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죽었다 깨어나도 친해질 수 없는 사람 (1)
진준성은 하교 후 이유 길드로 향하고 있었다.
이유영이 새 길드원이 왔다며, 길드원을 전부 한 자리에 소집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새 길드원이라니.
진준성은 당황스러웠다.
구지상처럼 이유 길드와 친분이 있었던 사람도 아니고, 생판 모르는 사람을 이렇게 갑자기?
진준성은 학교에서 이유영의 연락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다.
하필 학교이기도 했고, 이미 길드원이 됐다는데 길드장에게 누구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었다.
진준성은 그 길드원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제일 먼저 구지상에게 연락했다.
「지상이 형, 새 길드원이 누구예요?」
「준성~ 열공중이야? 김신욱 헌터라고, 부산 길드에 있었던 대단한 헌터야!」
구지상은 엄지를 치켜든 강아지 이모티콘을 같이 보내줬다.
언뜻 보면 좋게 표현하려고 과장을 섞은 것처럼 보였지만, 구지상은 의외로 맞는 말만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대단한 헌터’라는 구지상의 말은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부산 길드의 유명한 헌터는 노진수와 우병삼 정도다.
진준성은 김신욱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진준성은 인터넷에 김신욱을 검색해봤다.
뜨는 것은 피아니스트 김신욱이라는 사람뿐이었다.
진준성은 검색 결과에 나온 위키백과 항목에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김신욱은 대한민국의 피아니스트이다. 차이콥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았다.
모델 같은 외모 덕에 팬이 많은 천재 피아니스트로, 남자인 진준성이 보기에도 멋지게 생긴 사람이었다.
하지만 진준성이 찾는 건 헌터 김신욱이지, 이 사람이 아니었다.
진준성은 무감하게 스크롤을 내리다가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김신욱, 미국 공연 일정 취소. 그 이유는?」
단순히 피아니스트 김신욱이 손 부상으로 공연을 취소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가 재정비 시간을 갖기로 했다는 내용이 잇따랐고, 이 역시 진준성이 찾던 정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진준성은 이 기사가 하필 오늘 떴다는 게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 길드에도 피아노가 하나 있었지….’
이유 길드 1층에는 흰색 그랜드피아노가 하나 놓여 있었다.
진준성은 그 피아노를 떠올리며, 윤지석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지석이 형, 예전에 우리 길드 피아노 연주하고 간 사람 있다고 했지?」
「그랬지. 그 사람이 바로 새 길드원이란다^^ 나도 깜짝 놀랐잖아.」
윤지석의 답장을 본 진준성은 자동적으로 벌어진 입을 막았다.
아무래도 이 피아니스트 김신욱이 새 길드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헌터로 각성했다는 기사가 하나도 없지?’
이번에 헌터로 각성한 걸까?
하지만 이 사람은 부산 길드에 있었다고 구지상이 말했다.
게다가 신입 헌터라면 진준성이랑 같이 교육을 받았을 텐데, 이 사람은 진준성의 동기가 아니었다.
이 정도로 눈에 띄는 사람이라면 기억 못 할 린 없었지만, 진준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주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고주연 헌터님, 혹시 저희가 신입 헌터 교육받았던 때 김신욱 헌터라는 사람이 있었나요?」
고주연은 답장이 빠른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준성의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답장이 도착했다.
「아니. 걔는 우리 바로 윗 기수야.」
「혹시 고주연 헌터님도 아는 분인가요?」
「응. 그 던전 같이 들어갔어.」
‘그 던전’이라고 할만한 건 이유영과 고주연이 다녀온 SS급 던전 정도밖에 없었다.
그럼 종합 능력치 B급 이상의 강한 헌터라는 뜻이다.
거기다 부산 길드라는 대형 길드에 속했던 헌터인데, 왜 헌터라는 게 안 알려진 걸까.
진준성도 이름을 검색하면 ‘고등학생 헌터’로 기사가 뜨는 세상이다.
이 정도로 헌터 김신욱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건, 누군가 의도적으로 기사가 퍼지는 걸 막았다고 봐야 한다.
누가 그런 짓을 한 걸까?
부산 길드? 아니면 김신욱 헌터 본인?
어쨌든 피아니스트 김신욱이 아닌 헌터 김신욱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결국 만나봐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진준성은 언제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어려워했다.
게다가 이렇게 준비도 못 하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만나야 한다는 건 큰 부담이었다.
진준성은 김신욱한테 무슨 말을 먼저 건네면 좋을지 50가지 정도 생각하며 길드에 도착했다.
긴장하며 길드 문을 연 순간, 어떤 남자가 소리 지르는 게 들렸다.
“왜 내가 부산에 다녀와야 하는데?!”
“지갑이랑 핸드폰 다 거기에 있다며. 간 김에 길드 분들한테 제대로 인사라도 드리고 와.”
“뭔 인사를 드려. 그럴 필요 없어. 그것보다 좋은 방법이 있는데, 네 핸드폰 좀 줘봐.”
남자는 막무가내로 이유영의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빼앗아 갔다.
진준성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몰상식한 풍경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 몰상식한 남자는 진준성이 멋있게 생겼다고 생각한 그 피아니스트였다.
피아니스트 김신욱이 새 길드원인 건 확실한 것 같지만, 이 정도로 경우 없는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준성이 방금까지 생각한 50가지 인사말은 자동적으로 휘발되었다.
김신욱은 빼앗아 간 이유영의 핸드폰으로 전화번호부를 뒤적거리더니, 곧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아주 뻔뻔스럽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신 아직 부산이지? 부산이지? 부산 길드에 있는 내 핸드폰이랑 지갑 종 가져다주면 안 돼? 내가 지장도 찍어줬잖아.”
대체 이유영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 상대가 누구길래 저따위로 말하는 걸까.
이유영은 진준성 이상으로 이 상황이 황당한 것 같았다.
얼마나 황당했으면, 김신욱의 발을 걸어서 넘어트리고 핸드폰을 빼앗고 있었다. 진준성으로서는 이유영이 저렇게 행동하는 건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김신욱은 쿠당탕 소리를 내며 길드 바닥에 넘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유영은 급히 핸드폰 너머로 정중하게 말하며, 김신욱의 말을 수습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김상엽 팀장님. 방금 건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무려 김상엽 팀장에게 그따위로 말했다는 건가.
진준성은 머릿속이 백지가 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가 있지?’
이후 이유영은 김상엽과 전화를 나누며, ‘부산 길드장님과는 이야기가 잘 끝났다’라고 말했다.
진준성은 모르는 이야기였다.
진준성이 아는 것은 이 성격 이상해 보이는 남자가 새 길드원이고, 피아니스트라는 것뿐이었다.
김신욱은 이유영에게 당해 넘어졌으면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냥 그대로 길드 바닥에 드러누워 한숨만 쉬고 있었다.
다 큰 어른이 부끄럽지도 않은 걸까. 왜 더러운 바닥에 편히 누워 있는 걸까.
순간, 진준성은 누워있는 김신욱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고등학생 앞에서 드러누워 있는 주제에 당당한 얼굴이었다.
김신욱은 진준성과 초면이면서, 진준성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손짓했다. 와서 자기 좀 일으키라는 듯한 제스쳐였다.
진준성은 하는 수 없이 길드 바닥에 누워있던 김신욱을 일으켜줘야 했다.
김신욱은 진준성에게 감사 인사 하나 없이 이유영에게 갔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
이유영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잠도 제대로 못 잔 건지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조금 전의 통화로 미루어 보아, 이유영은 낮에 부산 길드 사람들과 만났던 것 같았다.
김신욱의 유입은 부산과 친목을 쌓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이유영이 길드 경영을 위해 김신욱을 유입한 것 같으니, 자기가 모를 수밖에 없었겠다고 진준성은 알아서 결론을 내렸다.
이전에는 길드는 내팽개치고 던전만 공략하던 이유영이 어느 순간부터 이유 길드를 제대로 키우는 중이었다.
천혜, 수호와 엮이고 구지상이 들어오면서 이유 길드의 이름값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
구지상도 구지상이지만, 이유영의 세운 업적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이유영이 SS급 던전을 사망자 없이 공략해내면서 ‘제2의 영웅’, ‘영웅 힐러’로 급부상했다.
거기에 강남 길드와 구원 길드가 수호 길드를 음해하려 했던 사실을 밝힌 덕분에 사람들은 사이다라며 이유영을 굉장히 좋아했다.
하지만 이유영이 감당하는 일도 많아진 것 같았다.
헌터 이유영에서 길드장 이유영이 되느라 고생하는 모양이었다.
진준성과 고주연, 윤지석이 이유영에게 길드장 일 좀 하라고 잔소리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의 이유영은 누구보다 한 길드의 수장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길드장 이유영은 김신욱이 제멋대로 했던 전화를 해결한 뒤, 길드원들을 회의실에 모았다.
그리고 모인 길드원들을 보며 말했다.
“오늘 여러분들을 모은 것은 새 길드원을 소개하고, 길드 수칙과 사훈을 정해보기 위해서입니다.”
구지상과 고주연, 진준성과 김신욱, 윤지석과 호두까지 모이니 회의실은 이전과 달리 꽉 차게 되었다.
김신욱은 고주연 옆에 앉아 있었는데, 신기하게 두 사람은 친해 보였다.
윤지석도 김신욱이랑 인테리어 주제로 조금 전까지 신나게 떠들던 걸 보면, 잘 맞는 듯했다.
반면 구지상이랑은 별로 안 친한 것 같았다. 좀 더 정확히는 김신욱이 구지상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진준성은 김신욱을 관찰하다가, 김신욱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급히 눈길을 돌려 이유영을 바라봤다.
이유영은 회의실에 있던 화이트보드를 끌고 오며 말했다.
“이전과 달리 길드에 사람이 많아진 만큼, 서로 존중할 수 있도록 수칙을 세우고 다 같이 공통적으로 추구할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얘기를 나눠 제대로 된 목표를 세우면, 그만큼 결집력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윤지석은 우리도 폼 나는 걸로 지어보자며 호응했다.
구지상도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진준성도 이유영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박수를 쳤다.
반면 고주연은 늘 그렇듯 반응이 없었고, 김신욱도 시큰둥해했다.
이렇게 보니, 고주연과 김신욱이 왜 친한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진준성은 고주연과 친해지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한다.
이마저도 고주연이 진준성을 조카처럼 대해줘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직도 고주연과는 데면데면했을 것이다.
그런데 고주연이 김신욱과는 친구처럼 대하고 있었다.
김신욱이 일방적으로 따른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고주연은 적어도 김신욱을 조카처럼 대하진 않았다.
게다가 제일 충격적인 것은 이유영이 김신욱에게 반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성년자인 진준성에게도 존댓말을 쓰는 이유영이, 김신욱이랑은 굉장히 허물없이 지내고 있었다.
특히나 이유영이 김신욱을 넘어트리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이유영이 친한 사람한테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진준성이 아무리 노력해도 친해지기 어려웠던 두 사람이, 이제 갓 길드에 들어온 김신욱과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은 내적 거리감을 느껴지게 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진준성은 결론을 한 가지 내릴 수 있었다.
지금까지 쭉 김신욱을 지켜보며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저 사람이랑은 죽어도 못 친해질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지상은 김신욱과 안 친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진준성은 그 사실에 안도했다.
진준성이 보기에, 구지상도 김신욱과 안 맞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돌 구지상과 무뢰한 피아니스트가 맞을 리 없다.
세상에는 죽어도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진준성이 보기에 김신욱이란 사람은, 진준성이 죽었다 깨어나도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