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미궁을 나가기 위해 (8)
나는 눈앞의 마왕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여전히 내 머리를 짓밟은 채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몬스터가 되라고?’
어이가 없어 실소만 나왔다.
몬스터가 되면 공략대 전원을 살려주겠다니. 내겐 그저 개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한테 몬스터가 되라고 하다니.
나는 이 녀석들을 모조리 없애고 싶어서 10만 장의 일기를 쓴 사람이다.
그렇게 쓴 일기로 시간을 되돌려서, 몬스터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런 내게 몬스터가 되라는 건 그냥 개소리였다.
무엇보다도, 공략대는 녀석에게 살아남기 위해 던전에 들어온 게 아니다.
녀석을 공략하기 위해 이 던전에 들어온 것이다.
저 제안을 받아들여 모두를 살려 보낸다는 건, 공략대에 대한 기만이나 마찬가지였다.
녀석의 제안은 고려할 가치도 없는 제안이었다.
“내가 몬스터가 되면 네가 얻는 이득이 뭐지?”
다만 몬스터 주제에 회유라는 수단을 쓰는 게, 꼭 어떤 ‘의도’가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그 의도는 오류와 관계있을 수밖에 없다. 이 정도의 고차원적인 의지를 지닌 몬스터는 그 녀석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
내가 반항을 멈추고 질문하자, 녀석은 손에서 검은 전격을 만들어내며 답했다.
『네가 몬스터가 된다면 우리가 승리한다고 판단하거든.』
녀석의 말투는 꼭 자신의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 부분을 좀 더 파보기 위해 녀석에게 질문했다.
“우리라는 건 네게 동료가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오류’인가?”
『그 질문은 내 제안과 아무 상관이 없다.』
“내게 몬스터가 되라며. 그럼 나도 뭘 알아야 할 거 아니야.”
마왕은 나를 빤히 내려다보더니, 내 손을 더 세게 짓밟았다.
테이블까지 완전히 부서지며 나는 팔뼈까지 으스러지는 고통을 맛봐야 했다.
『이유영. 넌 네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겠지. 넌 그런 인간이니 말이야.』
녀석은 내 손을 밟고 있던 발을 떼며 말했다. 애초에 녀석은 내가 들어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제안을 한 것처럼 보였다.
녀석의 손에 금빛 전격이 모였고, 전격은 곧장 나를 향했다. 나는 몸을 틀어 피하며, 떨어트린 화왕검을 발로 차서 녀석에게 날렸다.
내 발에 차인 화왕검은 녀석의 손에 박혔고, 나는 곧장 심판의 물을 발동했다.
콰과과과과각!
솟아오른 물기둥은 나를 녀석에게서 멀리 튕겨냈다. 그리고는 곧바로 심판의 물을 다시 발동해, 마왕의 머리 위로 물벼락을 떨어트렸다.
물에 맞은 덕분에 온몸에 전기가 흐르게 됐으니, 쉽게 전격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녀석은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로 자신의 손에 박힌 화왕검을 뽑아내며 말했다.
『이건 나한테 주는 선물인가 봐?』
마왕은 화왕검을 반으로 두 동강 내며 웃었다.
마치 약 올리는 것만 같은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검보다 변이에 당한 세 사람을 구하는 게 먼저였다.
공략대는 힘을 합쳐 세 사람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 선두에서 공격을 이끌어내고 있는 건 정하나와 고주연이었다.
“이유영이 힐 해줄 거야, 일단 조져!”
정하나가 소리치자 공략대는 망설임 없이 온갖 폭격을 날렸다.
그 뒤에선 고주연을 필두로 원거리 공격계 헌터들이 일제히 김신욱을 향해 공격을 날리고 있었다.
고주연은 김신욱에게 자라난 날개를 향해 망설임 없는 태도로 화살을 쏘아내고 있었다.
고주연의 침착함에 전염이라도 된 듯, 원거리 공격계 헌터들은 흔들림 없이 공격을 날리고 있었다.
상당히 무자비해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필 변이에 당한 김신욱과 기민철, 이용건은 공략대 중에서도 가장 전투력이 뛰어난 이들이었다.
그런 셋을 봐주면서 제압하다간 오히려 공략대가 당할 수도 있었다.
우선 저 셋 중에서는 공격력을 증폭시키고 있는 김신욱을 가장 먼저 쓰러트려야 했다.
김신욱은 거대한 창을 휘두르며 공격을 모조리 튕겨내고 있었다.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걸리는 건 김신욱의 오른팔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깨가 탈골된 것 같은데, 변이로 인해 강제로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하필이면 오른팔을 다친 걸 보면 저 녀석도 운이 더럽게 없는 놈이었다.
공격을 튕겨내던 김신욱은 들고 있던 창을 고주연을 향해 던졌다.
쾅!!!
빛의 창은 섬광탄처럼 빛을 터트리며 공략대의 시야를 방해했다. 정하나의 암흑이 고주연을 가로막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공격이 막히자, 김신욱은 창을 한 자루 더 소환했다.
하지만 더는 녀석이 날뛰게 둘 생각은 없었다.
나는 심판의 물을 발동했다.
천장에서부터 쏟아져 내린 물벼락이 김신욱을 바닥에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쿵!
나는 바닥에 떨어진 김신욱을 향해 달려가,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내 힐은 아직 변이를 치유하지 못한다. 지금은 이 녀석의 오른팔이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는 걸 막아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미 몸은 한계에 다다랐을 텐데도, 김신욱은 곧장 몸을 일으켰다. 녀석은 창을 소환해 나를 찌르려 했으나, 나는 창을 발로 걷어차며, 녀석의 이마를 붙잡고는 그대로 힘으로 밀어붙여 넘어트렸다. 전투에서 이 녀석이 나를 이기려면 5년은 더 수련해야 했다.
[ 메인 스킬, 를 발동합니다. ] [ 대상자에게 살아가는 것의 힘이 스며듭니다. ] [ 생명의 의지가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반쯤 몬스터가 된 놈인데, 다행히 내 힐이 통하고 있었다.
이대로 변이까지 해제해버린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아직 내 생명의 의지는 그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녹색 빛이 김신욱을 감싸며 엉망진창이 된 녀석을 치유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김신욱은 치유를 받는 동안 움직임을 멈추었다.
내가 김신욱을 제압하는 걸 본 안수연이 급히 내 쪽으로 뛰어왔다.
나는 안수연에게 김신욱을 맡기며 말했다.
“제압 부탁드립니다. 제 힐로도 몬스터화를 풀어내진 못했습니다.”
“알겠어요. 제 서브 스킬로 마취해두고, 실로 묶어두면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안수연은 곧바로 서브 스킬을 발동했는지, 김신욱의 눈이 서서히 감기는 게 보였다.
마왕을 물리쳐 변이를 풀어낼 때까지 이렇게 기절시켜 두는 게 최선이었다.
제압해야 하는 대상은 김신욱이 끝이 아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 김신욱이 놓친 빛의 창을 주워들었다.
저 멀리서 이용건이 안수연을 향해 화살을 쏘고 있었다.
챙!
나는 빛의 창을 휘둘러 이용건이 발사한 화살을 쳐냈다.
하지만 김신욱이 의식을 잃어서 그런지, 화살을 쳐내자마자 창은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
이용건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 스피드로 움직여 거리를 좁혔다.
더 이상 김신욱의 합주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닐 텐데도, 이용건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았다.
이용건을 향해 공격계 헌터들의 공격이 쏟아져 내렸는데, 이용건은 기민철만큼 빠른 속도로 모조리 피해내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이용건의 능력치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움직임이었다.
이용건은 순식간에 내 쪽으로 다가와 곧장 단검을 휘둘렀다.
“큭…!”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지만, 나는 이용건의 공격을 순순히 맞아줬다.
이용건의 단검이 내 어깨에 박혔고, 검날은 쇄골을 부수며 깊숙이 들어왔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박히면, 단검을 빼기도 어렵다. 나는 그대로 단검을 쥔 이용건의 손목을 붙잡았다.
아무리 일부러 맞은 공격이라지만, 내 방어력을 가볍게 무시하는 힘이었다.
나는 고통에 이를 악물며, 이용건을 더욱 강하게 붙잡았다.
이용건은 온몸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팔다리의 살이 너덜거렸고, 뼈도 부러진 건지 움직임도 이상했다. 김신욱보다도 더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았다.
변이에 당해 싸우면서 이용건의 부상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이용건은 내게서 벗어나기 위해 칼로 내 어깨를 후벼팠지만, 나는 이용건을 놓지 않았다.
나는 이용건을 향해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 메인 스킬, 를 발동합니다. ] [ 대상자에게 살아가는 것의 힘이 스며듭니다. ] [ 생명의 의지가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생명의 의지가 이용건을 감싸며 부상을 빠르게 치유해 나갔다.
다행히 이용건도 김신욱처럼, 생명의 의지가 발동되는 동안 움직임을 멈췄다.
안수연은 내 어깨에 박힌 검을 쳐다보다가, 말없이 이용건을 실로 묶어 포박했다.
이용건은 곧 안수연의 마취에 당해 정신을 잃었고, 남은 것은 기민철 하나뿐이었다.
다행히 내가 나설 것도 없이, 기민철은 이미 제압된 상태였다.
기민철은 방어계 헌터들이 둥그렇게 만들어낸 거대한 실드 속에 갇혀 격리된 상태였다.
근거리와 방어계 사이에 뛰어들며 부상자를 많이 만든 것 같았지만, 그만큼 제압도 빨리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여 안수연에게 말했다.
“기민철 헌터는 안수연 씨한테 맡겨도 되겠습니까?”
“알겠어요. 이유영 씨는, 저 녀석을 상대하려는 거죠?”
안수연은 테이블 위에 서 있는 마왕을 쳐다봤다.
마왕은 내가 두 사람을 제압하는 동안, 검은 안개를 만들어내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중이었다.
마치 더 강력한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저 녀석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싸울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는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곧 큰 공격이 올 겁니다. 그 전에 기민철 헌터 제압 부탁드리겠습니다.”
안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신욱과 이용건을 챙겨 기민철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그 모습을 확인한 뒤, 정하나에게로 향했다.
중간 보스와의 전투 이후로 한 번도 쉬지 못한 탓에, 정하나는 상당히 지쳐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정하나가 쓰러져선 안 된다. 나는 일부러 지친 걸 알아차리지 못한 척, 정하나에게 말했다.
“정하나 길드장, 한 번에 폭발적으로 스킬을 쓴다면 저 몬스터의 번개를 얼마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정하나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자신의 손을 쥐었다 피던 정하나는 내게 다섯 손가락을 쫙 펴 보였다.
“5분….”
완전 방어, 절대 방어로 불리던 정하나가 자존심을 버리고 5분밖에 못 버틴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정하나는 이 던전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마왕은 분명 아까보다 더 강한 전격을 퍼부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하나가 버틸 수 있는 건 고작해야 2분 정도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충분합니다. 제가 마왕에게 충분히 접근하면, 마왕과 저를 암흑으로 한곳에 가둬주세요. 제가 마왕의 약점을 공략하겠습니다.”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방금도 너 믿고 1대 1로 싸우게 해줬더니, 너 처맞기만 했잖아!”
“….”
사실이라 할 말이 없었지만, 나는 정말로 마왕의 약점을 공략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 수단도 미리 준비해뒀고 말이다.
내가 대답 없이 가만히 있자, 정하나는 이용건에게 칼로 후벼 파인 어깨를 팍팍 치며 한 소리 하려 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우리의 머리 위로 금색의 빛이 번쩍였다.
작전 회의를 할 여유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낙뢰가 떨어져 내렸다.
콰과광!!
정하나는 급히 암흑을 펼치며 계속해서 암흑을 두껍게 덧댔다. 어떻게든 낙뢰를 흡수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낙뢰는 날카롭게 암흑을 찢고 정하나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고주연이 정하나의 뒷덜미를 잡아채지 않았다면 낙뢰에 직격으로 맞고 말았을 것이다.
녀석의 행동은 심심풀이에 가까운 가벼운 견제로 보였다. 이쪽으론 시선 하나 주지 않은 채, 여전히 검은 안개를 두른 채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공격인데도 정하나는 암흑은 손쉽게 뚫리고 있었다.
“으아악!! 짜증 나!!!”
고주연에 의해 뒤로 넘어진 정하나는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며 소리쳤다.
낙뢰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공략대를 향해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다.
정하나는 간신히 암흑을 쥐어 짜내며 말했다.
“너 정말 할 수 있어?”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그게 아니고, 안 죽을 수 있냐고!!”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 특기가 안 죽는 겁니다.”
“지금 농담할 때냐?”
농담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정하나의 말대로 장난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조용히 마왕을 향해 계속해서 화살을 발사하고 있는 고주연을 향해 말했다.
“고주연 씨한테도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고주연은 활을 놓지 않은 채, 내게 물었다.
“뭔데?”
“저 벽을 부숴주세요.”
나는 식당의 외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에는 창문도 없어서 외부로 나가려면 벽을 부숴야 한다.
벽을 부수려면 고주연과 김신욱이 정하나를 가둔 창살을 부쉈을 때만큼의 공격력이 필요했다. 사실상 불가능에 도전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 벽을 왜 부숴야 하는지 설명해주면 두 사람은 반드시 반대할 것 같아서, 나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주연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했다.
“그래.”
정하나는 지나치게 쿨한 고주연을 보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이유를 캐묻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부탁받은 고주연이 순순히 응한 이상 옆에서 이유를 묻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제가 마왕을 상대하는 동안, 마왕은 끊임없이 공략대를 공격할 겁니다. 두 분이 주축이 되어서 상대해주세요.”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한 번씩 쳐다봤다.
고주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정하나는 한숨을 푹 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알겠다고 답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마왕에게 향했다.
나는 아직 약하다.
중간 보스가 했던 그 말처럼,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여전히 약했다.
그러나 약하다고 해서 싸울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주머니에 있던 녀석을 붙잡아 흔들어 깨웠다.
던전에 들어온 이후로 내내 잠만 자고 있던 녀석이 몸을 일으켰다.
『후아암, 잘 잤다.』
“얼른 일어나.”
『이유영이 먼저 깨운 걸 보니, 벌써 때가 왔나 보군요!』
화신은 주머니를 빠져나와 내 어깨 위에 앉았다.
녀석은 나와 함께 마왕을 쳐다봤다.
마왕의 주위에는 심상치 않은 검은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 그러다 순간, 녀석의 중얼거림이 멈추더니 바닥에 강렬한 빛과 함께 마법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 도무지 나 혼자 힘으로는 안 되겠다.”
『후후, 걱정하지 말아요. 시스템이 모든 준비를 끝내놨어요.』
“고생했네.”
내가 마왕보다 약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원래 나는 끈질기고 치사하게 싸우며 이겨왔다.
그 치사함의 결과가 승리이기만 하면 된다.
승리할 수만 있다면, 나는 몸이 터져나가는 고통도 각오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