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5
15화. 뒷면 (2)
정적을 먼저 깬 건 고주연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네 정체가 뭐냐는 질문에 답을 못 받은 것 같은데.”
“이유영입니다. 보셨다시피 헌터고요. 의심되면 헌터증이라도 보여드릴까요?”
“아까 그 모습을 봤는데 의심하겠어? 됐고, 자.”
고주연은 전화 키패드를 켠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보니까 연락처 돌리고 다니던 것 같던데. 난 종이 쪼가리 받으면 금방 잃어버리니까 여기다 적어.”
신윤현한테 휴짓조각을 주던 걸 본 건가.
어차피 종이에 적어 주고 싶어도 아까 신윤현한테 준 휴짓조각이 마지막이었다.
핸드폰을 돌려받은 고주연은 화면을 유심히 보더니, 나를 쳐다봤다.
“혹시나 했는데, 우리 엄마 전화 빌린 게 너였네.”
“아, 네.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네요.”
“너 말이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렇고. 왜 이렇게 담담해? 지금 이 상황이 나만 신기해?”
하긴, 고주연 입장에서야 유명인인 자신이 헌터가 됐는데도 담담하게 구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기야 했을 것이다. 익숙했던 얼굴을 오랜만에 봤다 보니 긴장이 좀 풀어졌나 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어설픈 변명이라도 했다간 고주연이 싫어할 것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어차피 금방 들통날 것이다.
나는 그냥 뻔뻔하게 굴기로 했다.
“어떤 부분이 신기하신데요?”
“네 행동, 지나치게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눈치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다.
“그렇습니까?”
“그래. 뭐, 됐어. 이유를 캐물으려고 찾아온 건 아니야.”
“그럼 정체를 캐물으려고?”
“이름 듣고 헌터라는 거 들었으면 됐지. 초면에 숨기고 있는 비밀을 다 말하라고 해서 말할 것도 아니고. 아무튼, 인사하러 왔어.”
“인사요?”
“그래, 감사 인사. 우리 엄마 구해줘서 고마워. 이 말 하려고 왔어.”
고주연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감사를 표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새벽에 엄마 전화 듣고는 진짜 큰일 난 줄 알았어. 그래서 무리하게 여기로 온 거고.”
나는 잠자코 고주연이 하는 말을 들었다. 자존심이 센 만큼 남한테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던 사람이 굳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네가 눈앞에서 몬스터 잡는 거 봤으니까 알아. 아마 네가 없었으면 우리 엄마도 그렇고, 내 고향도 엉망이 됐겠지. 그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었어.”
“고주연 씨.”
내 부름에 고주연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고주연의 얼굴을 마주 보며 말을 이었다.
“감사 잘 받았습니다. 이제 더는 마음에 두지 마세요.”
별일 아니었다든가, 그게 헌터의 본분이라든가. 그런 겉치레는 필요 없다.
실제로 난 고주연이 감사할만한 일을 했고, 고주연은 나한테 감사하고 있다. 그게 끝이고, 그걸로 끝내면 된다.
내 표정을 본 고주연은 헛웃음을 지으며 좀 더 풀어진 자세로 앉았다.
“성격 참 특이하네. 내 말을 이게 끝이야. 이제 네가 말해, 너도 할 말 있다며.”
그렇다. 이제부터 고주연을 내 길드로 영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주연이 앞으로 어떻게 헌터 생활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둬야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안 그래도 아까 엄마랑 얘기하면서 결론 내렸어. 선수 관둬야지 뭐. 코치님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걱정이네.”
한국에서 각성자는 반드시 헌터가 되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처음에는 반발이 많았지만, 국가에서 주는 혜택도 많고 명예와 돈을 한 번에 얻을 수 있어서 지금은 오히려 헌터가 되고 싶어 하는 시대다.
각성자는 보통 길드에 들어가거나 능력이 좋으면 협회에 취직하지만, 간혹 솔로 헌터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회귀 전의 고주연이 바로 그 케이스였다.
“길드는 생각해보셨습니까?”
“아니. 혼자서 활동할 거야. 협회도 정장 입고 선글라스 써야 해서 별로고.”
“길드에 들어갈 생각은 없으십니까?”
고주연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들어가면 나보고 구지상처럼 홍보 모델 서라고 할 게 뻔한데 내가 들어가겠어?”
“그런 거 없이, 고주연의 힘만 필요하다는 길드면요?”
“그런 길드면 생각 좀 해 보고. 그런데 난 누가 나한테 명령하는 거 못 참아.”
“명령도 안 내리겠습니다.”
그제야 고주연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챈 것 같았다.
고주연은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나보고 너희 길드 들어오라고 하려는 거지?”
“네, 들어오시면 잘해드리겠습니다.”
“너희 길드는 뭐가 다른데? 일단 말이나 한번 들어보자.”
“길드장은 접니다. 길드원이 누구든지 간에 홍보 모델 시킬 생각 없습니다. 길드장이랍시고 명령 내릴 생각도 없고요. 고주연 씨는 제 동료로서 던전을 공략해주시면 됩니다. 가능하면 던전과 몬스터가 사라지는 날까지요.”
내뱉고 보니 많이 어설프긴 하다 싶었다. 예전에 구지상이 나를 스카우트할 때 말했던 조건에 비교해보니 딱히 해주는 게 없었다.
그래도 딱 하나,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건 있었다.
“그리고 제가 길드장으로 있는 이상, 동료는 절대로 죽게 두지 않을 겁니다.”
내 말을 들은 고주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한참을 생각에 빠져 있던 고주연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길드명은? 사무소는 어디야?”
“…….”
나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고주연이 싸늘한 눈초리로 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 설마… 없어?”
“고주연 씨가 오시면 제 길드의 첫 길드원이 되겠네요. 축하드립니다. 혹시 원하는 길드명 있으세요?”
“나 지금… 화내도 되지?”
미간을 꾹꾹 누르는 고주연은 누가 봐도 화를 참는 사람으로 보였다.
회귀한 지 얼마 안 돼서 길드 세울 여력까진 없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테니, 나는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고주연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유영.”
“네.”
“내가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우리 엄마 펜션 복구하는 거 도와주고 올 때까지 사무소든 길드명이든 제대로 된 걸 만들어 둘 자신 있어? 내가 널 믿고 길드에 들어가려면 최소한 그 정도 준비는 해줘야 해.”
“물론이죠. 다만 길드 사무소는 서울에 잡을 생각입니다. 그쪽이 활동하긴 편할 테니까요. 고주연 씨는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오실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을 하면서 나는 과거의 고주연을 떠올렸다.
EX급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까지, 더 이상 아무도 남아있지 않던 강원도를 고집스럽게 지키던 고주연을.
그러나 고주연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러지 뭐. 해야 할 게 하나 더 늘었네. 서울에 집도 구해야겠어.”
“생각보다 빠르게… 답을 주시네요.”
“네가 말도 안 되게 강한 걸 눈앞에서 봤으니까 할 수 있는 대답이야. 생각할수록 어이없네. 길드 이름도 안 지어놓고 스카우트를 해?”
나를 혼내듯이 말하는 고주연에게 대꾸할 말이 없었다.
이어서 고주연은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책 없으면 어떡하냐, 나니까 봐준 거다, 이 험난한 세상 그런 준비도 안 하고 어떻게 살 거냐….
고주연이 원래 이렇게 잔소리가 심한 사람이었나…?
어쩌면 원래 이랬는데 회귀 전엔 가족과 고향을 잃으면서 사람이 변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진지하게 들어주려 했지만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점점 잠이 쏟아졌다.
그러다 갑자기 고주연의 말이 뚝 끊긴 것 같아서 떨어지는 고개를 들었다.
“…….”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고주연이 등을 벽에 기대며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그냥 자. 뱀 새끼 처리한다고 밤새웠을 텐데 생각을 못 했네. 나도 잠깐 눈 붙일 거니까, 너도 편하게 자.”
“알겠습니다.”
곧 옆에서 색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새벽에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으니, 고주연도 못 자고 부리나케 한국으로 왔었을 거다. 게다가 몬스터랑 격렬한 전투까지 했었지.
피곤하고 졸린 건 고주연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의 할 일은 전부 해결됐다. 잠깐 정도는 쉬어도 괜찮을 거다.
나는 옛 동료와 나란히 앉아 편한 기분으로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
잠에서 깨어난 고주연은 당분간은 정리가 끝날 때까진 강릉에 머물 거라 말했다.
고주연은 그전까지 제대로 된 길드를 갖춰 두라며 또다시 잔소리를 퍼부었다.
나는 고주연에게 꼭 그러겠다고 거의 열 번이나 넘게 대답한 후에야 서울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동 수단은 강릉에 올 때와는 달라졌다.
협회 팀장이 나한테 지금 상황을 정리하고 싶다며, 가는 길에 태워줄 테니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회귀 전과는 달라졌던 던전 브레이크 사태나, 야생의 몬스터 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언질을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다.
겸사겸사 공짜로 차를 얻어 탈 생각도 없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그런 탓에 현재 팀장의 차로 이동 중이다.
“그런데 웜홀 타고 오셨던 거 아닙니까?”
“하하, 후발대로 온 부하 직원의 차 좀 빌렸습니다.”
나는 차를 뺏겼을 부하 직원에게 잠시 애도를 표했다.
“그나저나 이유영 헌터님께서 강릉에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쩌다가 간 건데, 아무래도 제가 악운을 몰고 다니나 봅니다.”
운전하던 팀장은 잠시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잠깐 웃더니, 판에 박힌 말을 건넸다.
“저희는 행운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던전 브레이크였는데도 피해가 적었으니까요. 전부 이유영 헌터님의 빠른 대처 덕분입니다.”
“별말씀을요.”
잠깐 고개를 돌렸는데도 팀장은 별문제 없이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아주 편안한 승차감이었다.
회귀 전, 인류가 멸망한 후에 편하게 돌아다니겠답시고 차를 시속 200km로 운전하다 전복시킨 입장에서는 부러운 운전 실력이었다.
내가 뒤집었던 열 대의 자동차에 대해 회상을 마칠 때쯤, 팀장이 본론을 꺼냈다.
“이유영 헌터님도 이번 던전 브레이크가 심상치 않다고 여기신 것 같습니다. 이전에 제게 전화로 물어보셨던 건과 관련이 있다고 보십니까?”
며칠 전, 화신에게 야생의 몬스터 사태에 관해 이야기를 들은 나는 곧바로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해치 던전처럼 게이트가 나타나자마자 닫힌 던전이 있었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혹시라도 던전이 만들어졌는데 화신이 감지를 못했는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해치 던전과 이번 던전 브레이크 사태, 그리고 야생의 몬스터 사태는 과정 자체가 조금씩 다르긴 하다. 그러나 결국 따지고 들어가면 근본적인 원인은 하나다. 바로 ‘오류’ 놈이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 팀장에게 답했다.
“네. 경위는 모르겠지만, 몬스터들에게 던전을 탈출하는 힘이 생겼다고 생각 중입니다.”
정확한 대답은 ‘오류’에 의해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던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지만,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오류의 존재조차 모른다. 시스템도 신적인 존재 비슷한 것으로 여기고 있고, 아직 몬스터나 던전에 대한 연구도 미흡한 시점이다.
지금은 이렇게 빙빙 돌려 말하는 게 최선이었다.
내 말에 팀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럴싸한 추측이군요. 다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거 말입니다, 혹시 최근에 실종된 사람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곳을 알아봐 주실 수 있습니까?”
“실종이요?”
“네, 제가 알아보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요.”
협회원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스스로 그럴싸한 이유를 떠올렸다.
“던전을 탈출한 몬스터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까지 소란도 없고 목격담도 없으니 사람을 납치하는 형태로 은밀히 움직였을 거라 추측을 하시는 거군요.”
정답이었다. 확실히 협회가 엘리트만 뽑긴 하는 모양이다.
나는 긍정의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팀장의 얼굴에는 곧 의아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몬스터가 탈출했다면 협회에서 포착했을 텐데요. 협회에는 던전이 열리면 곧바로 알아내는 기술력이 갖춰져 있습니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회귀 전, 협회가 무너지기 전까지 한국의 던전 게이트 포착률은 100%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협회가 포착할 수 있는 건 게이트 아닙니까?”
“맞습니다.”
“거기서부터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팀장은 뭔 소리냐는 듯, 운전하다 말고 나를 쳐다봤다.
여긴 복잡한 커브 길이 나오는 구간이다. 커브 길은 아주 잠깐의 방심으로도 쉽게 사고가 일어나는 구간이었기에, 나는 팀장을 가볍게 타박했다.
“일단 앞부터 보세요.”
“아, 네.”
팀장이 앞을 보는 것을 확인한 나는 말을 이었다.
“협회의 기술력은 시스템이 완전무결하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네, 아무래도 신에 가까운 존재니까요.”
“하지만 다양한 신화 속에서는 신들에게도 결점이 있고, 실수하기도 합니다. 시스템도 완전무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내가 본 시스템의 화신이란 녀석은 나한테 떽떽거리기만 하면서 맨날 오류한테 지고 사는 녀석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인류에게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내 말을 들은 팀장 역시 꽤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근거로 들 수 있는 예시가 있었다.
“저번 해치 던전에 이어 이번 강릉 던전까지, 벌써 기존과 다른 양상을 보인 던전이 두 건입니다. 시스템의 완전 무결성을 믿고 협회의 기술력에만 의지할 때가 아닙니다.”
차는 어느덧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순식간에 주위가 어두워지자, 차 안의 적막함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백미러에 비친 팀장의 두 눈에서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아무리 근거를 댔더라도 쉽게 납득하긴 어려운 말이긴 할 거다.
애초에 팀장이 신기할 정도로 내게 협조적인 사람이라 내 말을 들어준 거지, 아니었다면 수상한 녀석이라고 협회로 끌려갔거나, 망상이 심하다고 욕먹었을 것이다.
터널을 거의 다 지났는데도 조용한 팀장을 보며, 나는 내가 했던 말을 대충 추측이라며 둘러대야 하나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입을 열기 전, 팀장이 먼저 말했다.
“이유영 헌터님의 말은 단순한 추측이 아닌 것 같은데, 맞습니까?”
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여기서 그렇다고 말했다간 이유를 캐물을 것이다.
하지만 때론 침묵 역시 긍정이 되곤 한다. 팀장은 혼자 무언가를 납득하고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우선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조사해보겠습니다. 실종자가 이상할 정도로 많은 곳이라면 꼭 헌터님이 말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조사해 볼 가치는 있을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시스템이 완전무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유념해두도록 하겠습니다.”
어느새 차는 터널 밖으로 빠져나온 후였다.
팀장은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머쓱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속도는 꽤 더딜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알아보려면 윗분들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위에선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일을 추진시키지 않거든요.”
뭐, 이 정도는 예상했었다. 협회야 원래 원칙주의자 녀석들이었으니까.
그런 협회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네, 저도 개인적으로 조사해 보겠습니다. 성과 있으면 연락 주세요.”
나는 조수석 시트에 몸을 기대면서 생각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게 호의를 보이는 팀장이 협회에 힘이 생긴다면, 여러모로 나한테 유리해질 것이다.
지금도 이렇게 호의적인데, 내 도움으로 힘을 얻는다면 고마워서라도 나를 더 도와주겠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협회 안에 내 사람을 심어, 팀장을 밀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