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수호를 위협하는 강풍 (1)
‘또 병원인가.’
나는 눈을 깜빡이며 흰 천장을 올려다봤다.
벌써 3번이나 상황이 반복되니, 이제 슬슬 익숙해질 지경이었다.
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뻐근해서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눈앞에 푸른 알림창이 밀려 들어왔다.
[ 당신은 마왕의 악에 물든 심장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 [ SS급 던전, 악마의 미궁 – 공략 성공 ] [ 공략 공헌도에 따라 보상을 정산합니다. ] [ 던전 공략자가 다수임을 확인하였습니다. 획득 아이템 알림은 이하 보상 정산 목록으로 대신합니다. ] [ 보상 정산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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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떨어진 샛별 – 이유영 [SSS] 최후 인류의 기록 – 이유영정신을 차리라는 듯이 알림창이 밀려오는 탓에 나는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다.
우선 알림창을 천천히 눈으로 읽어내리던 중, ‘최후 인류의 기록’에서 시선이 멈췄다.
야생의 몬스터와 달리, 마왕은 제대로 던전 안에서 해치운 덕에 일기장이 보상템으로 지급이 된 듯했다.
당장 떨어진 샛별과 내 일기장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알림창뿐만이 아니었다.
어째선지 사람들이 모여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유영 씨, 정신이 들어요?”
제일 먼저 말을 건 것은 윤지석이었다. 윤지석은 내 눈앞에서 손을 휘적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윤지석 옆에는 고주연이 있었고, 그 옆에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도 있었다.
진준성과 구지상이었다.
나는 뻐근한 몸을 어떻게든 일으키려 했으나, 윤지석이 호들갑을 떨며 말렸다.
“어어, 아직 일어나지 마요. 누워, 누워.”
“흑, 진짜 깨어나셨구나. 기, 길드장님….”
윤지석의 옆에 있던 진준성은 나를 애처롭게 부르며 눈물을 훌쩍였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벌떡 몸을 일으키는데, 팔에 꽂힌 링거 줄이 당겨져 링겔대가 요란하게 넘어졌다.
“진정해. 너 아직 환자야.”
고주연이 링겔대를 다시 주워서 세우며 말했다.
윤지석은 이럴 게 아니라 간호사를 불러오겠다며 병실을 나갔고, 구지상은 우는 진준성을 달랬다.
“준성아, 이유영 씨가 드디어 깨어났는데 웃어드려야지.”
“열흘 만에 일어난 사람 보고 웃으면 그건 싸이코패스 아니에요…?”
“음….”
두 사람은 굉장히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체 언제 저렇게 친해진 거지?
그보다 열흘 만에 일어났다는 게 대체 무슨 소리지?
내가 멍청한 얼굴로 있었더니, 고주연이 말했다.
“너 여기 입원한 지 열흘 됐어.”
“열흘이요?”
누워있던 기간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던전 공략은 무사히 된 겁니까?”
“누구 덕에 아무도 안 죽고 SS급 공략에 성공했다고 한창 난리지. 너 보고 제2의 영웅이라더라.”
고주연은 구지상을 한 번 보고, 나를 쳐다봤다.
제1의 영웅인 구지상은 복잡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무도 안 죽었으니 됐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문득 몇몇이 떠올랐다.
“이용건 씨랑, 김신욱, 기민철 헌터는 어떻게 됐습니까?”
세 사람은 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로 변이에 당했다.
나는 변이를 풀어주지 못했고, 고작해야 부상이 악화되지 않을 정도로 치유해주는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기민철에겐 해주지 못했었다.
아마 던전에서 탈출한 이후에도 며칠은 치료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고주연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미는 바람에 그대로 밀려 도로 눕게 되었다.
“무사해. 걔넨 5일 전에 퇴원했어. 너 보러 몇 번 병원도 들렸었고. 그리고 좀 진정해. 너 아직 환자라니까.”
“몬스터화는 풀렸습니까?”
“응. 네가 보스 몬스터 해치웠잖아. 던전 쪽은 다 잘 끝났어. …너만 이 꼴 된 거 빼면.”
고주연도 꽤 걱정했는지 날 안쓰럽게 보고 있었다.
진준성은 계속해서 훌쩍이고 있었고, 구지상도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던 모양이다.
“…흑, 이럴 거면 저도, 던전에 들어갈 걸 그랬어요.”
진준성은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트리며 말했다.
구지상은 진준성을 토닥이며 중얼거렸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고주연도 죄책감을 느꼈는지 아무 말 없이 한숨을 쉬었다.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그때, 나를 이 무거운 분위기를 구원해줄 사람이 나타났다.
“뭐야, 분위기가 왜 이렇게 심각해요?”
윤지석은 우중충한 세 사람을 보면서 당황했다.
윤지석이 데려온 간호사가 내게 몇 가지 형식적인 질문을 하는 사이, 윤지석은 세 사람과 떠들며 기운을 북돋아 주고 있었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내가 사무장을 잘 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병실 밖에서 이곳을 빼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간호사가 나가자마자 물밀듯이 병실로 몰려들어 왔다.
“이유영 씨!”
“유영이 형!”
“걱정했어요!”
협회의 야생의 몬스터 대응팀이었다.
박종훈은 달려와서 징그럽게 내 목을 껴안았다. 다른 협회원들도 양복에 선글라스를 낀 엄중한 모습과 안 어울리게 울상이 되어 나를 껴안았다.
협회원들이 이렇게까지 걱정해주는 걸 보면, 내가 마왕한테 처맞고 입원해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던 모양이다.
그들을 말리는 건 마지막으로 들어온 김상엽 팀장이었다.
김상엽은 협회원들을 하나씩 떼어낸 뒤, 상당히 화려한 꽃다발을 협탁 위에 내려놨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이건 협회장님께서 보내신 꽃다발입니다. ‘약속을 지킨 선물’이라고 하시더군요.”
“한결같은 분이시네요.”
도나리는 내게 후발대가 나설 일이 없게 하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선발대가 공략에 성공했으니, 저건 그에 대한 성의 표시인 듯했다.
윤지석은 어디선가 종합 음료수 세트를 꺼내, 협회원들한테 음료수를 하나씩 건네주며 말했다.
“이유영 씨 인기 많네. 자는 동안에도 김신욱 씨랑 천혜 길드장님이 왔다 갔어요.”
“기민철도 왔었어. 너 깨어나면 한번 만나고 싶대.”
고주연이 윤지석의 말에 덧붙여 설명했다.
김신욱과 기민철도 며칠 입원했다더니, 고맙게도 다녀갔던 모양이다. 천혜 길드장이 온 건 좀 의외였는데, 아무래도 나중에 한 번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수호 길드 분들도 오시긴 했어요….”
진준성이 눈치를 보다가 꺼낸 말에 사람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그러고 보니, 내가 누워있는 병원은 수호 길드 병원이 아닌 것 같았다.
이제야 병원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더니, 김상엽이 나서서 말했다.
“여긴 협회 관할 병원입니다. 이유영 씨의 치료는 협회장님 지시로 모두 협회에서 비용을 감당하기로 했습니다.”
“감사 말씀을 전해야겠네요. 그런데 정하나 길드장이 가만히 있었습니까?”
정하나 성격이면 자기네 관할 병원에 입원시킬 거라고 우기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 사소한 일 하나가 우리가 동맹 길드라고 친분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김상엽이 대답을 망설이고 있자, 윤지석이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자, 이유영 씨 잘 살아있는 것도 봤으니까 우린 밥이나 먹고 올까요? 참! 구지상 씨랑 고주연 씨는 먼저 먹었다고 하셨죠?”
“안 먹었….”
“네, 벌써 먹었죠! 김상엽 팀장님, 죄송하지만 할 말이 있는데 같이 남아주실래요?”
구지상은 고주연을 대신해서 대답해버리며, 병실에 김상엽까지 남기려 했다.
이게 무슨 연극인가 싶었지만, 협회원들도 수긍하며 나가려 했다.
윤지석은 진준성이랑 팔짱을 끼고서 사람들을 우르를 끌고 나갔다.
그렇게 병실에는 나와 고주연, 구지상과 김상엽만이 남았다.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사람들을 내보낸 건가 싶었다.
구지상은 김상엽과 고주연이 앉을 자리를 마련하며,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이유영 씨가 누워있던 동안, 음, 아니 그 전부터 일이 있었어요. 수호 길드에 관한 일이에요.”
아까 정하나에 관해 물어봤을 때 김상엽 팀장이 대답하지 못했던 것도 이것 때문인가?
김상엽 팀장과 고주연도 표정이 꽤 심각해 보였다.
아무래도 보통 일이 아닌 듯했다.
“우선 이것부터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김상엽은 핸드폰을 켜서 내게 여러 기사를 보여줬다.
나는 스크롤을 내리며 하나씩 읽었다.
「’깡패 길드’의 분노, 정하나 법적 대응 선포.」
「수호 길드, 어디까지 떨어지나?」
「길드원한테 화를 내는 정하나? ‘깡패 아니라고요!’」
「’안수연은 사실 힐러는 아니지 않나?’ 베일에 싸인 힐러 마케팅.」
제목부터 가관인 기사들은 내용도 추접했다.
기사들을 전부 읽어본 나는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정하나랑 안수연이 수호 길드 정예 헌터들과 함께 던전에 들어간 사이, 수호 길드를 저격하는 방송이 나온 모양이다.
정하나는 던전에서 내게 수호 길드원들이 전직 깡패였다고 얘기했다.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켜 수호 길드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고 있었다.
나는 김상엽 팀장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누가 이런 겁니까?”
“저희예요.”
김상엽을 대신해서 대답한 건 구지상이었다.
구지상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구원 길드랑 강남 길드가 합세해서 벌인 일이에요. 제가 어떻게든 여론을 잠재우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했어요.”
“맞아, 그거 보여줘.”
고주연은 구지상한테서 핸드폰을 달라고 했고, 구지상은 고분고분하게 고주연한테 핸드폰을 넘겨줬다.
고주연은 내게 구지상의 SNS 게시글을 내게 보여줬다. 그 밑에 댓글들까지 보여주며 말했다.
“구지상이 구원 길드 나와서 우리 길드에서 산다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
“이 사진 때문에 그런 소문이 도는 겁니까? 너무 비약적인데요.”
“그게, 사실이라서요. 제가 가출했거든요….”
구지상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터진 대형 사고들을 뇌가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잠시 사고회로가 멈췄다.
김상엽도 몰랐던 사실인지 당황한 얼굴로 구지상을 보고 있었다.
“소문이 사실이었습니까?”
“아직 구원 길드를 탈퇴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구지상은 웃고 있었지만, 여러 가지로 복잡해 보였다.
이 와중에도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게 대단해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구지상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생각했다.
구원 길드장이 멋대로 수호 길드를 공격했고, 구지상은 가출한 모양이다. 구지상이 가출했다는 게 소문나면서 여론이 잠재워지긴 했지만, 수호 길드에게 터진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준 건 아니었다.
던전을 공략하고 돌아온 수호 길드는 난장판이 된 자기네 길드를 마주했을 것이다. 급히 수습하는 중인 것 같지만, 잘 되진 않는 듯했다.
구원 길드도 구원 길드지만, 가장 큰 원인은 강남 길드일 것이다.
강남 길드가 미운 새끼들이라서 문제라는 게 아니다. 기자들이 전부 정하나의 편이 아닌 걸 보면, 전부 강남 길드에 매수된 게 틀림없었다.
그 녀석들이라면 돈으로 누리꾼들을 고용해, 수호 길드를 까 내리는 썰을 풀게 했을 것이다.
자극에 물든 대중들의 판단력은 흐려진 상태다.
수호가 이전까지 자신들을 지켜주는 방패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할 필요가 있었다.
‘정하나가 아니라 내가 제2의 영웅이 된 이유가 있었구만.’
우리가 SS급 던전을 공략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런 와중에 수호 길드의 명성이 한없이 떨어진 상태였다면, 자연스럽게 내 평가가 올려치기 당할 수밖에 없다.
보스 몬스터와 함께 죽을 각오까지 했다는 스토리가 더해지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웅 서사가 완성된다.
하필 내가 깨어나질 않는 바람에 열흘간 영광을 독식해버린 듯했다.
나는 김상엽 팀장에게 물었다.
“협회에선 지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부협회장님께선 협회 차원의 보호를 원하셨지만, 협회장님 반대로 방치 중입니다. 가만히 놔두면 해결될 거라는 게 협회장님의 의견입니다.”
“현명하시네요.”
이번에도 협회가 수호 길드를 도와준다면, 강남 길드와 구원 길드는 더 큰 공격에 나설 것이다.
협회는 길드들의 추잡한 싸움에 끼지 않는 게 낫다. 공권력이 나설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호 길드 혼자서는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하나는 자존심 때문에 다른 길드에 도와달라고 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다른 길드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동맹을 맺은 이유 길드도 수호를 위해 움직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 사태는 분명, 안수연 암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적당한 여론 놀이면 나도 적당히 대응하겠지만, 사람을 죽여서까지 길드를 추락시키려 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어 줄 생각은 없었다.
이 기회에 그 살인 미수범을 붙잡을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