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미궁을 나가기 위해 (4)
이용건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주위를 둘러봤다.
이용건의 옆에는 기민철과 김신욱이 엎어져 있었다. 다행히 제대로 숨도 쉬고 있는 것 같았고, 부상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세 사람이 워프한 불의 장막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주위에 다른 공략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이곳이 어딘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설마, 낙오된 건가?’
처음에 이유영과 고주연이 들어갔던 불은 검은색이었다. 이후 공략대가 들어갔던 불은 노란색,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세 사람이 들어간 불은 푸른색이었다.
아무래도 불의 색이 바뀔 때마다 다른 곳으로 워프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이유영에게 미리 들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용건은 잠시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면 이유영도 모든 걸 예측하진 못했었다. 아마 이유영도 예상치 못한 상황일 것이다. 이유영도 고주연과 단둘이 낙오되어서 애가 타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이왕이면 고주연 씨랑 떨어지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용건과 함께 떨어진 건 두 말썽꾸러기였다.
기민철은 이유영의 바로 뒤에 서 있었음에도 불에 뛰어들기 무섭다고 들어가지 않았다. 공략대가 모두 들어갈 때까지 기민철은 계속 뒤로 물러나며 최후의 최후까지 버티고 있었다.
김신욱도 비슷했다. 후방에서 공략대를 인솔하던 이용건에게 불 색깔이 달라졌는데 진짜 들어가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 이유영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지 않겠냐며 계속 불안해했다.
결국 두 사람은 후방에 있던 이용건과 끝까지 남게 되었다.
이용건은 구원 길드원들까지 모두 보내고, 남아있는 두 사람을 챙겨서 들어가려 했다.
문제는 쫑알거리며 들어가기 싫다는 두 사람을 끌고 들어가려는 순간, 불의 색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걸 본 두 사람은 더더욱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이용건도 걱정되긴 했지만, 환각 저항 포션의 효과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환각에 저항하지 못한 채로 3층에 남아있어봤자, 뜨거움에 지치기만 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들어가는 게 나았다.
하지만 이용건이 무리해서 두 사람을 끌고 들어온 탓에 세 사람은 낙오되고 말았다.
후회되긴 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라면 어쩔 수 없었다. 다시 3층으로 돌아가 공략대와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었다.
이용건은 기민철과 김신욱을 깨우며 조용히 주변을 둘러봤다.
‘레스토랑인가?’
우선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다. 거대할 정도로 큰 샹들리에를 보니, 꼭 개미처럼 작아진 기분이 들었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이용건이 서 있는 곳이었다. 세 사람은 흰 천이 깔린 식탁 위에 있었다. 100명은 마주 보고 앉을 수 있을 만큼 길게 뻗어있는 식탁에는 고급스러운 식기들이 놓여 있었다.
문제는 그 식기의 크기 역시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용건이 누워서 몇 번 뒹굴어도 될 만큼 커다란 접시와, 이용건의 키를 훌쩍 넘는 포크와 나이프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꼭 거인들의 식탁에 떨어진 듯한 기분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직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걱정되는 점은, 이유영은 그 불의 장막을 지나면 분명 중간 보스를 만나게 될 거라 말했었다.
이유영이 말한 중간 보스의 수는 셋, 그리고 불의 색이 바뀐 것도 세 번이었다.
어쩌면, 셋이서 중간 보스를 상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부디 그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때, 김신욱과 기민철이 드디어 눈을 떴다.
“아, 허리 나간 것 같아.”
“저는 부상을 입었던 배가 다시 아픈 것 같아요….”
“두 분 다 엄살 그만 부리고 정신 차리세요. 곧 몬스터가 등장할 것 같습니다.”
이용건이 진지하게 말했지만, 두 사람은 계속 여기가 아프니, 저기가 아프니 엄살을 부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민철은 주위에 김신욱과 이용건만 있는 것을 보고는 어리둥절해했다. 안색이 파래지는 게, 드디어 사태를 파악한 것 같았다.
“왜 저희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저희 셋만 다른 곳으로 워프한 것 같습니다.”
이용건의 대답에 김신욱은 짜증스럽게 뒷머리를 털었다.
기민철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김신욱의 뒤에 숨었다. 그리고 김신욱의 옷을 뒤적거리며 물었다.
“그 통신기 같은 거 가진 사람 아무도 없어요? 유영 형이랑 만날 방법 아예 없는 거예요?”
“야, 왜 내 주머니를 뒤져. 난 그런 거 없어.”
수호 길드에서 이유영에게 줬던 통신기는 1층에서 망가진 후로도 계속 먹통 상태였다.
물론 세 사람에게는 그 먹통이 된 통신기조차 없었다. 사실상 이유영과 연결될 방법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지금으로선 이유영 씨도 고주연 씨와 낙오됐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용건이 구체적인 상황을 말해주자, 기민철은 절망하며 우린 이제 죽었다고 중얼거렸다. 김신욱은 그런 기민철이 짜증 나는지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이용건은 그런 두 사람을 무시하며 창문 같은 게 없는지 둘러봤다. 우선은 이곳이 몇 층인지 확인해야 했다.
공략대가 분열된 곳은 3층이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3층으로 되돌아가야 합류가 빨라진다. 여기가 3층보다 위인지, 아래인지, 아니면 완전히 별개의 장소인지 알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곳곳을 둘러봐도 몇 층인지 알아낼 단서는 없었다.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출구로 보이는 거대한 문 하나뿐이었다.
“우선 침착하시고. 저 문으로 나가보죠. 3층으로 되돌아가는 걸 목표로 합시다.”
“그래서 내가 들어가지 말고 이유영이나 기다리자고 했잖아! 아, 열받아.”
김신욱이 혼자 씩씩거리고 있자, 기민철이 아까 자기가 맞았던 것처럼 김신욱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왜 때려!!”
“신욱스가 추해서 진실의 주먹이 멋대로….”
“뭐, 이 자식아?”
김신욱은 기민철에게 목을 조르려 들었고, 기민철은 김신욱을 피해 이용건의 뒤로 숨었다.
이용건은 그런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해 말했다.
“김신욱 씨 말이 맞습니다. 이번 일은 제 잘못입니다.”
“…됐어, 어쨌든 이유영을 만나려면 3층으로 가는 게 좋겠다 이거지?”
김신욱은 그 말과 함께 앞장서서 문 쪽으로 향했다. 이용건과 기민철은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이 완전히 등을 돌린 순간, 무언가가 허공을 가르며 매서운 기세로 날아왔다.
슈욱!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이용건은 능숙하게 공격을 피해냈다. 기민철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신욱은 대응이 늦었지만, 기민철이 발을 걸어 넘어트린 탓에 간신히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김신욱은 기민철에게 화를 내려 고개를 돌리다가, 자신의 옆에 꽂혀 있는 물체를 발견했다.
“포크…?”
세 사람을 한 번에 꽂아버리고도 남을 거대한 포크가 식탁에 박히듯이 꽂혀 있었다.
이용건은 긴장하며 포크가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방금까지만 해도 없었던 무언가가 앉아있었다.
『아, 빗나갔네.』
몬스터만이 낼 수 있는 특이한 목소리가 레스토랑 안에 울려 퍼졌다.
분명 몬스터의 목소리인데, 그것은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이용건은 던전에 다닌 경험이 다른 헌터보다 조금 더 많다고 자부할 수 있었으나, 저렇게까지 사람처럼 말하는 몬스터는 처음이었다.
‘SS급 던전은 다르다 이건가?’
숨겨진 진실을 모르는 이용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몬스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방금 도망가려고 했지? 너.』
그와 동시에 이용건을 향해 나이프가 날아오고 있었다.
이용건은 직선으로 날아오는 나이프를 피하려다가, 예감이 좋지 않아 방패 아이템을 소환해 막았다.
챙!
나이프는 이용건의 방패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 그 나이프를 보며 이용건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방패에 부딪히기 직전, 나이프가 궤도를 틀어 움직였기 때문이다.
만약 방어하지 않고 피했다면, 궤도를 틀어 움직인 나이프가 몸에 꽂히고 말았을 것이다.
“김신욱 씨, 기민철 씨. 조심하세요. 저 몬스터는 식기를 던지는 게 아니라 조종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용건의 말에 제일 먼저 반응한 건 김신욱과 기민철이 아닌 몬스터였다. 몬스터는 킥킥대며 또 사람처럼 말했다.
『역시, 네가 머리가 제일 좋구나?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들어!』
다년간 쌓아온 헌터로서의 경험이 적색 경보를 울리고 있었다. 저것은 위험하다고.
이용건은 김신욱과 기민철을 자신의 방패 뒤로 물러나게 하며, 메인 스킬인 ‘사냥’을 발동했다.
스킬이 발동되며 몬스터의 위에 사냥감의 표식이 붙었고, 이용건은 몬스터를 망원경으로 보듯이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몬스터는 미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흰 헝겊을 온몸에 두르고 눈 한쪽만을 내놓은 채, 세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유영 씨가 말한 두 번째 중간 보스의 특징과 같다. 미라 같은 형태에, 무기를 조종하는 능력. 그렇다면 약점은….’
머릿속으로 이유영이 말했던 특징에 대해 떠올리던 순간, 이용건은 몬스터와 눈이 마주쳤다.
몬스터는 이용건을 빤히 쳐다보며 기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몬스터가 웃음이라니. 지금까지 봐왔던 몬스터와는 다른 기괴한 모습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쳐왔다.
김신욱과 기민철은 의아하다는 듯이 이용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동요한 모습을 내보여선 저 둘도 영향을 받을 게 분명했다. 이용건은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몬스터의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미라 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상당히 강해 보이는군요.”
이용건의 말에 두 사람은 식탁 끝에 있는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 게 분명했지만, 김신욱과 기민철도 몬스터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읽어낸 것 같았다.
“마침 몬스터가 제게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니, 제가 시선을 끌면서 방어계 헌터의 역할을 해보겠습니다. 김신욱 씨와 기민철 씨는 몬스터의 약점을 찾아내 기습할 수 있겠습니까?”
하필이면 낙오된 세 사람 모두 공격계 헌터였다.
‘이유영 씨는 이 몬스터와 상대할 때 방어계 헌터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셋 중 누군가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만 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다치는 걸 두려워하는 타입이고, 아직 나이도 어린 헌터들이다.
여기선 이용건이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상황이 고주연과 떨어졌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도 비슷한 판단을 내리고 부상을 입었는데, 과연 이번에는 멀쩡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누가 봐도 저 몬스터는 그때 싸웠던 타천사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해낼 수 있을까.’
타고 오르는 긴장감이 이용건의 손을 떨리게 했다.
그런데 그때, 기민철이 이용건의 옆구리를 손가락을 찌르며 말했다.
“별로 좋은 판단은 아닌 것 같은데요…. 용건스 공격계 헌터고, 기본적으로 원거리 공격을 더 잘하는 것 같고. 차라리 신욱스랑 제가 몬스터 어그로를 끌죠.”
“떨고 있으면서 뭔 대장 행세야. 뒤에서 서포트나 해.”
이용건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에는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니, 겁먹고 손을 떨고 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구원 길드의 대표로 참석한 사람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한심했다.
‘구지상 씨였다면 이러지 않았겠지.’
그 사이, 김신욱은 스킬을 발동해 빛의 창을 만들어내며 말했다.
“나한테 합주라는 서브 스킬이 있어. 지금 써보려 하니까 얘만 되거든? 이 스킬로 주연 누님이랑 정하나가 갇혀 있던 감옥도 부쉈어. 저 몬스터도 어떻게든 될 거야. 안 되면 뭐, 어쩔 수 없고.”
“용건스는 저희가 빈틈을 만드는 사이에 약점을 노려 주실 수 있어요? 그게 원래 원거리 공격계가 하는 거기도 하고….”
이 두 사람은 이용건과 달랐다. 이용건보다 강하고, 생기가 있었다. 마치 구지상처럼 말이다.
스스로가 한심하긴 했지만, 지금은 이 두 사람의 작전에 기대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이용건은 숨을 들이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김신욱 씨와 기민철 씨를 최대한 서포트하며 약점을 노리겠습니다. 대신, 죽지 마세요.”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
“미리 말해두는데, 난 죽을 것 같으면 무조건 튄다.”
김신욱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당당하게 도망갈 거라고 선언했다. 기민철도 김신욱과 같은 의견인 것 같았다. 늘 도망치지 않는 영웅만 봐오던 이용건에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런데 세 사람이 이야기를 마무리하던 때, 몬스터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냈다.
『인간들은 음식이 더 맛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잖아? 그게 더 맛있으니까? 그래서 따라 해봤는데.』
“….”
『이제 한계야.』
이용건은 몬스터의 언어 구사력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정말 단순히 SS급 몬스터라서 그런 걸까? 이게 가능한 일인가? 저게 정말 몬스터는 맞는 걸까?
또다시 스멀스멀 공포감이 솟아오르던 중, 옆에서 태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너무 구린데.”
“신욱스, 슬슬 가죠.”
김신욱과 기민철은 몬스터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단순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몬스터가 얼마나 뛰어난 언어 능력을 지녔는지는 지금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저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이유영과 합류해야 한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했다.
이용건은 방패를 세워 두고 활과 화살을 소환한 후,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제가 투명화 스킬을 걸어드리겠습니다. 잠시 동안 눈속임은 가능할 겁니다.”
“그런 굉장한 스킬을 여태 숨기고 있었어?”
이용건은 김신욱의 말을 무시하며 두 사람에게 투명화 스킬을 걸어줬다.
이용건의 눈에는 반투명하게 보이지만, 몬스터는 두 사람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할 일은 두 사람이 치고 나갈 타이밍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제가 화살을 쏴서 몬스터의 방어를 유도할 겁니다. 김신욱 씨와 기민철 씨는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공격 기회를 잡으세요. 특히 눈과 심장, 뇌 쪽을 노려 주셔야 합니다.”
“거기가 약점이에요?”
“네, 이유영 씨가 말했으니 틀림없을 겁니다.”
“오케이.”
“화살 많이 쏴 주세요.”
김신욱과 기민철이 준비를 마친 것을 확인한 후, 이용건은 몬스터의 눈알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지금은 ‘사냥’ 스킬로 공격력과 방어력, 민첩이 모두 한 단계씩 올라가 종합 능력치가 A-로 올라간 상태다. 웬만한 몬스터는 이용건의 화살 한 번이면 치명타를 입고 재가 되어 사라질 능력치였다.
적어도 두 사람이 치고 나갈 타이밍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탕!
화살이 발사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출발했다.
맹렬하게 뻗어나간 화살은 정확하게 몬스터의 눈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이용건은 몬스터의 눈이 번뜩이는 것을 보고 말았다.
마치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몬스터는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