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강풍 속에선
SS급 던전을 공략하고 난 직후.
안수연은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난장판이 된 수호 길드의 상황과 마주했다.
절망스러웠지만, 좌절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 시간에 수호를 되살릴 방법을 조금이라도 찾아내야 했다.
안수연이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판단한 일은 강삼을 붙잡는 것이었다.
수호 길드의 이미지를 추락시킨 놈과 안수연을 죽이려 한 놈이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수연은 제일 먼저 협회를 찾아갔다.
김상엽 팀장에게 부탁해 부협회장과의 자리를 만들었고, 부협회장에게서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부협회장은 안수연에게 일을 비밀리에 진행해달라고 부탁하며, 야생의 몬스터 대응팀을 붙여줬다. 안수연의 파트너로 붙은 사람은 박종훈 협회원이었다.
박종훈 협회원은 안수연에게 부협회장이 큰 조건 없이 도움을 주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해줬다.
원래 헌터 수사팀장이 청부 살인 헌터들 소탕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다. 열심히 준비한 작전이었고, 부협회장도 밀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도나리 협회장한테 반려당해 작전이 엎어졌고, 부협회장은 아직도 거기에 미련이 있었다고 한다.
앞선 상황을 설명한 후, 박종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거, 협회장님 몰래 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수사팀이 아니라 저희 팀이 붙은 거고요.”
박종훈은 협회 정규복도 못 입는다면서 투덜거렸다.
검은 정장에 검은 선글라스인 그 복장을 좋아하는 건지, 박종훈은 언제든 낄 수 있도록 선글라스를 옷에 끼워놓고 있었다.
6월 막바지라 꽤나 더워졌는데도, 그 복장을 입고 싶어 하는 것도 참 특이했다.
“박종훈 씨는 사복이 더 잘 어울리는데요?”
“그래요? 헤어진 여친은 제가 양복을 입어야 멋지다고 하던데.”
“헤어지길 잘했네. 지금이 훨씬 보기 좋아요. 흰 티에 청바지, 남친룩의 정석이잖아요. 선글라스도 안 낀 게 훨씬 나아요.”
안수연은 혹시나 박종훈이 선글라스를 끼거나 검은 양복 비슷한 걸 입고 올까 봐 열심히 사복을 칭찬해줬다.
부협회장이 협회장 몰래 도와주고 있다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협회장한테 들켜서 협회의 도움을 못 받게 되는 사태는 막아야 했다.
다행히 박종훈은 이후로도 평범한 사복만 입고 나왔다. 선글라스도 들고나오지 않았다.
대신 안수연한테 오늘 사복은 어떠냐고 물어보며 은근히 칭찬을 바라는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그 덕에 모든 게 끝날 때까지 협회장한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안수연은 박종훈 말고도 도움을 받고 싶었던 헌터를 찾아갔다.
강삼을 잡기 위해선 강한 헌터의 도움이 필요했고, 개인적인 원한이 있을 사람이면 더 좋았다.
마침 수호 길드 관할 병원에 그런 사람이 하나 입원해있었다.
천혜 길드원, 기민철 헌터였다.
기민철은 이유영의 스킬로 치유받지 못해서 김신욱과 이용건보다 퇴원이 늦어졌다.
강남 길드장의 극성으로 신윤현 헌터의 도움조차 받지 못했다.
하지만 천혜 길드장은 외국 힐러에게 치유약을 공수해 와 기민철을 치료했다.
덕분에 기민철은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져 있었다.
안수연이 박종훈과 함께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앉아있는 기민철과 마수 위에 앉아있는 천혜 길드장이 보였다.
안수연은 천혜 길드장까지 만날 생각은 없었어서 조금 당황했다.
반면 천혜 길드장은 안수연이 올 줄 알았다는 것처럼 말했다.
“민철이를 데려가고 싶어서 온 거죠?”
천혜 길드장은 기민철을 빌려주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강삼을 정신 못 차릴 만큼 패주는 게 그 조건이었다.
기민철이 강삼 때문에 죽을 뻔했던 것에 상당히 화가 난 듯했다.
안수연은 흔쾌히 승낙했다.
기민철한테 강삼을 붙잡기 위해 같이 싸워줄 수 있냐고 물었고, 기민철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강삼을 때려잡기 위한 3인조가 결성됐다.
하지만 청부 살인 헌터의 꼬리를 잡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박종훈이 협회 권환을 이용해 따로 움직이는 한편, 안수연은 수호 길드원과 함께 온갖 깡패들을 조사했다. 헌터를 뒷배로 둔 깡패들도 찾아봤다. 기민철과 함께 잠복 수사를 하며 그 깡패들을 만났고, 그들한테서 도움을 준 헌터의 정보를 얻어냈다.
강삼의 꼬리를 잡기 위해 협회원과 헌터를 나뉘어 조사했다.
그렇게 며칠 뒤, 먼저 흔적을 찾아낸 건 박종훈이었다.
안수연과 기민철이 삽질하는 동안, 박종훈은 안수연이 조금 열받을 만큼 센스있게 움직였다.
박종훈은 자기 업적을 자랑하듯 말했다.
“강삼이란 사람, 분명 헌터 소집 때 왔었단 말이죠. 그때 헌터증 검사했거든요? 근데 살인 청부 받는 사람이 정상으로 헌터 등록을 했을 것 같진 않아서, 헌터증 위조하는 업체들 한번 훑었어요. 그랬더니 이놈이 딱 나왔네?”
박종훈은 어떤 남자를 안수연과 기민철에게 보여줬다.
강삼의 이름으로 된 헌터증을 위조해달라고 한 사람이었다.
위조 업체의 CCTV에는 그가 타고 온 차량이 찍혀 있었고, 박종훈은 그 차량 번호를 조회해 남자의 신원을 파악했다.
확실하게 강삼과 연결되어 있을 만한 사람이었다.
세 사람은 그 남자가 사는 집을 급습했다.
남자는 헌터가 아닌 민간인으로, 강삼 같은 각성자들과 살해 의뢰인을 연결해주는 중간 관리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신원이 노출되면 안 되는 각성자들을 대신해 잡다한 일도 떠맡는다고, 이 일이 쉬운 게 아니라고 호소했다.
남자는 박종훈한테 한 대 맞고서 꽤 조용해졌다.
박종훈은 남자를 취조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안수연은 남자의 집을 수색했다.
안수연을 죽이라는 의뢰를 넣은 이가 누구일지 찾아내야 했다.
하지만 금과 돈만 여기저기 숨겨져 있을 뿐, 계약서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과 컴퓨터, 노트북까지 압수해 조사해봤지만 찾아낸 것은 없었다.
안수연은 하는 수 없이 박종훈이 취조하고 있는 남자에게 가 금과 돈을 태워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남자는 목숨보다 돈이 더 소중했는지 쉽게 정보를 불었다.
남자가 말했다.
“예전에 던전 브레이크로 쑥대밭이 되어서 버려진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거기에 철이네 문방구라고 있는데, 그 문방구 창고 들어가 보면 금고가 하나 있거든요? 거기에 계약 서류들 다 있습니다. 각성자들 접선도 거기서 하고요.”
“접선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데?”
“그건 진짜 영업 비밀입니다.”
박종훈은 살인자 놈들이 영업이라는 정상적 단어 쓰지 말라며, 남자에게 싸대기를 한 대 날렸다.
기민철은 협회원이 저렇게 때려도 되는 거냐고 무서워했고, 안수연은 확실히 찰지게 때리는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수연의 반응에 기민철은 안수연도 무서워했다.
안수연은 남자에게 강삼과 접선하라고 종용했다.
남자는 그랬다간 자기 진짜 죽는다며 칭얼댔지만, 안수연이 돈다발 하나를 보란 듯이 태워버리자 결국 응했다.
그렇게 다음 날, 안수연은 남자와 함께 그가 말한 문방구로 향했다.
남자에게 강삼을 불러내라고 협박했고, 남자가 불러낼 동안 세 사람은 강삼을 붙잡을 준비를 했다.
남자는 문방구 바로 앞의 공중전화에 들어가 누군가에게 통화를 걸었다.
전화번호 3번을 누른 뒤 수화기를 전화 위에 올려놓고서 급히 공중전화 박스를 빠져나왔다.
남자는 다급하게 박종훈에게 가서 말했다.
“접선 요청은 했는데, 금방 이상한 거 눈치채고 배신한 저부터 죽이려 할 겁니다. 제 목숨은 구해주시는 거죠?”
“당연히 목숨은 구해줘야지. 그래야 체포도 하니까.”
박종훈의 말에 남자가 울상이 되는 걸 보면, 제대로 강삼을 불러낸 것 같았다.
잠시 뒤, 누군가 그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갔다.
검은 모자와 검은 옷을 걸치고 검은 우산을 든 남자였다.
오늘은 날이 맑고, 우산을 들 필요가 없다. 저렇게 큰 검은색 장우산을 들고 다니는 건 이상했다.
그 검은 우산을 무기로 쓰는 헌터가 아니라면 말이다.
안수연과 기민철은 그가 강삼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챘다.
두 사람은 동시에 강삼을 향해 스킬을 발동했다.
그러나 강삼 역시 이변을 눈치채고 곧바로 스킬을 발동했다.
강삼은 우산을 변형해 바주카로 바꿔 일대를 날려버릴 미사일을 발사했고, 순식간에 주변이 폭발했다.
기민철은 서브 스킬, ‘가속’을 발동해 재빠르게 안수연을 데리고 폭발을 피했다.
그 사이 강삼이 향한 곳은 박종훈의 옆에 있던 남자였다.
강삼은 남자를 죽이기 위해 검날이 생긴 우산을 휘둘렀다.
하지만 박종훈이 그 공격을 받아냈다.
박종훈은 스킬, ‘검술’을 발동해 강삼과 검을 부딪쳤고, 박종훈의 검은 강삼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강삼을 압도하고 있었다.
안수연과 기민철은 박종훈의 의외의 모습에 잠시 감탄했다.
강삼은 박종훈을 검으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건지, 검을 다시 바주카로 바꾸었다.
강삼의 폭격이 향한 곳은 이번에도 안수연이었다.
안수연은 기민철과 함께 생명의 실을 발동해, 지붕 위로 몸을 날려 피신했다.
폭격으로 발생한 연기 속에서 강삼이 사라졌다. 안수연이 강삼을 찾던 중, 먼저 발견한 기민철이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기민철은 강삼의 앞을 막으며, 도발하듯 말했다.
“제가 있는 이상 도망가는 건 무리입니다.”
실제로 기민철의 속도는 강삼보다 빨랐다.
기민철은 강삼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도주로를 차단했다.
강삼의 앞에는 기민철, 뒤로는 박종훈이 있었고, 머리 위에는 안수연이 있었다.
게다가 잠복해있던 협회원들도 강삼을 체포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삼은 박종훈의 옆에서 벌벌 떨고 있는 남자를 흘끗 보다가, 순순히 손을 들고 투항했다.
꽤 싱거운 결말이었다.
안수연은 강삼이 투항하며 내려놓은 검은 우산을 회수했고, 박종훈은 강삼에게 다가가 손에 수갑을 채웠다.
기민철은 강삼이 체포되는 걸 보며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종훈이 강삼을 차로 끌고 가던 중, 남자를 지나치던 강삼이 돌연 박종훈의 손에서 벗어나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강삼은 소매에 숨겨뒀던 잭나이프를 꺼내 수갑을 찬 채로 남자의 목에 칼을 찔러 넣었다.
그 순간, 멀리서 순식간에 달려온 기민철이 강삼의 머리를 축구공처럼 차버렸다.
강삼은 쓰러졌고, 박종훈은 그대로 강삼의 팔을 꺾어서 부러트려 제압했다.
안수연은 급히 남자의 상처를 지혈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남자의 상처는 정확히 급소를 찌르고 들어가서 당장이라도 응급처치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안수연이 위급한 생명을 살리는 동안, 박종훈은 강삼을 무릎 꿇게 한 뒤 완전히 포박하고 있었다.
안수연은 기민철을 향해 외쳤다.
“민철 씨, 미안한데 내 몫까지 그 녀석 좀 패줄 수 있어요? 천혜 길드장님이랑 약속한 게 있어서요.”
“저 말고 종훈스한테 부탁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람을 때리는 건 좀 무서워서….”
“종훈 씨, 부탁해요!”
방금은 사람 머리를 축구공처럼 차더니, 기민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소심하게 굴었다.
대신 박종훈이 오케이 사인을 보내며, 곧장 강삼을 향해 싸대기를 한 대 날렸다.
강삼은 검은 우산을 빼앗긴 이후로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팔이 부러지고 기민철에게 붙들려 있어서, 반항하기도 어려웠다.
박종훈은 안수연의 몫까지 열심히 강삼을 팼다.
그동안 안수연은 남자를 살리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이후 협회원들이 몰려올 때까지 박종훈과 안수연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안수연은 무사히 응급 처치를 끝낸 남자를 협회원에게 맡기며 강삼에게 다가갔다.
강삼은 그렇게 맞고서도 기절하고 않고, 여전히 눈을 부라리며 안수연을 보고 있었다.
그 눈을 본 안수연은 아무리 때려도 이 사람은 정신을 잃지 않을 것을 알아차렸다.
안수연은 강삼을 때리는 대신 서브 스킬, ‘마취’를 사용해 강삼을 기절시켰다.
천혜 길드장의 ‘정신 못 차릴 때까지 때린다’라는 약속도 지켰고, 협회로 이송되는 도중 탈출하는 것도 방지할 것이다.
협회원들은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다.
기절한 강삼은 협회로 이송되었고, 응급 처치를 마친 남자는 협회원과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
협회원들이 뒷처리를 해주는 동안 안수연은 기민철, 박종훈과 함께 문방구 안을 조사했다.
아직 안수연을 죽이려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일이 남아있었다.
문방구 안에는 남자가 말한 대로 창고가 하나 있었다.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금고가 하나 놓여있었다.
남자가 알려준 비밀번호로 금고를 열어 보니, 쌓여있는 금괴와 돈다발이 보였다. 한쪽 구석에는 안수연이 찾던 서류 파일들이 어지럽게 꽂혀 있었다.
파일을 하나하나 살피던 안수연은 ‘타깃 리스트’라는 서류를 발견했다.
그 리스트에는 안수연의 이름도 있었다. 안수연의 이름 왼쪽에는 ‘A’가 적혀 있었고, 오른쪽에는 ‘x’가 쳐져 있었다.
‘x는 실패했다는 뜻이고, A는 내 이름 이니셜인가?’
안수연의 이름이 있다는 건 수확이었지만, 정작 누가 죽이라고 지시한 건지 적혀 있지 않았다.
안수연은 다른 파일들도 살피며 살인을 청부한 사람을 찾았다.
하지만 파일을 모두 확인해봐도 나오는 게 없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 안수연은 금괴들 아래 숨겨진 파일 하나를 발견했다.
그 파일의 제목은 ‘파기’였다.
파일에 있는 서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의뢰인과 금액을 약속하는 계약서들이 몇 개 꽂혀 있었다.
안수연은 그 계약서 중에서 드디어 자신이 드디어 자신이 찾아 헤매던 것을 발견했다.
‘A’를 살해할 경우 10억 원을 주겠다는 계약서.
그 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강남 길드의 인감도장이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지.”
안수연을 죽이려고 한 사람은 강남 길드장일 거라고 대부분의 수호 길드원들이 확신했다. 안수연이 죽으면 가장 이득을 보는 게 바로 강남 길드였기 때문이다.
안수연이 죽으면 신윤현이 국내 유일 힐러가 될 테니, 힐러를 독점한 강남 길드에게는 엄청난 이득이 될 게 뻔했다.
하지만 이유영의 등장으로 안수연을 죽이는 것도, 국내 유일 힐러 보유자가 되는 것도 실패했다.
다들 물증이 없어서 입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뿐이었다.
그랬는데 드디어 강남 길드장을 붙잡을 수 있는 물증을 발견해냈다.
며칠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안수연은 함께 온 두 사람과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그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수연은 정말 모든 게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다 같이 회식이라도 하자며 분위기도 고조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박종훈에게 전화가 왔다.
김상엽 팀장에게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박종훈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
안수연과 기민재는 감격해서 붙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박종훈을 바라봤다.
전화를 끝낸 박종훈은 분노에 차서 한숨을 쉬다가, 면목 없다는 낯으로 어렵게 말했다.
“방금, 팀장님께 전화 왔는데요. 강남 길드 1분대장이 협회에 자수하러 직접 찾아왔답니다….”
***
강남 길드 1분대장은 자신이 안수연을 증오해서 청부 살인을 의뢰했고, 그간 죄책감에 시달렸으며, 이제 죗값을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강남 길드와는 전혀 무관한 개인적인 증오였다고 한다.
그의 주장은 그럴싸했다. 앞뒤 정황이 맞았고,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안수연이 발견한 것과 똑같은 계약서를 제출했다.
심지어 불법으로 복제한 강남 길드장의 인감도장까지 제출해, 협회는 그가 범인이라고 확정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에겐 개인적으로 안수연을 증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1분대장과 안수연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강남 길드장은 참고인 조사를 위해 협회에 불려 갔다.
그는 자신의 길드원이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에 대해 큰 슬픔 느낀다며 그를 대신해 안수연에게 사과했다.
누가 봐도 강남 길드장이 빠져나가기 위해 그 1분대장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상황이다.
하지만 안수연의 생각을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
안수연은 참고인 조사가 끝난 뒤, 술을 잔뜩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가 밤까지 마셨다.
술을 마실수록, 강남 길드장은 지극히 무고하고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사실만 떠올랐다.
그저 1분대장만 미친놈이 되고 강남 길드는 멀쩡할 것이다.
그게 정말 미칠 것 같아서 안수연은 계속 술을 마셨다.
그날 밤, 술에 취한 안수연은 이유 길드에 찾아갔다.
어렵게 얻어낸 물증인 안수연 살인 청부 계약서를 이유영에게 넘기며, 중얼거렸다.
“이유영 씨, 이거 내가 진짜 간신히 찾아냈거든요? 근데, 강남 길드장이 벌써 도망갈 준비를 다 해놨더라고요.”
안수연은 이유영한테 지난 며칠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떠들었다.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필름이 완전히 끊겨버려서, 눈을 뜨니 다시 집이었다.
***
그렇게 다시 지금.
이유영의 라이브 방송이 끝난 이후, 모든 SNS가 ‘강남 길드 살인 청부’로 도배되어 있었다.
안수연은 강남 길드를 욕하는 인터넷 게시글을 하나씩 읽었다.
지금 읽고 있는 게시글의 제목은 ‘강남 길드가 회생 불가능한 이유’였다.
“이걸 해내네….”
안수연은 정말, 앞으로도 강남 길드가 건재할 거라고 생각했다.
강남 길드장은 아무것도 잃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강남 길드는 순조롭게 망하는 중이었다.
수호 길드가 그렇게 애를 써도 안되던 일이, 이유영이 퇴원하고 5일 만에 해결되었다.
안수연은 숙취해소제를 입에 꽂아 넣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하여튼 희한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