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수호의 어둠 (2)
천혜 길드장이 부산 길드를 찾아간 사이.
구원 길드장 박이원은 SNS 통해 정하나의 명예가 추락하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수호 길드는 온갖 곳에서 욕을 얻어먹는 중이었다. 방송이 대중의 관심을 제대로 끌어준 덕분에, 수호 길드에 관한 루머와 억측이 사이버 세상에 난무했다. 덕분에 수호 길드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아무리 S급 이상 던전을 공략하고 돌아오더라도 한번 형성된 이미지를 벗겨내긴 어려울 것이다.
몇 개의 게시글을 시큰둥하게 읽어보던 박이원은 곧 구지상의 인별그램으로 들어갔다.
전직 아이돌, 현직 대한민국 넘버원 헌터답게 구지상의 인별그램은 엄청난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다.
갤러리에는 구지상의 사진이 여러 장 있었는데, 대부분 박이원이 찍어준 사진들이었다. 박이원은 사진들을 하나씩 살피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새 게시글은 없군.’
구지상은 인별에 게시글을 자주 올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구지상의 소식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계속 인별만 보는 중이었다. 구지상이 박이원에게 크게 화낸 이후로 구지상의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박이원은 핸드폰을 덮고 한숨을 쉬었다.
요즘 들어 구지상의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구지상은 이전에는 박이원의 뜻을 이해해주고 하자는 대로 따라주었으나, 구지상은 점점 가면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목소리를 높여 박이원의 행동에 대놓고 화를 내기까지 했다.
박이원은 이해할 수 없었다. 박이원이 하는 행동은 모두 구지상을 위한 것인데, 왜 그 뜻을 몰라준단 말인가.
“수호 길드의 명예는 간단히 추락했군요.”
구지상의 문제로 심란한 박이원 앞에서 누군가 오만한 말투로 떠들었다.
강남 길드장, 한이경이었다.
한이경은 박이원이 대화할 기분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듯, 계속 구원 길드장실에 죽치고 앉아있었다. 게다가 자꾸 말까지 걸어오고 있었다.
“이로써 구원 길드와 강남 길드는 완전히 한배에 탔습니다. 기념할 겸 축배라도 드는 건 어떤지요?”
“무슨 축배까지 듭니까. 잠깐 뜻이 맞았던 것뿐인데.”
박이원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이번 기회에 구원 길드와 어떻게든 엮여 보겠다는 한이경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협력 관계지, 동맹 같은 견고한 사이가 된 게 아니었다.
‘수호 부수기’가 끝나면 그대로 끝날 관계였다.
‘지상이가 선발대에만 들어갔어도 이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이번 S급 이상 던전에 수호 길드장 정하나를 비롯한 수호 길드가 대거 선발대에 들어가는 바람에 구원 길드의 위치가 곤란해졌다.
던전을 무사히 공략하고 나온다면, 정하나와 수호 길드는 영웅 대접을 받게 될 게 뻔했다. 게다가 무려 S급 이상인 던전이니,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보상템이 나올 게 분명했다.
구원 길드가 견고하게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수호 길드의 주가를 떨어트려 놓을 필요가 있었다.
강남 길드 역시 판을 흔들 필요가 있다고 여겼고, 뜻이 맞은 둘은 손을 잡기로 했다.
“잠깐이라고 표현하기엔 우린 꽤 먼 곳까지 왔습니다, 박이원 길드장님.”
“…….”
박이원은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한이경의 방식은 효율적이긴 했지만 치사하고 과격했다.
하지만 수호 길드를 흔들어 놓으려면 이 정도의 데미지는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덕분에 수호 길드의 명성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지 않은가.
박이원도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자각은 있었다. 그러나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문제는 구원 길드와 강남 길드의 계획을 알게 된 구지상이 박이원에게 크게 반발했다는 것이었다.
박이원은 이렇게 해야 구지상의 이미지도 더 안전해진다고 설득했지만, 구지상은 오히려 박이원에게 화를 냈다.
그런데도 박이원이 일을 시행하자, 구지상은 그대로 가출해버렸다.
구지상의 개인 훈련실에도, 구원 길드 쪽의 사택에서도 구지상은 돌아오지 않았다.
잠깐 머리를 식히기 위해 나가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치 추적을 한 결과, 구지상의 위치가 ‘이유 길드’로 떴을 때의 그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애초에 강남 길드와 구원 길드가 수호 부수기를 시작한 두 번째 목적이 바로 그 이유 길드 때문이었다. 구지상은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유 길드로 가출한 것이다.
누가 봐도 대놓고 박이원에게서 이유 길드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보여 더더욱 화가 나고 갑갑했다.
대체 왜 이렇게 구지상이 변해버린 걸까.
‘이유영을 만나고 난 이후부터야.’
이유영 개인에게는 사감이 없었으나, 구지상이 이유영을 만나고 변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거슬렸다.
자식이 나쁜 친구와 어울려서 성격이 변하는 것을 보는 부모의 심정이었다.
하지만 자식이 그 친구를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한다면, 나쁜 친구를 떼어놓기보단, 그 친구를 개과천선 시켜주는 게 올바른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박이원은 구지상 옆에 이유영을 붙여주고, 박이원의 입맛대로 잘 요리해보기로 결심했다.
“이유영 힐러는 구원에서 데려갑니다. 이 전제 조건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겁니다, 한이경 길드장.”
“당연한 말씀을. 전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수호 부수기’는 이유 길드를 무너트리는 것까지 포함된 작전이었다.
수호 길드가 흔들린다면, 협력 관계인 이유 길드도 분명 움직일 것이다. 이제 와서 다른 뒷배를 찾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유 길드를 무너트릴 찬스는 얼마든지 생긴다.
이유 길드가 무너진 후에는 이유영은 구원 길드가, 고주연과 진준성은 강남 길드로 데려가기로 약속이 된 상태였다.
‘마침 우리한테만 힐러가 없어서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잘 됐어.’
보아하니 박이원이 서포트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이유영이 해주는 듯했다.
그러니 박이원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구지상도 더는 방황하지 않고 잘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박이원이 이유영을 잘 키워준다면, 이유영도 구지상 급의 간판 헌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걸리는 게 하나 있다면, 이유영이 지닌 SSS급 보상템이었다.
그 아이템의 힘은 박이원도 고려하기 어려운 변수였다. 뭐 하는 아이템인지도 모르고, 약삭빠른 이유영이 그 아이템을 어떻게 이용할지 예측할 수도 없었다.
만약 이유영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어 수호 길드와 함께 위기를 벗어나 버린다면, 그땐 구원 길드와 강남 길드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만다.
‘그럴 일은 없어야 해.’
박이원은 눈앞의 강남 길드장을 바라보았다.
한이경은 수호 길드와 이유 길드를 무너트리고, 혼란을 틈타 협회까지 무너트리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한이경이 직접 밝힌 것은 아니었지만,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낼 수 있는 속내였다.
물론, 박이원은 한이경과 달리 협회까지 무너트릴 생각은 없었다.
협회가 없는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무법지대가 된 곳이 많다. 미국의 에덴처럼 절대적인 강자가 없는 이상, 한국에 협회의 존재는 필요했다.
다만 이번에는 협회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감히 구원 길드를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큰지 말이다.
‘이번엔 협회가 경솔하게 군 게 잘못이다. 우리 구원과 척지진 말았어야지.’
누가 보더라도 이번 인선은 친 협회파인 수호 길드를 편애하고, 구원 길드에게 엿을 먹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기회에 견제를 해볼 생각이었나 본데, 박이원은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협회에게 구원 길드는 당신들이 깔봐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는 걸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이경의 계획에 어느 정도 어울려줄 생각도 있었다.
구원 길드는 언제까지나 대한민국의 영웅, 구지상과 함께 1위 길드로 있어야 했다.
아마 이유영까지 구원 길드로 오게 된다면 구원의 위상은 더욱 오를 것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박이원의 핸드폰에 알림이 하나 떴다.
박이원이 그토록 기다리던, 구지상의 인별그램에 새 글이 올라왔다는 알림이었다.
박이원은 그 게시글을 확인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한편, 이유 길드.
이유 길드의 로비에선 진준성과 윤지석, 구지상과 알이 함께 모여서 구지상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화면에는 구지상의 인별그램이 비치고 있었다.
“와, 좋아요 찍히는 속도가 장난 아니네요.”
“새삼스럽지만 구지상이셨군요….”
윤지석과 진준성이 감탄하며 구지상을 바라봤다.
눈앞의 이 주황 머리 남자가 ‘구지상’이라는 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구지상은 멋쩍게 웃으며 까치집이 생긴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보다 준성아, 이거 정말 효과가 있을까?”
진준성은 구지상의 핸드폰을 가져가며 댓글을 하나씩 확인했다.
댓글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대체로 진준성이 예상한 반응이었다.
진준성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물론이죠. 대중들한테는 이게 수호 길드의 비리보다 훨씬 재밌는 이슈거든요.”
구지상이 인별에 올린 건 구지상의 일상적인 모습이 찍힌 사진 한 장이었다.
누군가와 떡볶이를 먹으며, 편한 츄리닝을 입은 평범한 구지상. 물론 얼굴은 연예인이지만 말이다.
구지상에게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일상을 올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사진이었다.
하지만, 구지상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른 점에 주목할 것이다.
구지상의 뒤로 이유 길드의 길드 등록증을 넣은 액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딱히 포커스를 맞추진 않았지만, 팬이라면 금방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팬들과 대중들의 반응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진준성은 얼마나 이슈가 되었는지 확인할 겸, 헌터넷에 들어가 봤다.
「나인지상 인별 뭐임? 거기 이유 길드라는디?」
「9 최근 구원이랑 사이 안 좋다던데」
「나인지상 91 길드 불화설 총정리」
어느새 정하나 길드장에 관한 찌라시는 전부 밀리고, 구지상에 관한 글로 도배되고 있었다.
모두 진준성의 계획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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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영과 고주연이 던전에 들어간 다음 날, 구지상은 마치 집을 나온 사람처럼 짐을 싸서 이유 길드를 찾아왔다.
구지상은 이유영의 부탁으로 이유 길드를 지켜주러 왔다며 태연하게 길드 사무소에 자리 잡았다.
진준성은 구지상이 아무래도 가출한 것 같다는 결론에 빠르게 도달했다.
윤지석은 구지상에게 4층의 길드 숙직실을 내줬고, 구지상은 현재 그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진준성은 구지상이 왜 가출한 건지 알아내기 위해, 그의 일과를 꼼꼼히 지켜봤다.
구지상은 현대인답지 않게, 핸드폰 전원을 꺼두고 생활했다.
공부하는 진준성을 구경하거나, 로비에 있는 피아노를 치거나, 윤지석과 함께 대련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종종 멍하니 창밖을 내다봤다.
구지상의 일과를 지켜본 진준성은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구지상은 지금, 갈 곳이 없다.
아무래도 구원 길드랑 사이가 틀어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구지상은 이유 길드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전부터 이유영이 구지상을 길드원으로 데려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작전이 통한 모양이었다.
진준성은 잘하면 이번 기회에 구지상을 꼬셔서 이유 길드원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구지상 몰래 윤지석한테 그 사실을 전해준 뒤, 두 사람은 구지상과 열심히 놀아주며 길드에 정을 붙이게 했다.
그러다 보니 셋은 상당히 친해진 상태였다.
그러다가 조금 전, TV에 나온 ‘그것을 알아야겠다’를 보며 구지상이 가출한 이유에 대해 듣게 되었다.
구지상은 심각하게 자신이 무엇을 해야 정하나 길드장을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책임감이라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쪽으로는 아이디어를 잘 못 내는 타입인 듯했다.
인스타에 정하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자필 편지를 써서 올리겠다는 걸 진준성이 간신히 막았다.
근거도 없이 편지만 올렸다간 구지상의 이미지까지 추락할 게 뻔했다.
진준성은 이 사태를 잠재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며 구지상을 꼬드겼다.
그것이 바로 ‘이유 길드에서 지내는 구지상 떡밥’을 뿌리는 것이었다.
진준성은 악당 같은 미소를 지으며 헌터넷의 반응을 구경했다.
다들 구지상이 이유영이랑 친해 보이더니, 이유영의 길드로 이적하는 거 아니냐며 떠드는 중이었다.
전부 진준성의 계획대로였다.
순진한 구지상은 SNS에서 정하나 길드장과 수호 길드의 이야기가 잠잠해진 것을 보고 안심하는 듯했다.
그 대신에 구지상과 구원 길드 불화설로 도배되고 있었는데, 거기엔 별로 관심도 없어 보였다.
왜 갑자기 수호 길드가 이슈가 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딱 봐도 이유영이 좋아할 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이렇게 잠재워진다면 아마 이유영도 좋아할 것이다.
구지상은 다시 핸드폰을 끄며 진준성에게 말했다.
“우리 똑똑한 준성이 덕분에 해결했다! 그럼 우린 이제 떡볶이나 먹읍시다.”
세 사람은 평화롭게 떡볶이를 먹었다.
그사이 구원과 강남, 두 거대 길드가 공을 들인 음모는 한 천재 고등학생의 단순한 생각에 쉽게 잠재워지고 있었다.
‘구지상 구원 길드 탈퇴설’이라는 더 커다란 이슈를 남기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