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새로운 이유 길드원 (2)
길드를 찾아온 것은 천혜 길드장과 마수, 그리고 한 젊은 남자였다.
파란 트레이닝 복을 입은 동네 백수 차림이라, 천혜 길드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녀석이었다.
“옆에는 누구십니까?”
나는 남자를 힐끗 보며 천혜 길드장에게 물었다.
분명 협회 소집 때도 기민철과 함께 천혜 길드장 옆에 있던 녀석이었다. 천혜 길드장은 대외적인 자리에 사람을 대동하지 않는다. 그런 천혜 길드장이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나도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기민철 만큼의 실력자일 게 분명한데, 회귀자인 내가 모르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내 말에 천혜 길드장보다 남자가 먼저 반응했다. 내가 쳐다보자, 녀석은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이유영 씨! 처음 뵙겠습니다. 전 민철이 형, 기민재라고 합니다.”
나는 녀석이 내민 손을 잡아 악수했다. 풍기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자세히 보니 기민철과 얼굴도 비슷해 보였다.
기민철한테 이렇게 활기차고 제대로 된 형이 있었다니.
“기민철 씨가 던전에서 큰 활약을 해주셨습니다. 형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민철이 죽을 뻔했는데 살려 주셨다면서요. 감사해요. 동생 놈이 신세 졌습니다. 아, 유영스라고 불러도 되죠?”
첫 만남부터 ‘유영스’라고 하는 걸 보니, 확실히 기민철의 형이 맞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인사를 나누는 사이, 천혜 길드장은 로비로 걸어가며 말했다.
“민철이가 바빠서 민재가 대신 인사를 나누고 싶다길래 데려왔어요. 이유영 길드장한테도 필요할 테고.”
“저한테 기민재 씨가요?”
“우선 알 얘기부터 할까요? 부화한 아이를 보고 싶은데.”
천혜 길드장은 노골적으로 마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호두에 대한 설명도 들어야 하긴 하지만, 그 전에 수호 길드를 돕겠다는 확답을 끌어내야 했다. 지금 호두를 보여줬다간 마수 얘기만 하고 돌아가 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천천히 얘기하시죠.”
나는 방문한 손님 둘과 마수를 데리고 응접실로 향했다. 셋이 앉은 걸 확인한 뒤, 테이블에 안수연에게서 받은 천혜 길드장의 명함을 보란 듯이 올려놓았다.
“안수연 씨에게 받은 명함입니다.”
“그래 보이네요.”
보아하니, 천혜 길드장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예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수연을 통해 내 연락을 유도했다는 것부터 의도가 뻔했다.
“수호 길드를 도와주고 싶은데, 제 힘만으론 여론을 뒤집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안수연 씨는 천혜 길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하더군요.”
내 말에 천혜 길드장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혜의 이름을 빌려줄 수는 없어요. 내가 직접 끼어들면 득보단 실이 많으니까.”
거절의 말처럼 들렸지만, 아예 도움을 줄 생각이 없었다면 안수연한테 명함을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즉, 포인트는 천혜의 이름을 걸고 나서진 않겠다는 거다.
“뒤에서는 도와줄 의향이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군요.”
“이런 재밌는 싸움에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죠.”
어쩐지 후드 아래 가려진 천혜 길드장의 얼굴 위로 미소가 떠오른 것만 같았다. 천혜 길드장은 여유로운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말하지 않았나요? 이유 길드와 강남 길드 중 먼저 알을 부화시키는 쪽의 편에 서겠다고. 약속은 지킬 생각이니 걱정 말아요.”
“그래서 알이 부화한 뒤에야 답을 주신 겁니까?”
“기다려준 거죠. 나한테도 이유영 길드장 쪽에 붙을 명분은 필요하니까요.”
듣고 싶었던 말이긴 하지만, 천혜 길드장은 수호 길드는 언급하지 않고 나만 짚어서 말하고 있었다. 그 의미는 명확했다.
“천혜 길드는 이유 길드의 편이지, 수호 길드의 편은 아닌가 보군요.”
“동맹이 아닌 길드를 위해 우리 길드의 이름까지 빌려줄 수 없죠. 그리고 소란의 한복판에 나서는 것보단,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게 취향이라서.”
“어쨌든 도움은 주시겠다는 말이니 충분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도움을 주시려는 겁니까?”
내 질문에 천혜 길드장은 기민재를 쳐다봤다. 나도 따라서 기민재를 쳐다보자, 기민재는 무언가 깨달은 듯, 손뼉을 한 번 치며 말했다.
“오케이. 유영스, 제가 도와드릴게요.”
“뭘 도와주신다는 겁니까?”
기민재가 뭔가 말하려던 순간, 드레이크 마수가 기민재의 턱을 주둥이로 툭 쳤다. 꼭 말하지 말라는 몸짓처럼 보였다. 기민재는 입에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하며 조용해졌고, 천혜 길드장이 말했다.
“슬슬 부화한 아이를 보고 싶네요?”
저건 호두를 보여주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리세요.”
안 그래도 천혜 길드장이 호두를 만나고 싶어 할 것을 예상하고, 고주연과 윤지석에게 호두를 데리고 숨어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왕이면 기민재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듣고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두 사람이 호두를 데리고 숨어있는 훈련장으로 올라갔다. 윤지석은 긴 막대에 천을 달아서 고양이 놀아주듯이 호두와 놀아주고 있었다. 내가 호두를 데려가려 하자, 윤지석이 걱정스럽게 말을 꺼냈다.
“설마, 천혜 길드장님이 호두를 데려가려고 하진 않겠죠? 드라마 보면 가끔 그러잖아요. 얜 내 아이니까 내가 데려갈 거라고.”
“그러진 않을 겁니다. 호두가 우리 길드에 있어야 천혜 길드와 이유 길드가 협력 관계라는 게 대외적으로 드러날 테니까요.”
정하나와 내가 맺은 디케의 언약 증명이 수호와 이유의 동맹의 증거가 되듯, 호두도 천혜와 이유의 동맹 관계를 증명하는 존재가 된다. 천혜 길드장이 데려가려 들진 않을 거다.
“키잉….”
내가 호두를 데리고 가려 하자, 호두는 팔려 가는 것처럼 불쌍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나는 호두를 쓱쓱 쓰다듬고 안아 들었다. 녀석은 안 가려고 윤지석한테 매달려서 버텼지만, 힘으로 녀석을 떼어냈다.
“호두야, 살아남고 와라.”
윤지석이 호두에게 인사했고, 고주연도 호두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호두는 서럽게 울먹이며 내게 안겼다. 나는 계단을 내려와 다시 응접실로 돌아갔다.
응접실 문을 열자, 천혜 길드장과 기민재, 드레이크가 내 품에 매달려 있는 하얀 털 덩이에 주목했다.
“데려왔습니다. 이름은 호두입니다.”
녀석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려는데, 내게 안긴 채로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간신히 내려놓으면 다시 내게 매달렸다. 한 세 번 정도 반복하자, 녀석은 내 얼굴에 매달려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킹, 키잉… 키이잉….”
“너 버리려는 게 아니야. 너 만들어낸 사람이랑 인사만 하라고.”
“킹….”
천혜 길드장은 호두의 행동을 관찰하다가, 호두를 향해 손을 뻗었다. 호두는 자기가 천혜 길드장의 스킬에서 태어났다는 걸 모르는지, 내게 매달려서 벌벌 떨었다.
천혜 길드장이 호두를 잡아 들자, 녀석은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천혜 길드장님 스킬에서 태어난 마수 아닙니까? 따르질 않네요.”
“말했듯이 이건 내 실패작이에요. 내 말을 따르지 않죠. 한데, 이 아이의 주인은 이유영 길드장이 아니지 않나요?”
천혜 길드장은 호두의 주인을 찾으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진준성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이럴까 봐 미리 구지상과 함께 피신시켜 놨다.
나는 발버둥 치는 호두를 다시 데려오며 말했다.
“호두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면 저한테 하시죠.”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는 주인한테 얘기해줘야 하지 않나?”
“저한테 해주시면 전달하겠습니다.”
내가 전혀 양보하지 않자, 그 모습을 본 드레이크가 나를 노려봤고, 기민재는 키득거렸다.
“보스 계획이 완전 깨져 버렸네요.”
“조용히 하렴.”
“사실 그 백호를 주는 대신, 백호를 부화시킨 진준성 헌터 있죠? 걔를 천혜로 데려오고 싶어 했거든요. 다른 마수도 키워줄 수 있을 테니까.”
기민재는 내게 속닥거리듯이 말하자, 드레이크가 기민재의 등짝을 꼬리로 후려쳤다. 천혜 길드장은 다 들켰으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날 보며 중얼거렸다.
“그 애는 데려갈 자신이 있었는데, 예리하게 숨겨뒀네….”
그 혼잣말이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졌다. 천혜 길드장의 언변에 속아 넘어가는 진준성의 모습이 훤히 그려졌다.
이유와 천혜가 협력 관계가 되었으니, 다양한 마수에 대한 진준성의 전략과 분석을 들어보겠다고 서두를 열고, 같이 몬스터를 연구하며 내게 도움이 되는 헌터로 성장하게 도와주겠다고 하면 진준성은 가고 말 것이다.
내가 미리 피신시키지 않았다면, 진준성을 눈앞에서 뺏길 뻔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천혜 길드장님.”
“협력 길드에 길드원 파견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텐데?”
“어려운 일은 아니죠, 파견이라면.”
여기서 선을 그어둬야 한다.
하지만 천혜 길드한테서 백호도 받고 뭔진 몰라도 기민재의 도움을 받을 테니, 나 역시 저쪽에 무언가를 해주긴 해야 한다. 이번에만 이용해먹고 입을 닫을 거면 몰라도, 앞으로도 서로 협력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하니 말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말이다.
“다음에 정식으로 천혜 길드에 초대 한번 해주시면 준성 학생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기민철 씨도 볼 겸.”
“준성 군만 와도 되는데?”
“준성 학생이 길을 잘 못 찾는 편이라서요. 걱정되어서 제가 꼭 함께 가야겠습니다.”
군사 전략으로 미궁 속에서도 길을 찾던 진준성이 고작 천혜 길드 가는 길도 못 찾을 리는 없었지만, 절대로 진준성을 혼자 보낼 수는 없었다. 적어도 내가 옆에 있으면 저 능구렁이 같은 천혜 길드장도 쉽게 진준성을 꼬드기진 못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양보해줄 수 있는 범위였다.
다행히 천혜 길드장도 더 우길 생각은 없는지, 능청스럽게 대화 주제를 진준성에서 다시 마수로 바꿨다.
“마수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설명해줘야겠죠? 마수의 먹이는 지금까지와 똑같아요. 무형의 감정 에너지를 알아서 흡수할 거예요. 교육은 주인 하기 나름이지만, 잘 관리하지 않으면 몬스터랑 다름없는 게 마수라는 걸 기억해두도록 해요.”
“주의 사항은 따로 없습니까?”
“마수를 제어할 수 있는 목줄이 있는데 선물로 줄게요. 우리 천혜에서 개발해낸 물건이에요.”
천혜 길드장의 말에 기민재가 주머니에서 파란색 목줄을 하나 꺼냈다. 진준성을 데려가겠다고 하자마자 순순히 설명해주고, 선물까지 주는 노골적인 태도가 좀 어이없었지만, 어쨌든 주는 선물을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준성 군이 직접 끼우라고 하세요. 마수가 흉폭해질 때 그 목줄을 끼운 주인이 ‘엎드려’라고 말하면 강제적으로 엎드리게 만드는 물건이에요.”
“알겠습니다.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목줄을 주머니에 넣으며 기민재를 쳐다봤다. 슬슬 수호 길드의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을 때 기민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들어야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할 얘기가 끝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내가 의아해하며 두 사람을 쳐다보자, 기민재는 내게 친근하게 어깨동무하며 말했다.
“참, 3일 뒤 어때요?”
“뭘 말입니까?”
녀석은 내가 황당해하든 말든 자기 핸드폰을 켜서 내게 화면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너튜브의 한 채널이 떠 있었다.
“요즘 여론의 중심은 바로 너튜브거든요. 그리고 저, 기민재는 그 너튜브의 중심에 있는 남자고요.”
“그게 뭔 소리입니까?”
“유영스 좀 답답한 타입? 라이브 방송 한 번 켜준다는 거죠! 아, 이거 제 채널이거든요.”
기민재는 ‘기민쓰’라는 채널의 구독자 수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구독자 수 94.8만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