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폭풍 속의 에덴 (7)
SS급 무기, ‘떨어진 샛별’.
‘마(魔)’를 감지했을 때 소드 브레이커가 될 수 있는 특수한 무기로, 모든 무기를 부술 수 있는 악랄한 검.
하지만 오늘은 소드 브레이커 기능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떨어진 샛별이 소드 브레이커가 되려면 ‘마’를 감지해야 하고, 내 피를 먹여야 한다.
몬스터도 아닌 야마다 미츠하가 ‘마’를 감지할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고, 굳이 남의 무기를 부숴 먹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
오늘은 평범한 도검 행세만 내줘도 충분하다.
야마다 미츠하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내 판넬을 노리며 검을 휘둘러 왔다.
나는 떨어진 샛별로 녀석의 검을 막는 대신 전부 회피했고, 야마다 미츠하의 일방적인 공격이 몇 분째 지속되고 있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옅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검을 쓰지 않는 건가요?”
“독 바른 검이랑 부딪치려니 망설여지네요.”
“…눈치가 빠르시네요.”
회귀 전, 내 떨어진 샛별과 마찬가지로 ‘무기를 부수는 검’이라는 별명을 받은 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야마다 미츠하의 검이다.
야마다 미츠하는 검에 독을 발라서 쓰는데, 녀석은 독에 대한 내구성이 강한 검을 쓰기 때문에 검날에 독을 얼마나 바르든 상하지 않는다.
그 결과 야마다 미츠하의 검과 부딪친 무기만이 처참해질 뿐이었다.
물론, 떨어진 샛별이 야마다 미츠하의 독에 다칠 만큼 연약한 검은 아니다.
떨어진 샛별은 다루기 난폭하고 무거운 무기지만, 그만큼 튼튼한 녀석이다.
회귀 전에도 내구성 하나는 알아줬던 무기고, 지금 시기에선 SS급인 이 녀석보다 튼튼한 무기는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안 부서지는 것과 별개로 녀석의 검과는 부딪치고 싶지 않았다.
야마다 미츠하의 독은 본드처럼 잘 닦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번들거리는 검을 보니 내 떨어진 샛별을 더더욱 가까이 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야마다 미츠하의 검을 피하며, 녀석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세히 관찰했다.
녀석은 공격 한 번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검 끝은 매번 정확하게 내 판넬을 노렸고, 야마다 미츠하의 시선 끝에는 언제나 내 판넬이 놓여 있었다.
“유영 씨는 상대가 오기를 부리게 만드는 사람이군요.”
순간, 야마다 미츠하의 검이 나를 쫓아오는 속도가 빨라졌다.
녀석의 검은 내 판넬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고, 옷 끝자락이 찢겨서 떨어져 나갔다.
더는 검을 쓰지 않을 수 없게끔 유도하고 있었다.
“검을 꺼냈으면 사용해 주세요, 유영 씨.”
“슬슬 그래야겠네요.”
나는 말을 마치고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야마다 미츠하는 검으로 받아냈지만, 힘과 무기의 위력에서 몸이 밀리는 탓에 훌쩍 뛰어서 거리를 벌렸다.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왜 피하십니까? 원하는 대로 검을 썼는데.”
야마다 미츠하는 내 검을 보고 있었고, 떨어진 샛별은 독 바른 검과 부딪쳤는데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녀석은 그것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박종훈의 검법을 떠올리며 따라 했다.
야마다 미츠하의 검을 쳐내고, 판넬을 찌르듯이 움직였다.
야마다 미츠하는 능숙하게 내 검을 받아 올리며 역습하여 빈틈을 파고들었다.
챙!
나는 녀석의 검을 쳐내며, 다시 한번 힘으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야마다 미츠하는 내 힘을 흘려보내듯 검을 매끄럽게 빼내, 내 판넬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때,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따끔거리며 시야가 순간적으로 흐릿해졌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내게 오는 움직임을 분간해 발로 차서 떨어뜨린 뒤, 상대의 무너진 무게중심을 노려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그 사이 생명의 의지가 내 눈을 치유했고,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오며 넘어진 야마다 미츠하가 보였다.
“서약 내용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실명할 뻔했네요.”
“유영 씨는 정말 튼튼하신가 봐요. 뭘 해도, 안 통하는 걸 보면.”
야마다 미츠하는 가뿐하게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내 눈에 독을 뿌린 것 같은데, 내 몸은 자동 치유가 되기 때문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증거가 없었다.
녀석은 검과 검집을 양손에 잡으면서 말했다.
“유영 씨의 목적은 뭔지 모르겠지만, 검을 부딪칠 때만 눈이 진지해지는 거 알고 계시나요?”
“진지한 눈 보기 싫어서 스킬 쓰신 겁니까?”
“아뇨, 유영 씨한테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시험해 본 거였어요. 조금 더 강하게 가도 될 것 같네요.”
별 뜻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녀석이 만성의 스파이인 탓에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야마다 미츠하는 몸을 낮추며 순식간에 내 판넬을 베어낼 듯 검을 뻗었다.
나는 몸을 돌려 공격을 피한 뒤, 떨어진 샛별로 녀석의 검을 찍어 내렸고, 녀석은 검집으로 내 공격을 방어하며 검을 휘둘렀다.
스각!
녀석의 검이 내 어깨를 스쳐 갔다.
옅은 상처는 금세 생명의 의지로 치유되었지만, 방금 공격으로 검으로는 이 녀석을 이길 수 없다는 게 실감 났다.
그런데도 나는 그 사실이 싫지 않았다.
챙!
나는 계속해서 야마다 미츠하가 검을 움직이도록 유도했다.
야마다 미츠하는 한 번의 공격과 방어에도 가장 정확한 지점을 찾아내 가볍게 움직였다. 힘의 중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고 절묘하게 받아 쳐내거나, 역으로 자신의 공격에 이용했다.
힘이 부족하지만, 그것이 약점이 되지 않을 정도의 기술이 있었다.
하루 이틀 수련해서 쌓은 기술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최선을 다해 수련해 온 사람만이 갖출 수 있는 기술이었다.
잠시 칼이 부딪치는 금속음만이 빠르게 오갔다.
녀석은 간간이 내게 독을 흩뿌리거나, 독가스를 만들어내 빈틈을 만들려 했고, 나는 녀석이 스킬을 쓸 때마다 녀석이 그랬듯이, 검을 쓰게 만들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점점 가면서 더 심한 독을 쓰고 있었다.
그 증거로 나는 녀석이 독가스를 뿌릴 때마다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해냈다.
순간적으로 시력이 차단되었고, 코피가 흘렀으며, 전기라도 맞은 듯이 몸이 저렸다.
아마 내가 아니었으면 벌써 신체 불구자가 되거나 죽었을 것이다.
“유영 씨는 좀비… 그런 건가요?”
내가 녀석의 스킬에 당한 만큼 내게 얻어맞은 야마다 미츠하는 꽤 지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만큼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나는 다시 검을 들며, 녀석만 들을 수 있을 목소리로 말했다.
“700억을 노리려면 이 정도로는 안 됩니다.”
내 말에 녀석의 눈빛이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순해 보이던 인상이 날카롭고 예리하게 변했고, 단단하고 꼿꼿한 프로의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 같잖은 연기를 집어치우기로 한 모양이다.
“당신 반응을 보니까 700억 현상금이 진짜인가 봅니다. 하긴, 그게 아니면 이렇게 사람 죽일 듯이 독을 뿜어내진 않았겠지.”
“오해가 있네요. 유영 씨가 이 정도에 죽을 사람이었으면 독은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살인할 정도로 당신이 어리석지 않다는 건 저도 압니다.”
아마 적당히 무력화시킨 후 뒤에서 조용히 처리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죽이는 것만큼 어려운 게 나를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
내가 괜히 최후의 인류로 살아남은 게 아니다.
녀석은 공중으로 뛰어올라, 본격적으로 보랏빛 액체의 독을 흩뿌렸다.
내가 독을 피하는 사이, 녀석은 마치 검무를 추듯이 우아하고 위협적으로 칼을 움직였다.
더는 내 판넬을 노리지 않았다. 녀석의 칼끝이 노리는 것은 내 목이었다.
녀석의 목적이 변했다면, 아쉽지만 더는 대련을 진행할 수 없었다.
나는 야마다 미츠하가 그랬던 것처럼 부딪쳐오는 검을 비껴서 힘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또 녀석이 그랬던 것처럼, 녀석의 공격을 가볍게 받아내 공격으로 역이용했다.
야마다 미츠하는 내가 자신을 따라 한다는 것을 금방 눈치채고 코웃음을 쳤다.
“유영 씨는 싸우는 거 좋아하시죠? 가끔 보이더라고요, 헌터가 천직인 사람.”
“오해가 있네요. 전 평화주의자입니다.”
“에이, 거짓말.”
순간, 야마다 미츠하가 부딪치던 검을 비틀어 내 검의 궤적을 바꿨다.
그 덕에 내 검은 야마다 미츠하의 목에 걸린 판넬을 향해갔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검이 판넬을 지나, 녀석의 목까지 자를 듯했다.
하여튼 영악한 녀석이었다.
내게 판넬을 베는 기회를 주는 척, 치명상을 남기도록 유도할 작정인 셈이다.
그럼 판넬을 베든 말든 일본 헌터의 승리가 되니 말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나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빼며 가능성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내 손은 파직거리면서 전기를 담기 시작했고, 나는 검지 손가락을 뻗어 녀석의 판넬을 노렸다.
탕!
손가락 끝에서 아주 작은 낙뢰가 뻗어나갔다.
총알처럼 튕겨 나간 작은 전격이 순식간에 녀석의 판넬을 쪼개버렸다.
딱 그 정도의 위력이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하고 있었다.
내 스킬이 대충 ‘좀비’인 줄 알았을 테니, 이런 공격을 해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빛의 속도로 판넬이 부서진 탓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깨닫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부, 분명 검이 스치지도 않았는데….”
녀석은 절망적인 낯으로 자신의 쪼개진 판넬을 바라봤다.
스킬이 아니라 검으로 판넬을 쪼갰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야마다 미츠하의 판넬이 부서진 걸 확인한 심판은 내 승리를 알렸다.
“일본 헌터의 판넬이 부서졌습니다! 한국 헌터의 승리!”
관객석에서 환호와 실망하는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야마다 미츠하의 승리를 바라던 사내놈들의 한탄과, 내게 돈을 건 녀석들의 환호 소리였다.
멀리서 핀란드 헌터들이 나를 향해 마구 손을 흔들어 대는 게 보였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며 화답했다.
야마다 미츠하는 검을 집어넣으며,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스파링이 끝난 후에도 서로에 대한 예우의 표시로 악수해야 한다는 절차가 있었다. 또 독을 쓸 것 같아서 꺼림칙했지만, 나는 녀석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녀석이 내 손을 붙잡으면서 나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영 씨, 저랑 같이 의무실에 가주실 수 있나요? 유영 씨는 좀비처럼 멀쩡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서 조금 아프거든요.”
“그럴 사이는 아니잖습니까. 일본 헌터 분들한테 부탁해서 함께 가시죠.”
내 대답에 야마다 미츠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유영 씨, 평화주의자라고 하셨잖아요. 얌전히 저랑 단둘이 의무실로 가주시면, 동료분들과 료 씨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드릴게요.”
“뭐?”
“동료분들은 제 친구분들이 데려갔거든요. 그보다 료 씨가 걱정이네요…. 제가 독을 먹여서 얼른 힐을 받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나는 급히 관계자석을 확인했지만, 구지상과 김신욱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관객석에 있던 호주, 브라질의 만성 스파이들까지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 말하는 ‘친구분들’이라는 게 설마 그 스파이 둘인 건가?
사실 김신욱과 구지상 쪽은 큰 문제는 아니었다.
김신욱 혼자 사라졌으면 좀 걱정이었겠지만, 구지상까지 사라졌으면 뭐, 어떻게든 될 것이다.
그보다는 카츠라 료 쪽이 문제였다.
이 녀석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카츠라 료와 다른 일본 헌터까지 스파링 그라운드에 오지 않고 있다.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은 확실했다.
나는 야마다 미츠하의 손을 강하게 잡으며 말했다.
“카츠라 료가 쉽게 당할 녀석은 아닐 텐데, 어떻게 한 거지?”
“간단해요. 료 시는 모든 음식에 칠리소스를 뿌려 먹거든요. 그 소스 병에 독을 살짝 넣어놨어요. 료 씨는 단순히 배탈인 줄 알고 있겠지만, 장을 갉아먹는 고통을 받고 있을걸요? 얼른 구해줘야죠, 평화주의자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동료들 걱정은 안 하시나 봐요?”
야마다 미츠하는 싱긋 웃으며, 한껏 힘을 준 내 손을 힐끔 쳐다봤다.
“역시 평화주의자는 아니라니까.”
나는 잠시 녀석을 쳐다봤다.
이 녀석이 이딴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더는 봐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