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7월의 마지막 밤
신윤현은 다음 날 바로 길드에 입주했다.
천천히 와도 된다고 했지만, 신윤현에게 집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윤지석이 바로 입주하라고 재촉했다. 그 탓에 신윤현은 침낭 하나 덜렁 들고 길드에 왔다.
길드원들은 모두 신윤현을 환영해줬다.
지하를 공방으로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신윤현이 올 거라고 예고해둬서, 다들 당연하게 반겨줬다.
다만, 내가 진짜로 우리나라의 대표 힐러 신윤현을 데려오는 데 성공할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제일 놀란 건 진준성과 구지상이었다.
이 두 녀석은 나를 믿는 줄 알았더니, 내심 내가 헛소리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제일 안 놀란 건 고주연이었다.
이미 강릉에서 한 번 만난 적도 있는 데다가, 신윤현의 명성을 잘 체감하지 못했는지 평범하게 신윤현을 반겨줬다.
제일 환영해주는 건 호두였다. 호두가 초면인 사람을 반기는 건 신윤현이 처음이었는데,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진준성만큼이나 신윤현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윤지석 역시 길드에 자기 또래의 사람이 생겨서 기쁜 것 같았다.
반면 김신욱은 대체 뭘 보고 이런 길드에 들어온 거냐며 신윤현과 우리 길드를 모두 까 내렸다.
하지만 신윤현은 유태오와 한이경 같은 놈들 밑에서 일한 사람이다.
김신욱의 말 정도에는 타격받지 않았다.
신윤현은 의외로 빠르게 길드원들과 친해졌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 그런지, 종종 길드원들이 신윤현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신윤현은 우리가 배달 음식만 먹는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밥을 해주기 시작했다. 항상 지하에 있다가 식사 때가 되면 4층에 올라와 밥을 해줬다.
원래 동물은 밥 주는 이를 따르기 마련이라, 길드원들은 모두 신윤현을 좋아했다.
다행히 신윤현도 우리 길드가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공방의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로는 여러 아이템을 늘어놓고 스킬을 연구하며 약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종종 밤을 새우는 것 같기도 했지만, 예전보다 훨씬 생기 있어 보여서 걱정되진 않았다.
이유 길드에 들어온 이상 신윤현은 회귀 전과는 다른 생을 살게 될 것이다. 내가 길드를 세운 이유가 신윤현 같은 헌터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고, 나는 길드장으로서 그 책임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던 7월의 마지막 날 저녁, 나는 길드원들을 모두 옥상으로 불렀다.
7월 31일인 오늘은, 이유 길드 제2회 친목회 날로 내가 지정했기 때문이다.
구지상과 김신욱이 들어왔을 때 제대로 된 환영회도 못 해주기도 했고, 신윤현도 왔으니 다 같이 친해질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유 길드의 친목회 날을 지정해두면 핑곗김에 길드원들을 모을 것 같아서, 내가 멋대로 지정했다.
다행히 길드원들도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윤지석은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는 곳에서 하자고 우겼다.
윤지석이 선택한 장소는 옥상이었고, 덕분에 어제부터 하루 종일 옥상을 꾸며야 했다.
더운 여름날에 옥상에서 생고생을 하긴 했지만, 윤지석의 꿈과 낭만을 모두 반영한 덕에 완성된 장소는 내가 보기에도 그럴듯했다.
신윤현은 친목회를 한다는 말을 듣고, 오늘 낮부터 음식을 만들어줬다.
그 덕에 굉장히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었고, 술과 음료까지 갖추고 나니 꽤 괜찮은 분위기를 풍겼다.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나니 딱 알맞게 저녁 시간이 되었다.
길드원들은 미리 고지해둬서 군말 없이 참석했다.
길드원들은 윤지석이 꾸민 옥상과 신윤현의 요리를 보며 놀랐다.
어쨌든 다들 좋아하는 걸 보니, 윤지석과 생고생을 한 보람이 있었다.
나는 길드장으로서 건배사를 선창하기 위해 먼저 잔을 채워 들었다.
내가 잔을 채운 뒤로 윤지석은 다른 길드원들의 빈 잔을 채워줬고, 진준성은 음료를, 호두는 장난감을 들었다.
길드원들이 전부 잔을 든 것을 확인한 후, 나는 건배사를 외쳤다.
“앞으로 길드원 모두들 동료 의식을 갖고, 던전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싸워주시길 바랍니다.”
“잠깐, 설마 그게 끝이에요?”
“네.”
윤지석은 내 건배사에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꽤 좋은 건배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 놈은 내 건배사가 꼰대 같다고 중얼거렸다.
그래도 다들 잔을 부딪쳐주며 외쳤다.
“이유 길드를 위하여!”
내 꼰대 건배사가 있던 뒤로는 다들 신윤현의 음식을 먹고 잔을 부딪치며 친목회를 즐겼다.
윤지석은 소맥을 마는 묘기를 보여줬고, 진준성은 미성년자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며 기겁했다.
신윤현은 똑같이 조용한 고주연 옆에서 안정감을 찾는 것 같았는데, 그 둘의 옆에서 김신욱이 라디오처럼 떠들고 있었다.
호두는 어느새 사람만큼 커져서 테이블에 매달리면 휘청일 만큼 무거워졌다.
얼마 전에 김신욱과 함께 호두를 데리고 던전에 다녀온 고주연은 호두가 혼자 힘으로 C급 던전의 잡몹을 학살했다고 말했다.
아직 ‘백호’의 스킬은 쓰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이 정도면 마수로서 순조롭게 크는 중이었다.
한편 진준성과 김신욱은 여전히 사이가 별로였다.
김신욱이 길드에 들어온 지가 언제인데, 두 사람은 길드 사훈 회의 이후로 한마디도 말을 안 섞었다.
게다가 구지상도 묘하게 김신욱과 사이가 어색해 보였다.
구지상과 김신욱은 나랑 4층에서 같이 지낸다. 그런데도 나는 둘이 같이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이전에 둘을 같이 던전에 보낸 이후로는 말도 잘 안 섞는 것 같았다.
뭐, 둘 다 친화력 하나는 남다르니 알아서들 할 것이다.
나는 잠시 길드원들을 차례로 훑어봤다.
폭풍 같던 시간이 지나가고, 다들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
이 정도면 한동안 내가 자리를 비워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오늘 친목회를 연 또 다른 이유는, 당분간 내가 길드를 떠나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길드에 신경을 못 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나는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은 구지상에게 가서 물었다.
“구지상 씨, 작년에 한국 대표로 에덴에 참여한 게 구지상 씨와 박이원 길드장 맞습니까?”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거 어떻게 아셨어요? 이유영 씨, 역시 독심술 같은 스킬 있죠?”
이 녀석은 뭘 고민하는지 본인 얼굴에 다 드러난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구지상은 오늘도 술을 안 마실 생각인지, 오렌지 주스를 따른 잔을 들고 있었다.
알코올 섭취 없이 제정신으로 봐도 내가 독심술사로 보이는지, 한참 신기해하던 구지상이 말했다.
“에덴에서 이번에도 저한테 초청장을 보내면 이유영 씨도 에덴에 가셔야 할 텐데,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하던 참이었거든요. 이유영 씨가 독심술로 딱 알아맞힌 거죠?”
구지상이 말해주지 않았어도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다.
매년 8월 1일, 에덴 길드가 전 세계의 유망한 헌터들에게 에덴에서 개최하는 국제 헌터 파티 초청장을 보낸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세계 1위 길드에서 보내는 초청장이다.
국가의 대표 헌터 한 명에게만 보내거나, 그마저도 별로면 못 받는 국가도 수두룩했다.
에덴의 파티 초청장을 받는 건 세계적인 수준의 헌터라 인정을 받았다는 거라서 대단한 영광이었다.
작년에는 구지상이 우리나라 대표로 에덴의 파티에 참여했다.
그때 미카엘의 마음에 들었는지, 구지상은 올해 초에 개인적으로 또 에덴에 초대받았다.
그 구지상이 지금 이유 길드원이니, 초청장은 이유 길드로 올 것이다.
그럼 길드장인 나 역시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하필 7월 31일에 길드 친목회를 연 것도, 내일 에덴의 초청장이 올지도 모르니 마지막으로 다 같이 모일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구지상에게 말했다.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보단 구지상 씨 걱정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걱정이요?”
“전에 제가 부추겨서 에덴 길드장이 불렀는데도 안 갔잖아요.”
이전에 7대죄 교만을 잡기 위해 구지상에게 에덴에 가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그 업보로 나는 미카엘한테 처맞았었다.
구지상도 이번에 미카엘을 만나게 되면 곱게 넘어가진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구지상은 생각 없이 속 좋게 웃기만 했다.
“그건 괜찮아요. 초대해주셨는데 안 갔으니까 화내는 건 당연하죠.”
만약 내가 구지상과 같은 상황이라면 사람 좋게 웃고 있진 못할 것이다. 여전히 구지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녀석이었다.
구지상은 내가 알고 있다면 다행이라면서, 마저 즐기기나 하자며 나를 떠밀어 고주연 옆에 앉혔다.
구지상은 진준성과 윤지석한테 가버렸고, 고주연 옆에 있던 신윤현과 김신욱은 벌써 술에 취해 테이블에 고개를 박고 잠들어 있었다.
옆에 있던 인간들이 기절했든 말든 고주연은 혼자 술을 따라 마시고 있었다.
고주연이 원래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서 좀 당황스러운 광경이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서 나는 고주연한테 물었다.
“고주연 씨, 뭔 일 있습니까? 술 드시는 거 처음 봅니다.”
고주연은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내게 잔을 내놓으라는 듯이 손짓했다.
빈 잔을 내밀었더니 고주연은 소주를 따라줬다. 그러고는 자기 잔에 있던 술을 한 번에 입에 털어 넣더니, 나보고도 빨리 마시라며 빤히 쳐다봤다.
고주연이랑 회귀 전부터 꽤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지만, 같이 술을 마시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고주연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전에 나한테 활을 쏘다가 막히면 활을 가장 잘 쏘는 사람을 찾아가라고 했잖아. 헌터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내가 알기로 고주연은 최고의 헌터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더 완벽한 궁수가 되길 원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고주연에게 조언을 해 줄 사람은 헌터는 아닐 것이다.
“고주연 씨가 떠올린 분이 있다면, 그분이 고주연 씨한테 조언을 줄 수 있는 분이 맞을 겁니다.”
“그래.”
고주연은 무언가 결심한 것 같았다.
그 말 이후로 별말이 없는 걸 보면, 이제 고민은 끝난 것 같았다.
고주연도 답을 찾은 것 같았고.
진준성의 스승도 바쁜 일이 끝나면 진준성을 만나러 올 것이다.
김신욱은 내가 계속해서 던전에 보낸 덕에 차근차근 경험을 쌓고 있었고, 신윤현도 스킬 연구에 정성을 쏟고 있었다.
구지상이야 알아서 잘하는 놈이고, 호두도 잘 크고 있다.
윤지석도 길드원이 많아진 만큼 길드의 대대적인 공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다들 착실하게 다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나 역시 이들을 모은 길드장으로서 다음으로 전진해야만 한다.
같은 SS급 몬스터인 블랙 드래곤을 단신으로 물리쳤던 미카엘과 달리, 나는 마왕을 상대하는 데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것이 내 현 위치다. 나는 아직 약하고, 결코 지금에서 만족할 수 없다.
다만, 이전과 달리 내겐 같이 나아가는 동료가 있다.
내가 지금보다 더 강한 헌터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오류를 물리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살아있는 동료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이들이 모두 살아있을 때 비로소 이전과는 다른 결말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친목회가 끝나고.
구지상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고주연과 윤지석, 진준성을 차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줬다.
나는 김신욱과 신윤현을 챙겨서 각자의 방에 눕혔다.
내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깊어진 여름밤의 달이 창밖으로 보였다.
7월의 마지막 밤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