민철은 잠든 지 이제 막 2시간 정도 된 참이었다. 밤부터 새벽까지 제단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느라 잘 시간이 부족했다.
기민철은 정하나의 외침에도 일어나지 않았고, 안수연은 잔뜩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정하나를 멈추기 위해 텐트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안수연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정하나에게 말했다.
“하나야, 좀 더 자게 둬.”
“벌써 아침 먹을 시간인데?”
“늦게 잔 사람이 많아. 2층 기믹 때문에….”
안수연은 말하면서 또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정하나는 그런 안수연을 다시 텐트로 끌고 가 눕혀놓고는 내게로 달려와 물었다.
“2층 기믹이라니?”
“안 그래도 설명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어제 다들 밤새 노력해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냈습니다.”
“뭐? 나만 모르는 얘기잖아!!”
정하나가 큰 소리를 내자 김신욱과 고주연도 관심을 보이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2층 기믹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줄 겸, 세 사람을 데리고 텐트로 들어왔다.
그런데 자리에 앉은 김신욱이 무언가 생각났는지 먼저 말을 꺼냈다.
“야, 이유영. 그러고 보니 너 어제 천리안으로 나랑 누림이랑 싸우는 거 봤냐?”
“누님?”
김신욱은 옆에 있는 고주연을 향해 턱짓했다.
나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고주연과 나는 동갑인데, 왜 고주연은 누님이고 나는 이유영이지?
이 이상함을 나만 느끼는 건지, 고주연은 얼른 말하라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대답했다.
“그거 네가 서브 스킬 써서 부순 거지?”
“오 어떻게 알았냐? 근데 나랑 누님이 어떻게 부순 건지 모르겠거든. 너 본 거 있지? 대체 어떻게 부순 거냐?”
두 사람이 부수는 장면을 보긴 했다. 그러나 직접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건 두 사람이 깨우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신욱의 스킬 이름이 ‘빛의 창’인 이유는 창이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김신욱의 지금 능력치로는 빛의 창의 진가를 조금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빛나는 창에 불과하다.
김신욱의 서브 스킬, ‘독주’는 그런 김신욱의 육체적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주는 스킬이다. 전투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애송이 김신욱이 창의 속도를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어제 김신욱은 잠깐이지만 창이 가진 위력을 온전히 발휘해냈다. 하지만 지금의 김신욱에겐 몸을 한계까지 혹사시켜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다 고주연 역시 김신욱의 독주에 감화된 것처럼 지금으로선 불가능한 공격을 보여줬다.
지금의 고주연은 많아 봐야 5개 정도의 화살만을 소환하지만, 회귀 전, 성장한 고주연은 후일 수백 개의 화살을 한 번에 소환해낼 수 있었다.
별도의 활 없이 본인의 의지만으로 다량의 화살을 발사할 수 있는 데다가, 거기에 더해 약점을 노릴 수 있는 서브 스킬인 ‘퍼펙트 골드’까지 사용하면 수백 마리의 몬스터도 한 번에 처리하는 게 가능해진다.
하지만 지금의 고주연은 각성한 지 이제 겨우 2달 된 신입 헌터다.
어제, 고주연은 현재 스킬 숙련도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공격을 했다. 백 개는 넘는 화살을 한꺼번에 소환해 철창을 향해 날렸다. 심지어 강력하면서도 굉장히 섬세한 공격이어서, 정하나는 무방비한 상태였는데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신욱의 독주가 고주연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김신욱에게 질문했다.
“네 서브 스킬을 고주연 씨한테도 쓴 거냐?”
“어. 원래 나밖에 못 쓰는 스킬이었는데 갑자기 스킬이 진화하더니 누님한테도 쓸 수 있게 됐어.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스킬 안에 누님이 들어오더라고.”
내 예상대로였다. 김신욱은 현재 회귀 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것도 더 좋은 방향으로 크는 중이다.
만약 이후 오류와의 전투에서 김신욱이 수백 명의 헌터한테 그 서브 스킬을 써준다면, 헌터들의 공격력은 대폭 상승할 것이다.
나는 김신욱의 머리를 벅벅 쓰다듬어줬다. 기대도 안 했는데 이렇게 기특한 짓을 할 줄이야. 앞으로도 그 보배 같은 스킬을 잘 갈고 닦아줘야 했다.
“야, 무슨 짓이야! 어떻게 부순 건지 말해달라니까 왜 말을 안 해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어떻게 철창을 부쉈는지 말해주면, 스스로 깨우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본인의 스킬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경험을 통해 직접 알아내야, 비로소 자신만의 스킬이 된다.
“몸이 기억해낼 때까지 훈련해.”
그러자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정하나가 한마디 얹었다.
“이유영 너, 보기보다 강하게 키우는 스타일이구나?”
수호 길드장인 정하나는 내가 왜 대답하지 않았는지 이해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신입 헌터인 두 사람은 그저 날 치사한 새끼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나를 있는 대로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무시한 채, 원래의 대화 주제로 돌아왔다.
“지금은 3층으로 올라갈 방법부터 이야기하죠.”
“그래, 기다리다 지쳤다. 얼른 말해봐.”
정하나의 말투는 짐짓 여유로워 보였지만,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길드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녀석이 반나절이나 쓰러져 있었으니, 마음이 조급할 만도 했다.
나는 정하나의 어깨를 툭툭 쳐줬다. 잠시 어리둥절한 얼굴로 날 쳐다봤지만, 곧 피식 웃으며 표정을 푸는 게 보였다.
“그럼 말하겠습니다.”
나는 우선 어젯밤에 있던 일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젯밤 나는 안수연과 기민철, 이용건과 수호 길드원 한 명과 함께 제단에 다녀왔다.
제단은 거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있어, 안수연의 생명의 실이나 내 목단의 줄기 같은 스킬을 이용해 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내 예상대로 그 제단 위에 5명이 올라서자, 막혀있던 벽이 움직이며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문제는 계단이 제단이 있는 곳과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이었다. 다섯 명이 제단을 내려가면 다시 벽이 계단을 가로막아서, 그 다섯 명은 확정적으로 낙오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낙오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대책을 강구했다.
첫 번째 방법은 공략대 인원 중, 최고 스피드를 자랑하는 기민철이 다섯 명을 들고 냅다 뛰는 것이었다.
결과가 뻔히 예상이 갔지만, 우선 기민철이 제안한 거라 일단 시도는 해봤다.
아니나 다를까, 결과는 예상대로 실패였다.
기민철 혼자라면 어떻게든 계단이 사라지기 전에 도착했지만, 다섯 명을 들고 뛰는 건 무리였다. 기민철이 힘이 딸려서 오다가 지쳐서 쓰러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은 안수연의 메인 스킬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건 내가 제안한 방법이었다.
안수연에게 이 작전을 부탁한 이유 중 하나는, 계단이 생기는 위치와 제단이 일직선으로 마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단에 오르는 사람 한 명과 안수연을 실로 연결만 잘해둔다면, 안수연이 실을 타고 순식간에 날아올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이 방법도 실패했다.
역시 안수연 한 명만이라면 어떻게든 계단이 사라지기 전에 도착했지만, 다섯 명이 다 같이 실을 타고 오니 속도가 느려져서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 방법은 머리 대신 힘을 쓰는 방법이었다.
공략대가 힘을 합쳐서 벽이 내려가는 걸 막는 지극히 단순한 방법이었지만, 우습게도 이 방법만 성공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을 합쳐 막아도 벽이 닫히는 걸 오래 막을 수는 없어, 첫 번째 방법과 두 번째 방법을 조합해야 했다. 기민철이 한 명을 업고 달리고, 안수연이 두 명을 안고 실을 타고 날아오자 아슬아슬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공략대는 성공할 때까지 다 함께 모여서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러다 보니 다 같이 밤을 새울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뒤에 가장 먼저 질문한 건 김신욱이었다.
“그거 내 서브 스킬로 하면 어떻게 안 되나? 갑자기 막 세질 수 있거든.”
김신욱은 모르는 것 같지만, 김신욱의 서브 스킬은 공격 상황에서만 발동할 수 있다.
회귀 전, 김신욱에게 설명을 들을 때는 분명 공격할 대상이 있어야만 악보가 나온다고 들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본인 스킬에 대한 설명을 내가 알려줘야 한다는 게 어이없었지만, 일단은 적당히 힌트를 던져줬다.
“그 스킬은 공격할 게 없어도 쓸 수 있는 스킬이야?”
김신욱은 잠깐 고민하는 것 같더니, 스스로 안 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는지 이후 말이 없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벽이 내려오지 못하게 막느냐가 관건인 거지?”
저런 질문을 하는 걸 보면, 정하나도 결국 어젯밤 우리가 찾아낸 방법 말고는 없다 여긴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요점을 잘 파악하셨네요. 정하나 길드장의 도움이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알았어.”
내가 이걸 구구절절 설명한 이유는 벽이 닫히는 걸 제일 잘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이 정하나였기 때문이다.
어제 정하나 없이도 성공했으니, 정하나도 힘을 보탠다면 제단에 올랐던 사람들 모두 충분히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정하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제 시작할 거야?”
“다른 헌터들이 모두 일어나면 시작하겠습니다. 특히 기민철 헌터의 체력에 달린 문제라서, 그가 일어나야만 출발할 수 있습니다.”
“걔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데. 점심은 지나서야 출발하겠구만.”
정하나는 제단부터 한 번 봐야겠다며 내게 안내하도록 시켰다.
어차피 기민철이 일어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나는 일단 세 사람을 데리고 제단과 계단이 생기는 위치 등을 알려줬다.
이후 정하나의 암흑이 벽이 닫히지 않도록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봤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벽을 막고 있어 줘서, 이 정도면 기민철이 한 번 넘어져도 무사히 계단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민철은 정하나의 말대로 늦은 점심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기민철의 기상과 동시에, 공략대는 드디어 3층으로 올라갈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
제단 위에 오르는 멤버는 이 작전의 핵심 멤버인 안수연과 기민철을 포함해 몸무게가 가장 적게 나가는 세 명이었다.
안수연이 두 명을 안고 기민철이 한 명을 업어야 해서, 몸무게가 작을수록 유리했다.
그 다섯 명을 제외한 공략대는 계단이 나타나는 벽 앞에 서 있었다.
맨 앞에는 내가 있었고, 맨 뒤에는 스킬을 쓸 정하나와 수호 길드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정하나와 수호 길드원들은 스킬을 쓸 준비를 하며 다섯 명이 제단 위에 오르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20분이 지나도록 벽은 열리지 않았다.
“원래 바로 열리지 않았던가요? 제단 쪽에 무슨 일 생겼나?”
공략대 중 누군가가 말했다.
그 말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쎄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원거리 공격계 사람들이 있는 위치를 살폈다.
분명 그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강삼 씨 어딨습니까?”
“그 검은 옷 입은 사람이요? 어, 그러고 보니….”
나는 서둘러 천리안을 써 안수연이 있는 쪽을 살폈다.
제단에는 다섯 명이 아니라 여섯 명이 서 있었다.
강삼을 포함한 여섯 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