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6
16화. 야생의 몬스터 (1)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이유영 헌터님.”
팀장은 나를 바로 집 앞에 내려주고 그대로 떠났다.
차에서 내리고 나니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생각해보니 오늘 사과 한 조각 말고는 먹은 게 없었다.
‘오랜만에 편의점이나 가 볼까?’
회귀 전, 인류가 멸망한 세상에서 가장 그리웠던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컵라면과 삼각김밥이었다.
특히나 이 시기의 나는 대부분의 끼니를 편의점에서 해결했던 탓에 더 그립게 느껴졌다.
나는 추억을 되새길 겸,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 하나를 구매했다.
컵라면을 뜯어 물을 붓고 있던 중에, 한 남자가 편의점에 들어왔다.
남자는 나와 같은 컵라면을 구매하고는 내 옆에 서서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나는 다 익은 컵라면을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옆에 선 남자를 힐끗 구경했다.
검은색 태권도복을 입고 검은 띠를 매고 있는 건장한 성인 남자가, 품에 전단지를 한가득 든 채로 세상 심란한 얼굴을 하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든 전단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린아이 예절 교육, 어린아이 성장통, 다이어트, 멋진 몸매, 직장 스트레스, 패고 싶은 상사가 있다면 석호 태권도로 오세요!」
…이거 이미 태권도장으로서 기능을 잃은 거 아닌가?
하지만 내 알 바는 아니었다.
나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컵라면 면발을 한 젓가락 크게 집어 후루룩 먹었다.
그런데 남자가 뒤에서 갑자기 요란을 떠는 바람에 먹은 걸 도로 뱉을 뻔했다.
“앗 뜨거워씨!”
“크흠.”
다행히 뱉진 않았다.
남자는 뜨거운 물에 손을 데었는지, 손을 이리저리 털다가 전단지를 놓쳤다. 그리고 흩날리는 전단지를 잡겠답시고 오버하던 탓에, 컵라면도 바닥에 엎어버렸다.
물걸레질을 하던 편의점 알바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가는 게 보였다.
흩날리던 전단지 하나가 내 뺨을 때리고 아래로 떨어졌다.
“….”
추억이고 컵라면이고 그냥 집에 가고 싶어졌다.
나는 먹던 컵라면을 빠르게 해치우고 정리했다.
“어엇, 죄송합니다.”
“네.”
알바생의 네, 라는 대답에는 굉장히 많은 게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예의상 나갈 수가 없어서 전단지라도 주워줬다.
“아, 전단지.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상황이 정리되자, 편의점에서 한 게 컵라면 엎은 것밖에 없는 남자는 씁쓸한 얼굴로 편의점을 나섰다.
뒤따라 나온 나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예?”
“드세요.”
나는 남자한테 내가 먹으려고 산 삼각김밥을 줬다.
별 의미는 없었다. 그냥 입맛이 떨어졌다.
“괜찮습니다…! 선생님도 배고프셨을 텐데….”
어쩐지 남자의 표정에 동정과 연민이 서려 있었다. 내가 그 정도로 불쌍해 보이나?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이무기 배 속에서 그 난리를 친 후 아직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괜찮으니까 드세요.”
내가 내민 삼각김밥을 거두지 않자, 남자는 머뭇거리다 삼각김밥을 받았다.
“그렇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남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내게 전단지를 줬다.
먹을 걸 줬는데 쓰레기가 돌아오니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남자는 내 미묘한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말을 이었다.
“제 체육관입니다! 언제 한 번 들려주시면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근처에 있는 신라 고등학교 바로 맞은편에 있습니다!”
신라 고등학교. 집 바로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다.
나는 예의상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가겠다는 건 아니다. 한가하게 커피나 얻어먹기에는 내가 할 일이 많다.
남자는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도 모르면서, 한결 밝아진 태도로 내게 인사했다.
“살펴 가십쇼, 선생님!”
아무래도 남자는 나를 착한 거지라 인식한 것 같았다.
왜인지 한숨이 나왔다.
“하….”
괜히 추억이나 찾고 있으니까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다.
빨리 길드 사무소부터 찾고, 야생의 몬스터도 찾고, 일기장도 찾고… 찾을 게 태산이다. 추억이나 찾을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정신을 차리던 중, 내 한숨을 따라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
내가 걸음을 멈추자, 다시 한번 한숨 소리가 들렸다.
『휴….』
“뭐 하냐.”
『하휴…….』
“뭐 하냐고.”
『하휴우…….』
나는 내 안주머니에 있는 놈을 꺼내기 위해 겉옷을 벗고 거꾸로 털었다.
목소리의 주인인 화신은 안 나오려고 주머니에 매달려서 안간힘을 썼다.
『자, 잠깐! 잠깐 타임!』
“나와.”
『그만! 때리지 마세요!!!』
“갑자기 때리긴 뭘 때려? 왜 안 나와, 너 설마 아무것도 못 알아냈어?”
내가 옷과 사투를 벌이며 화를 내기 시작하자,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피하듯이 다른 골목길로 빠지는 게 보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겉옷을 어깨에 걸치고 집으로 향했다.
“하…….”
이번엔 진심에서 한숨이 우러나왔다.
***
몸에 묻은 더러운 오물을 씻어낸 뒤.
맑고 깨끗하고 상쾌해진 상태로 눈앞에 둥둥 떠 있는 여우를 바라봤다.
“시작해.”
『뭘요?』
“뭐긴 뭐야, 네가 알아낸 거 말하라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갑지도 않나요? 이유영은 매정하네요.』
“딴소리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빨리 말해.”
여우는 자기 앞발로 볼살을 꾹꾹 누르며 딴청을 피웠다.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받던 중, 여우 화신이 한 발을 치켜들어 나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확실한 건! 이게 오류의 짓이라는 거예요.』
저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지금 그 당연한 사실을 알아내겠다고 열흘이나 걸린 건 아니겠지.
“설마 그게 다야?”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 봐 성격 한번 급하네요! 일단 계속 들어봐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타박하는 대신 화신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한가하게 말다툼할 시간은 없었으니까.
『이유영은 오류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인류 멸망 아니겠어?”
회귀 전, 놈은 집요할 정도로 인간만을 노렸다. 심지어 인류를 멸망시킬 때도 놀라울 정도로 동식물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놈의 목적은 힘 자랑이나 세계 멸망이 아니라 오로지 ‘인류 멸망’에 한정된다고 볼 수 있었다.
여우 화신은 내 말을 긍정하듯, 몸통만 한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스템도 오류의 목적은 인류 멸망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실제로 오류는 한 번 성공했고요. 하지만 이유영이 회귀를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어요.』
“그렇지. 난 인류 멸망을 막으려고 회귀한 거니까.”
『맞아요. 하지만 오류도 이전과 똑같이 해봤자 실패할 거라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이유영이 미래를 알고 있고, 이유영이 작성한 ‘최후 인류의 기록’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요.』
오류가 직접 내 일기장을 흩뿌렸으니, 이 녀석의 말대로 그 녀석이 아이템의 힘을 경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무튼! 오류도 바보는 아닐 테니 새로운 방법을 준비했을 거예요. 그게 바로 야생의 몬스터 사태인 거죠.』
“그 정도는 나도 추측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 야생의 몬스터 사태의 해결법이 뭐야?”
『이제부터 잘 들어야 해요! 제가 잠든 열흘간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없었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시로 인터넷을 확인했지만, 강릉 던전 브레이크 외에는 이상할 만큼 평화로웠다.
화신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몬스터는 사람을 죽이는 습성을 절대로 버리지 못해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철저하게 숨어있단 뜻이겠죠. 만약 이유영이라면, 눈에 띄지 않고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어떻게 할 건가요?』
나는 그간 생각해두었던 내용을 말했다.
“나였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장소를 찾았을 거야. 우선, 폐쇄된 곳이어야 하겠지. 소문을 최대한 통제해야 하니까.”
화신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노릴 거야. 제압이 쉽고, 실종되더라도 관심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니까.”
『나쁘지 않은 추측이네요. 실제로 몬스터의 위치가 확인된 지점은 학교와 병원이었어요. 이유영, 잠깐 상태창 좀 띄워 줄래요?』
내 상태창을 띄우자, 갑자기 그 위로 팝업이 하나 더 떴다.
팝업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화신은 팝업에 뜬 지도에서 두 군데를 앞발로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붉은 점이 두 개 떠올랐다.
『제가 열흘간 열심히 일하면서 발견한 곳이에요.』
“전부 한국이네.”
『회귀자인 이유영이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요. 아직은 한국에서만 발견되고 있어요.』
나는 화신이 띄운 팝업을 유심히 보던 중, 붉은 점 하나가 우리 동네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위치는 우리 집 바로 근처에 있는 신라 고등학교였다.
“내가 예상해놓고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지만, 실제로 몬스터가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는 게 이상한데.”
몬스터에게는 이렇게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지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A급 몬스터는 말을 할 줄 알지만, 그마저도 이무기 강철이 정도의 지능이 한계다. ‘감히’니 ‘하찮은 인간’이니 하는 말만 앵무새처럼 늘어놓던 그 정도 말이다.
『그건…. 시스템도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요….』
화신은 귀가 축 처진 채로 시무룩하게 말했다.
그래도 위치를 알아냈으면 그곳에서 새로 발견할 단서도 있을 것이다.
“우선 이 두 지점은 내가 조사해볼게.”
『부탁할게요! 시스템은 새로운 야생 몬스터 발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거든요.』
“그래, 가능한 한 막으면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도 어떻게든 알아내 봐.”
『정말 쉽게 말하는군요…!』
“네가 알아낸 게 위치밖에 없는데 어떡해. 그걸 알아내야 내가 어떻게든 대처하지.”
화신은 할 말이 없어졌는지 풀 죽은 모습으로 공중을 빙빙 날아다녔다.
그 사이, 나는 옷을 갖춰 입었다.
『어디 가나요?』
“바로 코앞에 있는 거 해결하러.”
『신라 고등학교를 말하는 건가요? 이렇게 산책 나가듯이 간다고요?』
“알아냈으니까 빨리 해결해야지. 너는 여기에 있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알았어요. 이유영, 절대로 방심하면 안 돼요. 이유영과 제가 예상하는 것보다 강할지도 몰라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화신을 집에 둔 채로 밖으로 나왔다. 화신이랑 같이 있으면 자꾸 내가 이상한 사람이 돼서 그냥 따로 할 일을 하는 게 나았다.
나는 집을 나오면서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뒤졌다.
10대들은 보통 현실보다는 SNS에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는 경향이 있다.
만약 학교나 학교 근처가 개판이 났다면 사이버 세상에 알렸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서치를 하던 중, 이 사건과는 관련 없으나 내가 반드시 주목할 수밖에 없는 글을 발견했다.
「SSS급 떴다는 얘기 들었는데 실화?」
「SSS급 아이템, 최후 인류의 기록 추측 (스압 주의)」
「SSS급 아이템이 뭐임? 그런 게 실존함?」
「최인기 정체 뭔지 알 것 같음 ㅇㅇ」
.
.
.
SSS급 아이템, 최후 인류의 기록.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보니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긴 했다.
올라온 글 중 가장 조회수 높은 글 하나를 읽어보니 꽤 그럴듯한 추측이 나오고 있었다.
「제목: 내 말 들어라, 등신들아.
제목 어그로 ㅇㅇ. 근데 ㅈㄴ 맞는 말만 해줄 거니까 일단 보셈.
우선 최후 인류의 기록은 졸라 기니까 줄여서 ‘최인기’라고 부르겠다.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최후의 인류가 있고 그 사람이 쓴 기록이 ‘최인기’라는 소리다.
시스템은 X같아도 구라는 안 치기로 유명한 건 알지? 그럼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 한 명만 남는다는 게 기정사실이 된 셈이다. 이건 넘어가고.
그 아이템이 SSS급 아이템인 이유가 뭘 것 같냐?
안에 미래 정보가 있다는 뜻임.
최후 인류 = 미래에 혼자 남은 새끼
최후 인류의 기록 = 미래에 혼자 남은 새끼가 쓴 기록 = 미래 정보.
이거임 ㅋㅋ
왜 템 먹은 새끼가 입 처닫고 있겠냐? 협회에서 입막했을 게 분명함 ㅇㅇ」
결론은 틀렸지만, 인류가 멸망하는 미래가 있다는 걸 읽어낸 것에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당장은 이슈가 되는 걸 막을 수는 없다. 막을 방법도 없고, 설령 막는다고 해도 알게 될 놈은 알게 되어 있다.
그리고 남들이 알아도 상관없었다.
내 일기장이 남에게 갈 일은 없게 할 것이니, 언젠가는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다시 신라 고등학교와 관련된 걸 위주로 검색했다.
그러던 중, ‘우리 학교 망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목: 우리 학교 망함.
나 고삼인데 우리 학교에 문제 있어서 글 쓴다. 서울에 있는 ㅅㄹ 고등학교야.
우리 반 애들 몇 명 무단결석했거든. 평소에 태도 불량하던 애들이긴 한데, 안 온 지 벌써 일주일이야. 근데 학교에서 신경을 하나도 안 써.
알고 보니까 그 애들 실종됐다더라. 교무실 갔다가 그 애들 부모님이 찾아와서 애들 없어졌다고 하는 거 들었어. 근데 담임이 애들 고삼인데 분위기 망치지 않게 조용히 넘어가자고 말하는 걸 봐버림….
그 애들 부모님 중 한 분이 지금 애 실종됐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막 화냈거든? 근데 담임이 교장 선생님도 조용히 넘어가자 했다고 와서 일 키우지 말래.
진짜 어떡하냐. 나 친구 없어서 애들한테 말해줘도 안 믿어….
용기 내서 담임한테 애들 찾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더니 그냥 공부에만 신경 쓰래. 쓸데없는 거 들어서 성적 망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데 소름 끼치더라.
나 전교 1등이라서 담임이 잘해주니까 저런 말 한 거야.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잖아.
진짜 어쩌면 좋지….」
‘ㅅㄹ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 정황상 신라 고등학교가 확실하다.
걸리는 게 있다면 이 글을 쓴 시간이 오늘 아침이라는 것이다.
밑에 댓글을 읽어보니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ㄴ진지하게 보다가 막줄 읽고 끔. 뭐냐 이 새끼는?」
「ㄴ찐따야 공부나 해라.」
「ㄴ야야 고삼이라잖아. 봐주자.」
나는 거기에 댓글을 하나 새로 달았다.
글 쓴 녀석이 진심이라면 반응할 수밖에 없을 내용이다.
「ㄴ 안녕하세요, 최근 일어나는 실종 사건을 조사하던 헌터입니다.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서 메일 주소를 남깁니다.」
댓글을 달아놓은 뒤, 나는 신라 고등학교 앞까지 찾아갔다.
중간중간 확인해보니 나를 조롱하는 메일이 몇 개 오긴 했지만, 글 쓴 녀석으로 추정되는 메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보면 올 것이다. 안 오면 하교하는 애들한테 물어보면 되니까 상관없다.
고등학교에 도착하니, 맞은 편에 아까 편의점에서 만났던 남자가 운영한다던 석호 태권도장이 보였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태권도장을 제외한 위층 창문에는 전부 ‘임대’라는 종이만이 붙어 있었다.
지하에만 불이 켜진, 텅텅 빈 빌딩이라니. 건물 자체가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임대라….’
마침 길드 사무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어차피 메일이 오거나 애들이 하교할 때까지 시간은 남는다. 다짜고짜 고등학교에 침입할 수는 없으니까.
사람 인연은 참 알 수가 없다.
안 가겠다고 생각했던 석호 태권도장에 내 발로 가게 될 줄이야.
태권도장 안으로 들어가니, 남자가 나를 반겼다.
“어! 아까 그 착한 거지… 가 아니라 삼각김밥 주신 분!”
이 자식이 진짜 날 거지로 보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