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방송 대책 회의
기민재가 라이브 방송을 약속한 것은 3일 뒤다.
기민재는 방송 장비와 인터뷰 질문 등은 자신이 준비할 테니, 촬영은 이유 길드에서 하자고 했다.
내 인터뷰랑 수호 길드 관련 폭로를 주제로 잡자며 즉흥적으로 일을 진행했다.
나는 기민재의 제안을 수락했다.
지금으로선 기민재의 너튜브 채널을 이용하는 것만큼 괜찮은 수단이 없었다.
우리는 3일 뒤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기민재는 특이하게도 핸드폰 번호가 아니라 메신저 ID를 알려주며, 그쪽으로 연락하라고 한 뒤 길드로 돌아갔다.
그날 나는 정하나에게 내일 길드로 찾아오라고 연락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8시.
“나 왔다.”
정하나는 퉁퉁 부은 눈으로 길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짙은 다크서클에 눈까지 부은 걸 보면 사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닌 듯했다.
새벽부터 자전거를 타고 온 듯, 정하나의 뒤로 작은 자전거 하나가 보였다.
나는 우선, 내 옆에 긴장하고 서 있는 녀석부터 정하나에게 소개해줬다.
“이쪽은 우리 길드원인 진준성 헌터입니다. 오늘 저희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하나 길드장님. 이유 길드의 진준성이라고 합니다…!”
진준성은 빠릿하게 정하나에게 인사했다.
너튜브에 대해 제일 잘 이해하고 있을 젊은 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진준성한테 아침 일찍 와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다행히 오늘이 주말이기도 했고, 진준성도 꼭 가겠다며 흔쾌히 승낙해줬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네가 그 유명한 고등학생 헌터구나?”
“네…!”
정하나는 진준성과 악수를 나눈 뒤 나를 쳐다봤다.
말로는 반기고 있었지만, 표정으로 얘는 왜 부른 거냐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을 회의실로 데려가며 말했다.
“준성 학생이 저보다 머리가 좋습니다. 정하나 길드장 살려줄 아이디어가 준성 학생한테서 나올지도 모릅니다.”
“너보다 머리가 좋다고? 외계인이야?”
정하나는 진준성을 외계인 보듯이 쳐다보다가,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줬다.
진준성은 그 정도는 아니라며 멋쩍어했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사실, 진준성을 부른 이유는 공식적으로 수호 길드장을 소개해주기 위해서다.
앞으로 헌터 생활을 하려면 진준성도 여러 헌터들과 섞여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2위 길드의 길드장인 정하나와의 만남은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천재 고등학생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라는 명목이 더 좋았다.
그래야 진준성이 다른 헌터들 앞에선 어떨지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진준성은 아까부터 수호 길드장과 함께 회의한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 긴장감을 유지할 겸, 회의실 상석에 앉아 전형적인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두 분을 모은 이유는, 기민재 씨의 너튜브 채널에서 어떻게 수호 길드의 명예를 회복시킬지 토의하기 위해서입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게를 잡는 바람에 두 사람도 따라서 진지해졌다.
정하나는 손을 들고 내게 질문했다.
“그런데 이유영, 그 너튜브 채널에서 내 얘길 해도 돼? 어떤 방송 하는 채널인데?”
“채널 이름은 ‘기민쓰’고 토크가 주 콘텐츠예요. 게스트를 섭외해서 대화하는 방송이 많고, 이슈에 대한 얘기도 서슴지 않는 편이라 수호 길드에 관한 이슈를 다루기에 적합해 보입니다.”
진준성이 나 대신 대답했다. 꽤 알아보고 온 건지 막힘 없이 술술 답이 나왔다.
정하나는 진준성을 신기하게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채널 주인이 먼저 저한테 라이브 방송 켜주겠다고 했습니다. 그쪽도 딱히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준성의 말대로 ‘기민쓰’는 정하나 얘기를 하기에 꽤 좋은 채널이었다.
녀석은 선심 써주듯이 나한테 라이브 방송을 켜준다고 했지만, 사실상 내가 촬영을 응해주면 녀석은 조회수를 챙길 수 있는 상황이다.
아직 인터뷰 한 번 하지 않은 ‘제2의 영웅’이 처음으로 방송에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촬영에는 제가 들어갈 겁니다. 던전 나오고 최초로 얼굴 내보내는 거라 조회수는 어느 정도 나올 거예요.”
“네가 방송에 나간다고? 너 그런 거 싫어하잖아.”
“그래서 이 방송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출연한 조건이 ‘수호 길드에 관해 할 말이 있는데, 이걸 받아준 곳이 기민쓰 뿐이다.’라고 거짓말할 예정입니다.”
정하나는 나를 아까 진준성 보던 것처럼 신기하게 보며 고갤 끄덕였다.
진준성은 시키지도 않은 회의록을 작성하며 내가 하는 말을 받아 적었고, 나는 이어서 말했다.
“처음엔 기민재 씨한테 맞춰서 SS급 던전에 관한 인터뷰를 할 것 같습니다. 거기에 수호 길드의 미담을 섞어서 말할 거예요.”
“미담이면 텐트 빌려준 거? 아님 카레 만들어 먹은 거?”
“그것도 있고, 수호 길드의 강점은 누구보다 튼튼한 방패이지 않습니까. 이번 던전에서 수호 길드가 지킨 게 많습니다. 수호가 원래 어떤 길드였는지 다시 알려야죠.”
진준성은 맞장구를 쳤지만, 정하나는 심란해 보였다.
아마 내가 말해봤자 대중은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실제로 방송에서 수호의 미담을 꺼내면, 정하나가 시킨 거 아니냐고 물어뜯길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실제로 수호 길드가 던전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 제대로 대중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수호는 이번 던전에서 분명, 공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공로는 인정받아 마땅한 것이다.
그들의 공로에 대해서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건 그곳의 지휘자였던 나다. 이건 얼떨결에 수호의 명예까지 독식해버린 내가 해야 하는 얘기였다.
나는 정하나가 승낙할 때까지 기다렸다.
계속해서 심란해 보이던 정하나는 고민 끝에 고갤 끄덕인 뒤, 한마디 꺼냈다.
“난 뭘 하면 돼? 수연 언니가 방송에 얼굴 비치지는 말라고 했어.”
“저… 그거 말인데요. 정하나 길드장님만 하실 수 있는 게 있지 않나요?”
정하나는 계속 말해보라는 듯 진준성을 쳐다봤다.
나도 말해보라고 손짓하자, 진준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아버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리 아빠?”
“네. 아버님의 비리 경찰 논란에 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던 기사를 봐서요.”
현재 정하나의 아버지는 세간에 비리 경찰로 알려져 있다. 돈 받고 깡패들의 범죄를 눈감아준 천하의 나쁜 놈이 되어 있었다.
정하나는 깡패들을 데리고 길드를 차린 주제에 착한 척했다고 욕을 먹는 중이다.
진준성은 다른 것보다 그 부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진준성의 질문에 정하나는 복잡해 보이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 아버지는 누가 뭐라 해도 정의로운 경찰이야. 깡패들이 왜 깡패가 됐는지, 그것부터 바로 잡고 싶어서 노력하던 사람이니까.”
“정확히 어떤 노력을 하셨어요?”
“출소하고 갈 곳 없는 놈들, 인생 다시 제대로 살고 싶은데 막막한 놈들, 일 끝나고 와서 과외 해주고 취직 준비시켰어. 물심양면 지원해줬다고. 봉사도 많이 해서 상도 받았을걸? 이따위로 욕먹을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정하나의 말을 들어보면, 누군가 악의적으로 정하나의 아버지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말이 된다.
진준성은 정하나의 말을 진지하게 듣다가 한마디 했다.
“혹시 증거 있으세요?”
“뭐?”
“아버지가 그런 분이었다는 증거가 있으실까요?”
순간 회귀 전의 ‘전략 AI’ 진준성이 생각나는 발언이었다.
진준성의 당돌한 말에 정하나가 황당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진준성은 정하나한테 감정에 호소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달으라고 노골적으로 굴고 있었다.
“정하나 길드장님. 그냥 썰만 풀면 다들 허세니, 거짓말이니 하고 자기 듣고 싶은 대로 들어요. 하지만 물증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게 진짜였어? 라고 반응할 거예요.”
“그래서 방금 푼 내 ‘썰’을 믿게 하려면 증거를 대라, 이 말이냐?”
“네.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에요.”
진준성의 확고한 대답에 정하나가 화를 참고 나를 쳐다봤다. 진준성이 미성년자가 아니었으면 아마 정하나한테 한 대 맞았을 것이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두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끼어들었다.
“정하나 길드장한테 트집 잡을 게 없어서 급기야 허위 사실까지 유포한 놈들입니다. 걔네한테 한 방 먹이라면 허위라는 걸 알려야죠. 정하나 길드장 말이 사실이라는 걸 보여줍시다.”
“……사실을 어떻게 보여주라는 건데?”
“경찰 동료분의 증언을 확보하거나,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취직하신 분들을 찾아보죠. 봉사로 상장을 받으셨다면 그것도 증거가 될 겁니다.
평소의 정하나라면 내 말이 사실인데 왜 증거까지 대야 하냐며 화를 냈겠지만, 지금은 수긍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어쨌든 진준성의 말대로 증거가 필요하다는 걸 그간의 경험으로 깨달았을 테니 말이다.
“그래. 모으면 될 거 아냐, 그놈의 증거! 다 사실인데 뒤지면 뭐든 나오겠지.”
“그럼, 준성 학생.”
나는 진준성을 불렀다.
진준성은 순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준성 학생이 정하나 길드장 도와서 같이 증거 수집해주세요.”
“네…?”
“정하나 길드장 도우면서 여러 가지 배우고 오는 게 좋겠습니다.”
때로는 아무리 내 말이 맞다고 해도, 사실만 말하면 안 되는 순간이 있다. 그걸 이번 기회에 진준성이 깨달으면 좋을 것 같았다.
진준성은 당황하며 나랑 정하나를 번갈아 봤고, 정하나는 그러는 게 좋겠다며 진준성을 보고 킥킥대고 웃었다.
“야 당돌한 놈아. 너 몇 학년이야?”
“고, 고3이요.”
“다 컸네? 일단 우리 집부터 가자. 아버지 유품부터 뒤져보게.”
정하나는 당장 집에 가려는 건지, 수호 길드원한테 전화를 넣어 차를 갖고 오라고 말하고 있었다.
진준성은 여전히 어리바리하게 굴다가 회의록부터 급하게 정리했다.
나는 그런 진준성에게 말했다.
“방송 이틀 뒤니까 최대한 빨리 증언 모아야 합니다. 중간중간 전화로 보고 부탁드립니다.”
“근데 길드장님…. 방송 다른 준비는요? 제가 이유영 길드장님 옆에서 도와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준성 학생은 정하나 길드장 도와주세요.”
진준성이 회귀 전처럼 헛똑똑이로 크지 않으려면 가끔은 정하나 같은 헌터랑 지내볼 필요도 있었다.
정하나를 도우면서 다른 수호 길드 헌터들도 만나는 게 나랑 있는 것보다 더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준성이 가면 일을 제대로 처리할 테니 내가 안심된다.
나는 정하나에게 끌려가는 진준성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사실을 바로잡는 건 저 쪽에게 맡기고.
남은 건 허위 사실을 유포한 범인을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남, 구원 길드장이 본인이 범인이라는 증거를 남겼을 리 없었다.
녀석들을 몰아넣을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그런데 한참 고민하던 중, 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위층에서 호두를 놀아주는 고주연이나 윤지석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주황 머리가 날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말했다.
“이유영 씨, 여기 계셨네요.”
구지상은 한 시간 전쯤에 볼일이 있다고 나갔었다.
결연한 표정으로 나가길래 중요한 일인 줄 알았더니, 벌써 돌아온 걸 보면 중요한 일은 아닌 모양이다.
“수호 길드장님 온다고 들었는데, 혼자 계시네요?”
“벌써 갔습니다. 준성 학생도 데리고요.”
“좀만 일찍 올 걸 그랬네요. 인사라도 했을 텐데.”
말과는 달리 구지상은 정하나를 볼 면목도 없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구지상이 정하나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방금 정하나가 온 이유도 구원 길드장이 정하나에게 몹쓸 짓을 했기 때문이니까.
아무리 구지상 개인이 정하나를 위해 도움을 줬다고 해도, 구원 길드원으로서 정하나를 볼 낯은 없을 것이다.
나는 포커페이스가 안 될 만큼 심란해 보이는 녀석에게 한마디 건넸다.
“무슨 일 있으셨나 봅니다. 누구 만나고 오는 길입니까?”
“음. 구원 길드장… 만나고 왔어요.”
평소처럼 길드장을 형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구원이 아닌 여기로 다시 돌아온 걸 보면, 구원 길드장과 얘기가 안 좋게 끝난 듯했다.
구지상은 진준성이 두고 간 회의록을 들춰보다가 말했다.
“저, 이유영 씨. 혹시 저도 이 방송에 출연할 수 있을까요?”
“출연하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유가 없다면 전 반대입니다.”
구지상이 방송에 나와주기만 한다면 내가 고민하던 것들이 해결되긴 한다.
그럼에도 반대하는 건, 지금 구지상이 본인의 말 한마디로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 이상 정 때문에 나설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구지상은 내 생각과 달리 제대로 각오한 듯했다.
“구원 길드장이 수호 길드에 사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요. 뭐든지 할게요.”
구지상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구지상이라는 보장된 조회수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