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죽었다 깨어나도 친해질 수 없는 사람 (2)
세상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친해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보기에 진준성과 김신욱이 그렇다.
회귀 전에도 두 사람은 사이가 안 좋았다.
회귀 전의 진준성은 지금의 부협회장보다 더한 놈이었어서 사이가 좋은 사람이 없긴 했다. 김신욱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인성 파탄자였고.
두 사람은 절대 같이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사이가 나빴다.
실제로 진준성은 죽을 때까지, 두 사람은 던전에 같이 들어간 적이 없었다.
두 놈이 똑같이 자존심 센 천재인 탓이었다.
한 놈은 상식과 논리로 천재적인 전략을 짜고, 한 놈은 추상과 감각으로 천재적인 전투를 한다.
세상을 보는 방법이 전혀 다른 천재들인 만큼 친해지기엔 난이도가 높기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알 바는 아니었다. 적어도 회귀 전에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저 둘의 길드장이 되어 버렸다.
진준성의 어머니한테 받은 부탁도 있고, 김신욱의 아버지한테 받은 부탁도 있으니.
나도 길드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했다.
나는 화이트보드에 ‘수칙’이라고 적으며, 잠시 오늘 하루를 후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신욱을 길드에 들이는 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부산 길드장과 대화 한 번 시켜보려다가 김신욱을 길드원으로 받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 탓에 진준성과 김신욱에 대한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 두 사람이 싸울 기미는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면 안 싸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우선 김신욱부터 길드원들에게 소개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오게 된 김신욱 헌터는 부산 길드에서 왔습니다. 근거리 공격계 헌터로, SS급 던전에서도 많은 활약을 한 강한 헌터입니다. 혹시 질문 있습니까?”
김신욱을 모르는 진준성을 위해 한 소개였지만, 진준성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말이 끝나고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김신욱 본인이었다.
김신욱은 진준성의 품에 있는 호두와 구지상을 한 번씩 보며 말했다.
“저 둘은 뭐냐? 왜 길드에 몬스터랑 구지상이 있어?”
김신욱은 부산 길드에 갇혀 있는 동안 핸드폰도 뺏겼다고 했었으니, 내가 라이브 방송을 했다는 소식이나 구지상이 이유 길드로 이적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방송을 안 봤으면 호두의 존재를 모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신욱이 부산 길드에 감금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우리 길드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김신욱을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윤지석은 눈이 동그랗게 커진 채로 되물었다.
“호두 모르세요? 지금 완전 인기 호랑이인데. 이유영 씨가 라방에서 소개해줬잖아요.”
“이유영이 방송을 했어?”
“예? 김신욱 씨 어디 산에서 살다가 온 거예요?”
김신욱은 윤지석의 말을 무시하며, 설명하라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김신욱한테도 길드원을 소개해주긴 해야 했다. 나는 호두를 보며 말했다.
“천혜 길드장한테 받은 백호 마수고, 이름은 호두야. 부화한 지 얼마 얼마 안 돼서 아직 새끼고, 정식 이유 길드원이니까 기억해둬.”
“뭔 이상한 걸 기르네. 그럼 쟤는 뭔데?”
김신욱은 턱짓으로 구지상을 가리켰다.
오는 길에 구지상한테 맞아서 기절한 탓에 별로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대답하려는데, 구지상이 먼저 대답했다.
“최근에 일이 있어서 이유 길드로 왔어요. 저도 이유 길드원이니까 앞으로 잘 해봐요, 김신욱 헌터.”
“뭐? 구원 길드는 어디다 팔아먹고 여길 들어와?”
김신욱의 물음에 고주연이 김신욱을 한 대 쳐서, 구지상은 그냥 웃어넘겼다.
김신욱은 억울한 표정으로 고주연을 쳐다봤지만, 고주연이 무섭게 쳐다보는 탓에 아무 말도 못 했다.
나는 김신욱에게 말했다.
“구지상 씨도 길드원이니까 잘 지내. 고주연 씨는 알 거고, 윤지석 사무장님도 알 테니까 생략하고. 저쪽은 진준성 헌터야. 아직 고등학생이고 특수계 헌터다.”
김신욱은 고주연한테 맞은 곳을 문지르며 진준성을 쳐다봤다.
진준성도 말없이 김신욱을 쳐다봤다. 진준성의 표정을 보니, 벌써부터 김신욱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그대로 서로를 노려보기만 하고 한마디도 나누지 않는 바람에 결국 내가 먼저 말했다.
“다들 질문 있습니까?”
“없어요, 없어. 얼른 수칙이나 정하죠!”
두 사람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윤지석도 눈치챈 것 같았다.
나는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는 걸 참으며 화이트보드에 첫 번째 수칙을 적었다.
「1. 싸우고 깊으면 훈련장에서 대련으로 할 것. (단, 길드장이나 사무장에게 심판을 맡겨야 함.)」
방금 확신했는데, 저 둘은 언젠가 결국 싸울 게 분명했다.
어차피 싸울 거면 나랑 윤지석이 보는 앞에서 싸우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나는 그 밑으로 두 가지 수칙을 더 적었다.
「2. 서로의 가치관에 간섭하지 말 것.
3. 동료로서 존중할 것.」
전부 김신욱과 진준성의 싸움을 방지하려는 수칙이었다.
나는 내가 적은 수칙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앞으로 이유 길드원들은 이 수칙들을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진준성과 김신욱은 이게 본인들을 위한 수칙인 걸 모르는 듯했다.
반면 두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내가 왜 이 수칙을 세웠는지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윤지석은 자존심 강한 두 천재가 눈치채기 전에 말했다.
“다음은 사훈인가? 빨리 빨리 정해봅시다!”
나는 윤지석의 말대로 빠르게 화이트보드 맨 위에 ‘사훈’이라고 적었다.
싸움은 방지했으니, 이제는 공동 목표를 만들 차례였다.
“이유 길드의 목표를 정해보려고 하는데, 다들 아이디어 하나씩 내주셨으면 합니다.”
“좋죠. 이번에도 포스트잇에 적어서 제출할까요?”
“그러죠.”
윤지석은 회의실에 있던 포스트잇을 하나씩 나눠줬다.
눈에 띄게 귀찮아하는 사람이 몇 있었으나, 윤지석은 무시하고 포스트잇을 나눠줬다.
잠시 뒤, 나는 포스트잇을 수거해서 화이트보드 위에 옮겨 적었다.
이기자
건강하게 싸우자
넘버원 길드
가치창조
차례대로 고주연, 구지상, 윤지석, 진준성의 아이디어였고, 김신욱은 빈 종이를 냈다.
내가 봐도 우리 길드원들은 이런 데 재능이 없었다.
고주연은 고주연이었고, 구지상도 그냥 적당히 쓴 것 같았다.
윤지석은 가벼웠고, 진준성은 너무 심오했다.
김신욱은 빈 종이를 낸 주제에 화이트보드 위에 적힌 의견들을 보며 한마디 했다.
“위에 둘은 몬스터 사라지면 뭐 하고 살려고 그러냐.”
넘버원 윤지석도 김신욱의 말을 거들었다.
가치창조 진준성 역시, 이번엔 김신욱의 의견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정작 고주연과 구지상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결국 뭐 하나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없어서 사훈으로 세울 만한 게 없었다.
진준성은 화이트보드를 보며 계속 고민하더니, 손을 들고 말했다.
“저분 말씀대로 좀 더 미래 지향적인 길드 목표를 세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유 길드의 분위기에 맞게요.”
진준성이 말한 저분은 김신욱이였다.
김신욱은 진준성을 힐끗 보더니, 한마디 보탰다.
“저 꼬맹이 말대로 하고. 이번엔 이유영 네가 정해라. 다들 형편없잖아.”
모처럼 둘의 의견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서로의 호칭이 그따위인 탓에 둘은 또 서로를 쳐다봤다.
둘이 3초 이상 쳐다보기 전에, 고주연이 김신욱을 툭 쳤고 구지상은 진준성에게 말을 걸었다.
윤지석은 분위기를 끊으며 말했다.
“두 사람 말대로 길드장님이 한 번 정해보시죠! 사훈이면 역시 회사 대표가 정해줘야지.”
“그래, 네가 정해.”
“이유영 씨가 정하면 다들 불만 없을 거예요!”
고주연과 구지상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길드원들 말대로, 내가 하자고 한 일인 만큼 마무리는 내가 지어야 했다.
처음엔 적당히 공동 목표를 세울 요량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화이트보드에 적힌 가지각색의 의견들을 보니 제대로 된 사훈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진준성과 김신욱의 의견까지 합해서, 모든 길드원들이 따랐으면 하는 사훈을 정해 칠판에 적었다.
‘이유가 있는 미래를 만들자.’
여기서 ‘미래’란 인류가 멸망하지 않은 세상이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은 미래에서 우리 이유 길드원들이 살아갈 이유를 찾아갔으면 한다.
나는 이들을 위해 미래를 개척할 것이고, 그것이 내가 회귀한 이유였다.
“이게 이유 길드의 사훈입니다. 다들 불만 없으십니까?”
고주연은 늘 그랬듯이 그러려니 넘어갔고, 윤지석은 좋다고 호응했다.
구지상도 좋다고 말하면서 진준성과 박수를 쳤고, 김신욱도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공동 목표가 있으면 결집력이 생길 것이다.
따라야 할 수칙도 정해뒀으니,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됐든 길드에 들어온 이상 전부 앞으로 함께해야 할 동료다.
사이가 좋든, 나쁘든 같이 싸워나갈 존재라는 걸 기억해야 했다.
이들과 함께라면 나도 어떤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날 저녁, 나는 미뤄 뒀던 일을 하나씩 처리했다.
김신욱에게 길드원 계약서를 쓰게 했고, 4층의 남는 방 하나를 줬다.
김신욱까지 길드에서 살면 내가 자리를 비우기 편해진다. 방도 남는데 안 줄 이유가 없었다.
녀석은 구지상도 여기서 지낸다고 말했을 땐 떨떠름해 했지만, 어쨌든 내일 짐 싸 들고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윤지석과 함께 길드원들을 하나씩 불러 연봉 협상을 했다.
하는 김에 고생하는 윤지석의 월급도 올려줬다.
부족해진 길드 자금은 그간 던전을 다니며 얻어온 보상템들을 헌터넷을 통해 팔아서 보충했다.
그간 던전 부산물 시장을 독과점하던 강남 길드가 망하면서 오히려 헌터넷 경매가 더 활발해졌고, 그 덕에 낙찰과 처리하는 과정도 빨랐다.
이후 고주연에게 부산까지 가서 구해온 A급 아이템인 칠성활을 줬다.
고주연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기존에 쓰던 활보다 무겁긴 하지만, 그만큼 힘이 다르다고 했다.
나는 고주연에게 말했다.
“만약 활을 쏘다가 막히면, 고주연 씨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누구한테? 너한테?”
“저보다는 고주연 씨가 생각하기에 활을 가장 잘 쏘는 사람을 찾아가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처럼 혼자서 훈련하다간 고주연은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원거리 공격계인 고주연에게 내가 조언을 주긴 어려웠지만, 고주연에겐 처음 활을 가르쳐준 스승이 있다고 들었다.
회귀 전에 고주연이 스쳐 가듯 말해준 얘기라 자세한 건 모르지만, 고주연은 이 정도 힌트만 줘도 알아서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알겠어.”
고주연은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듯, 진지해 보였다.
나는 고주연이 혼자 생각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준 뒤, 진준성을 찾아갔다.
진준성은 막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인 것 같았다.
“준성 학생, 할 말이 있습니다.”
사훈을 정한 이후로 김신욱은 4층, 진준성은 1층에 있었던 탓에 부딪힐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진준성은 피곤해 보였다. 고3에게 김신욱이란 인성 파탄자는 큰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진준성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줬다.
“준성 학생의 스승을 구했습니다. 어렵게 구한 과외 선생님인 만큼 많이 배우세요.”
“제 스승이요…? 길드장님이 직접 구하신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까지 가서 어렵게 구한 또라이다. 서정현이라면 진준성에게 많은 걸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부탁하려던 사람이랑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급한 일이 끝나면 자리 만들 테니, 그때까지는 학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마음에 드는 소식이었는지, 진준성은 적잖이 감동 받은 것 같았다.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이번 모의고사 성적도 잘 나왔다고 자랑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서정현과 말싸움한 보람이 있었다.
진준성도 스승이 생겨서 기대되는 것 같았고.
월급이 오른 윤지석도 기뻐 보였다.
고주연도 새 무기를 마음에 들어 했다.
김신욱은 노진수와 악연을 정리한 만큼 새로 시작할 준비가 된 듯했다.
모두가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한 명만큼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구지상은 길드원들이 다들 돌아가면, 훈련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밤 12시가 넘도록 나오질 않았다.
생명의 의지도 없는 놈이 심란하다고 무리하는 듯했다.
박이원은 아직도 수호 길드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구지상이 길드를 나오고 몇몇 악플러들에게 구원의 배신자라고 욕을 먹고 있는 와중에도, 박이원은 무반응이었다.
하지만 박이원이 무반응인 이유는 사실 한이경 때문이다.
그걸 어제 알게 된 나는 구지상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박이원이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면 당장 구하자고 할 텐데, 그럼 서정현의 계획이 꼬여서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즉, 박이원은 제정신이 아니지만 너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밖에 안 된다.
‘말하지 말자.’
괜히 사실을 알고 초조해하다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는 전부 해결된 후에 알게 되는 게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고민이 무색하게도 다음날, 나는 구지상에게 말하게 된다.
어떤 악당에게 결말이 찾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