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미궁을 나가기 위해 (1)
강삼이 게이트석으로 탈출한 뒤, 공략대는 잠깐 난리가 났었다.
안수연을 제외하면 모두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안수연도 치명상만 없을 뿐 사람이 너덜너덜해져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나는 서둘러 가장 상태가 심각한 기민철부터 총상을 입은 세 명과 안수연까지 치유했다.
공략대는 다섯 명의 회복이 먼저라고 판단해, 하루 정도 더 2층에 머물기로 했다.
다행히 이 다섯 명은 무사히 회복을 마쳤다. 공략대는 철수했던 베이스캠프를 다시 세워 사람들의 회복을 기다렸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잡몹이 나와서 혼란을 유도하긴 했지만, 김신욱과 고주연, 이용건을 필두로 수호 길드원들이 어렵지 않게 물리쳤다.
공략대는 이참에 하루 더 제대로 쉬자며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건 정하나와 수호 길드원들이었다.
보통 저 정도 대형 길드면 상하관계가 뚜렷할 법도 한데, 정하나와 수호 길드원들은 허물이란 게 없어 보였다. 수호 길드의 분위기에 감화된 덕분에 갑작스러운 습격과 강삼의 탈출로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어느덧 제법 훈훈해져 있었다.
자기 역할을 마치고 돌아온 정하나는 내 옆에 앉았다.
“정하나 길드장과 수호 길드원들은 사이가 좋아 보이네요.”
“어릴 적부터 봐왔던 사이거든.”
안수연은 분명 헌터가 되고 난 후에 정하나를 만났다고 했었는데, 다른 길드원들은 다른 건가?
“어떻게 만나게 된 겁니까?”
“저 녀석들 사실 깡패였던 놈들이야. 가난한데 덩치는 큰 녀석들이라 깡패짓이나 하고 산 거지. 너한테도 과격하게 굴잖아. 그래서 그래. 근데! 이 정하나가 다 주워서 사람 만들어놨다는 거 아니냐. 뭐, 내가 아니라 울 아버지가 한 게 크지만.”
이건 몰랐던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면 내가 정하나와 말을 트기 시작한 시점에는 안수연을 비롯한 수호 길드의 원년 멤버들이 거의 다 죽고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다 수연 언니도 들어오고, 다들 날 잘 따라준 덕분에 이렇게 한국을 수호하는 길드까지 됐지.”
“가족 같은 사이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수호 길드원들을 바라보는 정하나의 눈에는 우애가 가득했다. 좋은 의미로 가족 같다는 말이 어울리는 길드였다.
정하나는 그 후로도 수호 길드원들과 과거의 추억을 몇 가지 풀어놓고 있었다. 그러던 중, 쓰러져 있던 안수연이 깨어났다.
깨어난 안수연은 공략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이야기해줬다.
강삼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까지 상세하게 밝히면서 말이다. 모두가 얼마나 위험한 사람과 함께 해왔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공략대는 다들 던전에서 나가자마자 그 쌍놈의 새끼를 잡아야겠다며 열불을 냈다.
원래 공통의 적이 있으면 사람들은 더 똘똘 뭉치는 법이다. 같이 화내고 욕한 덕에 공략대는 모두 무사히 던전을 공략해 강삼을 붙잡자고 다짐할 수 있었다.
안수연은 공략대의 분위기가 환기된 것을 보고 나랑 정하나를 따로 불러냈다.
강삼의 정체에 대한 자신의 추리를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제 생각에 강삼은 ‘청부 살인 헌터’인 것 같아요. 표적은 제단에 올랐던 다섯 명 중, 분명히 나였고요.”
안수연은 덤덤한 어투로 말했지만, 이야기를 들은 정하나는 그렇지 못했다.
“용서 못 해.”
정하나는 주먹을 꽉 쥐고서는 벽을 쾅 내리쳤다. 나도 화가 나는 상황인데, 정하나는 오죽할까 싶었다.
청부 살인 헌터. 그런 게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당연히 도시 괴담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다. 건실한 솔로 헌터로 살아온 내가 그런 어둠의 세계를 알 리가 없었다.
“청부 살인 헌터가 정확히 뭡니까?”
내 질문에 안수연은 정하나의 눈치를 한 번 봤다.
정하나는 숨길 것도 없다는 듯, 본인이 대신해서 대답해줬다.
“돈 받고 사람 죽여주는 놈들이야. 사람도 아닌 쓰레기지.”
“헌터 중에 살인으로 돈을 버는 인간들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래.”
대답하는 정하나의 눈은 가라앉아 있었다.
수호 길드가 어떻게 청부 살인 헌터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물어볼 타이밍은 아닌 듯했다.
나는 대신에 지금 필요한 질문을 했다.
“왜 안수연 씨가 노려진 겁니까?”
안수연이 청부 살인 헌터한테 노려졌다면, 살인을 의뢰한 놈이 있다는 뜻이다.
대형 길드의 이인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힐러 중 하나인 안수연을 살해해달라고 의뢰를 넣은 놈이.
안수연은 자긴들 알겠냐며 어깨를 으쓱였다가, 한숨을 쉬었다.
“난 헌터가 되기 전엔 평범하게 살았었어요. 그런 범죄랑 엮일 이유가 아무것도 없단 뜻이에요. 그런데도 날 죽이려 했다는 건 안수연이 아닌, 수호 길드의 이인자를 죽이려 한 거겠죠.”
안수연은 수호 길드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정하나의 정신적 지주에, 수호 길드에서 사실상 참모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돌격과 방어가 주력인 수호 길드에 힐러라는 특별함을 더해주는 게 안수연이다.
안수연이 있어야만 비로소 수호 길드가 한국의 2위 길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니 안수연을 노린 놈은 ‘수호 길드’의 붕괴를 목적으로 두고 있다는 말이 된다.
“던전 밖에선 이미 큰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겠군요.”
지금 수호 길드는 정하나와 안수연을 포함한 주요 전력이 대거 던전에 투입된 상황이다.
어떤 후레새끼가 몬스터 죽이러 간 헌터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 새끼의 입장에선 지금이 수호 길드를 망칠 최적의 기회일 것이다.
길드 싸움이 이 정도로 더럽고 추악한지 몰랐다. 회귀 전의 나는 오랫동안 솔로 헌터로 지내왔으니 말이다.
나는 심각해 보이는 두 사람의 기분을 풀어줄 겸 한마디 했다.
“저랑 동맹 맺은 거 잊으셨습니까? 수호 길드가 위험해지면 제가 움직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유영 씨가 뭘 할 수 있는데요?”
“맞아,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두 여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나름 위로해주려고 한 말인데 이런 반응이라니.
“뭐라도 하겠죠. 아무것도 안 하진 않을 겁니다.”
고작 길드원 두 명을 데리고 있는 이유 길드가 뭘 해주진 못하겠지만, 지금 이 두 사람에게 제대로 된 자신의 편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었다.
정하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다가 큰 소리를 내며 웃어댔다.
“가만 보면 얘도 은근 대책 없이 부딪히는 성격이라니까?”
“내 말이. 우리 길드랑 비슷하네.”
안수연도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어쨌든 두 사람의 기분은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우린 우리 할 일부터 합시다. 다 살아서 나가야 뭐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여기서 전원 살아남는 게 우리가 할 일이지. 어쨌든 그 야비한 놈도 도망갔고! 고맙다, 이유영.”
정하나는 내 옷깃을 잡아 내려 머리를 벅벅 쓰다듬었다. 정하나의 키가 작아서 나를 강제로 끌어내린 탓에 멱살을 잡힌 꼴이 됐다.
안수연도 비슷한 말을 하며 내 볼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뺨까지 얼얼했다.
위로를 해줘도 이런 꼴이라니.
어쨌든 두 사람은 다시 기운을 차린 것 같았다.
정하나와 안수연은 수호 길드 사람들에게 돌아가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도 지금 나눈 얘기를 길드원들에게도 공유하는 모양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수호 길드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꼴이 됐다. 수호 길드원들은 분노를 원동력으로 삼아 던전을 얼른 공략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고주연에게도 이 사태에 대해 살짝 이야기해 줬다.
고주연은 한참 듣고 난 후, 나랑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일단 던전부터 무사히 나가고 생각하자고.”
“그래야죠. 만약을 대비해 이유 길드를 살펴달라고 구지상 씨한테 부탁해둬서 다행입니다.”
수호 길드가 노려졌다면, 우리 길드도 안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길드에 있는 건 정체불명의 알, 미성년자 진준성, 비각성자 윤지석 뿐이다.
고주연도 그 부분을 걱정하고 있는 게 표정에서 드러났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서 구지상에게 부탁까지 하고 온 것이었다.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김신욱은 불량하게 앉아서 내게 물었다.
“구지상이 내가 아는 그 구지상을 말하는 거냐?”
왠지 이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간 귀찮아질 거란 예감이 들어, 나는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근데 넌 왜 계속 고주연 씨 옆에 붙어있어?”
“누님한테 창 만드는 거 배우고 있었지.”
단순한 김신욱은 본인이 무슨 질문을 했는지도 까먹고 내게 새로 만든 창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전보다 위협적인 생김새가 꽤 괜찮아 보였다.
그 김신욱이 스킬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고주연이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워서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고 보면, 지난번의 낙오 사건 이후 친해진 두 사람은 은근히 잘 맞아 보였다.
‘회귀 전에는 서로 관심도 없었던 것 같은데.’
회귀 후의 세상은 벌써 내가 알던 미래와는 달라져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 두 사람을 보니 그 사실이 피부로 와닿는 기분이었다.
나는 김신욱에게 빛의 창을 돌려주며 말했다.
“던전 나가면 나랑 대련이나 한 번 하자. 창 없이도 싸우는 법 가르쳐줄게.”
이전의 김신욱이라면 자기가 왜 그런 걸 배워야 하냐는 말이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신욱은 오히려 호기심이 살짝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거 없이 싸울 수 있나?”
“배우면 할 수 있어. 넌 잘 배울 거고.”
김신욱의 잠재력은 뛰어난 편이었다.
서브 스킬 없는 녀석은 빈말로도 잘 싸운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흡수력 하나는 뛰어난 녀석이었다.
의욕까지 낸다면 분명 회귀 전보다도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김신욱은 자신이 만든 빛나는 창을 내려보다가, 중얼거렸다.
“너희 길드 피아노가 날 그리워하긴 하겠네.”
김신욱의 성격상, 저건 온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잠깐 사이에 사람이 바뀐 걸 보면 아무래도 고주연이 김신욱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듯했다.
고주연은 김신욱을 보고는 피식 웃고 있었다.
고주연은 서브 스킬을 개화했고, 김신욱의 서브 스킬은 진화했다.
다른 헌터들도 새로운 깨달음이나 스킬을 얻었을 것이다.
악마의 미궁 안에서도 헌터들은 성장하고 있었다.
예측하지 못했던 사고들은 오히려 우리 공략대가 강해지게 만들었다.
우리 공략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던전에서 다 같이 무사히 살아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가능할 만큼, 우리는 성장하고 있었다.
***
공략대는 무사히 2층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강삼이 제단을 폭파시켰지만, 다행히 제단은 정상적으로 기능했다.
회복한 기민철과 안수연의 활약으로 낙오자 없이 5인 모두 통과할 수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꽤 길었다. 공략대는 대열을 정비해 속도를 맞춰 계단을 올랐다.
위에서 어떤 습격이 들이닥칠지 알 수 없어, 내 양옆으로 반사신경이 좋은 기민철과 방어계 수호 길드원들을 배치했다.
마찬가지로 뒤에서도 습격이 있을 수 있어, 후방은 김신욱과 정하나를 배치해뒀다.
다행히 아직까진 새로운 습격이 생기진 않은 상황이었다. 천리안으로 앞을 살펴봐도 수상한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던 중, 기민철이 슬쩍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무슨 할 말이 있나 싶어서 나는 기민철을 쳐다봤다.
기민철은 말할지 말지 고민하는 듯, 좀 답답할 정도로 쭈뼛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네, 물어보세요.”
“저 기절한 사이에 옷 벗어준 게 유영스예요?”
“쓰러진 기민철 씨에게 겉옷을 벗어드린 걸 말씀하시는 거라면 제가 맞습니다.”
“뭐야. 이유영 씨 생각보다 다정한 남자네.”
내 대답에 수호 길드원이 웃으며 내 어깨를 팍 쳤다. 어깨가 얼얼하긴 했지만, 어쨌든 오해로 번지지는 않은 듯했다.
내 말을 들은 기민철은 나까지 어색해질 정도로 어색해하다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제가 이상한 말 하는 거 들으셨어요?”
기민철이 쓰러지면서 나한테 형이라고 하긴 했었다.
실제로 내가 형이기도 하고, 그게 딱히 이상한 말은 아니라서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기민철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그게 끝이었다.
그렇게 다시 계단을 걸어가던 중, 기민철이 내게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혹시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갑자기요?”
“안 돼요?”
어느 부분에서 기민철이 내게 친밀감을 느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친해지면 좋은 일이긴 하다.
문제는 정말로 어느 부분에서 날 형이라고 부르고 싶었던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날 형 취급해 주는 게 박종훈 정도밖에 없었는데, 먼저 이런 말을 해주는 건 기민철이 처음이었다.
“그러세요. 제가 먼저 말 놔야 합니까?”
“아뇨, 그건 좀 어색해서. 그럼 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말을 놓는 건 어색한데 형이라고는 부르고 싶은 기민철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황스러웠지만 어쨌든 이전보다는 내가 편해진 것 같았다. 이전에 내 옆에 서 있을 때 꼭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더니, 지금은 꽤나 가까운 거리에 서서 계단을 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을 포기하며 계단을 오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후, 우리는 나름 순조롭게 3층에 도달했다.
위에서 쇠공이 굴러떨어지긴 했지만, 다 같이 합공해 쇠공을 완전히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도달한 3층에서 우리 공략대를 기다리는 건 뜨거운 열기였다.
“뭐가 이렇게 더워?”
“저기 보이는 거, 불이야?”
“맞는 것 같은데? 빨갛고.”
3층의 기믹은 단 하나뿐이다.
3층 전체를 불태우고 있는 화염.
공략대는 지금부터 저 화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