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악당의 결말 (2)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막다른 길에 몰린 인간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앞에는 구지상, 뒤에는 바다인 상황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서, 한이경은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뒷걸음질 치는 것을 택했다.
풍덩!
구지상이 자신을 완전히 가둬버리기 직전, 한이경은 몸을 날려 바다에 뛰어들었다.
한이경은 자신을 버리고 가는 배를 향해 급히 헤엄쳐 가며 외쳤다.
“기다려! 뭐든지 할게, 뭐든지 하겠다고!!”
한이경의 다급한 외침에 배의 속도가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한이경은 거기서 희망을 느꼈는지, 더 큰 소리로 외쳤다.
“노예라도 좋아! 만성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제발 멈춰…!”
한이경의 처절함이 통한 듯, 배가 잠시 멈춰 섰다.
한이경은 기쁘게 웃으며 배를 향해 더욱 열심히 헤엄쳐 갔다.
나는 그런 한이경을 보며 생각했다.
한이경은 방금 분명, ‘만성’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다.
멈춰있는 배에는 만성 길드의 마크가 그려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만성은 아시아에서 제일 큰 길드의 이름이다. 에덴 다음가는 세계 2위의 길드로, 에덴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만성이라면 낭떠러지 밑으로 처박힌 한이경이라도 노예로 쓰려고 주워갈 것이다.
만성의 길드장은 쓰레기도 주워서 재활용하는 놈으로, 재활용된 헌터들은 만성 길드장의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간다.
만성 길드장의 노예는 무시할 수 없는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만성 길드장은 그 전투력으로 쓰레기 같은 짓을 한다.
만성이 힘을 키우며 사실상 아시아 내륙 쪽은 무정부 상태가 되었고, 녀석들은 왕처럼 군림하며 부와 향락을 누리고 있다.
한이경은 범죄자지만, 우리나라의 헌터다.
녀석을 주워가는 것은 만성이 아니라 협회여야 한다.
한이경이 있어야 할 곳은 만성 길드가 아니라, 우리나라 협회의 각성자 전용 감옥이었다.
마찬가지로 배를 보고 있던 구지상은 펄럭거리는 깃발을 보며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어딜 도망가려고….”
내가 알기로, 구지상의 유일한 약점은 물이다.
녀석은 물에선 스킬을 쓸 수 없고, 물에 뛰어든 한이경을 스킬로 붙잡을 수 없었다.
한이경 역시 그걸 알고 있어서 물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지상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한이경을 따라 물에 뛰어 들어가려 했다.
나는 급히 구지상을 붙잡았다.
“구지상 씨, 따라갈 필요 없습니다.”
“설마 지금 총 받았다고 정말로 놔줄 생각인 건 아니죠?”
구지상이 나를 뿌리치고 다시 바다로 뛰어들려고 하길래, 나는 다리를 걸어 구지상을 넘어트렸다.
평소 구지상이라면 충분히 피했을 텐데, 화가 나서 제정신이 아닌 건지 그대로 걸려 철퍼덕 넘어졌다.
녀석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는 보는 동안, 나는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바다 한복판에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헤엄쳐 가던 한이경은 물기둥에 처맞고 하늘 위로 솟구쳤다가, 부둣가에 처박혔다.
구지상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봤다.
나는 구지상에게 말했다.
“한이경 잡으러 구지상 씨 혼자 온 거 아닙니다. 이제 영웅 졸업하셔야죠.”
그때, 휘슬 소리가 크게 울렸다.
검은 양복을 입은 협회원 무리가 한이경 주위를 포위하며 서서히 거리를 좁혀갔다.
딱 좋은 타이밍의 등장이었다.
협회원 무리의 중앙에서 한 남자가 미란다 원칙을 읊으며 한이경을 향해 다가갔다.
“한이경 씨, 당신을 각성자스킬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지금부터 하는 말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서정현이었다.
한이경은 다급하게 다시 바다로 뛰어 들어가려 했으나, 이용건이 한이경을 붙잡은 덕에 실패했다.
서정현은 한이경에게 수갑을 채웠고, 한이경은 발악했다.
“이거 안 놔?!”
“응, 안 놔.”
“서정현…! 이 개XX, 이거 안 놓으면 당장 저기 있는 꼭두각시부터 죽여버리겠어!”
한이경은 서정현을 밀치며, 팔을 들고 손가락을 펼쳤다.
한이경의 손짓에 내가 손발을 포박해둔 박이원이 맥없이 끌려가며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서정현은 곧바로 한이경을 제압하려 했으나, 한이경이 외쳤다.
“멈춰! 한 놈이라도 움직이면 이 새끼부터 죽는 거야. 알아들어?!”
한이경이 주먹을 움켜쥐자, 박이원이 목이 졸린 사람처럼 괴로워했다.
한이경은 발버둥 치는 박이원을 보고 미친놈처럼 웃었다.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쥐새끼의 발악이었다.
한이경의 인질극에 다들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구지상이 내게 말했다.
“이유영 씨, 힐 좀 부탁드릴게요.”
누구한테 힐을 해달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구지상은 한이경에게 다가갔다.
한이경은 협회원들에게 정신이 팔려서, 뒤에서 구지상이 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한이경은 협회원들이 조용해지는 걸 보며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했다.
녀석이 뒤를 돌아보던 순간, 구지상은 한이경의 머리채를 잡고 그대로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한이경의 안경이 우그러지며 날아갔다.
그 덕에 조종당하던 박이원은 아래로 떨어졌고, 이용건이 박이원을 받으며 자리에 눕힐 수 있었다.
구지상은 한이경의 머리채를 붙잡은 채로 말했다.
“형 원래대로 돌려놔.”
“도, 돌려놓을게. 일단 이것부터 놓고… 박이원과 접촉하게 해줘, 응? 그래야 스킬이 풀려.”
한이경은 비굴하게 말했지만, 녀석에겐 속셈이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구지상은 한이경의 머리채를 던지듯 놓았지만, 다행히 적절히 조언해줄 수 있는 녀석이 구지상의 옆에 있었다.
서정현은 구지상에게 말했다.
“구지상 씨. 한이경이 직접 박이원의 스킬을 풀면, 박이원은 자신이 조종당했다는 사실을 잊을 겁니다.”
서정현의 말에 구지상의 눈빛이 흔들렸다.
한이경은 그 점을 눈치채고, 구지상을 설득하려 했다.
“그래. 내가 스킬을 풀어주면 박이원은 나한테 조종당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갈 수 있어. 이거야말로 박이원을 위하는 일이지 않겠어?”
한이경이 저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박이원은 구원 길드장이란 직위를 가진 만큼, 내뱉는 발언에 영향력이 강한 편이다. 한이경의 범죄 사실을 증명해줄 수 있는 누구보다 강력한 증인인 만큼, 한이경은 박이원의 기억을 지우고 싶을 것이다.
한이경은 계속해서 간교하게 구지상을 설득했다.
“박이원 성격에 나한테 조종당했다는 걸 알고 평범하게 살 수 있겠어? 잊게 해야지.”
“구지상 씨, 제가 박이원 씨에게 걸린 스킬을 풀 수 있습니다. 한이경이 직접 스킬을 풀게 해선 안 됩니다!”
보다 못한 서정현이 끼어들었다.
서정현은 구지상이 한이경의 말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구지상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하지만 한이경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저 녀석은 못 풀어! 서정현이 내 스킬을 풀면 박이원은 자살을 시도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 놨으니까!”
“막을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스킬을 풀어서 박이원 씨의 기억을 살려 놔야 한이경을 감옥에 보낼 수 있어요. 구지상 씨, 이성적으로 생각하세요.”
구지상은 말이 없었다.
서정현은 구지상의 표정을 보고 다급해진 건지 구지상과 한이경을 떨어트리려 했지만, 구지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구지상은 오히려 서정현을 자기에게서 떨어트렸다.
“하, 하하!”
한이경은 구지상이 자기한테 넘어왔다고 생각했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한이경이 웃는 순간, 구지상은 한이경의 얼굴에 다시 한번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커헉…!”
주먹에 제대로 맞은 한이경은 피를 토했다.
하지만 한이경은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구지상을 설득하려 했다.
“이봐, 구지상…! 널 영웅으로 만들어 준 사람을 위해 그거 하나 못해? 기억 하나 못 지워주냐고!”
“닥쳐.”
“박이원이 왜 내 스킬에 당한 줄 알아? 무려 구원 길드의 길드장이라는 녀석이 왜 내 스킬에 당한 줄 아냐고! 구지상, 너 때문이야!!”
구지상은 한이경의 멱살을 잡고, 다시 주먹을 꽂아 넣었다.
구지상이 적당히 때리지 않았기 때문에 한이경의 얼굴 반쪽은 피떡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이경은 계속해서 말했다.
“하, 내, 내 스킬은… 심리가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사람한테만 걸려. …알겠어? 그럼 박이원이 언제 내 스킬에 걸렸겠어? 생각해봐. 네가 길드에서 나가겠다고 한 그날 말고, 더 있겠어?”
한이경의 말에 손을 부들부들 떨던 구지상은, 한이경을 이마로 세게 들이받았다.
쾅!
주위가 울릴 정도의 소리가 나는 박치기에 한이경은 골이 울리는 듯 정신을 못 차렸고, 구지상은 몇 번을 더 한이경을 이마로 들이받았다.
그 광경에 협회원들 모두가 자리에서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했다.
한이경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반쯤 뭉개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박이원, 기억을 지워준다고….”
한이경한테 조종당했던 기억을 잃으면 박이원은 분명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구지상까지 나간 길드의 길드장이 한이경한테 조종당했다는 수치스러운 기억까지 안고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박이원을 잘 아는 만큼, 구지상도 갈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협회원들은 구지상을 말리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서정현이 종잇장처럼 밀려난 이상, 협회원 중에 화가 난 구지상을 말릴 수 있을 사람은 없었다.
서정현은 내게 뭐라도 해보라고 제스처를 보냈지만, 나는 못 본 척했다.
구지상은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틀리지 않는 선택을 할 것이다.
머리가 나쁜 놈도 아니고, 한이경의 술수에 넘어갈 놈도 아니다.
나는 구지상을 내버려 두고 이용건과 박이원에게 다가가,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한이경이 너덜너덜해진 탓에 더 이상 박이원을 조종할 수가 없었는지, 박이원은 조금의 반응 없이 치유를 받았다.
구지상을 안쓰럽게 보던 이용건 역시 얌전히 치유를 받았다.
한이경이 몇 번 더 구지상에게 얻어맞는 사이, 두 사람의 치유가 끝났다.
한이경이 말할 힘조차 사라질 만큼 얻어맞을 때쯤, 구지상은 한이경을 내팽개쳤다.
걸레짝이 된 한이경은 바닥에 풀썩 엎어졌다.
구지상은 나를 쳐다봤다.
조금 전에 나한테 힐 좀 부탁한다더니, 한이경한테 힐을 해달라는 뜻이었나 보다.
나는 이용건에게 박이원을 맡긴 뒤, 한이경에게 다가갔다.
한이경은 간신히 숨을 몰아쉬며 내게 말했다.
“사, 살려줘….”
나는 한이경을 향해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한이경에게 힐이 들어가며 녀석의 걸레짝이 된 얼굴이 서서히 원상태로 되돌아갔다.
그제야 서정현도, 주위에서 긴장하고 있던 협회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정현은 내게 말했다.
“박이원 씨한테 걸린 스킬은 지금 풀죠.”
녀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구지상을 바라봤다. 한이경을 걸레짝으로 만들던 모습을 코앞에서 지켜봤으니,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었다.
나는 멍한 얼굴로 바다를 보고 있는 구지상에게 말했다.
“구지상 씨, 부탁 하나 해도 됩니까?”
“아, 네.”
“저기 자판기 가서 물 좀 사 오세요. 구지상 씨가 한이경을 너무 패서 힐 넣느라 목이 다 마릅니다.”
구지상은 반쯤 죽어있는 한이경과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머쓱하게 뒷목을 문지르더니, 녀석은 고개를 꾸벅 숙인 뒤 급하게 내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
본인이 보기에도 한이경을 치유하는 게 힘들어 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한이경을 치유하는 건 별로 힘들지 않았다.
나는 순식간에 치유를 끝내고, 서정현에게 말했다.
“바로 박이원한테 가죠. 구지상 씨가 오기 전에 서두릅시다.”
구지상이 간 곳에는 자판기가 없을 것이다. 녀석이 자판기를 찾아 헤매는 동안, 박이원에게 걸린 스킬을 해제해야 했다.
박이원한테 걸린 스킬을 풀려면 내 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으니, 그 정도로 스킬을 푸는 과정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 구지상은 더 화가 날 것이다.
녀석이 보기 전에 빨리 스킬을 푸는 게 나았다.
서정현은 잠시 웃다가, 박이원을 향해 먼저 걸어가며 말했다.
“이유영 씨가 왜 길드장인지 알 것 같네요.”
호칭이 이유영 헌터에서 이유영 씨로 바뀐 걸 보면, 긍정적인 의미인 것 같긴 한데.
이곳에 있는 길드장이란 놈들이 한 놈은 처맞고 누워있고, 한 놈은 손발이 묶여서 누워있는 탓에 딱히 칭찬으로 들리진 않았다.
나는 서정현에게 말했다.
“구지상 씨는 협회를 돕던 와중에 거칠게 반항하는 한이경을 제압하느라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휘둘렀던 겁니다. 이걸로 트집 잡으면 가만 안 있습니다.”
“알죠. 한이경 반항이 좀 심했습니까? 부협회장인 제가 뭐라고 안 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 중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녀석은 오히려 통쾌해하는 것 같았다.
얻어맞았던 한이경도 내가 치유해둔 탓에 외상 하나 없었고, 부협회장도 넘어가기로 했으니 구지상한테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후 박이원에게 걸린 스킬을 제거하는 건 순조로웠다.
서정현은 스킬을 발동해 박이원의 목에 손을 집어넣더니, 실 같은 무언가를 제거했다. 피가 솟구쳤지만 내가 옆에서 힐을 넣고 있던 덕에 금방 치유되었다.
박이원은 실이 제거되는 동안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실이 제거되며 잠시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박이원은 멀리서 양손에 캔 음료를 들고 뛰어오는 구지상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그렇게, 악당의 이야기에 결말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