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폭풍 속의 에덴 (6)
일본 대표 헌터 ‘카츠라 료’, 그리고 만성 스파이 ‘야마다 미츠하’.
이번 스파링에 나올 일본 헌터는 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카츠라 료.
이 녀석은 김신욱이 대머리라고 했지만, 나이는 30대인 젊은 헌터다.
일본 대표 길드인 ‘카타나 길드’의 길드장으로, 화염 스킬을 갖고 있는 강한 헌터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지만, 고집스럽게 자신의 검에 불꽃을 둘러서 싸우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스킬이 워낙 폭발적이라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대였다.
그리고, 야마다 미츠하.
일본의 구지상이라고 해도 무방한, 인기 절정의 여자 헌터다.
이 녀석 역시 카타나 길드의 길드원으로, 독 스킬을 가진 헌터다.
몸에서 다양한 종류의 독을 만들어내며, 독을 바른 검으로 전투한다.
산뜻하고 깔끔한 전투 스타일로, 행동에 군더더기가 없는 타입이었다.
타입은 정반대지만, 두 사람 모두 제대로 검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다.
둘 중 누가 나오든 간에 이 전투를 통해 검술을 익히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마침 새 무기인 ‘떨어진 샛별’을 손에 익히기에도 좋은 찬스라, 가능한 검을 부딪치고 싶었다.
물론, 내가 검을 쓰는 방식으로는 정공법을 익힌 이 둘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원래 나는 남들이 보기에 꽤나 치사하게 싸우는 편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에덴의 스파링은 무슨 수를 쓰든 목에 걸고 있는 판넬만 부수면 승리한다.
적당한 검을 부딪쳐보다가 영 안 될 것 같으면 치사하게 판넬만 부수면 될 듯했다.
그렇게 나는 별 대책 없이 잠들었고, 다음 날이 되었다.
***
스파링 당일.
어디서 소문을 듣고 온 건지, 스파링 그라운드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에덴 길드원이 팝콘과 콜라를 제공하고 있었고, 관객들은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처럼 들떠 있었다.
“당연히 카츠라 료가 이기지! 그 헌터의 불꽃은 강하다고!”
“하지만 상대가 미카엘처럼 SS급 던전을 공략하고 나온 헌터라던데?”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승부라면서 몇몇 관객들이 돈을 걸고 내기하는 게 보였다.
우리를 응원하러 온 핀란드 헌터들도 내기에 동참하는 듯했다.
관객석에는 돈 내기하는 사람들과는 별개로, 눈에 불을 켜고 나를 바라보는 녀석들이 있었다.
만성의 스파이들.
녀석들은 태연하게 관람석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10명 정도 되나.’
에덴 파티에 참석한 만성의 스파이들은 총 17명이다.
그중 내게 덤벼들 만큼 능력치가 높거나, 스킬이 특수한 녀석들은 약 5명 정도.
미츠하와 나쟈를 제외하면 3명으로, 각각 영국, 호주, 브라질의 헌터들이었다.
나쟈는 오지 않은 듯했고, 영국, 호주, 브라질 헌터들을 포함한 10명이 넘는 만성 스파이들이 관람석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만성 길드장은 보이지 않았다.
녀석이 없으면 관람석까지 경계할 필요 없이, 눈앞의 상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상대가 나타난다면 말이다.
나는 현재 구지상, 김신욱과 함께 스파링 그라운드의 심판석에 서서 일본 헌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판은 스파링 시작 5분 전임을 알리고 있었는데, 일본 헌터들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 중이었다.
“얘네 튄 거 아니야? 쫄았나?”
“그건 아닐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닐까요?”
김신욱과 구지상은 그새 대화를 하다가 또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둘을 무시하며 시계를 확인했다.
심판도 다시 한번 시계를 확인한 뒤, 마이크를 통해 말했다.
“대련 시작 3분 전입니다! 만약 3분이 지나도 일본 대표 헌터가 오지 않을 경우, 한국 헌터의 승리임을 알립니다.”
심판의 말에 관객들이 웅성거렸다.
일본 헌터들이 도망간 거냐, 하지만 일본 대표 헌터의 성격상 도망간 건 아닐 거다,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저들의 말처럼 일본 대표 헌터 카츠라 료는 걸려 온 싸움을 절대 피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대련 일정이 잡히면 1시간 전부터 나와 있기로 유명했다.
3분 전인데도 오지 않는 건 이상했다.
초침이 움직여 120초나 흘러갈 동안, 일본 헌터들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딱 60초가 남았을 때, 한 여자가 다급히 달려오며 외쳤다.
“자, 잠깐만요! 일본 헌터, 참여합니다!”
검은 생머리를 찰랑이며, 키가 작고 귀여운 외모의 여자 헌터가 심판을 향해 급히 달려왔다.
야마다 미츠하였다.
그녀는 심판과 우리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숨도 못 고르고 말했다.
“료 씨가 아침부터 배탈이 나서 지금도 화장실에 있습니다. 지… 지리더라도 싸우겠다는 걸 말리느라…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심판은 야마다 미츠하가 ‘지리더라도’라는 말을 할 때쯤부터 웃음을 참기 위해 인중을 늘이고 입을 다물었다.
관람석에서도 웃음을 참는 소리나, 못 참고 웃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한 명이 웃음을 크게 터트리기 시작하자, 경기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탓에 야마다 미츠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혔다.
“료, 료 씨는 기저귀라도 구해오라고 하실 정도로, 이 스파링에 진심이셨습니다…! 절대 한국 헌터분들을 무시하신 게 아닙니다…!”
야마다 미츠하가 횡설수설할수록 관람석에서 나오는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웃지 못하는 사람이 세 명 있었다. 바로 구지상과 김신욱, 그리고 나였다.
이 모든 상황이 야마다 미츠하의 계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스파링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아, 승부를….”
심판의 질문에 야마다 미츠하는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다행히 우리 중 가장 사회성이 밝은 구지상이 먼저 전직 아이돌다운 미소를 장착하며 말했다.
“카츠라 씨가 많이 아프신 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어제 저희가 먼저 실례를 범하면서 결정된 스파링이니까, 저희 사과를 받으시고 야마다 씨가 스파링을 취소하는 게 어떨까요?”
야마다 미츠하가 먼저 스파링을 취소한다면, 그것만큼 평화로운 결말이 없었다.
하지만 야마다 미츠하는 울상이 되어 곤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카츠라 씨가 몹시 화를 내실 것 같습니다…. 한국 분들께서 괜찮으시다면 제, 제가 나가도 될까요?”
야마다 미츠하는 김신욱을 바라봤다. 아직 대결 상대가 김신욱이라고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세요. 참고로 야마다 미츠하 씨의 상대는 접니다.”
“네? …아! 잘 부탁드립니다!”
야마다 미츠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빳빳한 태도로 내게 인사했다.
그런 뒤, 정신없는 듯 허둥대다가 다급히 내게 악수를 청했다.
심판은 그 모습을 보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그럼, 일본 대표 헌터와 한국 대표 헌터의 공식 서약이 있겠습니다! 두 헌터는 서로 손을 내밀어 악수한 뒤, 서약 내용을 읊어주시길 바랍니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심판의 목소리에 관람객들이 환호했다.
스파링에 참여하는 헌터들은 경기 시작 전 악수를 나누며, 대충 서로를 죽이지 않겠다는 내용의 구두 서약을 맺는다.
나는 야마다 미츠하의 손을 잡으며, 심판이 들고 있는 보드에 적힌 서약 내용을 읊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나는 눈앞에 떠오르는 푸른 창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야마다 미츠하의 손을 쳐냈다.
“꺅!”
야마다 미츠하는 짧게 소리를 지르며 내가 쳐낸 손을 감싼 채 넘어졌고,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구지상과 김신욱도 당황한 듯 나를 바라봤고, 관람석에서도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내 손을 쳐다보느라, 그런 반응을 신경 쓸 새가 없었다.
순간, 이질적인 느낌이 손바닥의 피부를 뚫고 스며들어 와 근육 사이로 파고 들어갔다.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 불쾌한 감각이 근육층을 맴돌다가 생명의 의지에 의해 사라졌다.
이건 독이다.
야마다 미츠하가 악수하면서 내 손에 독을 침투시킨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 생명의 의지가 즉각 발동했다는 게 그 증거였다.
하지만 야마다 미츠하는 그저,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 수준급 연기는 기가 막힐 정도였다.
야마다 미츠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제가 많이 늦어서 화나셨던 거라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의 반응에 심판은 물론 관객들까지 나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보냈다.
심판은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말했다.
“경기 시작도 전에 이러시면 안 됩니다. 심지어 서약 도중에 이런 무례라뇨.”
야마다 미츠하는 순식간에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냈다.
확실히, 영리한 녀석이다.
나는 몸을 낮추고 진심으로 미안한 척을 하며, 야마다 미츠하의 손을 잡아 일으켜 줬다.
“실례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정전기가 올라서 놀라는 바람에 손을 놨습니다. 야마다 씨가 넘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요. 미안합니다.”
심판은 다행히 내 말이 진짜라고 생각한 듯했다.
야마다 미츠하는 내 손을 잡고 일어나며, 살포시 웃었다.
“화나신 게 아니었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나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김신욱과 구지상이 내가 화난 거 아니냐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둘을 무시하며 야마다 미츠하와 구두 서약을 진행했다.
“승자는 판넬을 부수는 사람으로, 우리는 서로가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며 스파링에 임할 것을 약속합니다. 만약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남길 경우, 공격한 사람의 패배임을 약속합니다.”
심판이 들고 있던 보드의 내용을 그대로 읊은 뒤 우리는 악수하던 손을 놓고, 서로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것이 스파링 전에 해야 하는 기본적인 관례였다.
“그럼 지금부터, 한국 대 일본의 스파링을 시작합니다!”
심판의 말과 함께 관람석에서는 환호성이 들려왔다.
심판은 우리에게 목에 걸 수 있는 판넬을 나눠준 뒤, 반구체의 투명한 실드를 펼쳐 스파링 그라운드를 감쌌다.
구지상과 김신욱은 심란한 얼굴로 관계자석으로 이동했고, 스파링 그라운드 경기장에는 나와 야마다 미츠하만 남았다.
관람석에선 야마다 미츠하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이 들려왔다.
방금 전의 쇼 덕분에 관객들의 마음이 저 여자한테 기운 듯했다.
대체로 우렁찬 사내놈들의 응원 소리인 걸 보면 귀엽게 생긴 탓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습으로만 봐선 허술해 보이지만, 내가 아는 야마다 미츠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야마다 미츠하는 숨을 고른 뒤, 아이템 창에서 일본도를 소환해 허리춤에 찼다.
호흡하며 빠르게 몸의 무게중심을 잡은 뒤로, 녀석은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를 노려도 녀석의 검이 공격을 받아낼 것이다.
저것이 야마다 미츠하의 본모습이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한 손으로는 검집을, 한 손으로는 검 손잡이를 잡은 후, 바른 자세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괜찮으시다면, 유영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러세요.”
나도 녀석을 따라 아이템 창에서 떨어진 샛별을 소환했다.
화왕검을 잃은 뒤 얻게 된 이 SS급 무기를, 유감스럽게도 아직 제대로 사용해 보질 못했다.
매끄러운 흑색 검날은 어서 자기를 사용해달라는 듯이 빛나고 있었다.
오늘의 스파링은 이 떨어진 샛별을 위한 기념비적인 첫 전투가 될 것이다.
“그게 유영 씨의 무기인가요? 굉장히 멋지네요! 이번에 SS급 던전을 공략하시면서 얻은 무기인가 봐요?”
“그런 사적인 걸 알려드릴 만큼 아직 저희가 친해지진 못한 것 같네요.”
내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하자, 야마다 미츠하도 빙그레 웃었다.
“그럼, 지금부터 친해지면 되겠네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잘도 하는 녀석이었다.
나는 대충 내가 아는 검술의 달인, 남자 중의 남자, 대한의 사나이, 협회의 보배, ‘박종훈’이 했던 것처럼 검을 쥐고 섰다.
야마다 미츠하와 준비 자세부터 달랐지만, 나는 박종훈의 검법을 믿기로 했다.
그렇게 한국과 일본의 스파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