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폭풍 속의 에덴 (8)
야마다 미츠하가 세 가지 모르는 게 있다.
첫 번째로, 나는 구지상과 김신욱을 딱히 걱정하지 않는다.
야마다 미치하는 두 녀석을 인질로 잡을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그 둘은 순순히 인질이 되어줄 놈들이 아니다.
알아서 살아 돌아오고도 남았다.
두 번째로, 내겐 사람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인 ‘심연의 천리안’이 있다.
에덴 길드 내에서 방문객이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그중 카츠라 료를 숨겨놓을 곳은 더 제한된다. 찾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나는 의무실로 향하며 천리안으로 카츠라 료를 맹렬히 찾고 있었다.
천리안을 사용하면 겉모습에서 티가 나기 때문에, 친히 녀석을 등에 업고 의무실로 가는 중이었다.
“조심성이 없네요. 제가 이대로 유영 씨 목을 베어버리면 어떡하려고.”
“그 전에 잡고 있는 당신 다리를 부러트릴 겁니다.”
“어머, 잔인해라! 평화주의자라더니.”
순순히 업힌 주제에 말이 많았다.
야마다 미츠하가 계속해서 말이 많던 그때, 나는 카츠라 료를 발견했다.
호주 헌터들의 숙소, 가장 안쪽에 있는 방의 화장실.
카츠라 료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휴지를 손에 쥐고 울부짖고 있었다.
무슨 독을 먹인 건지 모르지만, 카츠라 료의 울부짖는 얼굴이 범상치 않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굉장히 애처롭게 포효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목숨은 무사한 듯했다.
그 방 침대에는 일본 헌터가 잠들어 있었고, 적어도 야마다 미츠하를 쓰러트리고 갈 정도의 여유는 있어 보였다.
그런데 의무실에 도착하고 보니, 있어야 할 에덴 길드 힐러가 보이지 않았다.
야마다 미츠하는 비어있는 자리를 보며 말했다.
“어머, 힐러님이 안 계시네요. 이를 어쩌지?”
“이것도 당신이 한 짓입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녀석은 얄밉게 웃었다.
의무실에 있는 CCTV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걸 보면 이 녀석의 짓이 맞을 것이다.
“걱정 마세요. 저도 미카엘은 무서워서 에덴 길드 헌터들은 못 건드린답니다.”
미카엘은 자기 길드원을 건드린 녀석을 절대로 용서해줄 놈이 아니다.
만성의 스파이인 이 녀석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아닌 이상, 에덴의 헌터까지 건드리진 않았을 것이다.
녀석은 내게서 풀쩍 뛰어내려 의무실 문을 잠그더니, 상큼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얌전히 만성으로 들어가면 동료분들을 구할 수 있을 텐데. 평화주의자답게 해결하시는 게 어떨까요? 이유영 씨가 만성에 들어가지 않아서 동료분들이 위험에 빠졌잖아요.”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었다.
나는 녀석에게서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며 답했다.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덤비기나 하시죠. 그래야 저도 정당방위로 당신을 쓰러트릴 거 아닙니까.”
“그치만 당신을 설득해서 데려가야 100억을 더 받을 수 있는걸요.”
야마다 미츠하는 하는 말과 달리 손톱을 세우기 시작했다.
녀석의 손끝에서 날카롭고 길쭉한 손톱이 뽑아져 나오며, 보라색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그 액체가 묻은 바닥은 부식되어 타들어 갔다.
“100억 벌 기회를 너무 빨리 포기하는 거 아닙니까?”
“당신이 설득당해 주질 않는걸요.”
야마다 미츠하는 손톱을 칼날처럼 세우고서 내게 덤벼들었다.
저 독에 맞으면 일반인은 그대로 즉사해버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야마다 미츠하의 말대로 좀비라서 독에 맞아도 죽지 않는다.
고통은 따르겠지만, 녀석이 700억을 받을 방법은 없다.
그리고, 야마다 미츠하가 모르는 세 번째 진실.
내게는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능력만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새로 얻은 가능성 스킬인 ‘낙뢰’의 위력을 줄이기 위해, 강남 길드를 상대하는 동안 틈틈이 연습했다.
낙뢰를 제대로 사용하면 고층 건물 하나가 초토화될 만큼의 위력이 있다.
몬스터로 치면, A급 몬스터가 치명상을 입고 비틀거릴 만큼의 위력이었다.
던전에서 쓰다가 실수로 아군까지 다치게 할 스킬이다.
위험이 있는 만큼 위력을 낮추는 연습이 시급해서, 한동안 이 스킬을 길들이는 데만 집중했다.
지금은 낙뢰로 날아가는 새를 안 죽이고 떨어트릴 수 있을 만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
야마다 미츠하를 죽이지 않고 쓰러트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할퀴려 덤벼드는 녀석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뻗으며, 낙뢰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파지직!
총알처럼 뻗어나간 금색의 전격이 녀석을 감전시켰다.
전신에 금색 전격이 퍼지며, 녀석은 전기 모기채에 맞은 나방처럼 움찔거리다가 픽 쓰러졌다.
나는 녀석을 들어서 의무실 침대 위에 올려놨다.
야마다 미츠하는 내가 동료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자신을 쓰러트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부터 오산이었다.
애초에 구지상을 인질로 삼는다는 것부터가 이상한 짓이다.
나는 만약을 대비해 의무실 이불로 야마다 미츠하의 손발을 묶어놓고, 생명의 의지를 발동해 치유까지 해준 뒤, 의무실을 빠져나왔다.
우선은 화장실에서 피눈물을 짜고 있는 카츠라 료부터 구해야 했다.
***
이유영이 김신욱과 구지상은 신경도 안 쓰는 사이.
정작 그 두 사람은 꽤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김신욱은 머리를 치켜들고 한숨을 쉬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분명 조금 전까지 이유영이 싸우는 걸 구경하면서 관계자석에 앉아있었는데.
지금은 생판 모르는 이상한 공간 안에 갇혀 있게 되었다.
원인은 앉아있던 벤치 밑으로 큐브 같은 게 굴러오면서부터였다.
김신욱은 그것을 주워들었다.
정육면체의 큐브였는데, 온통 흰색 스티커만 붙어 있는 수상쩍은 장난감이었다.
김신욱은 기분이 나빠져서 다시 버리려고 큐브를 휙 던졌다.
그런데 그 순간, 온몸이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가며 주위 풍경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김신욱은 휘말려가지 않기 위해 눈에 보이는 구지상의 머리채부터 잡았고, 그 탓에 구지상까지 김신욱을 따라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난데없이 이상한 곳에 떨어지고 말았다.
천장도, 벽도, 바닥도 온통 흰색인 이상한 공간이었다.
출구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갇혀버리고 만 것이다.
‘진짜 귀찮게 하네.’
김신욱은 갑자기 모든 게 귀찮고 짜증나져서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들끓는 짜증을 식히기 위해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서 슈만의 환상곡을 연주하며 마음에 평화를 찾으려는데,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가 아름다운 선율을 깨버렸다.
“김신욱 씨, 일어나세요. 아무래도 스킬에 당한 것 같아요.”
구지상의 목소리였다.
구지상은 김신욱한테 잡혔던 머리카락을 태연하게 쓸어내리고 있었다.
김신욱은 일어나지 않고 누워서 흰 천장을 바라보며 답했다.
“왜 일어나야 하는데. 뭐, 출구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거 보면 갇힌 것 같구만.”
“그렇다고 체념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나갈 시도부터 해야죠.”
맞는 말이었다.
맞는 말을 구지상이 해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어나야 했다.
이대로 갇혀 있으면 이유영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김신욱은 어기적거리며 일어났다.
그런데 일어나기만 했는데도 의욕이 꺾였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던 탓이다.
‘일단… 뭐, 이상한 아이템에 당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시스템이 인간을 가둘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걸 만들어낼 리도 없고.’
누군가의 스킬에 당했다고 생각하는 게 더 그럴싸했다.
그럼 스킬을 건 주체가 있어야 한다.
생각할 것도 없이 만성의 스파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범인일 것이다.
‘그 흰색 큐브를 만져서 큐브 안에 갇힌 건가? 꼬라지를 보면 대충 방어계 스킬이겠고.’
몬스터를 가둘 수 있는 방어계 스킬인 듯한데, 이놈은 사람을 가두는 데 스킬을 쓴 모양이다.
그럼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한 가지다. 이 큐브의 방어력보다 더 큰 공격을 먹여서 큐브를 부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김신욱은 그런 난폭한 방법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했고, 뭣보다 큐브를 부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이 스킬을 쓴 놈을 잡아서 족치려면, 오히려 이 큐브를 이용해야 한다.
‘스킬 쓴 놈을 이 큐브 안으로 불러올 수 없나? 여긴 CCTV도 없겠다, 깔끔하게 족칠 수 있을 것 같은데.’
탈출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이 스킬을 쓴 놈이 다시는 사람한테 이딴 스킬을 못 쓰게 족치는 게 목적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한참 생각하던 김신욱 옆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쾅!!
구지상이 주먹을 쥐고 바닥을 있는 힘껏 내려치고 있었다.
주먹 한 번에 바닥이 쩌적거리며 갈라졌고, 구지상은 파괴되는 걸 확인하자마자 한 지점을 미친 듯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꽝꽝대며 공간을 울려대는 탓에 몸이 진동했고, 귀가 아렸다.
김신욱은 구지상이 저럴 때마다 미친놈 같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야, 뭐하냐! 이거 힘으로 때려 부수려고?”
“그게 제일 빠를 것 같아서요. 여기선 제 스킬을 쓸 수 없어요.”
구지상의 스킬은 땅을 쓰는 것이고, 여기는 정체불명의 공간이라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럼 다짜고짜 때려 부술 게 아니라 좀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도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구지상은 계속해서 바닥을 내려쳤고, 바닥은 계속해서 부서졌다. 험악하게 바닥을 부숴대는 탓에 구지상의 손은 찢어져서 피가 나고 있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놈이었다.
말려봤자 싸울 뿐이겠지만, 찢어진 상처를 보니 진절머리가 나서 김신욱은 입을 열었다.
“보통 이런 종류의 공간 이동 스킬은, 본인도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있잖아. 스킬 쓴 놈을 여기에 불러낼 생각은 안 하냐?”
“그 생각도 해봤지만 어떻게 불러내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시간 낭비할 것 없이 빨리 탈출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구지상은 1초도 낭비하기 싫은 듯했다.
이 녀석이 이렇게 구는 이유도 이유영 때문일 것이다.
이유영이 지금 싸우고 있는 상대는 그 수상쩍은 일본 스파이다.
아마 구지상과 김신욱을 가둬놓은 것도 그 여자의 계략일 것이고, 이유영이 그 계략에 넘어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그렇다면 이유영이 이상한 협박을 당하지 않도록, 여기서 빨리 탈출하는 게 맞다.
마음 같아선 스킬을 쓴 놈을 어떻게든 이 공간 안으로 불러내 신명 나게 패고 싶었다. 하지만 이유영이 걱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이번만큼은 구지상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김신욱은 메인 스킬을 발동해, 빛의 창을 만들어냈다.
구지상처럼 맨손으로 부숴댈 생각은 추호도 없어서 창으로 내려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신욱이 창으로 바닥을 내려치려던 그때.
괴상한 소리가 들리며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끼기긱!
이 이상한 공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김신욱과 구지상이 갇힌 상자를 누군가 잡고 흔드는 것 같았다.
흔들리던 공간은 돌연 회전하기 시작했다.
김신욱은 이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창을 바닥에 박아 넣고 꽉 붙잡은 뒤 구지상을 쳐서 똑같이 창을 붙들게 했다.
두 사람은 창을 기둥 삼아 붙든 덕에 간신히 휩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회전 속도가 빨라졌다.
멀미가 들 정도로 빙빙 돌다가, 돌연 굴러가기 시작했다.
결국 박혀있던 창이 빠져나오며 두 사람을 벽에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가차 없이 구르며 벽에 이리저리 처박혀야 했다.
끼기기긱!
곧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공간이 움직임을 멈췄다.
김신욱은 밀려오는 구토감을 참으며 벽을 짚고 일어섰다.
토사물이랑 나란히 있기 싫어서 구토감은 참지만, 화는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
“이런 XX… 어떤 개 같은 새끼야?! 어떤 쓰레기 같은 새끼가 사람을 상자 안에 집어넣고 굴려대냐고!! 너 이거 듣고 있지, 당장 나와. 안 나와?!”
어떤 개 같은 놈인지는 몰라도 똑같은 경험을 하게 해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화를 내며 바닥과 벽을 창으로 난도질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구지상이 다 부숴놓은 바닥은 천장이 되어 있었고. 바닥은 매끄러운 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니까 꼭, 더는 못 부수게 공간을 뒤집어버린 것만 같았다.
“이 새끼 잡히면 뒤졌어. 햄스터 우리에 머리를 처박아서 축구공처럼 차버리겠어.”
“진정하세요.”
김신욱이 화를 내는 사이, 구지상은 무표정하게 공간을 둘러보고 있었다.
침착해 보이지만 구지상은 김신욱보다 더 크게 화난 것처럼 보였다. 구지상은 화날수록 머리가 차가워지는 타입이라는 걸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구지상은 김신욱이 들고 있던 창을 힐끗 바라보며 보며 말했다.
“김신욱 씨, 죄송하지만 그 창 저한테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김신욱은 지금 화나는 상대가 있었고 창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서, 선뜻 들고 있던 창을 건네줬다.
구지상은 창을 받아들고 잠시 천장을 올려다봤다.
천장은 구지상이 조금 전 주먹으로 때려 부순 탓에 몇 대만 더 치면 와르르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부서지는 걸 막으려고 이 공간의 주인도 의도적으로 바닥이었던 것을 천장으로 뒤바꿨을 것이다.
“딱 한 대만 더 치면 부서질 것 같았는데. 그 타이밍에 이렇게 놀이기구를 태워준 게 괘씸하네요.”
구지상은 창을 몇 번 휘리릭 돌리더니, 그대로 있는 힘껏 천장을 향해 던졌다.
전속력으로 날아가던 빛의 창은 구지상이 몇 번이나 때려 부순 파괴점 한가운데에 쾅 소리를 내며 꽂혔고, 천장은 더욱 쩌적쩌적 갈라지며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쿠구궁!
천장이 무너지며 두 사람이 갇혀 있던 공간은 마치 큐브 조각처럼 흩어졌다.
또다시 소용돌이치는 느낌과 함께 두 사람은 어딘가에서 튕겨 나오듯이 빠져나왔다.
탈출이었다.
김신욱의 발밑에는 부서진 흰색 큐브가 놓여 있었다.
김신욱은 그것을 주워들었다.
당연하게도 김신욱에게 있어서 탈출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스킬을 쓴 놈이 다시는 사람한테 이딴 스킬을 못 쓰게 족쳐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