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미궁을 나가기 위해 (5)
쏘아 올린 화살은 몬스터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날아갔다.
이용건의 원래 공격력은 B+이지만, 사냥 스킬을 사용하면 A-까지 올라간다. 그 정도의 공격력이면 웬만한 철판은 우습게 뚫을 정도로 강력하다.
아무리 강한 몬스터라도 이 정도 위력의 화살은 위협이 될 거라고, 이용건은 생각했다.
팅!
그러나 미라 몬스터는 몸을 둘둘 말고 있는 천을 휘둘러 이용건의 화살을 손쉽게 막아냈다. 마치 여흥을 즐기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한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우선은 화살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해야 했다.
그 덕분에 투명해진 김신욱과 기민철이 견제 없이 몬스터 앞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속도야.’
김신욱은 자기 서브 스킬에 자신감을 보이더니, 확실히 놀라운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은 이용건조차도 눈으로 읽어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순식간에 몬스터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몬스터가 이용건의 화살을 상대하는 사이, 김신욱의 창이 몬스터의 눈을 향했다.
푹!
‘제대로 들어갔다!’
세 약점 중 한 곳에 제대로 먹혀들어 간 공격이다.
그러나 몬스터는 괜히 SS급 던전의 중간보스가 아님을 증명하듯, 고통스러워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꽈드득
오히려 눈이 꿰뚫리는 순간, 붕대를 움직여 김신욱을 붙잡았다.
붕대가 온몸을 으스러트릴 기세로 조여오자, 김신욱은 몸부림쳤다.
『이건 뭐야? 왜 내 눈에 안 보이지?』
“놔, 이 XX 새끼야!!”
김신욱이 욕을 내뱉으며 발버둥 쳤지만, 몬스터는 투명해진 김신욱을 가까이 끌어와 창에 꿰뚫린 눈으로 관찰했다.
그 행동은 김신욱이 왜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지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용건은 김신욱을 붙잡은 붕대를 잘라내기 위해, 붕대를 향해 연달아 화살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이용건의 화살은 몬스터의 방어력을 뚫기에는 너무 약했다.
‘먹히지 않는 건가…!’
스킬을 사용했는데 이 정도로 공격이 먹히지 않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김신욱의 옆에는 이용건보다 훨씬 강한 공격력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스가각!
엄청난 속도로 가해진 기민철의 공격에 붕대가 끊어졌다.
빠져나온 김신욱은 곧바로 스킬을 발동해 커다란 창을 소환해낸 후, 기민철의 어깨를 밟고 뛰어올라, 몬스터의 심장에 창을 박아 넣었다.
푹!!
김신욱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속도까지 붙으니, 몬스터는 김신욱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김신욱은 이번에도 약점을 제대로 노렸고, 빛의 창은 몬스터의 심장을 꿰뚫었다.
공격하느라 김신욱의 움직임이 잠깐 멈춘 찰나, 몬스터는 붕대를 뻗어 김신욱을 옭아매려 했으나, 기민철이 빠르게 김신욱을 빼돌렸다.
몬스터는 김신욱을 붙잡지 못해 텅 빈 붕대 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왜 내 눈에는 안 보이지? 왜 내 눈에는 안 보여? 왜 내 눈에는 안 보이지, 왜 내 눈에는 안 보여. 왜 내 눈에는….』
그 소리는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음침해서 내면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몬스터가 중얼거릴 때마다 육체를 둘둘 말고 있던 붕대가 서서히 풀려나갔다. 풀어진 붕대는 테이블 위를 휘적이며, 김신욱과 기민철을 잡기 위해 꾸물거리고 움직였다.
김신욱과 기민철은 붕대를 피하며, 다시 한번 공격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몬스터의 붕대가 모조리 풀리며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붕대 안에는 살갗 없이, 혈관만 노출된 채로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꼭 과학실의 인체 표본이 거대화 되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기괴함에 움찔거린 이용건은 몬스터와 그대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안 보여…. 안 보이면, 보이는 것부터 먹을게. 너.』
그 말과 동시에 붕대가 엄청난 속도로 이용건을 향해 뻗어왔다.
저 공격을 맞으면 분명 죽는다. 이용건은 재빨리 본인에게도 투명화 스킬을 걸고서 방패를 버리고 몸을 굴려 피했다.
쾅!!
붕대에 맞은 방패는 그대로 찌그러지며 굉음과 함께 식탁에서 떨어졌다. 이용건은 식기 뒤에 숨은 채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아마 피하지 않았더라면 방패와 같은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이용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몬스터는 마구잡이로 붕대를 휘두르며 음산하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붕대는 식탁 위를 마구 헤집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세 사람을 찾아 헤맸다.
동시에 식기들이 진동하며 식탁 위를 날아다녔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방에 꽂혔다.
방심하면 그대로 즉사였다.
이용건은 공격을 피하며 현재의 상황을 파악했다.
이유영에게 들었던 저 몬스터의 약점은 눈과 심장, 뇌 이렇게 세 가지다.
저 세 군데에 모두 타격을 주지 못하면 몬스터는 쓰러지지 않는다.
그중 김신욱이 두 군데에 치명타를 남겼으니 남은 것은 ‘뇌’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신욱과 기민철은 몬스터의 공격을 피해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보였다.
공격력과 스킬은 타고난 것이지만, 방어와 회피만큼은 충분한 경험과 노련함이 있어야 성장하는 분야다.
그 탓에 김신욱은 대응하기 벅차 보였고, 기민철은 김신욱을 보조하느라 여유가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이용건은 뇌를 노리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이용건이 몬스터의 뇌를 노리고 화살을 쏘려던 그때, 김신욱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거기 있구나!!』
일부러 소리를 내며 움직인 탓에 붕대와 식기들이 김신욱에게로 향했다.
김신욱이 길을 열어준 것이다. 덕분에 이용건의 화살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몬스터의 뇌까지 향할 수 있었다.
김신욱은 무시무시한 집중력으로 공격들을 피해냈으나, 뒤에서부터 날아오는 붕대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고 말았다. 김신욱은 큰 소리와 함께 벽에 처박혔다.
쾅!!
김신욱이 힘들게 만들어낸 기회였으나, 몬스터는 그 사이 붕대를 움직여 뇌를 보호하고 있었다. 고작 한 겹의 붕대였으나, 이용건의 화살은 그대로 가로막힌 채 힘없이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이용건은 허무함을 느꼈으나, 지금은 김신욱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이용건이 식탁에서 뛰어 내려 바닥을 내달리던 순간, 이용건의 눈에 더 절망적인 상황이 들어왔다.
기민철이 붕대에 휘감긴 채, 식탁에 놓인 접시 위에 올려져 있었다.
“으윽!”
기민철이 괴로운 신음을 내는 동안, 설상가상 시간이 다 되어 세 사람의 투명화 스킬이 풀리고 말았다.
이용건은 점점 자신의 심장 박동이 거세지고 있음을 느꼈다. 불안과 공포가 몸을 지배하려 하고 있었다.
당장 기민철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용건이 기민철을 구할 수 있을까?
그의 공격력으로는 몬스터의 붕대를 찢을 수 없다.
간다면 오히려 이용건까지 당하고 말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이용건은 이를 으득 씹으며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최초의 던전 브레이크 때 각성해, 남들보다 더 많은 던전을 다녔던 이용건에게는 경험에서 오는 ‘노련함’이 있었다.
그는 노련하기 때문에 불가능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했다. ‘안 된다’라는 것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용건에게는 저 두 사람처럼 앞뒤 생각 않고 무모하게 달려들 수 있는 힘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노련한 덕에, 누구보다도 일의 순서를 파악하는 데 익숙했다.
우선은 쓰러진 김신욱의 생사를 살피는 게 먼저였다.
이용건은 급히 내달려서 쓰러진 김신욱의 상태를 확인했다.
김신욱의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다행히 몸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다만, 불이 꺼진 듯한 눈으로 자신의 오른팔을 쳐다보고 있었다.
경험 많은 이용건은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팔에 부상을 입었습니까?”
김신욱은 이용건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다른 말을 꺼냈다.
“…그것보다 내 서브 스킬이 꺼졌거든. 발동이 안 돼. 저 몬스터 죽이려면 뇌까지 조져야 한다며…. 근데 서브 스킬 발동이 안 돼.”
김신욱은 중얼거리며, 비교적 멀쩡한 왼손으로 창을 들었다. 몸을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이용건은 그를 붙잡았다.
“전투 불능 상태가 되면 스킬이 자동으로 취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신욱 헌터는 지금 그 상태고요.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일단은 쉬세요.”
“쉬라는 게 뭔 개소리야. 댁들 뒤지는 거 잘 지켜본 다음에 나까지 뒤져라, 뭐 이런 말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용건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일반적인 던전이라면 이용건의 판단이 맞겠지만, 과연 지금이 쉴 수 있는 상황일까? 결단코 아니었다.
김신욱의 말처럼 김신욱이 쉬는 동안 이용건과 기민철이 죽을지도 몰랐다.
이럴 때 걱정하지 말고 자기만 믿으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하나나 이유영처럼, 구지상처럼 말이다. 그러나 자신에겐 그들처럼, 그런 말을 현실로 만들어 줄 힘이 없었다.
이용건이 할 수 있는 건 김신욱을 억지로 앉히는 것뿐이었다. 김신욱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지만, 이용건은 우선 활과 화살을 들었다.
몬스터가 기민철을 포크로 찍어 누르려 하고 있었다.
탕! 탕! 탕!
이용건이 연달아 쏘아낸 화살이 포크의 궤도를 틀어내 간신히 기민철을 구해낼 수 있었다.
이용건은 결국 김신욱에게 한마디도 해주지 못했다. 그저 앉아있으라고 손짓을 한 뒤에, 다시 식탁 위로 오를 뿐이었다.
다행히 김신욱은 이용건을 따라오지 않았다. 대신에 조금 벙찐 얼굴로 이용건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용건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파악했다.
김신욱의 생사를 확인했으니, 붙잡힌 기민철을 구해야 했다.
지금은 그 뒤의 일을 생각할 틈도 없었다. 이용건은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만 반복적으로 되새기며, 아이템창에서 단검을 소환했다.
그리고 쏜살같이 달려가, 기민철을 찍어 누르려는 포크와 맞부딪혔다.
챙!
단검과 맞부딪힌 포크의 힘은 이용건이 난생처음 겪어보는 무게였다.
그 무게에 몸이 점차 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용건은 모든 힘을 짜내 포크를 옆으로 쳐냈다.
그리고는 곧장 기민철을 휘감은 붕대에 단검을 휘둘렀다.
붕대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용건은 계속해서 단검을 휘둘렀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머릿속으로 ‘붕대를 자른다.’라는 문장 하나만을 되새겼다.
그러나 몬스터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몬스터는 이용건을 향해 한쪽만 남은 안구를 들이밀며, 끔찍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깄다. 드디어 먹을 수 있겠다.』
이용건은 몬스터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붕대를 칼로 찍어 내렸다. 몇 번이나 단검을 휘둘렀을까.
트드득
반복된 칼질이 드디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붕대가 조금씩 뜯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사이, 이용건을 향해 온갖 식기들이 날아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용건에게는 식기를 막아낼 만한 여유가 없었다.
챙!!
이용건은 순간, 정말로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탓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뜨자, 이용건의 앞에 서서 식기를 쳐내고 있는 기민철의 등이 보였다.
“용건스 덕분에 살았어요.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
그건 이용건이 할 말이었다.
붕대에서 탈출한 기민철은 두 사람을 묻어버릴 듯이 밀려드는 식기를 엄청난 속도로 쳐내고 있었다. 경이로운 스피드와 공격력이었다.
이용건은 그 모습을 보며 빠르게 자신의 역할을 찾아냈다.
기민철이 저 식기들을 막아내는 동안 이용건이 몬스터의 뇌를 공격해야 했다.
『네가 여기서 제일 똑똑하지? 난 똑똑한 인간의 뇌를 먹으려고 여태 기다려왔어.』
몬스터는 이용건에게 말을 걸어왔지만, 이용건은 무시했다. 지금은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것만이 중요했다.
몬스터는 다시 붕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붕대는 정확히 이용건을 노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이용건은 노련한 움직임으로 붕대를 피해내며, 틈틈이 뇌를 향해 화살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화살은 번번이 붕대에 막혀 떨어져 나갔다.
이용건의 공격은 몬스터에게 최후의 일격을 먹이기엔 너무 약했다.
그럼에도 이용건이 결착을 내야 했다.
기민철은 버거워 보일 정도의 속도로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고, 김신욱은 팔을 쓸 수 없었다.
해야 했다. 해야만 했다.
이용건은 항상 평범했기에, 언제나 본인보다 강한 상대와 싸워왔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의 상대도 그저, 이용건보다 강한 상대에 불과했다.
이용건은 단검을 거머쥐며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화살이 안 통한다면 직접 베는 수밖에 없었다.
이용건이 점점 앞으로 나아가자, 몬스터는 붕대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이용건을 쳐내려 했다.
붕대는 이용건의 힘으로 잘라낼 수 없으므로, 절대 붙잡힐 수는 없었다.
이용건은 집중력을 발휘해 붕대를 피해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해선 안 됐다. 그리고 마침내 몬스터의 앞에 도달한 순간, 이용건은 뇌를 향해 뛰어올랐다.
이용건은 단검을 강하게 쥔 채로 팔을 있는 힘껏 들어 올리며 간절히 기원했다.
제발, 이번 딱 한 번만, 이 공격이 들어갈 수 있기를.
반드시 자신이 해내야만 했다.
그때, 이용건의 눈앞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 사냥 스킬이 일정량의 숙련도를 달성하여, 투자 가능 스탯이 추가됩니다. ] [ 사냥 스킬이 일정량의 숙련도를 달성하여, 자유 투자가 가능해집니다. ] [ 총 5스탯 투자 가능. ]머릿속으로 이해할 필요도 없었다. 본능적으로 지금 이 스킬을 어떻게 써야 할지 깨달았다.
이용건은 망설임 없이 모든 스탯을 공격력에 투자했다.
[ 공격력: S ]푹!!
이용건의 칼이 몬스터의 뇌를 꿰뚫었다.
이용건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칼을 휘둘러 뇌를 난도질했다.
숙련도가 오른 ‘사냥’ 스킬은 이용건의 사냥꾼으로서의 본능을 끌어냈다. 공포심은 점차 사라지고, 눈앞의 사냥감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끄아아악!!!』
몬스터가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이용건은 칼부림을 멈추지 않았다.
뇌는 더 이상 형체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이용건은 칼을 움직여 뇌와 눈, 심장을 연결하는 모든 혈관을 끊어냈다.
마침내 몬스터가 재가 되기 시작했다.
이용건은 숨을 헐떡이며 벌벌 떨리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이전처럼 겁을 먹어서 떨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차오르는 고양감을 이기지 못하고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해냈다.’
평범하기만 했던 자신이 해냈다. 자신의 손으로 끝냈다.
그렇게 고양감을 즐기며, 잠시 안심하던 그 순간이었다.
『너만큼은 먹을게, 너만큼은 먹어야겠어. 너만큼은… 너만큼은 먹을래.』
이미 반쯤 재가 되어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몬스터는 붕대를 휘둘러 이용건의 몸을 감싸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하필 공격력에 모든 스탯을 투자한 탓에, 형편없는 원래의 방어력으로 공격을 감당하게 되었다.
우드득!
온몸의 뼈가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용건은 이것이 본인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그래도, 평범했던 자신이 이만한 업적을 세웠으면 된 거 아닐까.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며 졸려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눈을 감더라도 공략은 다른 사람들이 해줄 것이다.
이용건이 수마에 저항하지 않고 눈을 감으려던 그 순간.
이용건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용건스!”
“우리보고 죽지 말라며!!”
그 강렬한 외침에 이용건은 저도 모르게 눈을 뜨고 말았다.
붕대가 조금씩 헐거워지고 있었다. 기민철은 가속을 발동해 이용건을 옥죄는 붕대를 난도질했고, 김신욱은 테이블 위로 뛰어올라 부러진 오른팔을 무리하게 들어 올려 붕대의 연결 부위를 찍어 내렸다.
스가각!
푹!
몬스터의 마지막 일격이었지만, 두 사람의 격렬한 움직임은 붕대를 서서히 끊어내고 있었다.
이용건이 구한 두 사람이, 이용건을 구하고 있었다.
투두둑!
마침내 이용건을 옥죄고 있던 붕대가 완전히 끊어졌다.
『먹고, 싶었는데….』
몬스터는 그 한마디를 끝으로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졌다.
“끝난 거야?”
“네, 저희가 이겼습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세 사람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제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지쳐버렸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기뻐하기엔 몸이 너무 무거웠다.
그렇게 셋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
세 사람이 기절하고 난 뒤.
굳게 닫혀 있던 레스토랑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식탁에 널브러져 있는 세 인간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요리는 다 해놓고선 먹지도 못하고 사라졌구나.』
그것은 식탁 위에 쓰러진 인간들을 하나씩 집어 접시 위에 정갈히 눕혔다.
그리고는 자신은 상석에 앉아 플레이팅 된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이유영이 보면 아주 좋아하겠군.』
사람과도 같은 목소리를 내던 그것은 웃기 시작했다.
그것의 웃음소리만큼은 결코 사람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사악함을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