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미궁을 나가기 위해 (7)
나는 포탈에 들어서기 전, 정하나에게 내가 천리안으로 지켜본 것을 설명해줬다.
“보스 몬스터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셋을 죽이진 않았습니다. 서둘러 간다면 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하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과연 세 사람이 살아있을 수 있을까?
정말로 이 세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하나가 돌연 내 목덜미를 잡아챘다.
“정신 차려, 이유영. 너 혼자 싸우러 가냐?”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나 혼자서 포탈을 넘으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하나는 내 등짝을 한번 치고는, 뒤에 있던 공략대를 향해 소리쳤다.
“자, 다들 긴장해! 보스 몬스터 나온다! 그 말썽꾸러기 삼인방 구하러 가자!”
“가자!!”
수호 길드원들이 정하나를 따라서 소리치자, 긴장감이 감돌던 공략대의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함성을 듣고 나자, 마음속에 무언가 북받쳐 오르는 게 느껴졌다.
“고맙습니다.”
“알면 됐어!”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모든 공략대원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시다, 보스 몬스터 처리하러.”
나는 이 던전을 공략하는 내내 그래왔던 것처럼, 공략대의 선두에 서서 포탈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공략대원들은 모두 나를 따라, 함께 포탈로 향했다.
회귀 전, 이 던전에선 공략대가 몰살당해 시체 조각조차 남지 않았다.
누구보다 뛰어난 지휘관으로 칭송받던 진준성 역시 이 던전에서 죽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다른 결말을 내기 위해, 회귀한 것이다.
내 옆엔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
아직 아무도 죽지 않았다.
나는 그 사실만을 되뇌며, 마왕에게로 향했다.
***
도착한 곳은 최상층 바로 밑층 식당이었다.
식당은 이미 험난한 전투가 지나간 듯, 깨진 조각들이 난장판으로 흩어져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엄청나게 거대한 식탁과 의자였는데, 우리들은 그 외의 것을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
식탁의 상석에 앉아있는 ‘그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흉측하게 자란 한 쌍의 뿔. 등 뒤로 달린 세 쌍의 검은 날개. 그리고 지나치게 인간과 닮은 외형.
이 던전의 주인인 ‘마왕’이었다.
지금까지 마주쳤던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위압감은 저것이 보스 몬스터임을 명백히 알려오고 있었다.
상석에 앉아있던 녀석은 우리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한참 기다렸잖아.』
녀석은 소름 끼칠 정도로 사람 같은 목소리를 냈다.
본래 몬스터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음성을 낸다. 사람의 불쾌감을 자극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리라고 정의해도 무방할 정도다.
‘일기장의 힘으로 목소리를 바꾼 건가.’
지나칠 정도로 사람을 닮은 모습을 보고 나니, 그 의도가 읽혔다.
나와 고주연이 상대했던 중간 보스 녀석은, 내가 사람을 못 죽이기 때문에 그 녀석을 상대하게 된 거라고 설명했다.
나 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람은 사람을 죽이는 데 거부감을 느낀다.
저 녀석은 그 점을 공략하려 든 것이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 사람의 흉내를 내는 몬스터에게 분노를 느꼈지만, 감정에 휩쓸려 행동할 순 없었다.
내 뒤에는 내가 이끌어야 할 공략대가 있었다.
나는 정하나를 향해 말했다.
“우선 암흑을 펼칠 준비를 해주세요. 곧바로 공격해올 겁니다.”
“알겠어. 근데 몬스터 앞에 그 셋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구출할 생각이야? 빈틈이 보이질 않아.”
마왕은 여유롭게 앉아있었지만, 공격할만한 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대답하려던 그때였다.
눈앞에 있던 마왕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정하나와 내 뒤에서 무언가 나타나며 우리 둘의 어깨 위에 팔을 올렸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해?』
“아, XX!!”
정하나는 놀라서 욕설을 내뱉으며 암흑을 펼쳤다.
녀석이 순간 이동을 해서 우리 뒤에 나타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재빠르게 이동하더니, 테이블 위에 다시 나타났다.
『아, XX! 하하하!!』
녀석은 정하나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웃었다.
정하나는 그걸 보며 말문이 막힌 듯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몬스터가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듯했다.
“뭐야? 방금 내 말을 따라 했어.”
“우리 생각보다 지능이 높아 보입니다. 방심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정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으나, 표정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정하나는 최대한 천연덕스러운 말투로 내게 말했다.
“그나저나 속도 장난 아니네. 기민철보다 빠른 것 같은데?”
“말씀드렸다시피 저 녀석의 능력이 전기라 공격도, 속도도 상대하기 힘들 겁니다. 절대로 방심해선 안 됩니다.”
“알았어.”
우리가 쑥덕거리는 걸 구경하던 녀석은 천천히 식탁 위를 거닐다가 커다란 포크를 들어 올렸다.
『내 부하가 얘네를 다 쓰러트려 놓고 먹지도 못하고 사라졌더라고. 그냥 내가 먹어버릴까?』
녀석은 포크로 기민철을 찍어 내리려 들었다.
나는 화왕검을 소환해 심판의 물을 담아, 녀석을 향해 곧장 검기를 날렸다.
내 공격이 신호라도 된 듯, 고주연을 필두로 원거리 공격계 헌터들이 일제히 녀석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마왕을 향해 스킬이 쏟아지는 사이, 방어계 헌터들이 실드로 기민철을 보호했다.
나는 공략대가 잠깐의 시간을 벌어낸 사이, 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달려 나갔다.
그때였다.
콰과광!!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금빛의 낙뢰가 정하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정하나는 재빠르게 암흑을 펼쳤으나, 지금의 정하나는 저 낙뢰를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정하나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정하나는 암흑으로 잠깐의 시간만 번 뒤, 곧바로 몸을 피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공략대의 방어의 중심축인 정하나부터 노렸다는 건, 이미 우리 공략대의 특성을 다 파악했다고 봐야 한다.
그 사이, 녀석은 원거리 공격계 헌터들이 날리는 공격을 가볍게 회피하고는, 포크를 던져 방어계 헌터들의 실드를 부수더니, 기민철을 잡아채 김신욱과 이용건이 있는 쪽으로 던졌다.
떨어진 기민철은 엎어지며 옅은 신음을 냈고, 마왕은 손에서 검은 전기를 만들어내며,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얘네를 왜 살려뒀을까. 인간은 똑똑한 동물이라고 하니, 생각을 말해봐.』
“….”
나는 녀석을 향해 다시 한번 푸른 검기를 날렸다.
녀석은 손쉽게 검기를 피해냈지만, 그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날린 검기는 녀석의 이목을 잠시 끌 용도였으니 말이다.
콰가가가가각!!
녀석이 검기를 피하려 움직인 순간, 나는 심판의 물을 발동해 세 사람을 받치고 있던 접시를 공중에 띄웠다.
그걸 본 안수연은 빠르게 스킬을 사용해, 실을 뻗어내 세 사람을 옭아매었다. 그대로 잡아당기기만 하면 구출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멍청하긴.』
어느새 내 눈앞에서 사라진 마왕이 안수연의 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윽…!”
안수연은 발버둥 쳤고, 마왕은 안수연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안수연의 실에 검은 전격을 흘려보냈다.
세 사람을 옭아맨 실은 검은 전격을 전달하는 전선이 되고 말았다.
파지직!
세 사람의 몸에 검은 전격이 휘감기며, 정신을 잃었던 셋이 몸을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고주연이 마왕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으나, 마왕은 가볍게 피하며 안수연을 내팽개쳤다.
동시에 안수연을 향해 다시 한번 검은 전격을 내뿜었다.
“언니!”
다행히 정하나의 암흑이 검은 전격을 막아냈다. 검은 전격의 위력은 금빛 전격보다 약한 건지, 암흑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것으로 방어에 성공했고, 정하나는 안수연을 구해낼 수 있었다.
마왕이 안수연에게서 떨어지자, 공략대는 마왕을 향해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마왕은 어린애 장난을 상대하는 것처럼 가볍게 피하며, 내 앞에 도달했다.
『이유영, 쟤네는 너 때문에 저런 꼴이 되는 거야.』
녀석은 순식간에 내 머리채를 붙잡았고, 나는 검을 휘둘러 녀석의 팔을 잘라내려 했다.
푸른 검기가 녀석의 팔을 스쳤으나, 녀석은 내 공격을 회피하지 않고 날 붙잡은 채로 내게 전격을 흘려보냈다.
파지직!
검은 전격이 내 몸을 휘감으며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이 잇따랐다.
퓨즈가 나간 것처럼 뇌가 꺼지는 것만 같았다. 강렬한 전격이 혈관을 찢어버릴 듯이 피를 타고 흘렀다. 심장이 발작하며 거세게 뛰는 게 느껴지던 순간, 눈앞에 창이 하나 떠올랐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상태 이상, ‘변이’에 저항합니다. ]나는 정신을 차리는 대로 녀석의 팔에 검을 박아 넣었다.
녀석은 이번에도 내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내 머리채를 붙들고 들어 올리며, 나와 똑같이 검은 전격에 당한 세 사람을 보게 할 뿐이었다.
『저게 다 너 때문이라니까?』
검은 전격을 맞고 ‘변이’에 당해, 악마의 모습이 되어가는 세 사람이 보였다.
그들의 등 뒤에는 악마의 날개를 떼어다 붙인 것 같은 날개가 자라났다. 머리에선 마왕과 똑같은 흉측한 뿔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기절할 만큼 상태가 심각했던 세 사람은 강제로 몸을 일으키며 눈을 떴으나, 동공이 완전히 풀려 있었다.
『너도 저걸 풀어낼 방법이 없지?』
마왕은 붙잡고 있던 내 머리채를 땅에 처박고서 발로 짓밟았다.
두개골이 으깨지는 고통이 잇따랐으나, 나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이는 세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김신욱의 등 뒤로 커다란 광채가 돋아났다. 녀석은 그 속에서 거대하고 흉흉한 창을 뽑아내곤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신욱의 능력치로 절대로 보일 수 없는 능숙한 움직임이었다. 서브 스킬을 쓴 게 틀림없었다.
김신욱의 서브 스킬에 기민철과 이용건 역시 영향을 받았는지, 두 사람 모두 기존 능력치로는 보일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민철은 곧장 근거리 공격계 헌터들 사이에 헤집고 들어가, 대열을 엉망으로 만들며 사람들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이용건은 공중을 날아다니며, 공략대의 핵심 멤버인 정하나와 고주연, 안수연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그러나 공략대 역시 쉽게 당하지 않았다.
정하나의 암흑은 이용건의 화살을 막았고, 수호 길드의 방패가 기민철로부터 공격계 헌터들을 보호했다.
원거리 공격계는 김신욱을 제압하기 위해 공격했고, 공략대는 세 사람을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방식을 관철하며 싸움을 이어갔다.
이 녀석의 말대로 아직 내 힐로 변이를 풀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저들의 변이를 풀어내려면 마왕을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정하나는 내 쪽을 불안하게 쳐다보다가 외쳤다.
“뭐 해! 당장 빠져나와!”
그러나 정하나의 말을 들은 마왕은 발에 더 힘을 주며, 내 머리를 부술 기세로 짓밟았다.
나는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내 힘으로는 상황을 뒤집지 못했다.
그 순간, 중간 보스 녀석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너, 생각보다 약해.’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까지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빠져나가야만 한다. 나는 화왕검에 스킬을 눌러 담으며, 녀석의 다리를 잘라버릴 타이밍을 쟀다.
그런데 그때, 마왕이 나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안을 하나 하지. 나도 내키진 않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서 말이야.』
녀석은 내 머리를 누르고 있던 발을 떼는가 싶더니, 곧바로 화왕검을 쥐고 있던 손을 짓밟았다.
쾅!!
테이블이 부서지며 손뼈가 으스러졌다.
뼈가 조각나는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졌고, 쥐고 있던 화왕검은 손에서 튕겨 나갔다.
“큭…!”
『넌 변이에 안 당하잖아. 그런데 나는 네가 변이에 당했으면 하거든.』
마왕은 내 손을 완전히 으깨버릴 심산인지, 더욱 강하게 짓밟았다.
생명의 의지가 빠르게 뼈와 살을 수복했지만, 고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녀석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변이의 힘을 진정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변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거든. 그땐 변이가 아니라 ‘변화’가 되니 말이야. 그러니, 네가 변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가졌으면 해.』
대체 이 새끼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마왕은 헛소리를 중얼거리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검은 안구 속 붉은색 눈동자가 섬뜩하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유영, 몬스터가 되어라. 네가 변이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하면 저 인간들은 모두 살려서 내보내 주마.』
사람이 당황하면 순간적으로 아무런 말도 못 하게 된다더니, 지금 내가 바로 그 꼴이었다.
이 녀석은 지금, 나보고 몬스터의 편이 되라고 회유하고 있었다.
몬스터에 의해 멸망해버린 세상에 홀로 남은, ‘최후의 인류’인 내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