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에덴에서 온 초청장 (5)
미카엘은 에덴 멸망에 관한 예지가 나왔음에도 평소와 같이 파티를 열었다.
에덴에 아무 문제 없는 척하기 위해 평소처럼 파티를 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자기네 길드가 멸망한다고 해도 파티를 여는 녀석이었다. 내가 자세한 예지 내용을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에덴 간부들 역시 미카엘이 무서워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에덴이 어떻게 멸망하는지 알아내려면, 직접 예지 능력자를 만나서 물어봐야 한다.
문제는 그 예지 능력자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헌터들은 예지 능력을 가진 각성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에덴의 간부들이나, 나처럼 특수한 케이스만 알고 있을 뿐이다.
미카엘이 그 정도로 꼭꼭 숨겨놓았지만, 나는 그 애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미카엘한테 들키지 않고 만나려면, 미리 에덴에 가서 그 애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에덴은 파티가 시작하기 일주일 전부터 헌터들에게 숙식을 제공해주니, 미리 가도 문제없었다.
오히려 많은 헌터들이 미리 에덴으로 향했다. 에덴에서 지내는 동안 다른 헌터들과 친분을 쌓을 수도 있고, 정보 교류를 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예지 능력자를 숨겨둔 곳이 들어가기 까다롭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만성 길드도 문제라면 문제인가.’
도나리가 전달한 각국의 헌터 리스트는 모두 외워뒀다.
만성 길드와 타국에 있는 스파이들 역시 제대로 체크해뒀고.
그 녀석들이 날 노린다고는 해도, 내가 가는 곳은 에덴이다.
만성이 가장 경계하는 곳이 바로 에덴 길드다.
일단 에덴에 도착하면, 만성의 헌터들은 제멋대로 굴 수 없을 것이다. 미카엘이 그걸 가만히 구경하고 있을 놈이 절대 아니라는 걸, 만성 길드장도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혹시 모르니 구지상과 김신욱에게도 그 스파이들을 외워두게 한 뒤, 요 며칠 나는 출국 준비에 시간을 썼다.
회귀 전에는 외국에 나갈 때, 비행기를 탄 적이 거의 없다. 대개 위급한 상황이어서 협회의 웜홀을 타거나, 에덴의 순간이동 능력자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외국 한 번 나가는데 이렇게 준비가 많이 필요할 줄 몰랐다.
게다가 기자들이 귀찮게 따라붙으며 에덴에 초대된 소감을 캐내는 탓에 정신이 없었다.
계속 거절했는데도 멋대로 기사를 쓰질 않나, 뉴스에 내보내질 않나.
내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는 사실까지 기사로 내보냈다.
귀찮아서 전부 무시하고 있었는데, 김신욱이 굳이 언론 소식을 내게 전달해주는 탓에 강제로 알아가고 있었다.
오늘도 김신욱은 짐을 챙기고 있는 내 앞에 앉아서 말했다.
“야, 오상식 기자가 너 24일에 미국 간다고 기사 냈는데 이건 어떻게 알아낸 거냐?”
“몰라.”
“아, 왜 다 모른대. 그럼 이건 아냐? 이유영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로 이른 거 뜬다. ‘이유영 힐러’, ‘이유 길드’, ‘이유영 한이경’”
김신욱은 그렇게 한참 내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관련 검색어에 관해 떠들었다.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묵묵히 짐을 챙겼다.
김신욱은 해외 공연이나 콩쿠르 참여로 외국에 자주 나갔었다고 한다. 녀석은 내가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비자와 여권 준비를 도와줬다. 게다가 파티에서 입을만한 옷까지 빌려준 상황이다.
지금도 짐 챙기는 걸 도와주겠다고 앉아있는 거라서 닥치라거나, 꺼지라고 하기가 실로 어려웠다.
나는 신윤현이 준 신경 안정제를 구겨 넣으며, 여전히 떠들고 있는 김신욱에게 말했다.
“넌 짐 안 챙기냐? 내일 출발인데.”
“이미 다 챙겼으니까 여기서 농땡이 피우고 있지. 근데….”
김신욱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녀석은 핸드폰을 보다가 뭔가 이상한 거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표정이 변하더니, 곧 내게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야, 이 여자 그 스파이 중 한 명 아니냐?”
김신욱이 보여준 것은 인별그램 계정이었다.
이름이 러시아어로 적혀 있어서 읽을 수 없었지만,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러시아 헌터, ‘나데즈다 카플란’.
눈에 확 띄는 화려한 인상의 미인이기도 하고, 도나리가 준 자료에 특이하게도 과거가 하나도 적혀 있지 않아서 기억하고 있던 헌터다.
“맞네. 러시아 대표 헌터. 이 사람이 왜?”
“그 스파이 맞지? 나한테 팔로우 넣었길래. 비계로 돌린 지가 언젠데 갑자기 왜 팔로우를 넣어? 이거 내 반응 떠보려는 거 아니냐?”
“그럴 가능성이 높지.”
김신욱은 괘씸하다면서 그 헌터의 계정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취미가 쇼핑이랑 영화 보기인 것 같고 남자친구가 없다는 둥,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정보를 내게 말해줬다.
그런데 정보를 줄줄 읊는 녀석의 얘기를 듣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이름도 그렇고, 게시글도 분명 러시아어로 적혀 있을 텐데?
“너 러시아어 할 줄 알아?”
내 피아노 선생이 러시아 사람이었거든. 모스크바에서 몇 달 산 적도 있고.”
김신욱은 콩쿠르를 다니면서 영어랑 러시아어, 독일어는 배웠다고 자랑했다.
괜히 천재 피아니스트라 불리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에덴에선 언어 변환 아이템을 쓸 거라 외국어를 못해도 상관없지만 말이다.
한참 계정을 구경하던 녀석은 핸드폰을 끄고서 말했다.
“별로 볼 것도 없네. 다 봐서 차단해뒀다.”
“차단했다고?”
“짜증 나잖아, 내가 자기 아는지 모르는지 떠보는 것 같고.”
미친놈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런데 그때, 내 방문을 두드리며 구지상이 찾아왔다.
구지상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급하게 내게 핸드폰을 보여줬다.
“이유영 씨, 잠깐 이것 좀 봐주시겠어요?”
구지상의 등장에 김신욱은 입을 다물었다.
구지상 역시 방에 김신욱이 있는 줄 몰랐던 건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두 놈이 그러거나 말거나 구지상의 핸드폰을 보면서 물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게… 이분이 제 인별 계정을 팔로우하셔서요.”
구지상이 보여준 것은 방금 김신욱에게 차단당한 러시아 헌터의 계정이었다.
아무래도 김신욱과 구지상 둘 다한테 팔로우를 넣었던 모양이다.
“이분 러시아에 있는 만성 스파이 맞죠? 차단해두는 게 좋을까요?”
“안 됩니다.”
“그쵸, 역시 차단까지 하는 건 좀 이상하겠죠.”
내 단호한 대답에 구지상은 바로 말을 바꿨다.
방금 김신욱한테 차단당했는데 구지상까지 차단해버리면, 한국의 헌터들이 경계하고 있다고 광고하는 꼴이었다.
나는 구지상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이 러시아 헌터, 조금 전에 김신욱한테도 팔로우 신청을 보냈습니다. 저 녀석은 차단해버렸고요.”
“…그래서 안 된다고 하신 거구나. 저희 두 사람을 다 팔로우하려던 걸 보면, 반응을 떠보려는 걸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구지상과 김신욱은 헌터가 되기 전부터 유명했던 녀석들이다. 게다가 이번엔 한국 대표로 에덴의 파티에 참여하는 헌터들이니, 러시아 대표 헌터가 팔로우하는 게 이상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만큼 우리는 함부로 의심할 수 없고, 저쪽은 우리 반응을 살펴보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이 사람이 우리 쪽의 반응을 떠보려고 해도 우리는 모른 척해야 합니다. 다른 스파이들한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들은 그 나라 대표 헌터로 온 거고, 우리는 그에 맞게 대해줘야 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
두 사람은 내 말을 잠자코 들었지만, 별로 납득하지 못한 것 같았다.
김신욱은 나를 흘끗 보면서 물었다.
“만약 내가 그 새끼들의 비밀을 아는 척하면 어떻게 되는데?”
“만성이 우리를 대놓고 노리겠지. 비밀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죽일 명분이 되니까.”
김신욱은 여전히 이해 못 한 것 같았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생각 안 나는 듯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구지상이 물었다.
“우리가 만성의 비밀을 알아버렸다는 걸 그 사람들도 이미 눈치채지 않았을까요? 언제 습격받을지 모르는 상황인 건 똑같은 것 같아서요.”
“눈치챘다고 해도 곧바로 습격하긴 어려울 겁니다. 우리가 본인들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증거가 없으니까요.”
구지상도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왜 도나리가 이 둘한테 말을 시키지 말라고 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애써 그 기분을 무시하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나라 헌터를 패면 안 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두 놈의 머릿속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패면 안 된다’라는 선택지가 아예 없는 것 같았다.
점점 도나리의 말이 이해되며, 두 사람이 저지를 것만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 헌터들한테 만성의 스파이 아니냐며 면전에 폭언을 쏟아붓는 김신욱과 내게 위해를 가했다고 패버리는 구지상 같은 시나리오들이 머릿속에 여러 버전으로 떠올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패면 안 되는 게 불가능하다면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충돌할 가능성을 줄이는 수밖에.
나는 다시 한번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제가 패도 된다고 할 때만 패야 합니다.”
그제야 두 사람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개운하고 산뜻해진 두 놈의 얼굴을 보며, 나는 오랜만에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
***
다행히 그 이후로는 러시아 헌터의 별다른 접근은 없었다.
출국 준비도 순조롭게 마쳤고, 내 불안과는 무관하게 큰 탈 없이 출국 당일이 되었다.
호두 때문에 길드를 비워둘 수 없는 터라 신윤현과 윤지석은 길드에 남아서 배웅해줬고, 진준성과 고주연은 같이 공항까지 와줬다.
다른 길드원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고주연에게는 에덴에 큰일이 있을 것 같다고 미리 언질을 해뒀다.
만약 우리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할 경우, 사정을 알고 있을 사람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고주연은 언제나처럼 담담했지만, 공항까지 따라온 걸 보면 걱정이 아주 안 되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진준성과 고주연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들이 사방에 깔려서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 탓에 두 사람과 오래 인사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진준성은 손을 흔들어주며 말했다.
“길드장님, 이번에도 돌아와서 며칠씩 입원하고 그러시면 안 돼요. 몸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알겠습니다. 준성 학생도 과외 열심히 받으세요.”
진준성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진준성은 구지상과도 절절한 인사를 나눴고, 김신욱한테도 인사를 안 할 수는 없었는지 악수를 나눴다. 김신욱은 그걸 또 받아줬다.
고주연은 진준성이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내게 말했다.
“살아서 오고. 가능하면 진준성 말도 지켜.”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준성 학생과 길드를 부탁드립니다.”
고주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를 두어 번 친 뒤, 안으로 보내줬다.
김신욱은 고주연한테 치근덕대다가 한 대 맞고 들어왔고, 구지상은 담백하게 인사를 나누고 왔다.
나는 마지막으로 공항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뒤를 돌아봤다.
구지상과 김신욱 역시 마찬가지로 뒤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간 쏟아지는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와 사람들의 소음, 그리고 길드원들이 손 흔드는 모습을 바라본 후,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우리는 에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