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에덴에서 온 초청장 (3)
나는 구지상과 김신욱을 훈련장에서 내보내고, 부서진 바닥의 잔해를 치웠다.
비싼 돈 주고 산 특수 소재가 이렇게 부서진 걸 보니 속이 쓰렸다.
윤지석한테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누군가 훈련장으로 들어왔다.
“길드장님, 3층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아래층까지 큰 소리 들렸어요.”
“그거 네가 그런 거야?”
진준성과 고주연이었다.
고주연은 부서진 바닥을 보며 날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진준성은 커다래진 호두를 등에 업고 3층에 더 부서진 곳은 없는지 두리번거렸다.
이 둘한테 구지상이 김신욱 패다가 그랬다고 고자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에덴에 가야 하는 걸 알리기도 해야 하니, 나는 둘에게 구겨진 에덴의 초대장을 먼저 보여줬다.
나는 어리둥절해 하며 초대장을 읽던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잠시 미국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구지상 씨랑 김신욱 헌터랑 같이 가려고 합니다.”
“…혹시 그럼 바닥 부서진 것도, 지상이 형이랑 그 사람이랑 싸워서 그런 거예요?”
진준성은 고작 내 한마디로 바닥을 부순 범인을 알아냈다.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고주연도 진준성의 말에 납득한 듯, 내게 말했다.
“그 둘을 데려가도 괜찮겠어?”
“고주연 씨도 두 분이 사이 안 좋은 거 알고 계셨습니까?”
“모르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을걸.”
고주연의 말에 진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보다 둘이 티 내고 싸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진준성은 호두를 바닥에 내려주고 심각한 얼굴로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지상이 형은 그 사람이랑 자기랑 많이 다른 것 같다고 했어요. 그 사람 대신 절 데려가는 건 어떠세요? 저 영어 잘해요.”
“준성 학생이 가기엔 위험한 곳입니다.”
고주연은 고3이 어딜 가냐며 내 편을 들어줬다.
진준성이 가면 사이 좋게 다닐 수야 있겠지만, 예지가 나온 에덴은 너무 위험하고 미카엘과 진준성을 만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서정현도 내가 에덴에 간 사이에 온다고 했으니, 여러모로 데려가기 어려웠다.
나는 호두를 끌어안고 시무룩해 하는 진준성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준성 학생은 길드를 지켜주세요. 다른 길드 분들과 협회 분들께도 이유 길드를 신경 써달라고 해둘 겁니다.”
“저희보단 길드장님이 걱정이에요.”
두 놈의 사이가 나쁘든 말든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준성은 꽤 많이 걱정하는 것 같았다.
의외로 고주연도 걱정하는 걸 보면 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다.
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 두 사람이 왜 싸운 건지 혹시 아십니까?”
“김신욱 말로는 구지상이 던전에서 몸 사린다고 걔한테 한마디 했던 것 같은데.”
“지상이 형은 그 사람이랑 자기가 다른 것 같다는 말밖에 안 했어요.”
대충 무슨 상황인지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구지상은 김신욱의 사정을 모를 테니 김신욱이 왜 몸을 사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한마디 했나 본데, 김신욱은 누가 자기를 가르치려 드는 걸 싫어하는 놈이라 부딪혔던 모양이다.
게다가 김신욱이 이전에 구지상한테 처맞고 단번에 기절해서 부산 길드장과 만나게 된 적도 있으니, 쌓였던 게 터진 듯했다.
이건 내가 해결해줄 수는 없는 문제였다.
고주연은 잠시 날 쳐다보다가 한마디 해줬다.
“친목회 때 김신욱이 신윤현 씨랑 계속 술 마시던데, 신윤현 씨랑도 얘기해봐.”
“알겠습니다.”
에덴에 가야 한다는 말도 전달해야 하니, 신윤현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진준성과 고주연은 호두랑 같이 훈련을 하겠다며 3층 훈련장에 남았다.
나는 3층에 내려와 신윤현이 있는 지하로 향했다.
***
지하 공방에 가보니, 마침 윤지석이 신윤현과 같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날 반기며 내게도 차를 한 잔 내줬다.
신윤현은 차를 따르며 말했다.
“요즘 개발하고 있는 약차입니다…. 신경 안정 효과가 있어요….”
공교롭게도 내게 딱 필요한 효과인 것 같았다.
한 모금 마셔보니, 방금까지 구지상과 김신욱 때문에 생겼던 화병이 가라앉으며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왔다.
나는 찻잔과 신윤현을 번갈아 쳐다봤다. 신윤현은 멋쩍게 웃었고, 내 표정을 보고 있던 윤지석은 웃으면서 말했다.
“효과 대박이죠? 난 살면서 이렇게 마음이 훈훈해진 게 처음이라니까요.”
“그렇네요. 최근에 스킬 연구 열심히 하시더니, 효과가 굉장한 것 같습니다.”
신윤현은 우리가 쌍으로 낯부끄러운 소리를 하는 탓에 귀가 벌게졌다.
신윤현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보다…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오신 걸까요…?”
신윤현의 약차에 지나치게 마음이 평화로워져, 해야 할 말을 잊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에덴 길드 초청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미국에 있는 에덴 길드에서 초청장을 보냈습니다. 구지상, 김신욱 헌터랑 같이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이요? 그 두 사람이랑요?”
윤지석은 걱정스럽게 반문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지석과 신윤현 둘 다 그 두 놈의 사이를 알고 있었는지 표정이 좋지 못했다.
신윤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길드장님.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 두 분이 생각하는 ‘헌터’의 가치관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는 타협이 쉽지 않죠…. 길드장님이 고생 많이 하시게 될 것 같아 걱정이네요….”
내 생각보다 신윤현은 두 사람과 깊은 얘기를 많이 나눴던 모양이다.
그 두 놈이 헌터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는 건 전혀 몰랐던 얘기였다.
내 반응을 보던 윤지석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유영 씨, 두 사람이랑 제대로 얘기해본 적 없죠?”
“무슨 얘기 말입니까?”
“내가 이럴 줄 알았지.”
한숨을 쉬던 윤지석은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는지, 신윤현의 약차를 마셨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윤지석은 천천히 말했다.
“구지상 씨처럼 섬세한 남자는 근본적으로 김신욱 씨랑 맞을 수가 없어요. 준성이랑 김신욱 씨가 안 친한 거랑 비슷한 거죠. 이런 건 대화를 진득하게 해 봐야 알 수 있는 겁니다, 길드장님.”
윤지석은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구지상이 왜 섬세하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놈이 한이경을 신나게 패던 걸 보면 윤지석도 섬세하다는 말은 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윤지석의 말대로 진준성과 구지상이 친한 걸 보면, 김신욱이랑은 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했다.
윤지석은 말했다.
“이유영 씨도 안 그렇게 생겨서 섬세함이 없다니까. 지금도 ‘구지상 씨가 왜 섬세하다는 거지….’ 이런 고민 하고 있었죠?”
“…….”
“대충 둘이 치고받고 싸워서 알아서 해결하게 두지 말고, 제대로 뭔가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미국은 무사히 다녀와야죠.”
윤지석은 내 생각을 줄줄이 읽고 있었다.
이미 둘이 치고받고 싸워서 알아서 하게 뒀던 탓에,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윤지석과 신윤현의 말을 종합하면 두 사람은 성격도 안 맞고, 가치관도 안 맞는 놈들이었다.
음악 하던 놈들이라서 대충 맞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신윤현의 약차를 다 마신 뒤, 조언을 준 두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서 지하에서 올라왔다.
나는 계단을 오르면서 결론을 내렸다.
두 사람의 문제는 김신욱이 강해져야 해결된다.
김신욱이 실력을 키운다면 구지상도 김신욱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김신욱도 자존심을 부릴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안 그래도 두 사람의 전투를 보며 김신욱에게 딱 좋을 것 같은 훈련법을 생각해낸 참이었다.
나는 그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김신욱의 방을 찾아갔다.
***
김신욱은 아까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방문을 열어줬다.
하지만 방 안에 스킬로 만든 빛의 창이 여러 개 널브러져 있는 걸 보면, 영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닌 듯했다.
“왜 왔냐?”
“너 던전에서 받은 코인 좀 있지?”
나는 물어보면서 김신욱이 만든 창을 살펴봤다.
모양을 보니 서브 스킬을 발동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걸 재현해보고 있는 것 같았다.
김신욱은 침대에 털썩 누우면서 대답했다.
“갑자기 나한테 삥을 뜯으려 하네. 나보단 네가 더 많을 거 아냐.”
“그 코인들 전부 써서 상점에 있는 ‘리플레이’라는 아이템을 사.”
“뭐? 그런 잡템을 왜 사?”
리플레이는 자신이 어떻게 싸웠는지 객관적인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서브 스킬을 쓰면 의식이 날아가 버려서 어떻게 싸웠는지 기억도 못 하는 김신욱이 쓰기에 적합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리플레이는 헌터들한테 잡템 취급을 받는 아이템이다. 우선은 이 녀석한테 그 아이템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
“내가 F급에서 C급까지 능력치 올리는 데 제일 많이 도움 된 게 그 리플레이 아이템이야. 던전 코인 전부 투자할 가치가 있어.”
“뭐…? 네가 F급 헌터였다고?”
“그래. 넌 지금 전투 복기하는 훈련을 하는 게 가장 성장 효과가 빠를 것 같다. 그 아이템은 딱 그 용도고.”
김신욱은 엉뚱한 데 꽂혀서 왜 F급이었다는 말을 안 했냐며 투덜거리다가, 어쨌든 상태창을 열어서 아이템을 구매했다.
이런 잡템에 코인을 투자하는 게 아까울 만도 한데, 녀석은 별 미련 없이 코인을 전부 털어서 썼다.
한참 아이템 설명을 읽던 김신욱은 툭 내뱉듯이 말했다.
“너 이거, 내가 그 새끼한테 처맞고 져서 알려주는 거지? 내가 약하니까.”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참 김신욱이랑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언제나 자신감과 자존감 모두 높았던 녀석이 구지상한테 좀 졌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별로 보기 좋진 않았다.
나는 리플레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도 설명할 겸 대답했다.
“넌 스킬을 써야 천재처럼 싸우는데, 나는 네가 스킬 없이도 잘 싸웠으면 하거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너 자신한테 배우라고 그 아이템을 알려준 거야. 더는 스킬과 감각에 의존하지 말고, 머리와 몸이 이해하는 훈련을 해.”
김신욱은 의외로 잠자코 내 말을 들었다.
솔직히 좋은 반응이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말했는데, 내 예상과 달리 녀석은 진지하게 내 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 뒤에 김신욱이 입을 열었다.
“너 만약에, 내가 기초랑 논리를 이해하느라 천재는 무슨, 등신만도 못해지면. 그거 감당할 수 있어?”
김신욱은 나름 진지하게 말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게 뭐든 간에 나는 항상 기초부터 시작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의 세상은 잘 모른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네가 시작점 찾아가는 것뿐인데 뭘 나한테 감당하라는 거야?”
“나중 가서 등신 된 거 보고 오늘 한 말 후회할까 봐. 근데 뭐, 넌 알 그럴 것 같다.”
뭔가 경험에서 나오는 말 같았지만, 김신욱이 한 번 써보게 나가라며 내쫓는 탓에 물어볼 수는 없었다.
리플레이를 쓰면 던전에서 느낀 고통도 그대로 느껴지니까 주의하라는 말도 못 전했지만, 한 번만 써도 알아서 알게 되긴 할 것이다.
어쨌든 김신욱은 누구보다 이 아이템을 최대 효율로 쓸 수 있는 녀석이다.
본인의 천재적인 전투를 완전히 이해하면, 녀석은 분명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김신욱이 제대로 성장하고 나면 구지상과도 덜 부딪힐 것이다.
만약 그래도 두 놈이 부딪힌다면, 그땐 나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