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미궁을 나가기 위해 (10)
나는 계속해서 마왕과 승산 없는 칼싸움을 이어갔다.
마왕은 SS급 몬스터에 걸맞은 힘과 속도를 내보이며 나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검을 얻어낸 나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 끊임없이 검을 맞부딪혔다.
그나마 녀석에게 반응할 수 있던 건, 수년간 벼려온 헌터로서의 감각 덕분이었다.
머리로는 녀석의 움직임을 쫓을 수 없었다. 나는 오로지 감각에 모든 것을 맡긴 채, 녀석의 검을 받아 쳐냈다.
검날이 맞부딪히는 소리만이 귀에서 울렸다.
다른 것을 주위를 분산할 겨를 따윈 없었다. 오로지 마왕의 검에만 집중해야만 했다.
반면 마왕은 나를 몰아붙이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날 죽일 수 없어, 이유영.』
녀석은 말하는 도중에도 내 목을 잘라내기 위해 검을 휘둘렀고, 나는 떨어진 샛별로 간신히 받아냈다.
마왕은 계속해서 내 목을 노리고 있었다. 아무리 나라도 목이 잘리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녀석의 검을 밀어내며 말했다.
“너도 날 죽일 수 없어.”
『하…!』
녀석은 내 말을 비웃더니 지금까지 장난이었다는 양, 속도를 더더욱 올렸다. 그런데도 녀석의 몸짓에는 여전히 여유가 보였다.
녀석의 태도는 다 잡은 사냥감을 가지고 노는 고양이 같았다.
이 녀석은 분명하게 나를 얕보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환영이었다. 녀석이 방심하고 있어야, 내가 허를 찌를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마왕은 칼을 맞부딪힐수록 점점 더 거세게 나를 몰아붙였다.
나를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녀석의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그만큼 내 실수가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스각!
녀석의 검에 내 팔이 베이며 흐르던 피가, 떨어진 샛별 위로 떨어졌다.
나는 비틀거리며 떨어진 샛별을 내 등 뒤로 숨겼다.
그 순간, 내 앞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떨어진 샛별’이 특정 조건을 감지합니다.」
떨어진 샛별은 떨어지는 핏물을 모조리 흡수하자, 검신이 밝게 빛나며, 금색의 빛에 휩싸였다.
금색의 빛은 서서히 뚜렷한 형체를 갖추더니, 한쪽 검날을 감싸며 날카로운 이빨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 형태는 꼭 검을 부수는 무기인 소드 브레이커와 같았다.
마왕은 떨어진 샛별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녀석이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러오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왕의 검과 떨어진 샛별이 부딪히는 순간, 나는 칼날을 돌려 금빛 이빨을 마왕의 검날에 향하도록 했다.
회귀 전, 떨어진 샛별은 모든 무기를 부술 수 있는 악랄한 검으로 불렸다.
떨어진 샛별의 이빨은 자아를 가진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무기를 갉아 먹는다.
이빨을 만들어내는 조건을 알아내는 게 까다롭긴 했지만, 한 번 생겨난 이빨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했다.
떨어진 샛별의 이빨을 만들어내는 조건은 두 가지였다.
먼저, 검의 주인이 검날 위에 피를 떨어트려야 한다. 주인의 피를 흡수하는 순간 떨어진 샛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두 번째로 변화가 일어난 떨어진 샛별이 스스로 ‘마’의 기운을 감지해야 한다.
그 기운을 감지하면 방금처럼 알림창이 떠오르며 톱날을 만들어낸다.
‘마’의 기준이 뭔지는 나도 아직까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마왕’은 떨어진 샛별을 각성시키기에 가장 알맞은 상대인 것은 틀림없었다.
모순적이게도, 떨어진 샛별은 마왕의 검을 부수기 위한 최적의 무기였다.
카가각!
마왕의 검이 닿자마자 떨어진 샛별의 이빨이 움직이며 매섭게 마왕의 검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마치 먹이를 발견한 짐승처럼 검날을 갉아냈고, 마왕의 검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다.
마왕은 서둘러 자신의 검을 빼내려 했으나, 떨어진 샛별은 마왕의 검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캉!
마왕의 검은 그 끈질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나는 녀석이 당황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녀석의 심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녀석은 재빨리 팔을 들어 방어했으나, 떨어진 샛별은 녀석의 팔을 그대로 베어냈다.
스각!
녀석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텅 비어버린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바라보았다.
떨어진 샛별에 베이면 녀석은 몸을 재생시킬 수 없다.
자신의 비어있던 어깨를 바라보던 녀석의 두 눈이 서서히 시뻘겋게 물들더니, 눈앞에서 사라졌다.
퍽!!
순식간에 나타난 녀석은 내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녀석에게 얼굴을 처맞고 꼴사납게 날아가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주먹을 휘두른 이유가 분노에서 비롯된 게 보였기 때문이다. 녀석이 비웃던 감정 말이다.
『감히 네까짓 게 내 검을…!!』
녀석은 하나 남은 손으로 금색의 전격을 만들어, 내게 낙뢰를 떨어트렸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낙뢰를 피해내며, 바닥에 떨어진 마왕의 검 조각 하나를 주워들었다. 녀석의 심장을 꿰뚫고도 남을 커다란 파편이었다.
나는 그 파편을 소매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게 누가 방심하라 했냐.”
나는 보란 듯이 녀석을 비웃어줬다. 녀석은 표정을 흉흉하게 일그러뜨리더니,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나 내 목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큭…!”
『죽어라.』
마왕은 내 목을 있는 힘껏 조르며 전격을 흘려보냈다.
혈관이 터지는 고통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몸이 제멋대로 떨리며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났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몸은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검을 놓치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녀석이 흘려보내는 전격의 강도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죽지 않는 걸 알면서도,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때였다.
“이유영!!”
누군가가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외침과 동시에 은빛 화살의 무리가 마왕을 향해 쏟아져 내렸고, 파도처럼 몰려온 암흑이 나를 덮었다.
마왕은 가벼운 동작으로 화살과 암흑을 피해내며, 공략대를 향해 낙뢰를 떨어트렸다.
그러나 내게 필요한 것은 잠깐의 시간이었다.
스각!
녀석이 공격대에 정신이 팔려 전격이 멈춘 그 잠깐의 시간.
나는 떨어진 샛별을 휘둘러 내 목을 조르고 있던 녀석의 팔을 베어냈다.
마왕은 텅 비어버린 자신의 양어깨를 바라보며, 음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유영, 네가 감히….』
그 반응에 실소가 절로 흘렀다. 녀석을 드디어 여기까지 몰아붙였다는 게 실감이 났다.
숨이 가빠왔지만, 나는 다시 한번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녀석은 공격을 피하고는 마법진의 중앙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네가 날 죽일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겠다. 허나, 넌 내 심장에 그 칼을 꽂을 수 없다.』
마법진에 선 마왕은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두 팔을 잃은 녀석이 공격할 수단은 이제 한 가지밖에 남지 않았다.
회귀 전, 나를 제외한 공략대 전원을 몰살로 이끌었던, 마왕의 최종 수단.
바로 자폭이었다.
녀석이 내게 자신의 심장에 칼을 꽂을 수 없다 말한 이유는 간단했다.
자폭의 트리거는 바로 녀석의 심장이 터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회귀 전에는 악마의 미궁을 공략하고 나온 이후로 꽤 오랫동안 욕을 먹고 살았다.
자폭에 휘말린 헌터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유해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작은 육편이 된 채로 뒤섞여서 말이다.
그런데 정작 혼자 살아 돌아온 나는 생명의 의지 덕분에 상처 하나 없이 살아 돌아왔으니, 욕하기 딱 좋은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해명할 방법도 없고, 하기도 귀찮아서 나는 그냥 욕을 얻어먹고 살았다.
딱히 억울하진 않았으나, 그런 고민은 해본 적 있었다.
내가 그때 어떻게 했어야, 사람들을 잃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미 고민은 질리도록 했었다. 같은 고민을 다시 할 생각 따윈 없었다.
두 번이나 이 녀석한테서 사람들을 잃을 순 없었다.
나는 마왕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자폭하려면 내가 네 심장을 터트려줘야 할 텐데?”
『그 편협한 사고방식이, 네가 인간이라 갖는 한계다.』
나는 녀석의 헛소리를 무시하며 잠시 공략대를 바라봤다.
공략대는 마왕이 만들어낸 7대죄의 분신과 싸우고 있었다.
본체도 아닌 분신 따위는 손쉽게 상대할 만큼 우리 공략대는 약하지 않았다.
내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공략대는 강해져 있었다.
고주연은 몇몇 공격계 헌터들과 빠져나와 내 부탁대로 성벽을 부수는 중이었다.
작은 구멍이 뚫린 벽은 끊임없는 공격에 균열이 점점 커져갔고, 고주연의 화살이 균열의 중심을 정확히 파고들며 충격파를 일으키던 순간, 굉음이 울렸다.
쿠구궁!!
폭발과 함께 벽이 무너져 내리며,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구멍 너머로는 이곳이 악마의 성 꼭대기라는 것을 알려주듯, 새까맣게 물든 밤하늘이 보였다.
벽을 부수는 데 성공한 공략대는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마왕은 뚫린 성벽을 보며, 이제야 내 속셈을 알아차린 건지 크게 웃었다.
녀석의 몸에서는 불길한 보랏빛 기운이 일렁거리며, 최후의 공격을 날릴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알렸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공략대를 향해 외쳤다.
“모두 방어 태세 취하세요!”
정하나가 암흑으로 마왕의 최대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시간은 약 2분 정도다.
그 안에 마왕을 잿더미로 만들어야 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마왕에게 떨어진 샛별을 휘둘렀다.
마왕은 내 공격을 피했으나, 나는 곧바로 녀석을 향해 검을 던졌다.
죽어도 검을 놓지 않을 것 같던 내가 검을 손에서 놓았던 게 예상 밖이었는지, 녀석은 당황한 탓에 잠시나마 주춤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심판의 물을 발동했다.
콰과과과각!!
솟아나는 거대한 물기둥이 녀석과 나를 벽에 생긴 구멍 밖으로 떠밀었다.
나는 녀석이 도망칠 수 없게 흉통을 부술 기세로 끌어안은 채,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마왕은 도망칠 생각도 없는지, 미친 듯이 웃어대며 말했다.
『칼을 버리다니, 아주 우스운 작전을 쓰는구나. 이유영, 역시 넌 내 심장에 칼을 꽂지 못했어.』
“그건 네 생각이고.”
녀석의 말대로 나는 떨어진 샛별을 버렸다.
하지만 떨어진 샛별은 애초에 지금 등장할 무기가 아니다. 녀석의 검을 부수기 위해 잠시 치사하게 사용했던 것뿐이다.
내 손에는 아직, 이 녀석을 죽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나는 소매 끝에 밀어 넣었던 마왕의 검의 파편을 꺼내 붙잡았다.
푹!!
나는 녀석의 심장에 마왕의 검의 파편을 박아 넣었다.
녀석의 심장을 터트리지 않고 스스로 자폭하게 둔다면, 던전 공략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녀석을 죽이는 건 내가, 인간이 할 일이었다.
『…!』
마왕은 네가 감히 어떻게, 어느 틈에, 용서하지 않겠다, 같은 말을 했던 것 같지만, 정확히 들을 수 없었다.
마왕의 몸이 재가 되어 부서지는 순간, 귀가 먹어버릴 것 같은 폭발음 때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머리만 남은 녀석의 입 모양으로 추측할 뿐이었다.
콰앙!!!!!!!!!!!!!!!!!!!!!!!!!!!!!!!!!!
폭발로 인해 터져 나오는 빛이, 어두웠던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꼭 새벽 동이 터오는 것처럼.
그 광경이 너무 눈이 부셔서, 나는 눈을 감았다.
악마의 성은 헌터의 힘으로는 도저히 부술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벽을 부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도전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는 건, 이 성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는 말이 된다.
공략대를 가장 잘 보호해줄 수 있는 공간은 성 안이었다.
공략대는 무사할 것이다.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
나 역시, 죽지 않을 것이다.
회귀 전에는 공략대 모두가 사망했던 악마의 미궁.
공략대의 리더였던 진준성은 그 어떤 미궁도 헤쳐나갈 수 있는 천재였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며 영원히 미궁 속에 남게 되었다.
미궁에는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미궁을 빠져나간다’라는 답이 없는 문제를 풀려고 한 탓이다.
미궁에서 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미궁을 없애는 것이다.
때로는 문제의 근원 자체를 부숴야 해결되는 게 있다.
미궁을 만든 주인은 내게 탈출법을 알려주지 않고, 미궁은 끊임없이 나를 가둬두려 한다면, 미궁을 부숴야 한다. 미궁의 바깥을 상상해야 한다.
‘밖’이라는 희망을 그리며, 미궁을 탈출할 궁리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궁은 반드시 없앨 수 있다.
나에게 그 희망은 언제나 ‘생명의 의지’였다.
나는 생명의 의지가 이번에도 내 의지에 응답한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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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 스킬, 이 발동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