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미궁을 나가기 위해 (3)
고주연과 내가 워프한 곳은 지하 감옥이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이라 반드시 3층의 불의 장막을 이용해야만 했다.
나는 화왕검을 들고서 주위를 둘러봤다.
바닥에는 해골과 뼈다귀가 널려 있었고, 벽 곳곳에는 말라붙은 핏자국이 있어 흉흉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 지하의 복도에는 감옥이 쭉 펼쳐져 있다. 상당수의 인원을 가둘 수 있을 만큼 투박하고 넓은 감옥이지만, 쇠창살이 부식되어 있어 제대로 된 감옥의 기능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쇠창살뿐만 아니라 곳곳에는 부식되고 녹슨 검과 방패 등의 낡은 무기가 버려져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감옥 안에 쌓여있는 큰 뼛조각들이었다.
사람이나 짐승의 뼈라기엔 비상식적일 정도로 컸다.
그 뼛조각들은 아까부터 스스로 움직이며 조립되며 형태를 갖추었다.
전부 조립된 녀석들은 3m는 족히 넘는 거인 해골이 되었다.
해골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무기들을 들고서 나와 고주연을 향해 달려드는 중이었다.
“이유영! 슬슬 한계야, 합류해!”
나는 화왕검에 심판의 물을 담아, 달려드는 해골에게 검기를 날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가 곧바로 고주연의 옆에 서자, 고주연은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확인하고 물었다.
“사람들 찾았나 보지?”
“네, 정하나 길드장의 위치 파악했습니다.”
고주연은 내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마치 내가 찾아낼 줄 알았다는 듯한 태도였다.
고주연은 다시 해골 쪽으로 시선을 돌려, 몰려드는 해골들을 향해 화살을 쏘며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강력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해골을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지만, 그것도 잠시뿐.
해골들은 부서져도 다시 조립되어 되살아났다.
이 지하 감옥의 중간 보스는 바로, 저 공격해도 죽지 않는 ‘스켈레톤 군단’을 부하로 부리는 녀석이었다. 그 녀석 역시 이 해골들과 비슷하게 아무리 공격해도 죽지 않는 불사신 같은 놈이었다.
죽는 놈은 없고 새로운 놈들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고주연은 활시위에 거는 화살을 세 개로 늘리며 말했다.
“이 몬스터들 아무리 공격해도 죽지를 않아. 스킬 썼는데 약점도 안 보이고. 왜 이러는 거야?”
“원래 공격해도 다시 살아나는 놈들입니다. 저놈들을 없애는 방법은 중간 보스를 없애는 것밖에 없습니다.”
“중간 보스는 어떤 놈인데?”
내는 대답하는 대신, 들고 있던 화왕검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검은 천에 덮인 시체가 한 구 있었다.
“저거 몬스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체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푸른 검기가 시체를 향해 뻗어나가는 찰나의 순간, 시체가 웃었다.
『끄하학! 들켰다!』
몬스터 주제에 꼭 사람과 비슷한 목소리를 낸 시체는 어떤 저항도 없이 내 검기에 맞았다.
스각!
검기에 맞은 놈은 반으로 쪼개지며, 내 공격에 끔찍한 부상을 당한 사람처럼 유치한 신음을 냈다.
『끄으윽, 으어어억』
“뭐야, 저거…?”
고주연은 당황하며 놈을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게, 녀석은 몸이 반으로 쪼개졌는데도 재가 되어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녀석은 우리를 뻔히 놀리듯이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꼭 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그사이, 스켈레톤이 휘두르는 녹슨 검을 받아내며 말했다.
“고주연 씨, 저놈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제가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 해골 녀석들을 적당히 상대해주세요. 공격은 크게 소용없으니, 회피와 방어 위주로 대응하셔야 합니다.”
“알았어.”
고주연은 눈앞의 스켈레톤 군단을 향해 화살을 쏘며 견제하는 사이, 나는 화왕검에 더 강하게 스킬을 눌러 담으며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녀석은 검게 썩은 눈을 돌려 나를 쳐다보며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프잖아…. 이거 봐, 나 완전히 반으로 쪼개졌다고.』
나는 녀석의 말을 무시하며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녀석은 이번엔 몸으로 받아내는 대신, 빠른 속도로 무기를 들더니 내 검을 받아냈다.
챙!
녀석의 키만큼 커다란 낫이 내 검을 받아냈다. 나는 검날에 낫에 닿자마자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
낫에 닿은 화왕검의 검날이 조금이지만 부식되어 있었다.
낫에 닿는 모든 것을 부식시키는 힘, 이것이 바로 저 중간 보스 녀석의 능력이었다.
녀석은 떨어져 나간 하체를 상체에 붙이며, 태연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동작이었지만, 검은 천을 두른 채로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모습은 흡사 사신과도 같은 포스를 자아내고 있었다.
키는 나와 비슷한 정도지만, 녀석의 피부는 부패한 시체처럼 썩어 문드러져 있었고, 가까이에 서면 끔찍한 시취가 코끝을 자극했다.
녀석은 낄낄대고 웃으며 낫 끝으로 나를 가리켰다.
『네가 인간을 끔찍이 아낀다는 소문을 들어서 인간 시체 연기를 해봤는데, 안 통하네?』
지금까지 나는 말하는 몬스터를 꽤 많이 만나봤다.
A급 이상인 몬스터들도 조금이지만 말을 할 수 있었고, 야생의 몬스터들도 어느 정도 대화는 가능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사람처럼 대화를 시도하는 녀석은 없었다.
녀석은 마치 내 생각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입꼬리를 광대까지 올려 웃으며 말했다.
『허걱, 몬스터 주제에 이렇게 똑똑하게 말을 하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라고 생각했지? 끄하하하학!』
“너도 마왕한테서 내 일기장을 받았나 보지?”
『딩동댕!』
녀석은 말을 하는 도중, 기습적으로 내 화왕검을 향해 낫을 휘둘렀다.
나는 낫을 빗겨 쳐내며 다시 거리를 벌렸으나, 낫에 닿은 부분은 또다시 부식되고 말았다.
이렇게 방심을 유도하고 기습하는 것을 봤을 때, 이 녀석은 적당히 상대해서 될 녀석이 아니었다.
나 역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놈이었다.
나는 화왕검을 아이템창에 집어넣었다.
이 녀석을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선 부식시킬 수 없는 무기로 싸워야 이길 수 있다.
그리고 내겐 절대로 부식되지 않는 무기가 하나 있었다.
나는 뒤에서 시간을 벌고 있는 고주연을 향해 소리쳤다.
“고주연 씨,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고주연 씨의 스킬로 이 중간 보스의 약점을 찾아내 주세요.”
“뭐?”
“퍼펙트 골드를 이용해서 이 녀석이 숨겨놓은 약점을 찾아내세요. 이건 고주연 씨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고주연은 지금 스켈레톤 군단을 상대하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무리한 부탁이란 걸 알면서도 고주연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나 역시 무리하게 싸워볼 생각이었다.
“알았어.”
고주연도 분명 어려운 일이란 걸 알고 있을 텐데도 대답하는 목소리에는 부담감 따윈 없어 보였다. 정말이지 고주연다웠다.
고주연은 내 말을 듣자마자 스켈레톤 군단에게 화살을 쏘는 대신, 녀석들을 따돌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숨어다니면서 이 시체 녀석의 약점을 찾아보려는 듯했다.
나는 고주연을 돕기 위해 심판의 물을 발동해, 고주연을 쫓는 스켈레톤 무리를 향해 커다란 물기둥을 만들었다. 물길에 가로막힌 스켈레톤 녀석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고주연은 몸을 숨기는 데 성공했다.
나는 그사이, 눈앞의 시체 녀석을 향해 말했다.
“왜 내 상대가 너지? 네가 중간 보스 중에 제일 약하잖아.”
이 던전에는 총 세 마리의 중간 보스가 있었다.
천리안으로 살펴본 결과, 정하나와 공략대의 앞에 중간 보스가 하나 있었고 높은 확률로 이용건 쪽도 또 다른 중간 보스가 있는 곳으로 워프했을 것이다.
내 눈앞에 있는 녀석은 원래 중간 보스들 중 가장 먼저 만나는 녀석으로, 따지고 보면 셋 중 최약체라고 볼 수 있었다.
만약 날 제대로 죽일 작정이었다면, 정하나 쪽에 있는 몬스터가 내 눈앞에 있어야 했다. 정하나 앞에 있는 몬스터가 중간 보스 중 가장 강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그런 걸 물어보면 마왕께선 이런 대답을 하라고 말씀하셨지. ‘네가 인간과 가장 비슷하게 생겼으니, 이유영을 죽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라고 말이야.』
녀석은 마왕의 말투를 흉내 내다 낄낄대며 웃었고, 나는 곧장 녀석의 안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퍽!
안면을 맞은 녀석은 잠시 비틀거리다가 나를 향해 낫을 휘둘렀고, 나는 몸을 숙여 공격을 피해 곧장 녀석의 턱을 발로 차냈다.
녀석은 그대로 맞고 꼴사납게 벽에 부딪혔다.
저 시체 놈은 자신이 부리는 스켈레톤 군단처럼 몸을 재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몸의 방어력 자체는 형편없었다. 방금 공격할 때도 마치 일반인을 패는 것처럼, 피부와 뼈가 부드러웠다. 묘하게 기분 나쁜 감각이었다.
녀석은 벽에 처박힌 채로 낄낄대고 웃으며 말했다.
『방금 내가 사람 같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더 세게 못 때렸지? 끄하학!』
녀석은 순식간에 몸을 일으키며, 엄청난 속도로 내게 낫을 휘둘렀다.
스각!
낫 끝이 뺨을 스치며 순식간에 상처 부위가 썩어들어갔다.
보랏빛으로 부패하는 피부를 보니 확실히 위협적인 공격이라는 게 느껴졌다.
만약 상대하는 게 내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생명의 의지는 곧바로 피부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녀석이 부식시킬 수 없는 무기란, 바로 내 몸이었다.
『죽어, 죽어! 죽어라!!』
녀석은 내 목을 자르려는 듯 집요하게 머리를 노리며 낫을 휘둘렀다.
머리만 노리는 만큼 공격이 단순해져서 피하는 건 쉬웠지만, 한 번이라도 맞았다간 목이 뜯겨나갈 게 분명했다.
『다들 여기로 모이거라! 숨은 녀석은 버리고 이유영을 공격해!!』
스켈레톤 군단은 숨은 고주연을 찾아다니다가 녀석의 말을 듣고는 내가 있는 쪽으로 몰려왔다.
나는 심판의 물을 발동해 물기둥을 만들어, 밀려드는 놈들을 날려버렸다.
그사이, 녀석이 내 목을 도려낼 기세로 낫을 휘둘러왔다. 간신히 피했으나 귀 끝이 스치며 잘려 나갔다.
스각!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귀 끝이 떨어져 나가며 흐른 핏물이 귓속까지 들어와 소리가 먹먹하게 울렸다.
생명의 의지가 빠르게 떨어져 나간 부분을 복구해냈지만, 고막에 핏물이 들어차는 것까지 막아주진 못했다.
그러나 고통을 느낄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물기둥을 비집고 빠져나온 스켈레톤 한 마리가 내 머리 위로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시체 녀석이 내 목을 향해 집요하게 낫을 밀어 넣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검을 피하며, 눈앞에 다가오는 낫을 손으로 붙잡았다.
『끄히힉!』
녀석은 내 손을 그대로 베어낼 기세로 낫에 힘을 밀어 넣고 있었다.
날을 붙잡은 손이 부패하기 시작했지만, 내 생명의 의지 역시 빠른 속도로 치유해나가고 있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아직인가?’
나는 녀석이 더는 낫을 휘두를 수 없도록 낫을 붙잡은 채, 내게 달려드는 해골들을 향해 심판의 물을 날렸다.
고주연이 이 중간 보스 녀석의 약점을 찾아낼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이 시체 녀석의 몸뚱어리는 심장이 없는 빈 그릇에 불과했다. 이 녀석을 물리치기 위해선 녀석이 숨겨놓은 심장을 찾아내야만 했다.
지금 여기선 스킬로 약점을 찾을 수 있는 고주연만이 해낼 수 있었다.
『죽어라!』
녀석은 내 손을 베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낫을 힘껏 휘둘러 내 손에서 빼냈다.
날을 잡고 있던 내 손에선 피가 튀기며 피부 안까지 썩어들어갔지만, 고통스러워할 겨를이 없었다.
『쳇, 이대론 안 되겠군. 너희들, 더 적극적으로 이유영을 막아라!!』
녀석의 말과 함께 한 마리씩 달려들던 스켈레톤 군단이 나를 향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내가 심판의 물을 이용해 스켈레톤 군단의 가로막고 고주연을 빼낸 것처럼, 시체 녀석은 이 해골 놈들을 이용해 내 시야를 방해하려 들었다.
녀석은 내가 해골 놈을 밀어내는 것을 보며, 여유로운 자세로 빠져나갔다.
나를 죽이는 게 목적인 녀석이 나를 버려뒀다는 건 단 한 가지만을 의미했다.
저 녀석은 고주연부터 노릴 생각인 거다.
『어디에 숨었나? 어디에 숨었을까?』
녀석은 고주연을 위협하려는 듯, 낫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지하 감옥을 부숴댔다.
녀석의 광적인 움직임에 지하가 쿵쿵 울리며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녀석을 방해하기 위해 물기둥을 날렸지만, 스켈레톤 한 마리가 끼어들어 대신 물기둥을 맞았다.
『이유영을 죽여야 나올 거냐! 당장 나와!!』
고주연의 퍼펙트 골드는 시야에 한 번 들어온 몬스터라면 반드시 약점을 찾아낸다. 고주연이라면 분명히 녀석이 숨겨놓은 심장을 이미 찾아냈을 것이다.
다만, 녀석이 자신의 심장을 쉽게 없애버리도록 두었을 리 없다는 게 문제였다. 분명 무언가 장치를 해놨을 것이다.
아마도 그 장치 때문에 고주연이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고주연이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천리안으로 찾아볼 만큼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었다.
그저 고주연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끈질긴 녀석들이네! 그래, 그래. 이유영부터 죽여야겠다. 이유영, 너 죽어야겠다!!』
녀석은 다시 내게 달려들어 낫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주변의 해골들이 낫에 휩쓸려 박살 나고 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낫을 움직였다.
나는 녀석의 움직임을 피해내며 공격할 타이밍을 찾았다.
그런데 그때, 뒤에 있던 해골 한 마리가 내 다리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동시에 시체 녀석의 낫이 내 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바람에, 나는 몸을 굴려 피해내야 했다.
“윽…!”
내가 넘어져 구른 틈을 놓치지 않고 몰려든 해골들이 나를 짓밟았다.
팔이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감각이 생생했으나, 생명의 의지는 곧바로 뼈를 붙였다.
나는 심판의 물을 사용해 날 구타하는 해골들을 날려버렸다.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눈앞의 녀석을 바라봤다. 녀석은 낄낄대고 웃으며 나를 약 올리듯이 말했다.
『있잖아, 네 동료 도망간 것 같아. 너무 안 나오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승산이 없으니까 널 두고 가버린 것 같은데?』
녀석은 비웃으면서 나를 향해 낫을 휘둘렀다. 두 번, 세 번 연속해서 이어지는 낫질을 피하던 나는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는 데 성공했으나, 몰려든 해골 군단이 내지르는 창까지는 피하지 못했다.
“크윽….”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해골 녀석이 옆구리를 찌른 창을 빼내자, 피가 쏟아져 내렸다.
찌르면서 장기를 건드리기라도 한 건지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몰아쳤다.
녀석은 숨을 몰아쉬는 나를 보며 또다시 입을 놀렸다.
『나 같아도 도망갈 것 같긴 해! 이런 놈의 뭘 믿고 같이 싸우지? 이렇게 처맞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데!』
녀석은 날 조롱하며 낫으로 날 찍어 내렸다.
나는 몸을 굴려 피하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내가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자, 경박하게 굴던 녀석이 정색하며 물었다.
『뭐가 그리 웃기지?』
“웃길 수밖에.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말이야.”
그 고주연이 배신이라니. 이렇게 안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싶었다.
녀석은 내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더욱더 빠르게 낫을 휘둘렀고, 나는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옆구리를 손으로 틀어막으며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그때였다.
“이유영! 뒤 돌아!!
고주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고, 그 순간 무언가 내 등에 꽂히는 기분이 들었다.
정확히는 내 등 뒤에 달린 무언가에 화살이 꽂힌 듯했다.
『젠장!!!』
고주연이 날 화살로 쏜 건가? 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내가 당황한 틈을 타, 녀석이 다시 낫을 휘둘러왔다. 하필 피하기 어려운 각도라,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낫을 꼼짝없이 맞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또다시 화살이 날아와 눈앞에서 터졌다.
펑!!
고주연의 화살이 녀석의 낫을 공격하며 각도를 빗겨 쳐냈다.
덕분에 목이 잘리는 불상사는 막았으나, 얼굴에 폭격을 맞아버린 탓에 살가죽이 타는 고통이 밀려 들어왔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생명의 의지가 내 피부를 복구하는 사이, 몬스터는 재가 되어 사라져가고 있었다.
정확한 건 고주연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내 등 뒤에 녀석의 심장이 달려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납득할 수 있었다. 나는 등 뒤에서 오는 공격도 대체로 받아 쳐내기 때문에, 빈틈을 노려 화살로 내 등을 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켈레톤 군단과 중간 보스 녀석을 상대하느라 내 뒤에 뭐가 달린 건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고주연은 기회를 노리다가 안 되겠어서 일단 소리쳐서 알린 듯했다.
어쨌든 무사히 끝났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눈앞에서 사라지는 몬스터를 바라봤다.
아까까지 화를 내던 몬스터는 낄낄대고 웃으며 내게 말했다.
『이봐, 이유영.』
녀석은 사라져가는 손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한 글자씩 정확하게 발음하며 말했다.
『너, 생각보다 약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녀석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고주연이 서둘러 내 상태를 살피러 다가왔으나, 나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