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새로운 이유 길드원 (3)
이유영이 천혜 길드 사람들과 대화하는 사이, 윤지석은 호두를 데리고 고주연과 함께 훈련장에 있었다.
윤지석은 호두와 놀아주는 중이었다. 긴 막대에 천을 하나 달아 휘적이면 호두가 사냥감을 노리듯이 반응했다.
막대를 휘적이던 윤지석은 호두를 구경하고 있는 고주연에게 말했다.
“몬스터치고 되게 고양이 같네요.”
호두는 막대 끝에 달린 천을 따라다니며 발로 붙잡으려 했다. 교묘하게 천을 빼내면, 호두는 열받는지 더 열심히 천을 따라다녔다.
사랑받고 자란 집고양이 같은 행동이었다.
고주연은 그런 호두를 유심히 보며 말했다.
“몬스터가 아닌 마수라서 그런 걸 거예요.”
고주연의 한마디에는 어떤 확신이 있었다.
좋게 해석하자면 이렇게 귀여운 게 몬스터일 리 없다는 확신이었고, 나쁘게 해석하자면 막대고 천이고 찢어발기지 않았으니까 몬스터는 아니라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윤지석은 가능한 한 좋게 해석하며 습관처럼 웃었다.
“그쵸? 이렇게 귀여운데.”
“귀엽긴 하네요.”
윤지석과 고주연은 이유영이 열흘간 입원하는 동안 꽤 친해졌다. 적어도 윤지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유영이 기절했던 중에 많은 일이 있었고, 둘이서 함께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이유영을 장기 입원시켜야 하는데 보호자는 없다고 하지.
입원한 이유영을 보겠다고 알지도 못하는 헌터들이 계속 찾아오지.
게다가 잠깐 비운 길드에는 기자들이 떼거리로 몰려왔었다. 아마 협회 측 병원이 아니었다면 병원에도 기자들이 몰려왔을 것이다.
기자들 상대하랴, 이유영 간호하랴, 손님 접대하랴.
열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빠르게 넘어갔다.
고주연과 일을 분담하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둘이 갖은 고생을 하는 사이, 언론에서는 입원해있는 사람을 보고 영웅이라며 추켜세우는 중이었다.
윤지석은 그 말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고주연도 마찬가지였는지, 뉴스에서 이유영 얘기가 나오면 꺼버렸고, 핸드폰은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이유영의 희생에 찬양하고 열광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눈도 못 뜨고 있는 이유영을 그저 바라만 봐야 했던 두 사람에게는 상처로 돌아왔다.
그런 상처를 공유하면 친해지는 건 한순간이다.
그러다 보니, 윤지석은 예전이었으면 차마 하기 어려웠을 질문을 건넸다.
“그… 던전에서요. 이유영 씨, 몬스터한테 심하게 당했어요?”
“그랬죠. 살아있는 게 기적이에요.”
“고주연 씨가 이유영 씨 처음 발견했다면서요. 이게 뭔 소린지 제가 이해를 못 해서 그러는데, 물어봐도 돼요?”
병실에 찾아왔던 헌터 중 하나가 윤지석에게 이유영의 영웅담을 얘기해줬다.
그 헌터는 마지막에 이유영이 꼭대기에서 뛰어내렸고, 나중에 고주연이 이유영을 찾아냈다고 했다.
윤지석은 그 ‘찾아냈다’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고 해도, 뛰어내린 사람의 흔적은 금방 보이기 마련이니 말이다.
호두는 두 사람이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걸 전혀 모르는 듯, 윤지석이 흔드는 막대에 달리는 천을 따라다니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고주연은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가만히 앉아 호두를 보고 있었다.
어떤 말이든 오래 고민하지 않고 답하던 고주연이었지만, 이번만큼은 한참이나 말을 고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맨 마지막에 보스 몬스터가 자폭했어요. 그대로 있었으면 공략대 전체가 휘말릴 뻔했는데, 이유영이 그걸 막아보겠다고 보스 몬스터를 끌어안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고요. 덕분에 다들 무사할 수 있었죠.”
“….”
“그렇게 공략이 끝난 후에 뛰어내린 이유영을 찾아 헤맸어요. 그러다 제가 우연히 먼저 찾아낸 거고요.”
던전에 들어가 본 적 없는 윤지석은 상황을 자세히 그려낼 순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고주연이 이유영을 가장 먼저 찾아냈다는 건, 누구보다도 가장 간절하게 찾아 헤맸다는 것이다.
죽었을지도, 살았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말이다.
고주연은 윤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한다는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전 이유영이 살아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어떻게요?”
“별로 죽을 것처럼 보이진 않아서요. 찾고 나니까 어쨌든 살아 있었고요.”
그 가벼운 말 속에는 고주연이 어떤 심정이었고, 무슨 광경을 봤는지는 담겨있지 않았다. 윤지석은 왜 고주연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어른답게 한마디만 하기로 했다.
“고생하셨네요.”
“…사무장님도요.”
윤지석은 습관처럼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윤지석의 얼굴 주름은 웃는 얼굴에 알맞게 패여 있어, 그 어떤 표정보다 웃는 얼굴이 잘 어울렸다.
고주연은 그 모습을 보며 싱겁게 웃었다.
이것이 두 사람이 웃는 방법이었다.
***
한편, 그 시각.
구지상과 진준성은 한강 근처로 드라이브를 나왔다.
한참 밤바람을 만끽하다가, 지금은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강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하늘은 적당히 어두웠고 가로등 불빛이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강바람은 딱 좋게 선선했고, 두 사람은 이유영의 카드로 산 음료를 들고 있었다.
진준성은 잠시 구지상을 쳐다봤다. 구지상은 갑자기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며 진준성을 끌고 이곳까지 왔다. 구지상이 평소에 이런 부탁을 하지 않던 사람이다 보니, 차마 거절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이런 스포츠카로 드라이브를 해보는 건 누구나 가지는 로망이라, 솔직히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다.
구지상은 여전히 3초 이상 보기 부담스러울 만큼 잘생긴 얼굴이라, 진준성은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진준성을 태워 온 빨간 스포츠카가 있었다.
저런 차는 얼마나 벌어야 살 수 있을까.
구지상 정도 되는 어른이어야 살 수 있는 걸까.
진준성은 구지상이 마시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자신이 먹고 있는 쿠키프라페를 번갈아 보았다. 어쩐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못난 자격지심을 느꼈기 때문일까, 진준성은 기분을 환기시켜 준 구지상에게 고맙다는 말은 못 할망정 이런 말을 해버렸다.
“지상이 형, 운전 못 하시네요.”
“그렇지? 면허 따는 것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구지상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구지상의 운전 실력에 비해 차가 너무 고급이라, 자꾸만 차가 급발진했다. 덕분에 여기까지 오면서 목숨의 위협을 몇 번이나 느꼈는지 모른다.
하지만 웃으면서 넘어가는 구지상의 태도가 참 어른스러워서, 진준성은 방금 한 말을 후회했다. 구지상은 커피를 홀짝이며, 진준성의 후회를 한 겹 더해주는 말을 꺼냈다.
“원래는 매니저 형이 항상 운전해 줬거든. 그래서 운전 실력 늘 시간도 없었네.”
진준성이 알기로 그 매니저 형은 지금의 구원 길드장이었다.
구지상을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구원 길드를 한국의 1위 길드로 만들어낼 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아시아 쪽 큰 길드의 투자를 받아올 만큼 사업 수완도 뛰어나다고 들었다.
다만, 이유영처럼 헌터의 사명감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다.
게다가 구지상이 추억하는 것처럼 다정한 사람인 것 같지도 않았다.
진준성이 보기엔, 그는 자신과 비슷한 과의 사람이었다. 본능적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이 분명했다.
진준성이 판단하기에는 지금 구지상이 정과 추억에 흔들리는 것도, 그 구원 길드장이 계산해둔 부분일 게 틀림없었다.
진준성은 확신을 갖고 있었고, 그 때문에 섣불리 말했다.
“형은 왜 아직도 구원 길드에서 못 나오는 거예요? 그 매니저분이랑 쌓은 정 때문에 그런 거예요?”
“네 눈에도 그래 보여?”
“그 매니저분, 구원 길드장님은 사업가잖아요. 대한민국 1위 길드가 되었다는 것부터 그 사람은 길드를 사업체로 보고 경영하는 거예요. 지상이 형이나 우리 길드장님과는 아예 다른 사람이에요.”
진준성의 당돌한 말에도, 구지상은 그저 시원스럽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 구지상의 모습은 한 편의 광고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게 너무 어른스러워서, 진준성은 또 자기가 한 말을 후회했다. 어쩐지 아까부터 어린애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형, 구원 길드에서 나오고 싶은 거 아니에요? 우리 길드장님이랑 더 잘 맞잖아요.”
“이유영 씨가 날 배려해줄 만큼 좋은 사람이긴 하지.”
“전 형의 기분을 말하는 거예요. 지상이 형은 자기 행복을 경계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 행복하면 안 된다고 정한 사람처럼.”
진준성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지금 자신이 엄청 어린애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된 거 어린애만 할 수 있는 말을 하기로 했다.
어린애답게 굴자고 마음을 먹고 나니, 아까보다 말이 술술 나왔다.
“저희 길드원 없는 거 아시죠. 형 오는 건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혹시 길드장 자리가 탐나는 거면 길드장님한테 공동 길드장 시켜달라고 해보세요. 분명 진지하게 고려해 주실걸요?”
“그럴까?”
“이유영 길드장님 안 그런 척하지만 착하시잖아요. 분명 그럴걸요.”
진준성은 자신이 눈치가 빠른 편이라고 자부했지만, 구지상은 자신의 표정을 숨기는 데 지나치게 능숙했다. 때문에 진준성은 구지상이 지금 정말로 웃고 싶어서 웃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준성아. 바보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른이 되면 점점 더 버리기 어려워지는 게 있다? 사람과의 인연이 특히 그래.”
구지상은 기껏 심각하게 얘기해놓고, 이런 말은 꼰대 같냐며 머쓱하게 웃었다.
진준성은 답답해서 한숨을 쉬었다. 구지상으로 살기도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더 어른이 되기 전에 해결하셔야겠네요.”
“응?”
“내일이 되면 형은 오늘보다 더 어른이 되잖아요. 오늘의 구지상이 제일 어리고 철없으니까, 오늘의 구지상이 해결해야죠.”
진준성은 고개를 돌려 구지상을 쳐다봤다. 하필 그 순간 구지상도 진준성을 돌아보고 있던 탓에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보니, 구지상도 마냥 표정을 감추는 데 능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구지상은 진준성의 말에 분명히 반응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눈이 마주치면 이유영은 진준성에게 은근히 웃어준다.
그래서 진준성도 이유영을 따라 웃어봤다. 마음이 흔들릴 때 봤던 그 미소는 아직도 기억에 남을 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준성이는 벌써 어른 같네.”
“그럴 리가요….”
“있잖아, 사실 여기 매니저 형이 자주 데려와 주던 곳이야. 안무 연습하다가 크게 혼나서 힘들어하거나, 앨범 발표하고 성적 안 나올 때 형이 몰래 나 데리고 여기 와줬어.”
진준성은 잠자코 구지상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구지상은 자기 얘길 하는 게 익숙지 않은지, 이야기를 풀어놓는 폼이 꽤나 서툴렀다.
괜히 들고 있던 커피잔을 진준성의 컵과 건배하듯 살짝 부딪힌 후, 웃으며 뒷말을 이었다.
“그런 기억을 잊을 수 없어서 자꾸 미련이 남았는데, 이제는 내일의 나를 위해 살아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네.”
“방금 건 내일의 나를 위한 건배였어요?”
“그런 거로 할까?”
진준성은 고개를 저으며, 제대로 한 번 부딪히자는 의미로 쿠키프라페가 든 컵을 들어 올렸다. 구지상은 웃으면서 디카페인 커피가 든 컵을 들어 올렸다.
두 잔이 맞부딪히자, 진준성은 건배사처럼 한마디 했다.
“내일의 나를 위하여.”
“응, 내일의 나를 위하여.”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웃었다.
이제야 열아홉 살과 스물다섯 살이 지을 법한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