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새로운 이유 길드원 (4)
라이브 방송이 끝난 이후.
기민재는 길드 옥상에 찾아온 마수를 타고 돌아갔다.
같이 회식이라도 하자고 했더니, 기민쓰는 영업 종료했고 기민재는 천혜 길드장님 곁에 돌아가야 한다고 거절했다.
정하나는 기민재에게 악수를 청했다.
천혜에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기민재는 미소 지으면서 기억하겠다고 답했고, 악수를 나눈 뒤 마수를 타고 날아갔다.
그렇게 기민재가 돌아간 후 몇 시간 뒤. 진준성이 학교 학생들로부터 도망쳐왔다.
길드 앞에는 인근이 붐빌 만큼 차가 몰려들어 와있었고, 기자들이 깔려 있었다.
기자들은 진준성을 향해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다. 간신히 기자들을 뚫고 온 진준성은 길드 문을 열어 달라고 쾅쾅 두드렸다.
문을 열어주자, 그 셔터는 나를 향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진준성을 구출해 길드 안으로 들이고, 길드 문을 걸어 잠갔다.
진준성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저희 이제 어떡해요…?”
진준성의 말에 윤지석과 고주연은 한숨을 쉬었고, 정하나랑 구지상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호두는 뭣도 모르고 돌아온 진준성을 반길 뿐이었다.
나는 대답했다.
“일단 회식이나 하죠. 큰 건 하나 끝냈는데.”
“그러자, 내가 쏜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래선 어디 식당 가기도 어렵겠네.”
정하나의 말에 윤지석이 또 한숨을 쉬었다.
“배달도 못 하겠는데요. 저희 지금 길드에 고립된 거죠?”
“그렇게 됐네요.”
내 태평한 대답에 윤지석이 울상을 지으며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정하나는 낄낄대고 웃으며 핸드폰으로 수호 길드원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어, 너네 이유 길드 앞에 기자 깔린 것 좀 처리해. 당분간 여기 지킬 경호원 몇 추려서 보내고. 시큐리티 서비스 업체 찾아서 이유 길드에 붙여줘. 맞다, 준성아!”
“네?”
“너 학교 갈 때 경호원 필요하냐? 얼굴 무서운 놈들로 붙여줄게!”
“네?? 일단 저도 B급 헌터인데요??”
정하나는 깜빡했다며, 준성이 경호원은 필요 없겠다고 전했다. 대신 윤지석의 간절한 요청으로 윤지석 경호원은 추가로 보내주기로 했다.
정하나는 전화를 끊고 또 다른 곳에 전화를 넣었다. 이번엔 아는 사람한테 음식을 배달하는 것 같았다. 정하나는 술이랑 콜라도 사 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회식이나 하자. 저녁으로 피자 시켰다.”
“바깥에 기자 깔렸는데 배달 어떻게 하시려고요?”
“옥상으로 가져오라 했어. 이유영, 네가 받아와.”
잠시 뒤, 수호 길드 전용 헬리콥터가 우리 길드 위에 도착했다.
옥상이 작아서 헬리콥터를 정착시킬 수 없던 바람에, 나는 목단의 줄기 스킬을 써서 그것들을 받아와야 했다.
방금까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밥 한번 먹기 위해 이 짓을 해야 한다는 현실에 현타가 왔다.
나는 피자와 콜라, 술이 든 봉지를 들고 로비로 내려왔다.
정하나는 헬리콥터가 일으킨 바람에 난리가 난 내 머리를 보고 깔깔대고 웃었다.
봉지를 열어 보니, 술과 냉동식품들이 같이 들어있었다. 정하나가 말했다.
“이유영 너 여기서 살지? 저 아이돌도 그렇고. 우리 애들이 기자들 처리해주긴 할 건데, 그간 먹을 거 없으면 이거라도 먹어.”
“고맙습니다.”
약간 감동을 받아서 자세히 보니, 냉동 군만두만 열 봉지 있었다.
지금 우리 보고 갇혀 있는 동안 군만두만 먹으라는 건가?
내가 정하나를 보자, 정하나는 내 표정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돌도 군만두 봉지를 보며 허무하게 웃었다.
“정하나 길드장님, 장난치시는 걸 보니 완전 부활하셨나 봐요?”
“어, 네 덕분에.”
정하나의 말에 구지상이 미소 지으며, 괜한 군만두 봉지나 부스럭거렸다.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풀고 있지만, 두 사람은 아직 사이가 어색해 보였다. 구지상이 수호 길드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구원 길드 간판 헌터였으니 둘 사이가 미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어색한 둘을 뒤로하고, 봉지에 있던 술을 하나둘씩 꺼냈다.
정하나는 내가 꺼낸 소주 한 병을 자기 앞에 놓고, 나한테도 소주 한 병을 건넸다.
윤지석은 맥주 두 캔을 꺼내 구지상한테 하나를 건네줬다.
진준성은 콜라를 따며 고주연과 자기 것을 따르며 말했다.
“저 내일 학교 어떻게 가죠…? 오늘 모르는 애들이 막 말 걸었어요. 심지어 선생님들도요.”
“가기 싫으면 가지 마.”
고주연은 진준성이 따라준 콜라를 가져가며 답했다.
진준성은 고주연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고주연 헌터님도 학교 째본 적 있으세요?”
“응. 많아.”
“언제요?”
“초등학교 때부터. 대회 나가야 해서 학교는 그냥 안 갔어.”
진준성은 그건 째는 게 아니라 타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결석이라며 중얼거렸다.
한편 호두는 심란해 보이는 진준성의 무릎 위로 올라가 잠을 청하고 있었다.
구지상은 윤지석과 맥주 캔을 부딪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고주연은 진준성과 대화하는 중이었다.
다들 피곤해 보이긴 해도, 한결 편안해 보였다.
정하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소주를 현란하게 돌려서 땄다.
나도 정하나가 준 소주병을 땄고, 우리는 병끼리 부딪쳐 건배했다.
소주를 물처럼 콸콸 들이부어 마신 정하나가 먼저 말했다.
“야, 이유영. 고맙다.”
“길드 계약 의리는 지켰습니다.”
“그러니까, 누가 이렇게까지 의리를 지키냐? 감동이 좀, 너무 심하네.”
정하나는 다시 소주를 물처럼 들이부었다.
나도 녀석을 따라 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라이브 방송이 끝난 후, 정하나 아버지에게 은혜를 입었다던 그 기자분은 새로운 기사를 터뜨렸다. 강남 길드 1분대장이 협회에 자수하러 갔다는 기사였다.
현재 헌터 수사팀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알려지며, 내가 라이브 방송에서 보여준 계약서가 사실이라는 게 밝혀졌다.
사람들은 입장문을 밝히라며 강남과 구원을 들들 볶았다.
두 길드는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표명할지, 인정하고 사과할지 변호사와 계산하느라 아직까지 묵묵부답이었다.
입장이 나오지 않으니, 사람들은 더 크게 화를 내고 있었다.
어떻게 답하든, 두 길드는 사람들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
고인인 부모를 거짓말로 모욕되게 하며, 목숨 걸고 던전을 공략하고 온 헌터들이 비난받게 만들었다.
헌터가 몬스터를 물리치는 데 힘을 쓰지 않고, 다른 헌터를 해치기 위해 힘을 쓴 것에 옹호해줄 사람은 없다.
나는 정하나처럼 소주를 마셨다.
두 길드의 죄를 밝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어젯밤 안수연이 했던 말이 걸렸다.
강남 길드장을 대신해서 강남 길드 1분대장이 죄를 뒤집어썼고, 강남 길드장은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완벽한 승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정하나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정하나는 벌써 소주를 반병이나 비우고서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야 이유영. 우리 아버지는 술을 안 드셨거든? 정신이 흐려지는 데 익숙해지면, 세상을 똑바로 보는 법을 점점 잊게 된다면서 안 먹더라.”
“근데 정하나 길드장은 왜 이런 겁니까? 아버지가 속상하실 겁니다.”
“아니, 나는 그게 뭔 소린지 이해도 안 되고, 술 취하면 재밌는데 이 좋은 걸 왜 안 하나 생각해서 마신 거지.”
정하나는 변명하다가 본인도 착잡해진 건지, 한숨을 쉬었다.
“안 되겠다. 이제 술 끊어야지.”
“술 먹으면서 말해봤자 신빙성 없습니다.”
“이거만 마시고 그만 먹을 거야!”
정하나는 회귀 전에도 술 하면 빠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만큼 술을 좋아해서 저 말에 전혀 신뢰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정하나는 정말로 결심한 건지, 남은 반병을 전부 다 털어 넣고 병을 치워버렸다.
그리고는 콜라를 낚아채 컵에 따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벌써 술기운이 오른 것 같았다.
“수호 길드를 위해 힘써준 이유 길드 여러분들과 아이돌 한 명! 수호 길드장 정하나가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자, 건배!”
윤지석과 구지상, 진준성은 그런 정하나에게 호응해주며 따라서 일어섰다.
정하나는 고주연을 억지로 일으켰고, 나도 하는 수 없이 일어나 같이 잔을 부딪쳤다.
우리는 요란하게 잔을 부딪치며 외쳤다.
“건배!”
다사다난했지만, 수호를 무너트리려던 강풍은 결국 지나가게 됐다.
우리 모두가 애를 쓴 결과였다.
오늘 하루 정도는 그간의 고생을 위로할 필요가 있었다.
***
몇 시간 뒤.
수호 길드가 잘 처리해준 덕에 이유 길드 밖은 한산해졌다.
고주연은 진준성을 바래다주고 자기도 집으로 돌아갔고, 윤지석은 수호 길드원들의 보호 아래 귀가했다. 호두는 윤지석이 훈련장에 마련해준 집에 들어가서 자는 중이었다.
거실에는 나랑 정하나, 구지상만이 남아있었다.
정하나는 아까의 금주 선언 뒤로는 정말로 술을 안 마시고 있었다.
구지상은 윤지석과 먹던 맥주를 아직까지 마시는 중이었다.
둘 다 술에 취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꼭 술에 취한 사람처럼 떠들고 있었다.
“야, 아이돌. 고맙다. 근데 너한테 이런 말 하려니까 왜 이렇게 어색하냐.”
“이젠 아이돌이 아니니까 그렇죠.”
“그래, 우린 그냥 영원히 라이벌이나 하자. 이제 이유영이 생겨서 라이벌 아닌가? 원래 네가 1위, 내가 2위였잖아.”
나는 두 사람이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 들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구지상은 정하나의 말에 또 똑같은 대답을 했다.
“이젠 저도 1위가 아니고, 수호도 2위가 아니네요.”
“얌마, 우린 아직 멀쩡하거든? 2위가 아니라 1위 먹을 거다. 너 없으니까 우리가 구원은 그냥 이겨. 거슬리는 건 부산 영감탱이뿐이야.”
“부산 길드장님도 힘 많이 쓰셨던데요. 그쪽에 일 많이 터졌더라고요.”
정하나는 괘씸한 영감탱이라며 반어법을 썼다.
두 사람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이 대화만 한 열 번은 하는 중이었다.
열한 번은 하기 싫었는지, 그 대화 이후로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군만두를 먹고 음료를 홀짝이는 소리만이 정적을 채울 뿐이었다.
한참 뒤에서야 적막을 어색해하던 정하나가 말을 꺼냈다.
“이유영.”
“네.”
“이제 네가 1위야.”
나는 마시던 소주를 내려놓고 정하나를 쳐다봤다.
정하나는 무표정하게 군만두나 씹고 있었다.
옆에 있던 기존 1위라는 분도 한마디 보탰다.
“이유영 씨가 1위죠.”
“뭐가 1위라는 겁니까?”
내 질문에 정하나가 대신 대답했다.
“있어, 얘랑 나랑 맨날 하던 라이벌 놀이. 근데 얘는 배신자 소리 듣게 생겼고, 나는 깡패놈들 끌고 다니는 길드장 됐으니까, 네가 1위 해. 우리가 특별히 양보해주는 거야.”
“양보해드릴게요.”
솔직히 필요 없었지만, 두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알겠다고 고갤 끄덕였다.
그걸 본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웃다가 소파에 늘어졌다.
술은 내가 제일 많이 마셨는데 왜 이 둘이 취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또 한참 시간이 흐르고, 정하나는 소파 위에서 잠들었다.
정하나가 색색 숨을 고르는 소리만이 길드 로비에 울렸다.
구지상은 숙소 빈방에 있던 이불을 가져와 정하나한테 덮어준 뒤, 조용하게 말을 꺼냈다.
“이유영 씨, 부탁 하나 해도 돼요?”
“네.”
구지상이 나와 이 시간까지 어울리고 있었던 건, 아직 할 말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말이지만 가볍지 않아서 시간만 질질 끌던 중이었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구지상은 드디어 결심이 선 건지, 어색하게 웃다가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저 이유 길드에 들어가고 싶어요.”
구지상이 우리 길드에 들어오면 구원 길드의 배신자 소리를 들을 것이다. 더는 영웅으로 불릴 수 없다.
구지상의 말은 그래도 견뎌 보겠다는 소리였다.
뭐, 안 들어오면 그 난리를 피워놓고도 이유 길드 안 가는 거냐고 욕먹는 게 현 상황이다.
나는 구지상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네, 오세요.”
내 즉답에 구지상은 웃었다.
우리는 소주병과 맥주캔을 부딪쳐 건배했다. 조용한 길드에서 병과 캔이 부딪치는 소리만이 울렸다.
그렇게 고주연, 진준성, 윤지석, 호두에 이어서 구지상이 우리 길드원이 됐다.
완전 방어의 수호가 바닥에서 다시 일어섰고, 1위 헌터는 배신자가 되어 한낱 F급이었던 헌터의 길드에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도 몬스터와 맞서 싸울 것이고, 사람들을 지킬 것이다.
그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헌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