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미궁을 나가기 위해 (9)
나는 악마의 미궁 던전에 들어오기 전, 화신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혹시 던전 보상템 미리 줄 수 있냐? 잠깐 빌리는 정도여도 괜찮으니까.’
내 뻔뻔한 제안에 화신은 기함을 토했고, 나 역시 부탁하면서도 불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은 채, 철면피를 두르고서 화신에게 말했다.
‘따지고 보면 네가 일기장을 오류에게 빼앗기는 바람에 지금 시기에 생겨선 안 될 던전이 생긴 거잖아. 헌터들이 몬스터보다 약한데 어떡하냐. 시스템도 꼼수를 써야 이길 수 있지 않겠어? 쟤네도 꼼수를 쓰는데 너는 왜 안 해?”
그러자 화신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한 번 해보겠다며 내 부탁을 수락했다.
대신 내 일기장의 힘이 필요하다며, 쉬지 말고 일기장을 모으라고 나를 몰아세웠다.
덕분에 악마의 미궁에 들어오기 전까지 거의 쉴 틈 없이 부지런히 던전을 돌아야만 했다.
나 역시 녀석에게 제대로 준비하라고 잔소리를 반복했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채찍질을 하며 악마의 미궁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지금, 녀석은 내게 준비를 끝마쳤다고 말하고 있다.
새삼스럽지만 이 녀석이 없었다면 회귀한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던전의 보상템을 사용해 마왕과 싸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이 녀석이 아니면 그 누구도 받아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나는 화신에게 말했다.
“준비가 끝났다는 건 그 보상템을 쓸 수 있다는 거지?”
『물론이죠. 하지만 단 10분! 10분을 초과하면 저절로 소멸할 거예요.』
“10분이면 충분해.”
강한 녀석과 싸울 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결착이 나기 때문이다.
마왕은 회귀 후 만난 어느 상대보다도 강한 녀석이고, 녀석과의 전투는 아마 10분이면 끝을 볼 것이다.
『정말이지, 이유영이 모아온 모든 일기장을 사용할 정도로 무리한 부탁이었다고요. 그 많은 일기장의 힘으로 고작 10분 동안 무기를 사용하는 건 효율성이 너무 낮아요!』
“어쩔 수 없어. 지금 내 힘으로는 도저히 정석대로 공략할 수 없으니까. 공략대 중에서 내가 못 하는 걸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시스템이 이걸 준비해준 거죠!』
화신은 내 아이템창을 열어 준비된 것을 보여줬다.
악마의 미궁을 무사히 공략해내면 얻게 될 SS급 보상템, ‘떨어진 샛별’.
이 검의 또 다른 이름은 ‘마왕의 검’이다.
마왕은 지금 주문을 외며 이 검을 소환하는 중이었다.
떨어진 샛별을 얻은 마왕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해진다. 이 검이 마왕의 힘을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이 검이 있어야만 마왕을 물리칠 수 있다.
마왕의 약점은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파괴되지 않고, 오직 이 검으로만 파괴할 수 있었다.
원래 정석적인 공략법은 녀석에게서 이 검을 빼앗아 마왕의 약점에 박아넣는 것이었으나, 지금의 내게는 녀석에게서 검을 빼앗을 힘이 없었다.
그래서 화신에게 보상템을 빌려달라는 무리한 부탁을 한 것이었다.
분하지만, 지금은 내 무력함 때문에 괴로워할 시간 따위는 없다.
10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는 임시 마왕의 검을 이용해 마왕을 이겨낼 궁리를 해야 했다.
화신은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는 듯, 내 주머니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시스템은 당신의 행운을 빌어요. 이겨내세요, 최후의 인류.』
“….”
어울리지 않게 무게를 잡는 탓에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나는 낯간지러운 대답 대신, 녀석이 들어간 주머니를 툭 건드렸다.
화신의 말대로 이겨내야 한다.
나는 이 자리에 최후의 인류로서 서 있는 것이니까.
***
마왕은 주문을 외워 바닥에 마법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녀석의 주위에는 검은 안개가 먹구름처럼 껴있었고, 천둥소리가 나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녀석이 만들어낸 마법진 바깥에 다다랐다.
마왕은 턱을 치켜들고 나를 내려다보더니, 손을 하늘 위로 뻗었다.
콰과광!
그 순간, 천둥이 치며 마왕의 등 뒤에 낙뢰가 떨어졌다. 벼락을 맞은 마법진은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나타나라.』
마왕이 마법진의 중앙에 서서 외치자, 마법진의 빛이 한 곳에 응축되며 검의 형태가 되었다.
찬란하게 빛나던 금빛의 신형을 마왕이 움켜쥐자, 빛이 기세를 잃고 밀려나더니, 악을 뭉쳐놓은 듯이 새까맣게 물들어 있는 검이 태어났다.
녀석이 검을 하늘 위로 치켜들자, 검에서 검은 구름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정하나에게 외쳤다.
“정하나 길드장, 지금입니다!”
정하나는 암흑을 발동해 나와 마왕을 한 곳에 가두었다.
반구체로 펼쳐진 암흑은 마왕과 나를 포함해, 이 공간의 모든 것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먹구름은 이 공간을 모두 메워버린 기세로 퍼져나갔고, 마왕의 검에서 뻗어나간 빛이 먹구름을 물들였다.
마왕은 킬킬대고 웃으며, 나를 비웃듯이 말했다.
『정녕 죽고 싶은가 보구나.』
“글쎄다. 내가 딱 하나 못 하는 게 있는데, 그게 죽는 거거든.”
『어리석기는. 이런다고 다른 인간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나?』
그 말과 동시에, 마왕의 검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암흑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단 2분뿐이다. 2분 안에 마왕이 펼칠 일격을 모두 무마해야 한다.
나는 아이템창에서 떨어진 샛별을 소환했다. 검은색의 한손검이 불안정하게 소환되며, 내 손에 안착했다. 나는 검을 곧장 바닥에 박아 넣었다.
우르릉, 쾅!!!!!
콰과광!!!!!!!!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마왕의 검에서 전격이 엄청난 기세로 방출되었다. 전격은 먹구름을 타고 흘러, 끊임없이 낙뢰를 떨어트렸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전격은 조금만 닿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타들어 갈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전격에 맞지 않았다.
암흑 역시 흩어지지 않았다.
모든 전기는 내가 피뢰침처럼 꽂아 넣은 떨어진 샛별에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지지지지직!!!
떨어진 샛별은 마왕의 낙뢰에 부서지지 않는다. 저 녀석의 무기이니 당연하다.
마왕은 자신이 들고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검을 보고 있었다.
나는 손이 잿더미가 될 각오를 하며, 모든 전격을 흡수해낸 떨어진 샛별을 뽑아 들었다.
파지직!!
피부가 순식간에 타들어 가며, 혈관을 끊어내는 것 같은 고통이 잇따랐다.
도저히 손으로 잡을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살가죽이 구워지며 타는 냄새가 역겹게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이 검을 놓을 수 없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지속적인 데미지를 받으면 생명의 의지는 계속해서 새 창을 띄운다.
검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계속해서 데미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생명의 의지는 끝끝내 내 뼈와 살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꽂아둔 검을 빼 들어 마왕을 향해 겨누었다.
검을 든 손이 제멋대로 떨리고 있었으나, 나는 검을 좀 더 세게 쥐어 잡으며 말했다.
“네 회심의 일격을 맞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어쩌냐? 확실히 네 검이 쓸만하긴 한가 보다. 그걸 다 흡수하고.”
마왕은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과 완전히 똑같이 생긴 검이 내 손에 있는 것을 보며, 웃었다.
『이유영, 역시 넌 몬스터가 되었어야 했어.』
마왕은 검을 마법진 위에 박아 넣으며 주문을 읊었다.
그러자 마법진이 검은색으로 빛나며 몬스터를 소환해내기 시작했다.
마왕이 소환해낸 몬스터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익숙한 녀석들이었다.
『가서 이유영의 동료를 모조리 죽여라.』
녀석이 소환해낸 것은 ‘7대죄’였다.
다만, 몸체가 검은 전격으로 이루어진 것을 보면 이미 재가 되어 사라진 몬스터를 다시 되살린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7대죄의 능력을 계승한 마왕의 분신이 틀림없었다.
나는 떨어진 샛별을 휘둘러 녀석들을 막으려 했지만, 내 검을 받아낸 것은 마왕이었다.
마왕은 똑같이 생긴 자신의 진짜 검을 맞부딪히며 말했다.
『네 상대는 저것들이 아니지.』
“넌 쟤네가 불쌍하지도 않냐? 죽은 놈들을 또 써먹고 있네.”
『그게 인간들이 갖는 감정인가?』
녀석은 자신의 검에 검은 전격을 흘려 넣었고, 그 전격은 고스란히 내게로 타고 넘어왔다.
가뜩이나 너덜거리던 심장 근육이 상태 이상에 저항하기 위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더는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몸이 감전과 복구를 반복하고 있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상태 이상, ‘변이’에 저항합니다. ]그때, 7대죄의 모습을 한 분신들이 암흑을 향해 일제히 공격을 날렸다.
정하나가 말한 2분이 지난 건지, 암흑은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졌다. 7대죄 녀석들은 그 틈을 비집고 탈출해, 공략대를 향해 돌진했다.
암흑이 사라지고 나자, 고주연의 지시 아래, 침통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벽을 부수고 있던 공략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공략대를 향해 외쳤다.
“모두 공격하세요! 여러분들이 이기고도 남는 녀석들입니다!”
“이유영 씨…!”
“고주연 씨 말대로 정말 살아 있었네!!”
공략대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건지,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침통했던 표정이 환하게 펴졌다.
하지만 곧장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일곱 마리의 몬스터를 보며 공격 태세로 바꾸었다.
공략대라면 7대죄의 분신 정도는 손쉽게 해치울 것이다.
그러니 나도 눈앞의 마왕을 반드시 해치워줘야 했다.
나는 녀석의 검을 쳐내며, 녀석의 약점인 ‘심장’을 노리기 위해 검을 움직였다.
그러나 녀석은 순간 이동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SS급 몬스터다.
내게는 기민철 같은 속도도, 박종훈 같은 검술 능력도 없으니 녀석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 사실을 마왕은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너는 날 이길 수 없다.』
예상대로 녀석은 나를 깔보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이용해야 했다.
회귀 전, 마왕은 어떤 공격에도 죽지 않았다.
공략대는 녀석의 심장을 터트리고 불태우기까지 했지만, 녀석의 심장은 그 어떤 공격에도 파괴되지 않았다.
파괴되지 않은 심장은 다시 마왕의 몸을 되살렸고, 공략대는 녀석을 공략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점차 사기를 잃었다.
하지만 진준성만큼은 마지막까지 마왕의 심장을 터트릴 방법을 생각해냈다.
진준성은 집요한 관찰 끝에, 마왕의 검이 마왕에게 복구되지 않는 상처를 입힌다는 걸 알아챘다.
진준성은 목숨을 걸고 마왕의 검을 빼앗았고, 내게 넘겼다. 녀석의 팔이 뜯겨 나가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진준성이 전달한 마왕의 검으로 마왕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던전의 최고 공헌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진준성이었지만, 그 던전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나밖에 없던 탓에 모든 보상템은 내가 갖게 되었다.
그 중엔 당연히도 지금 내 손아귀에 있는 ‘떨어진 샛별’이 있었다.
회귀 전, 내가 가장 오래 사용한 무기 역시 이 떨어진 샛별이었다.
떨어진 샛별에는 ‘마왕’은 사용할 수 없는 숨겨진 힘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힘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것이 녀석의 허를 찌를 유일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