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미궁을 나가기 위해 (2)
3층에 도달한 공략대는 층 전체에 퍼져 있는 화염을 멍하니 바라봤다.
3층 천장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은 모두 화염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바닥 곳곳에는 불길이 퍼져 있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중앙에서 검게 타오르고 있는 불의 장막이었다.
“여긴 왜 이렇게 초토화가 된 거죠? 설마 몬스터 짓인가?”
“원래 이런 곳입니다. 잘 보시면, 불이 태우고 있는 게 없습니다.”
이 정도로 화염으로 뒤덮였으면 기둥이 녹고 천장도 무너져야 한다.
하지만 3층은 멀쩡했다. 곳곳에 불길이 솟아있음에도 불은 더 퍼지지 않았고, 숨을 쉴 산소도 충분히 있었다. 이 3층은 불타고 있는 게 아니다.
저 불길 자체가 3층의 기믹이었다.
“진짜네. 그래도 뜨거운 걸 보면 위험한 건 맞죠?”
나는 그 말에 답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한테는 뜨거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에 있던 기민철이 하도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내 옆에 있던 수호 길드원이 전방에 실드를 펼쳐 우리를 보호했다.
비교적 후방에 있던 방어계 헌터들도 더위와 뜨거움을 느끼고 하나둘씩 실드를 펼쳐 화염을 가로막고 있었다.
수호 길드원은 실드를 유지한 채로 나게 물었다.
“이 불은 뭐예요? 환각은 아닌 것 같은데.”
“불 자체는 환각이 아닙니다. 하지만 불에 닿으면 환각이 발동될 겁니다.”
기민철은 호기심이 들었는지, 불로 휩싸인 기둥을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나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호들갑을 떨더니 곧바로 내 뒤에 숨었다.
“아닌 것 같은데…. 엄청 뜨거워요.”
나는 기민철이 기둥에 가져다 댔던 손을 확인했다.
기민철은 뜨거움을 느꼈겠지만, 손에는 물집 하나 잡히지 않았다.
이 불 자체는 환각이 아니다. 상태 이상에 저항할 수 있는 내 눈에도 멀쩡히 보이기 있었다.
하지만 이게 진짜 불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불 모양 장식에 더 가깝다.
내가 방어계 헌터들에게 미리 실드를 부탁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뜨겁다는 기분이 환각입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이 불이 가짜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실드 밖으로 나와 손을 화염 기둥 속에 집어넣었다.
수호 길드원과 기민철을 포함해 내 뒤에 있던 공략대원들 모두가 기겁하며 나를 말렸다.
“미쳤어요? 드디어 돌아버린 거예요?”
“저거, 저거 말려!”
나는 공략대원들이 기겁하면서 나를 끌어내기 전에 손을 빼내,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내 손은 아주 멀쩡했다. 물집 하나 잡히지 않았고, 그을음조차 없었다.
실제로 나는 뜨거움을 느끼지 않았다.
내 앞에는 알림창 하나가 떠오를 뿐이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상태 이상, ‘환각’에 저항합니다. ]이 불길은 ‘뜨거움’이라는 환각을 만들어낸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에 닿으면 뜨거울 거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이 뜨거움이 환각이라는 걸 알아채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처럼 특이한 사람이 아니고는 말이다.
‘회귀 전에도 알아차린 게 나랑 진준성 밖에 없었지.’
내가 직접 손을 넣었다 빼서 보여줬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 불이 가짜라는 걸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좀 더 확신을 주기 위해 화염 기둥 안에 몸을 완전히 집어넣었다.
“으악! 이유영이 미쳤다!”
사람들은 기겁했지만, 나는 또 멀쩡하게 기둥 안을 빠져나왔다.
화상은커녕 옷에도 조금의 그을림조차 없었다.
나는 멀쩡한 내 모습을 보고 벙쪄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보시다시피 이 불은 가짜입니다. 뜨겁다고 느껴지는 건 전부 환각이고요. 환각 저항 포션을 먹으면 아무것도 안 느껴질 겁니다.”
다들 여전히 믿기지 않는지 나를 향해 은근히 불신의 눈빛을 보내왔다. 뜨거움이 생생하게 느껴지니 내 말이 오히려 현실성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대놓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다들 순순히 환각 저항 포션을 마셨다. 그리고 나서 불 속에 손을 넣어 휘적여본 다음에야 다들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다들 환각 저항 포션을 마신 것을 확인한 후, 나는 사람들을 이끌고 중앙에 있는 검게 타오르고 있는 불의 장막 앞에 섰다.
공략대 중 몇몇은 검은 불이 아닌 오른쪽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저 계단은 4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었다. 환각도 아니고, 함정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계단을 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향할 곳은 바로 내 앞에 있는 검은 불의 장막 속이었다.
그때, 기민철이 내 어깨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유영 형, 왜 저 계단으로 안 올라가요?”
“계단으로 가면 공략이 10일은 더 걸립니다. 난도도 높아지고요. 그렇지만 이 불의 장막 속으로 들어가면 공략을 최대 5일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작전 회의에서 이미 얘기했던 내용이었다.
내 말을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하는 사람은 회의 때 딴짓하던 기민철이나 졸고 있던 김신욱 같은 녀석들 뿐이었다.
공략대가 이제부터 상대해야 할 건 이 던전의 중간 보스였다.
만약 계단으로 올라간다면 중간 보스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공략대에게 계속 시련을 준다.
그걸 전부 상대하면서 끊임없이 위로 올라가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반면, 이 불의 장막 속으로 들어간다면 그 과정을 전부 생략할 수 있다.
이 검은 불은 곧바로 중간 보스들이 있는 방으로 워프할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회귀 전에는 진준성이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공략대를 모두 이끌고 이 검은 불을 통과했었다. 그 덕에 곧바로 첫 번째 중간보스를 만날 수 있었다.
‘회귀 전과 똑같다면 말이지.’
하지만 이 던전은 이미 회귀 전과 많은 것이 변했다.
만약 이 불의 장막 속으로 들어갔는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면, 차라리 계단을 오르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지금까진 그나마 천리안을 사용해 대응해 왔지만, 이 불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천리안으로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둘 중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이 공략대의 리더인 내게 달려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등짝을 치며 말했다.
“뭐 해.”
고주연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공략대는 불의 장막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쓸데없는 잡생각은 집어치웠다.
계단을 오른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은 주어진 길을 향해 가는 게 맞았다.
“출발하겠습니다.”
나는 공략대를 향해 출발 신호를 보낸 뒤, 가장 먼저 불의 장막 속으로 뛰어들었다.
고주연은 곧바로 내 옆에 서서 함께 들어왔다.
생명의 의지가 있는 나야 당연히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았고, 고주연도 환각 저항 포션을 먹은 덕분에 아무런 문제 없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불의 장막을 빠져나온 후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빠져나온 불의 장막이 그대로 사그라들며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
나는 급하게 천리안을 발동해, 3층에 남아있는 공략대의 모습을 확인했다.
공략대는 나랑 고주연을 삼키고 사라져버린 불의 장막이 있는 곳을 보며 당황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고주연은 사라진 불의 장막 쪽을 한 번 보고는 내 얼굴을 보며 내게 물었다.
“큰일 난 거지?”
“그런 것 같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랑 고주연이 낙오됐다.
3층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우리 둘을 삼키자마자 불의 장막이 사라진 듯했다.
공략대를 3층에 남겨둔 채로 우리 둘만 워프해버린 것이다.
회귀 전에는 공략대가 모두 들어오고 난 뒤에도 불의 장막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3층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남아있었다.
‘나 혼자 낙오시키려고 수를 쓴 건가?’
고주연이 나와 거의 동시에 들어온 덕분에 혼자 떨어지진 않았지만, 큰일 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필 정하나가 줬던 통신기도 망가진 탓에, 남아있는 공략대와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었다.
미로를 뚫고 공략대 쪽에서 우리를 구하러 오는 것도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길 안내는 전적으로 천리안을 가진 내가 해왔으니 말이다.
내가 공략대 쪽을 살펴보며 방법을 생각해내는 사이, 고주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교적 침착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여긴 지하야? 감옥인 건 알겠는데, 지하 냄새가 나서.”
“네, 맞습니다.”
“우리가 그쪽으로 가는 게 빠르겠네.”
고주연의 말대로 어떻게든 우리가 공략대 쪽으로 합류하는 게 빠른 길이었지만, 상황은 점점 더 꼬여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것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천리안으로 보인 것은 새롭게 나타난 불의 장막이었다.
나와 고주연이 뛰어든 검은색의 불이 아닌, 노란색 불이 타오르며 장막을 만들고 있었다.
회귀 전, 이 던전을 공략해봤던 나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공략대는 잠시 회의를 하다가 그 노란 불의 장막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정하나를 필두로 안수연과 수호 길드, 구원 길드 사람들이 비교적 침착하게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장막을 통과해 나와 고주연이 있는 이곳으로 워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설마 나도 모르는 곳으로 워프한 건가?’
그래도 찾아야만 했다.
나는 무언가 단서가 없을지 계속해서 생각했다.
확률상으로 따지면, 색만 다를 뿐 기믹은 같았으니 다른 중간 보스가 있는 방으로 워프했을 가능성이 제일 컸다.
문제는 그 중간 보스들이 있어야 할 방을 천리안으로 살피고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로 떨어진 건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다.
단서가 좀처럼 나오질 않자,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최악의 가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유영, 너 괜찮아?”
나는 괜찮다는 뜻으로 손을 들어 올려 보인 채, 천리안으로 다시 3층의 상황을 살폈다.
3층에는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방으로 나온 정하나를 대신해, 후방을 맡은 것으로 보이는 이용건과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는 김신욱과 기민철이었다.
이용건은 두 겁쟁이를 질질 끌고서 불의 장막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노란색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그리고는 푸른 불길이 새롭게 피어올라 새로운 장막을 만들어냈다.
세 사람은 잠시 당황했지만, 들어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그들에게 없는 듯했다.
결국 모두 불의 장막 속으로 들어가며, 3층에 남은 이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천리안으로 성 안을 이 잡듯이 파헤치며 살폈다.
분명 이 성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것만은 틀림없었다.
틀림없다고 믿어야만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고주연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활을 꺼내 들고 있었다.
잠시 천리안을 거두고 확인해보니, 바닥에 깔려있던 해골과 뼈들이 진동하는 게 보였다.
“몬스터가 등장하려나 보네.”
고주연은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화살을 만들어 활시위에 걸었다.
나는 고주연과 함께 나서려 했는데, 고주연이 한쪽 팔을 들며 나를 뒤로 물렸다.
“넌 사람들이나 찾아. 정 안 되겠으면 말할게.”
“….”
우리 둘이서 상대해야 할 몬스터는 SS급 던전의 중간보스다.
못해도 S급 던전의 보스 몬스터만큼 강한 녀석이었다. 우리 둘이서도 빠듯하고, 고주연 혼자서는 당해낼 수는 없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나는 고주연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5분 안에 찾겠습니다. 습격해오는 해골만 부숴주세요.”
“그래.”
진동하던 뼈다귀들이 뭉치고 조립되며 인간의 형상을 갖추어 가더니, 키가 3m는 족히 넘는 거대한 해골이 만들어졌다.
고주연은 활을 쏘며 녀석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견제했다. 나는 그사이에도 천리안으로 공략대의 위치를 찾는 데 집중했다.
나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확률상 공략대는 중간 보스가 있는 곳으로 떨어졌을 것이고, 던전의 중간 보스가 바뀔 리는 없다. 그건 저 뼈다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전에 싸웠던 야생의 몬스터와 타천사 녀석들을 떠올렸다.
녀석들은 최대한 자기들이 유리하게 싸울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면 이 녀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은 중간보스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녀석들이 자리 잡을만한 곳은 정해져 있었다.
‘해골을 쓰는 녀석은 우리 앞에 나타났으니, 남은 두 녀석이 있을 만한 장소는 서른두 곳으로 줄여볼 수 있다.’
고주연과 약속한 시간은 5분. 아무리 살펴볼 수 있는 장소를 줄였다곤 해도, 여전히 많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반드시 찾아야 했다.
우리 공략대는 반드시 모두가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
그 누구도 죽게 둘 수 없었다.
순식간에 바뀌는 시야를 견디지 못하고 신체가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내다보는 곳이 점점 더 멀어질수록 두통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불편함에 발목을 잡힐 순 없었다. 고주연과 약속한 5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19번째도 없다.’
펑!!
고주연이 몬스터를 향해 화살을 날리며 폭파하는 소리가 귀에서 울렸다.
점점 가면서 폭파 소리가 들리는 간격이 줄어들고 있었다. 몬스터가 점점 더 밀려들어 오고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20번째, 21번째, 22번째도 없다.’
닥친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이제 더 이상 더 찾아볼 여유는 없었다. 제발 다음번에는 있길 바라며 23번째 장소를 살핀 순간.
드디어 정하나와 안수연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공략대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화왕검을 소환했다.
지금 당장 그들에게 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