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부산 길드, 헌터 김신욱 (1)
내일 새벽, 부산에 B급 던전이 하나 열린다.
B급 던전이지만, 보상템으로 A급의 좋은 활을 주는 던전이라 갈지 말지 고민 중이었다.
고주연이 쓰면 좋을 활인데, 부산은 너무 멀기도 하고 고주연이 지금 무기에 애착이 생긴 것 같아 가지 않기로 결정을 내리던 참이었다.
그런데 30분 전, 길드 전화로 전화가 한 통 왔다.
길드에 오는 전화는 대체로 무시하던 중이었지만, 왠지 받아야 할 것 같은 감이 들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김신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김신욱이 한 말은 ‘받았다! 아, 살았다. 뒤지는 줄.’이었다.
목소리는 김신욱이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분명 내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을 텐데 왜 길드 사무소로 전화를 한 걸까.
이상해서 김신욱 번호와 전화를 건 번호를 대조해보니, 김신욱의 번호가 아니었다.
보이스 피싱인가 싶었지만, 첫마디가 김신욱 그 자체라서 차마 전화를 끊지 못했다.
아무래도 김신욱이 남의 핸드폰을 빌려서 내게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내 번호를 안 외워둬서 길드 번호를 검색해 전화한 것 같았다.
나는 전화에 대고 말했다.
“이거 누구 핸드폰이야?”
『모르는 사람 핸드폰인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나 좀 도와주라. 지금 핸드폰이랑 지갑도 없고 신발도 없어.』
“뭔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일단 부산으로 와봐. 부산역 근처에 숨어 있을 테니까.』
전화는 거기서 뚝 끊겼다.
나는 분명 서울에 있는 이유 길드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이 자식은 부산역으로 오라는 말을 무슨 동네 편의점 앞에서 만나자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전화가 온 시간은 오후 10시였고, 하필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고속철도 열차 운행이 남아있는 시간이었다.
결국 나는 구지상에게 호두와 길드를 맡긴 뒤 서울역으로 향했다.
마지막 남은 열차에 아슬아슬하게 오를 수 있었고, 지금은 부산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그때 보이스피싱이라 생각하며 넘겼어야 했다.
하지만 김신욱이 자기 핸드폰으로 보낸 마지막 문자가 심상치 않아서 그러지 못했다.
나는 녀석이 보냈던 문자를 다시 읽었다.
「나 핸드폰 뺏기게 생김. 발목만 나으면 어떻게든 탈출할 거니까 구하러 와라.」
나는 던전에서 나오기 전 김신욱을 치유해줬다. 분명 심각한 부상은 전부 나았을 것이다.
게다가 던전에서 나온 뒤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김신욱의 문자를 보면, 탈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발목이 다친 것 같았다.
스물세 살 김신욱이 핸드폰을 뺏기건 말건 내 알 바는 아니었지만, 발목을 다쳤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참 선심 쓰기 싫어지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놈이었지만, 하필이면 안 가겠다고 할 만한 핑계가 없었다.
지금 시간은 오후 10시 40분으로, 던전이 열리는 시간은 약 세 시간 뒤다.
이렇게 된 김에 던전을 공략하고 겸사겸사 김신욱도 도와주기로 했다.
앞으로 세 시간 정도는 달릴 열차에 앉아, 나는 앞으로에 대해 생각했다.
한이경과 구원 길드장, 부협회장, 붕괴해가는 한국의 5길드 체제, 부산 길드장과 김신욱, 그리고 미카엘과 ‘침입자’.
화신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그 침입자가 다시 나타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대로 사라졌을 리 없다. 분명 어딘가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 녀석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마왕보다 강한 상대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녀석과 싸워서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녀석은 분명 기합만으로 이길 수 없을 만큼 강한 상대일 것이다.
내가 강해지지 않으면, 악마의 미궁에서 이용건, 김신욱, 기민철이 다쳤던 것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만다.
나는 심연의 천리안으로 봤던 미카엘의 전투를 떠올렸다.
녀석은 공략대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SS급 몬스터를 쓰러트렸다.
그 덕에 미카엘의 공략대에는 부상자가 없었다.
그 전투 이후, 미카엘은 세계 최초로 A+의 벽을 뚫으며 S급을 달성했다.
덕분에 해외고 국내고 언론에서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회귀 전보다도 더 빠른 달성이었다.
이것이 현재 인류 최강자의 실력이었다.
내가 도달해야 할 위치이기도 했다.
기차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몇몇 있는 사람도 피곤함에 곯아떨어져 있어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다.
앞으로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몇 시간은 앉아 있기만 해야 한다. 정신 수련하기엔 딱 좋은 환경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아이템 상점에서 ‘리플레이’ 아이템을 구매했다.
– 등급: –
「해당 던전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다.
(공략 시간을 일정 비율로 축약하여 머릿속에 재생합니다.)」
이전에는 스탯을 올리기 위해 사용했지만, 이번엔 경험을 위해 사용해야 했다.
내가 왜 약한지 알아둬야만 한다.
나는 눈을 감고 리플레이를 사용했다.
[ 를 사용합니다. ] [ 가장 최근에 클리어한 ‘악마의 미궁’을 리플레이합니다. ]나는 부산에 가는 동안 계속해서 악마의 미궁을 리플레이했다.
며칠에 걸려 공략한 던전인 만큼, 한 번 리플레이 하는 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여전히 리플레이는 내가 던전에서 겪은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알아내야 했다.
내가 왜 약한지, 내가 인류 최강자보다 더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게 다섯 번의 리플레이가 끝날 때쯤, 나는 부산역에 도착했다.
***
김신욱은 내게 부산역 근처에 숨어 있겠다고 했다.
부산 길드 헌터들의 눈을 피해 숨어 있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하지만 부산에서 부산 길드 몰래 숨어 있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부산 내에서만큼은 부산 길드의 정보망에 걸리지 않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신욱 역시 호락호락 잡힐 놈은 아니었다.
회귀 전, 김신욱은 내게 부산 길드장에게서 도망가기 위해 무슨 짓까지 해봤는지 말해준 적이 있었다.
들었을 때의 감상평은 노진수나 김신욱이나 여간 미친 게 아닌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김신욱은 미치지 않고서야 숨어 있을 수 없는 장소에 숨어 있을 것이다.
나는 부산역 근처 편의점에서 슬리퍼와 삼각김밥, 생수를 하나 사서 나왔다.
그 후 심연의 천리안을 발동해 부산역 근처를 샅샅이 살폈다.
그런데 천리안으로 주변을 살피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부산역 근처에는 부산 길드 헌터들이 많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협회원으로 보이는 이들 역시 부산역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테러범이라도 잡을 때 보일 것 같은 수색망이었다.
대체 김신욱이 무슨 짓을 했길래 이 지경이 된 것일까.
나는 천리안 사용을 종료하고, 부산역 근처에 있는 한 포장마차로 향했다.
‘부산 호떡’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호떡 포장마차는 영업이 끝나서 천막이 노끈으로 묶여 있었다.
도무지 사람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나는 천막을 들추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김신욱은 그 안에서 세상 처량맞게 몸을 쭈그리고 앉아 숨어 있었다.
“미친, 진짜 왔냐?”
“그게 구하러 온 사람한테 할 말이냐?”
“난 원래 감동을 받으면 욕이 먼저 튀어나와.”
김신욱은 이 여름 더위에 천막 안에서 몇 시간은 숨어 있었던 건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온몸이 땀범벅인 와중에 전화로 말한 것처럼 신발조차 신지 않고 있었고, 양말만 신은 채로 얼마나 달린 건지 흰색 양말이 검게 더러워져 있었다.
나는 녀석에게 편의점에서 사 온 봉투를 건네주며 물었다.
“다친 곳은?”
“없어, 없어. 뭐냐, 이거. 나 밥 못 먹은 건 어떻게 알았냐?”
김신욱은 삼각김밥 비닐을 뜯으며 허겁지겁 입에 넣었다. 생수 한 통을 급하게 들이키는 걸 보면 물도 못 마신 듯했다.
다 먹고 나선 양말을 벗어 던지고 급히 슬리퍼를 신었다.
녀석은 천막 바깥을 흘끔대며 말했다.
“밖에 봤냐? 나 지금 여기에 세 시간 있었다.”
“협회에서도 너 찾는 것 같은데,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아, 그니까! 걔넨 뭐야, 대체? 협회 자식들이 하수구에 있는 거 발견해서 여기로 온 거잖아. 아무튼 얼른 택시 불러. 빨리 서울 올라가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한결같이 뻔뻔한 걸 보면 건강한 것 같긴 했다.
하지만 택시를 타면 부산을 벗어나기도 전에 백 퍼센트 붙잡힌다.
나는 아이템 창을 열며 말했다.
“발목은 왜 다친 건데?”
“왜긴, 노친네가 골프채로 패길래 개기다가 삐끗했지. 그것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탈출했어.”
“다 나은 건 확실해?”
“안 나았으면 길드 창문 깨고 탈출하진 못했지.”
그따위로 탈출한 덕에 소지품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신발마저 말이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놈이었다.
나는 아이템 창에서 아이템 하나를 소환해, 김신욱에게 건넸다.
– 등급: C
「대감 도깨비가 사용하던 가면. 기척을 감추고 교란하는 데 유용한 물건이다.
아이템 착용 시, 기척이 옅어지고 1시간마다 이목구비가 변형된다.」
김신욱은 도깨비 가면을 받고, 뭔지도 모르면서 얼굴에 쓰면서 말했다.
“뭐야 이거, 아이템이야? 그보다 빨리 택시 부르라니까?”
“서울 안 갈 거야.”
“왜 서울을 안 가?!”
녀석이 투덜거리면서 가면을 쓰자, 가면은 김신욱의 얼굴에 흡수되며 이목구비를 바꾸었다.
그러자 김신욱의 눈에 띄는 얼굴은 길거리에서 한 번쯤 볼 것 같은 아저씨의 얼굴로 바뀌었다.
그제야 김신욱은 가면의 정체가 궁금해진 건지, 호떡 판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말했다.
“이거 뭐냐?”
“그거면 당분간은 안 들켜. 서울은 택시 말고 내일 뜨는 첫차 타고 갈 거야.”
“아, 왜! 당장 택시 타자고!”
이 철부지 놈은 상황 파악을 못 하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누구보다 부산 길드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을 놈이 뒷생각을 못 하는 중이었다.
나는 아저씨의 얼굴이 되어 더욱 못나진 김신욱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부산역에 너 잡으러 온 사람만 한가득인 건 알지?”
“알지.”
“저 사람들은 네가 막차를 타나, 안 타나 감시하러 온 거거든? 근데 넌 막차 안 탔고, 저 사람들은 너 기차 안 탄 거 확인했겠지? 그럼 이제 네가 택시를 탈 게 뻔한데, 부산 길드장이 택시 타고 편히 도망가게 둘 것 같냐?”
내 말에 김신욱이 입을 다물었다.
이제야 왜 택시를 타면 안 되는지 이해한 것 같았다.
김신욱은 아까보다 얌전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첫차 뜰 때까지 숨어 있을 거야.”
“안 돼. 여기선 그 노친네한테 잡히는 거 시간 문제야. 못 숨어 있는다고.”
그걸 잘 아는 녀석이 왜 이렇게 무리하게 길드를 탈출한 건지 묻고 싶었다.
그래도 김신욱이 일을 벌여둔 덕에 부산 길드 내부는 비어 있을 것이다.
고작 B급 던전 따위에는 헌터를 파견하지 않을 만큼 말이다.
나는 천막을 나오며 말했다.
“네가 절대로 갈 리 없는 곳에 숨어 있으면 돼.”
노진수는 김신욱이 던전에 갈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김신욱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던전에 들어갈 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노진수 성격상, 지금은 김신욱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게 뻔했다.
A급도 아닌 B급 던전이라면 다른 헌터가 공략하게 내버려 둘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나는 김신욱을 끌고서 곧 던전이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가는 길에 김신욱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김신욱은 도깨비 가면을 써서 아저씨가 된 얼굴로 당당히 거리를 활보했다.
오히려 김신욱보다 날 의심스럽게 보는 이들이 많았다. 이 시간대에 돌아다니는 젊은 나이대 남성이 모자까지 눌러쓰고 있으니, 의심 가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내 키가 김신욱만큼 크진 않아서인지 다들 자세히 얼굴을 확인하진 않고 넘어갔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 후, 게이트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