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이유영(a.k.a 제2의 영웅) 씨가 수호에 할 말이 있으시다는데요
이틀 뒤, 라이브 방송 촬영 당일.
기민재가 마수를 타고 길드에 찾아왔다.
천혜 길드장의 마수는 기민재를 내려주고 바로 돌아갔다.
길드에 들어온 기민재는 나와 정하나에게 활기차게 말했다.
“다들 얼굴이 왜 그래요?”
나는 옆에 있던 정하나를 바라봤다.
정하나는 아버지에 관한 자료를 영상으로 만들어내느라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정하나 길드장이 고생해서 그렇습니다. 이해하세요.”
“얌마, 너도 만만치 않거든?”
물론 나도 함께 밤을 새우긴 했다.
정하나가 진준성과 함께 구해온 자료가 생각보다 많았다.
허위 사실에 증언해주겠다고 나선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게다가 모범 경찰로 살아온 정하나의 아버지가 남긴 명예의 흔적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 자료들을 합쳐서 영상으로 만들려고 하니, 시간이 이틀은 걸렸다.
대중 여론이 조작되고 있었다는 증거도 확보했다.
정하나 아버지를 모독하는 기사를 쓴 기자가 뒷돈을 받는 장면을 촬영한 기자가 있었다.
그는 어릴 적에 정하나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적 있는 기자였다. 다만, 자기가 이걸 퍼뜨리면 회사에서 잘릴 위험이 크다고 진준성에게 사진을 넘겨줬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글을 썼더니 계정 정지를 당한 사람, SNS에 폭로 글을 적었더니 해킹당한 사람 등. 강제로 입이 막힌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진준성은 용케 그런 사람들을 모두 찾아냈다.
그 덕에 허위 사실 유포와 여론 조작은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이게 먹힐지 안 먹힐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겐 먹히게 만드는 수단이 있다.
지난 시간 동안 수호를 되살리기 위해 가장 노력해온 이가 어제 드디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찾아낸 확실한 물증이 지금 내 손에 있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남은 건 터트리는 일뿐이었다.
나는 그간 갖은 고생을 해온 정하나의 어깨를 툭툭 쳤다.
“고생하셨습니다.”
“응. 넌 방송 잘하고. 난 주연 언니랑 있을게.”
정하나는 기민재한테도 정중하게 인사한 뒤, 2층으로 올라갔다.
기민재는 로비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올라가는 정하나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봤다.
“수호 길드장 씨도 변했네요.”
“그렇습니까?”
“원래 저런 이미지 아니지 않았어요? 안 친해서 잘 모르지만.”
기민재는 말하면서 노트북과 웹캠, 마이크를 꺼내 설치했다.
능숙하게 준비하던 기민재는 문득 가방에서 빨간 헬멧을 꺼내며 말했다.
“참, 잊고 말 안 한 게 있네.”
“뭡니까?”
“제가 헌터인 건 비밀이에요? 천혜 길드인 것도 비밀. 기민재인 것도 비밀. 얼굴이 잘생겼다는 것도 비밀. 유영스한테 나는 우연히 만난 너튜버인 겁니다?”
기민재는 ‘기민쓰’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헬멧을 머리에 쓰며 말했다.
기민쓰 영상을 보면, 기민재는 항상 얼굴을 가리는 빨간 헬멧을 쓰고서 방송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 덕에 구독자가 쌓인 케이스다.
“알겠습니다. 대신 저도 부탁 하나 하겠습니다.”
“예, 말해보십쇼.”
“중간에 게스트 두 명 정도 더 쓸 겁니다. 조회수는 보장되니까 기민재 씨한테도 좋은 조건입니다.”
기민재는 내 말을 듣고 윙크하며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저걸 보니 기민철이 떠올랐다. 형제가 똑같은 짓을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기민철이 이 녀석한테서 배운 듯했다.
나는 녀석을 무시하며 본격적으로 방송 시작을 준비했다.
***
준비를 마친 우리는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제목은 〈이유영(a.k.a 제2의 영웅) 씨가 수호에 할 말이 있으시다는데요.〉였다.
제목부터 어그로가 충만해서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시청자 수와 실시간 댓글이 내 생각보다 더 급하게 올라가는 중이었다.
「ㄹㅇ 이유영?」
「여기 촬영 장소 이유 길드인 듯.」
「기민쓰 섭외력 레전드네; 이유영 처음 방송 나오는 거 아님?」
「섭외 장인 기민쓰~」
기민재는 화면을 가볍게 조정한 뒤, 이상한 춤을 추며 시청자들한테 인사했다.
나는 로비 소파에 앉아 그런 녀석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기민쓰입니다. 오늘은 그 유명한 제2의 영웅, 이유영 씨를 모셨습니다! 자, 유영스도 인사해주시죠!”
“안녕하세요, 이유….”
“잠깐!”
인사하라길래 인사했더니, 기민재는 갑자기 내 말을 멈췄다.
돌연 나를 소파에서 일으켜선 캠 가까운 곳으로 끌고 가, 방금 췄던 이상한 춤을 한 번 더 보여줬다.
나한테 그 춤을 따라 하라는 것 같았다.
“기민쓰에선 춤추면서 인사하는 거 모르세요? 자, 유영스도 춤으로 인사 부탁드립니다!”
나는 황당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녀석은 이런 반응을 노렸던 건지, 시청자들이 날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영웅도 못 피해 가는 기민쓰의 춤 인사 강요.」
「이영웅 춤추나요~ 방송 첫 데뷔부터 춤추나요~~?」
「반응 ㄹㅇ 찐텐 당황 max임ㅋㅋㅋㅋㅋㅋㅋ」
기민재는 나를 당황시키려고 했나 보다.
방송이니까 그럴 수 있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어색한 척하며 한마디 했다.
“제가 춤을 못 춰서요. 춤추다가 실수로 그 헬멧을 벗겨버릴까 봐 걱정이네요.”
한 번만 더 이상한 걸 강요하면 헬멧을 벗겨버린다는 협박이었다.
기민재는 호쾌하게 웃다가 내게 속닥거렸다.
“이러기예요?”
“제가 할 말입니다.”
우리 둘이 신경전을 벌이는 탓에 시청자들은 즐거워했다.
녀석은 유영스 그렇게 안 봤는데 아주 고집쟁이라며 말문을 열더니, 시청자들에게 간단히 내 소개를 해줬다.
이번 SS급 던전에서 공략대의 지휘를 맡았으며, 힐러이자 공격계 헌터인 떠오르는 별이라고 꽤 좋게 평가해줬다.
다만 점점 뻔한 이야기가 나오자 몇몇 시청자들이 방송 제목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근데 수호에 할 말 있다는 게 뭐임?」
「이유영 방송 데뷔부터 수호 저격 가나요~」
기민재는 그런 댓글을 가볍게 넘기며 계속해서 뻔한 얘기를 이어갔다.
날 영웅으로 만들어준 SS급 던전에 대한 썰을 풀어달라 했고, 나는 썰을 풀어줬다.
적당히 사람들이 재밌어할 일만 골라서 얘기하며, 수호 길드가 해준 일도 섞어서 말했다.
대놓고 수호 얘기만 한 게 아니라서 사람들도 부담 없이 듣고 있었다.
「언제 들어도 던전 썰은 재밌음ㅋㅋ」
「카레 맛있었겠다~ 원래 캠핑 가서 먹는 카레가 진국임.」
「수호가 텐트 빌려준 거 의외…」
나는 수호의 방패 덕에 공략대가 모두 무사 귀환할 수 있었다는 말로 던전 썰을 마무리 지었다.
이 정도면 수호에 대한 밑밥은 충분히 깔았다. 이제 시청자 수를 올릴 차례다.
나는 첫 번째 게스트를 불러오기 위해 말했다.
“참, 이유 길드에 새 길드원이 생겼는데 시청자분들께 소개해드려도 됩니까?”
내가 기민재에게 묻자, 기민재는 눈치 빠르게 첫 번째 게스트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기민재는 당연히 손해 볼 게 없는 게스트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런 영광의 자리를 저희 기민쓰 채널에서? 이야, 감동이네요! 어떤 길드원인가요? 이유 길드는 대한 아르테미스 고주연 씨랑, 화제의 고딩 헌터 진준성 씨만 있는 길드라고 들었는데 말이죠.”
“귀여운 길드원입니다. 지금 데려와달라고 하겠습니다.”
나는 고주연에게 문자 해서 새 길드원을 데려와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뒤, 고주연이 2층에서 내려와 내게 새 길드원을 안겨주고 갔다.
새 길드원과 고주연의 등장에 빠르게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ㅁㅊ 아르테미스 등장」
「아 가지 마요」
「저거 뭐임? 이유영이 안고 있는 거?」
「기민쓰 당장 고주연 붙잡아~~~」
내 생각과 달리 새 길드원보다 고주연에 대한 반응이 더 뜨거웠다.
나는 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웹캠 앞까지 가서 새 길드원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줬다.
녀석이 카메라를 툭툭 건드리고 냄새를 맡는 동안, 나는 녀석의 정체를 소개했다.
“천혜 길드장님께서 선물해주신 백호 마수입니다. 이름은 호두고, 이 녀석이 새 이유 길드원입니다.”
기민재는 호두가 웹캠을 못 건드리게 막으며, 이게 얼마짜리인지 아냐고 투덜댄 뒤 호두를 제대로 웹캠 앞에 세워줬다.
그 덕에 시청자들이 제대로 호두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수요? 이 타이밍에?」
「마수가 ㄹㅇ 실존하는 거였음? 나 처음 봄…」
「이유영 천혜랑도 친한가 봄 레전드;;」
「백호 개귀엽쓰」
「호두 누구 네이밍 센스임? 설마 이유영님?ㅋㅋ」
천혜 길드장의 마수는 소문만 많고 공적으로 등장한 적이 없어서 대중들이 잘 모르는 존재다.
소문으로만 듣던 마수의 등장에 시청자 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호두는 캠 앞에서 애교를 피웠고, 기민재는 은근슬쩍 한마디 했다.
“천혜 길드 되게 좋은 길드인가 보네요. 이거 목줄도 멋진데?”
저 목줄은 천혜 길드에서 선물해준 마수 제어 아이템이다.
천혜 길드 자랑 좀 더 해달라고 돌려 말하는 것 같길래, 한마디 해줬다.
“천혜에서 개발한 마수 제어 목줄입니다. 이게 있으면 마수가 시민분들을 위협할 위험이 전혀 없죠.”
“이것도 천혜 길드장님이 선물해주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기민재는 자기네 길드장 이미지를 알뜰하게 챙기고 있었다.
덕분에 댓글창에는 천혜에 대한 얘기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조금 전까진 댓글창을 건성으로 읽던 기민재는 천혜에 관한 얘기가 올라오자 자리 잡고 앉아 댓글을 읽었다.
“아, 댓글 중에 유영스 피부 관리 비결 묻는 게 있네요. 아까 근접 샷에서 굴욕이 없었다고 하십니다.”
별 이상한 말이 올라오는 걸 보면 시청자가 모일 만큼 모인 모양이다.
몇만 단위로 올려놨으니, 슬슬 본론을 꺼낼 타이밍이 된 것 같았다.
“시청자분이 많이 모였으니, 이제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피부 관리 비결을 말해주시는 건가요?”
“…피부 관리 비결은 이 이야기가 끝난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수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 유영스가 드디어 ‘그 말’을 하려나 봅니다?”
기민재는 능숙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나는 화면을 향해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 뒤, 캠 밖으로 나가 윤지석에게 연락했다.
이제 진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부리나케 내려온 윤지석은 로비에 스크린을 내리며 빔프로젝터를 연결했다.
기민재는 웹캠을 움직여 스크린을 화면에 담았고, 불이 꺼지며 스크린에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댓글은 물음표가 연속적으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나는 스크린 앞에 서서 무게를 잡고 말했다.
“시청자 여러분. 제가 어떤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다가, 기민쓰에만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아직도 댓글 창은 혼란스러웠지만, 내 말에 대답하는 댓글들도 있었다.
협회에서 막았던 거 아니냐는 둥, 무슨 기밀이 있어서 안 된다고 들었다는 둥, 다양한 오해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무게를 잡고서 진지하게 거짓말을 시작했다.
“저는 그간 인터뷰를 요청하신 분들께 단 한 가지만을 부탁했습니다. 출연료도 받지 않아도 되니, 그 부탁만 들어주시면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그 부탁을 받아준 곳은 기민쓰 뿐이었습니다.”
내 말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주했다.
「뭔데 거절당했다는 거임?」
「출연료도 안 받는다는데 왜 거절함」
「설마 이거 수호 얘기인가;;」
나는 시청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비굴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그 부탁은, 고인 ‘정천명’ 씨에 관한 진실을 전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부터 그 진실이 담긴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부디 끝까지 시청 부탁드립니다.”
내 입에서 정하나 아버지의 성함이 나오자, 댓글이 폭주했다.
나는 웹캠 화면에서 물러났고 윤지석은 영상을 재생시켰다. 웹캠은 영상이 재생되는 스크린을 촬영하며, 사람들에게 정하나 아버지의 진실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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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나는 더 큰 한 방을 날리기 위해 응접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녀석을 찾아갔다.
간만에 연예인처럼 단장한 구지상이 방송에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지상 씨, 준비되셨습니까?”
“네, 준비됐어요.”
돈으로 묻기 어려울 만큼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이자, 구원 길드장의 악행을 증언할 수 있는 증인이 발언할 각오를 마쳤다.
나는 영상이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구지상과 함께 로비로 나왔다.
기민재는 영상이 끝난 이후 진지하게 말을 꺼내는 중이었다.
“이게, 이유영 씨가 밝히고 싶어 하던 진실입니다.”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댓글을 읽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올라왔고, 시청자 수는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었다.
이 녀석이 등장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이 진실을 세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찾아오신 손님이 한 분 더 계십니다.”
나는 기민재의 진행에 맞춰, 구지상과 함께 등장했다.
구지상은 정중하게 서서 카메라를 바라봤다.
「헐」
「? 잠만」
「ㅁㅊ」
「??????????」
댓글이 따라가기 어려운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시청자 수는 한 번에 천 단위씩 올라갔고, 우리가 하는 말을 몇백만의 사람들이 듣게 되었다.
나는 이 모든 난장판의 마침표를 찍을 말을 꺼냈다.
“고인의 명예를 짓밟으면서까지, 수호 길드를 무너트리려던 이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분들께 한 말씀 드리기 위해 오늘 방송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구지상은 화면 너머의 사람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평소처럼 발랄하게 굴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이었다.
나는 구지상이 먼저 이야기할 수 있도록 화면에서 나왔고, 구지상이 입을 열었다.
“먼저 무거운 얘기로 찾아뵙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그렇게 첫마디를 연 구지상은 아마 나를 제외한 모두가 놀랄만한 소식을 전달했다.
“저는 어제부로 구원 길드에서 탈퇴해, 지금은 무소속 헌터가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먼저 밝힌 뒤,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아무리 구지상이라고 해도 구원 길드장이 공범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구지상이 그간 구원 길드와 대척했고, 오늘 이 말을 하기 위해 길드에서 탈퇴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범인을 추리할 수 있다.
구지상의 파격적인 발언에 옆에 있던 기민재도 놀란 듯 나를 쳐다봤다.
멀리서 우릴 구경하고 있던 윤지석도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구지상은 나를 한 번 보고, 웹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저 카메라 너머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 구원 길드장을 향해 말했다.
“악플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지 잘 알고 계시잖습니까. 제 옆에서 충분히 보시지 않았습니까. 그때 절 위로해주셨던 당신이 왜 같은 짓을 수호에게 하고 계시나요. ……부디 수호 길드에 진심으로 사과해주세요. 부탁합니다.”
구지상은 진심으로 구원 길드장을 위한 말을 전하고 있었다. 그가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고 반성하길 바라며 하는 말이었다.
오늘 한 말은 구지상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의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은 구지상이 오늘 했던 말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구지상이 선택한 길이다. 또한 이 녀석 역시 충분히 각오하고 있었다.
구원 길드장은 구지상을 잃은 것으로 벌써 죗값을 치르는 중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수호를 괴롭힌 것만으로도 모자라, 범죄까지 저지른 놈의 말로였다.
나는 몇백만이 찍힌 시청자 수를 확인하며, 캠 앞으로 다가가 그놈에게 한마디 했다.
“강남 길드장님, 보고 계시죠?”
내가 대놓고 한이경을 언급하자, 구지상이 놀라서 날 쳐다봤다.
기민재도 당황하며 나를 향해 온갖 제스처를 보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면, 여기서 녀석을 대중에게 드러내야 했다.
나는 어젯밤 전해 받은 물증을 꺼냈다.
이 물증을 건네준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호 길드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던, 안수연이었다.
안수연은 어젯밤 이유 길드를 찾아와 내게 확실한 물증인 종이 한 장을 건네줬다. 꼭 방송에서 공개해 강남 길드장이 도망 못 가게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 종이를 꺼내, 웹캠을 향해 펼쳤다.
종이에는 A라는 사람을 살해할 경우, 강남 길드에서 10억 원을 전달하겠다는 살인 청부 계약이 적혀 있었다.
나는 어젯밤부터 협회와 경찰에게 수사받고 있을 한이경을 향해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사과하라는 말은 안 하겠습니다. 대신, 도망가진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