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부산 길드, 헌터 김신욱 (2)
던전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10분이나 게이트 앞에 서 있었다.
게이트에 입장시켜 줄 협회원을 기다린 건데, 10분이 다 되어가도록 게이트를 관리할 협회원이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게이트가 발생했다는 알림 문자조차 오지 않았다.
보통 게이트가 발생하면 협회의 던전 관리팀이 웜홀을 타고 와, 게이트 주변 관리를 시작한다.
그 후, 인근 주민들에게 알림문자를 보내 위험에 대비시킨다.
지금처럼 게이트가 생기고 10분이나 협회의 대응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일단 김신욱을 잡아끌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 이상 기다렸다간, 던전 가기 싫다고 애처럼 고집 피우는 김신욱을 누구에게든 들킬 것 같았다.
던전에 들어온 김신욱은 배신당했다며 아주 난리를 피우는 중이었다.
내가 준 가면이 좋다고 할 땐 언제고 배신자가 준 가면이라며 집어 던지고 있는 김신욱에게, 나는 물었다.
“너 협회에 왜 쫓기는지 진짜 몰라?”
“몰라, 이 개자식아. 내가 아무리 쓰레기 짓을 해도 협회에 걸릴 짓은 안 한다고.”
김신욱은 성질을 부리면서도 착실하게 대답했다.
김신욱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녀석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협회에 쫓기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가 부산 길드와 손잡은 게 아니라면, 부산 길드보다 먼저 김신욱을 잡아야만 하는 이유가 협회에 있다고 봐야 한다.
나는 우선, 김신욱을 잡아끌고 던전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일단 던전에 들어왔으니 공략은 해야 한다.
던전은 평화로운 산속 배경이었다.
고주연에게 주려 했던 이 던전의 아이템은 ‘칠성활’로,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의 이름은 ‘북두칠석’이었다.
일곱 개의 잡몹을 죽여야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기 때문에, 먼저 잡몹을 처리해야 했다.
김신욱은 잡몹을 맨손으로 때려죽이며 화풀이했다.
이럴 거면 이유영을 부르지 않았을 거라고 성질을 부리는 동안, 나는 잡몹을 처리하며 생각했다.
생각 끝에 결론을 내렸다.
“아무래도 벌써 당한 것 같다.”
“뭔 소리야?”
김신욱과 내가 친분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신욱이 헌터 소집 당시에 부산 길드장과 싸우고 우리 길드 쪽에 앉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김신욱이 길드에서 탈출했는데 김신욱의 친구인 이유영이 부산에 등장했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 이유영이 부산에 올 이유는 없다. 김신욱을 도와주러 온 게 뻔했다.
부산 길드는 김신욱 찾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부산역에 등장한 20대 남자를 보고 김신욱이 아니라며 그냥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협회는 다르다. 내가 협회에 자주 들락날락한 탓에 얼굴도 잘 알고 있을 테고, 부산 길드와 달리 이런 사소한 정보도 넘기지 않을 것이다.
호떡집 포장마차에 숨어 있던 김신욱은 못 찾더라도, 부산역에서 당당히 슬리퍼를 사고 있던 이유영은 알아봤을 게 분명했다.
내가 협회원이라면, 날 알아본 즉시 나를 추적할 것이다.
이유영이 가는 곳엔 반드시 김신욱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문 닫은 호떡집 포장마차 천막을 들추고 들어갔다가, 모르는 아저씨와 나오는 걸 봤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모르는 아저씨랑 던전 게이트가 생기는 곳으로 향하는 것도 봤을 것이다.
이쯤 되면 협회원은 이 황당한 광경을 보고할 것이다.
만약 보고받은 녀석이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라면, 내 옆에 있던 모르는 아저씨가 김신욱이라는 걸 짐작했을지도 모른다.
‘직급이 높다면 긴급 명령을 내릴 수도 있을 거고.’
즉, 던전 게이트가 열렸는데 협회원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은 건 사고가 아니다.
어떤 직급 높으신 분이 알림 문자도 보내지 말라고 명령해서 벌어진 일인 게 분명했다.
나는 김신욱에게 물었다.
“너 협회에 잘못한 거 없다고 했지?”
“그래.”
“그럼 협회에 잡혀도 문제없는 거지?”
“이건 뭔 개소리지?”
지금 던전 밖으로 나가면, 김신욱은 십중팔구 협회에 붙잡힌다.
협회의 어떤 높으신 분 덕분에 내 계획이 망해버린 상황이다.
내 계획은 협회가 게이트 알림 문자를 보내, 문자를 본 헌터들이 이 던전을 공략하러 모인다는 게 전제 조건이었다.
김신욱을 잡느라 바쁜 부산 길드가 인력을 내주지 않으면, 능력치가 낮은 중소 길드 헌터들이 비교적 많이 던전에 투입된다.
여긴 B급 던전이고, 부산에서 대부분의 B급 이상 헌터들은 부산 길드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헌터들이 많이 모이면, 협회는 일을 키우기 어려워진다. 협회가 김신욱 하나 잡자고 인력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 김신욱이나 내가 나오길 기다리며 붙잡을 기회나 노렸을 것이다.
하지만 도깨비 가면에는 1시간마다 얼굴이 변하는 기능이 붙어 있으니, 김신욱은 헌터들 사이에 섞여 나가면 들키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은신 스킬을 써서 빠져나오면 됐고.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는 도망 다니는 타입의 몬스터라, 나처럼 공략법을 알지 않는 이상 던전 공략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아무리 사람들이 많더라도, 적어도 첫 차 올 때까지는 던전에서 시간을 끌 수 있었을 것이다.
얻고 싶었던 보상템도 얻고, 부산 길드와 협회 몰래 김신욱을 탈출시킬 수 있는 완벽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던전에 우리 둘만 들어오게 되면서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인파 속에 숨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고, 이미 내가 들어간 걸 봤을 게 뻔하니 은신으로 숨어도 소용없다. 게다가 1시간 단위로 얼굴이 바뀌는 기능은 오히려 아이템을 썼다고 광고하는 셈이었다.
던전에 들어온 이상,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만약 던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부산 길드에 붙잡혔을 것이고.
이런 식으로 일 처리 하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머리가 잘 굴러가고, 묘수일지 무리수일지 모르는 도박 같은 수를 던지는 인간.
부협회장, 서정현. 그 녀석이 틀림없었다.
마침 그 녀석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던 참이었다.
어차피 협회에 붙잡힐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그 녀석과 김신욱으로 거래를 하는 게 나을 듯했다.
원하는 게 있을 테니 그걸 들어주고 서울로 올라가는 웜홀이라도 열어달라고 하면 될 것 같았다.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김신욱에게 가능한 한 상냥해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욱아, 네가 부산 길드에서 탈출하자마자 협회가 찾고 있잖아. 그럼 협회는 부산 길드보다 먼저 널 찾아서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 거 아닐까?”
“아, XX! 이름으로 부르지 마, 징그럽게! 근데 뭐라고? 협회가, 뭐? 나한테 부탁? 돌았냐? 너 어디 아프냐?”
“혹시 모르잖아. 김신욱 씨가 협회가 원하는 걸 들어주면, 협회가 서울로 가는 웜홀이라도 열어줄지.”
“너 지금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해서 김신욱 씨라고 그런 거냐?”
던전 다음으로 부산 길드에게서 안전한 곳은 협회다.
솔직히 협회가 이렇게까지 해서 김신욱을 붙잡으려는 이유도 궁금했다.
이 모든 게 내 억측이 아니라면 부협회장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이용건에게 들은 얘기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내 예상이 맞을지, 틀릴지는 이 던전을 공략하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뒤에서 쫌생이니 뭐니 시끄럽게 구는 김신욱을 무시한 채,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러 갔다.
***
[ 공략 공헌도에 따라 보상을 정산합니다. ] [ 던전 공략자가 다수임을 확인하였습니다. 획득 아이템 알림은 이하 보상 정산 목록으로 대신합니다. ] [ 보상 정산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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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칠성활 – 이유영 [SSS] 최후 인류의 기록 – 이유영어차피 협회에 붙잡혀 갈 신세라면 질질 끌 것도 없어서 빠르게 몬스터를 해치웠다.
아무리 보스 몬스터 녀석이 도망을 잘 쳐도, 모든 던전의 공략법을 알고 있는 내게는 소용이 없었다.
녀석이 도망쳐 올 곳에 미리 대기한 후, 나는 보스 몬스터를 습격했다. 떨어진 샛별은 단번에 녀석의 목을 베어내며, SS급 무기의 위력을 깔끔하게 보여줬다.
새로 얻은 낙뢰 스킬을 쓸 것도 없었다.
날 절대 도와주지 않을 거라면서 나무 그늘 아래 눕던 김신욱은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일어나야 했다.
김신욱은 공략이 끝나 나타난 탈출 게이트를 보며 말했다.
“뭔 보스몹이 3분 순삭이야. 컵라면이냐? 한숨도 못 잤잖아.”
“나가자.”
내가 게이트를 향해 걸어 나가자, 김신욱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벌써 나가?”
“기다려봤자 협회한테 잡히는 건 똑같아.”
“뭔 소리냐고 그게, 네가 여기 오면 안 잡힌다며!”
나는 이미 김신욱에게 내가 왜 던전에 들어왔고, 왜 우리가 협회에게 당하게 된 건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해줬다.
김신욱은 그럴 리 없다며 전부 내 억측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지금 저렇게 떼를 쓰는 걸 보면 내 말을 믿고 불안해진 모양이다.
나는 게이트에 나가기 전에 다시 한번 물었다.
“협회한테 붙잡힐 짓 한 적 없는 거 확실하지?”
“이보세요, 이유영 씨. 노친네한테 먼지 나게 처맞은 건 나라니까? XX, 안 그래도….”
김신욱은 말하면서 오른팔을 들어 올리다가, 돌연 말을 멈췄다.
무언가 말할 뻔했는데 멈췄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녀석을 쳐다보자, 녀석은 나를 게이트 바깥으로 밀치며 말했다.
“안 그래도… 빡치는데, 너까지 빡치게 하지 마.”
녀석은 나를 따라 게이트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그걸 물어볼 상황이 아니었다.
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눈앞에 두 남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영 헌터님, 오랜만입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부협회장은 예상했지만, 그의 옆에 있는, 지금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이 너무 뜻밖이었다.
서울에 있어야 할 김상엽 팀장이 부협회장 옆에 서서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팀장님이 왜 여기에 계십니까?”
“그게, 부산에 일이 좀 있어서 파견 근무 중이었습니다.”
김상엽은 난감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대체 부산에 무슨 일이 터졌길래 김상엽까지 와 있는 것일까.
내가 김상엽만 보고 놀라자, 부협회장은 서운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유영 헌터는 저보다 김 팀장님을 보고 놀라시는군요. 부협회장이 있을 건 예상했지만, 김 팀장님까진 예상하지 못하셨나 봅니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이 둘 말고 다른 협회원은 없어 보였지만, 김상엽이 있는 이상 우리 둘 다 도망치긴 어려워 보였다.
김상엽이 스킬을 쓰면 나랑 김신욱은 도망칠 수 없다.
도망갈 생각은 없었지만, 김상엽까지 데려온 부협회장의 치밀함에 기가 막혔다. 고작 우리를 붙잡겠다고 게이트를 방치해버린 사람다운 짓이었다.
나는 부협회장에게 말했다.
“게이트가 생겼는데 기다려도 협회원이 아무도 안 왔습니다. 알림 문자도 안 왔고요. 저희가 공략하지 않았으면 꽤 큰일 났을 것 같은데, 부협회장님은 뭐 아는 거 있으십니까?”
“이유영 헌터가 이 던전을 꼭 공략하고 싶은 것 같길래, 편의 좀 봐 드렸습니다. 원하는 건 얻으셨습니까?”
협회가 제 기능을 하지 않은 걸 지적하는데도 부협회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여기에 던전이 생길 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건드렸다.
이 녀석이 이러는 걸 보니, 왜 도나리가 나한테 부협회장 자리를 주려 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고 말았다.
“제가 부협회장님께 배려라도 받았다고 감사해야 하는 상황입니까?”
“이유영 헌터도 손해 보는 건 없었을 텐데요.”
지금 당장 도나리한테 연락해서 부협회장이 뭔 짓을 벌이고 있는지 알려야 하나 고민되는 순간에, 김상엽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유영 헌터님. 지금 부협회장님께서 나흘 정도 밤을 새우셔서 제정신이 아닙니다. 부디 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이보세요, 김 팀장님. 그게 무슨 망언입니까? 결례라뇨?”
김상엽은 서정현의 앞을 가로막으며, 혼신을 힘을 다해 부협회장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김신욱은 내 뒤에서 구경하며 낄낄댔고, 나는 김상엽을 위해 참았다.
김상엽은 부협회장을 대신해서 말했다.
“저희가 무리한 일을 벌인 이유는 김신욱 헌터님께 꼭 드릴 말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괜찮으시면 장소를 이동해 대화를 이어나가도 되겠습니까?”
김상엽은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김신욱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짐작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걸 이용해야 했다.
나는 진짜 내 말이 맞나 보다며, 놀라면서 나를 손가락으로 찔러대는 김신욱을 대신해서 답했다.
“김신욱 헌터를 부산 길드에서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해주신다면 움직이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이야기가 잘 끝난다면 서울로 이동할 수 있는 웜홀을 열어드리겠다고, 부협회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김신욱 헌터도 그 조건이라면 좋게 이야기를 나눌 의향이 있을 겁니다. 가시죠.”
김상엽이 중재한 덕분에 무사히 서로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김상엽은 급히 웜홀을 열어, 협회 부산지부로 이어지는 통로라며 우리를 안내했다.
부협회장은 김상엽의 말대로 나흘이나 밤을 새운 게 사실이었는지, 몸을 비틀거리며 웜홀 안으로 들어갔다.
부협회장은 재수 없지만, 그래서 이용건한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려는 것이기도 하다.
한이경처럼 머리가 좋고, 자존심도 센 데다가, 속도 검은 놈이지만, 한이경과 달리 정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또라이를 잡으려면 또라이를 써야 한다.
한이경 같은 또라이를 잡으려면 버금가는 또라이를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협회장은 또라이 도나리 협회장 다음가는 최고의 또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