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폭풍 속의 에덴 (11)
구지상과 김신욱은 미리 취침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내가 자정 이후로 자리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그때 깨어있기 위해 미리 잠을 자두려는 것이었다.
구지상은 스파이가 또 찾아올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말한 뒤 방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누워서 심드렁하게 구지상을 보던 김신욱이 내게 말했다.
“별걱정을 다 한다. 넌 웬만하면 안 죽잖아.”
“적이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이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너도 들어가서 자. 소파 차지하지 말고.”
“됐어. 뭔 일 있으면 깨워.”
굳이 침대를 내버려 두고 소파에서 자는 걸 보면 구지상이랑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녀석은 방에 던져놔도 깨어나지 않을 정도로 금방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 주제에 뭘 깨우라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다섯 시간.
만약을 대비해 한 시간 전에는 숙소에서 나가야 한다.
저 두 녀석이 네 시간이라도 자게 하려면, 깨울 일을 만들지 말아야 했다.
다른 나라 헌터들은 팔자 좋게 꿀 같은 휴양을 즐기고 있을 텐데, 우리는 전쟁 한복판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착잡했다.
거실 쓰레기통에는 구지상이 미리 발견해둔 도청기와 소형 카메라들의 잔해가 가득했고, 지금도 창밖에는 카메라가 달린 드론이 한 대 숨어 있었다.
저런 걸 띄워서 이 방을 감시하려 드는 건 만성의 스파이 밖에 없었다.
이렇게 감시당하며 살다간 길드원들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할 듯했다.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곳이 에덴 길드라는 사실을 이용해, 에덴 길드원들에게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미카엘한테 직접 부탁해야 했다.
“…….”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애초에 그 녀석은 만성이 저지르는 짓거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탁한다면 내 쪽에서 무언가를 내줘야 한다. 미카엘 녀석이 내 부탁을 받고 웃는 얼굴을 상상만 해도 주먹이 쥐어졌다.
일단은 이 전쟁 같은 시간을 견디는 수밖에 없다.
만성 길드장은 아직 에덴에 도착하지 않았다.
스파이 좀 그만 보내라고 말하려면 일단 녀석이 에덴에 오길 기다려야 했다.
나는 신경 거슬리게 하는 드론부터 부수기 위해 창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벽 뒤에 숨어 있는 드론을 향해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파지직!
손가락 끝에서 총알처럼 발사된 금색 전격이 드론을 맞췄다.
드론은 전격에 맞고 연기를 뿜어내며 추락해, 바닥에 처박혀 부서졌다.
저것으로 날 감시했다면, 길드원들이 자러 가서 내가 혼자 남았다는 걸 확인했을 테니 직접 찾아올 것이다.
잠시 뒤, 예상대로 청소부 한 명이 난데없이 찾아와 우리 객실의 문을 두드렸다.
나는 친절히 문을 열어주며 물었다.
“드론 주인입니까?”
“…….”
녀석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살기 넘치는 눈빛을 보면 드론의 주인이 맞는 듯했다.
나는 녀석의 멱살을 잡고 숙소 안으로 들여보낸 뒤, 문을 닫았다.
녀석은 곧장 칼을 꺼내 들며 중얼거렸다.
“소문대로 눈치가 빠른 모양이군.”
뭔가 비장한 중얼거림이었지만, 나는 낙뢰를 발동해 죽지 않을 만큼 전격을 흘려보냈다.
비장했던 녀석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나는 그놈의 사지를 포박해 거실 한구석에 던져뒀다.
다음으로 찾아올 불청객을 기다리며, 남은 시간을 활용해 가능성 스킬을 확인했다.
가능성 스킬은 숙련도가 30%로 오른 이후로 대기 시간이 사라졌다. 서로 다른 스킬을 연달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원래 다음 스킬을 사용하는 데 대기 시간이 있어서 가능한 한 번에 하나의 스킬만 사용했는데, 이 제약이 풀린 것은 상당한 이득이었다.
예를 들면 강철이의 열풍을 사용한 뒤, 곧장 심판의 물을 사용해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
혹은 심판의 물을 사용해 적을 물로 적시고, 마왕의 낙뢰를 사용하는 전략도 가능했다.
다양한 스킬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손끝으로 여러 개의 스킬을 연속해서 사용해 보며 감을 익혀봤다.
그러던 중, 다음 불청객이 찾아왔다.
드론을 처리하느라 열려 있던 창문을 깨부수며 도둑놈처럼 녀석이 들어왔다.
가면을 쓰고 검은색 옷으로 몸을 싸맸지만, 덩치가 상당히 커서 신원을 특정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분명 브라질의 스파이었다.
그는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으로 나를 겨누며 말했다.
“헨리는 구지상 때문에 더는 스킬을 쓸 수 없게 됐더군. 그 녀석의 스파이 인생은 끝났어. 게다가….”
헨리는 호주의 스파이의 이름이다. 스파이 인생이 끝났다니, 앞으로 헌터 생활이나 잘하면 될 듯했다.
나는 녀석이 뭐라고 떠드는지 들어보기 위해 잠자코 있었다.
“…미츠하에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왜 그 녀석이 700억을 포기하라고 하는 거냐고!”
“그런 건 본인한테 물어봐야지, 왜 저한테 물어보십니까?”
“미츠하는 한 번 잡은 타겟을 절대 포기하지 않아. 그 녀석한테 무슨 협박을 한 거야?”
마음 좋게 힐까지 해준 사람한테 협박이라니. 오해도 이런 오해가 없었다.
이 녀석도 700억을 포기할 때까지 싸워줘야 할 것 같았다.
그때였다.
나는 녀석이 방아쇠를 당기려던 순간, 테이블을 발로 차올려서 방패로 삼았다.
탕!
총알은 테이블을 맞췄고, 나는 떨어진 샛별을 들며 주위를 둘러봤다.
구지상의 말대로라면 이 녀석은 연기 속에서 분신을 만들어내는 스킬을 갖고 있다.
마침 수상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연기 속에서 피어오른 분신 하나가 다시 한번 나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나는 몸을 낮춰 소파 뒤에 숨어 총알을 피했다.
눈앞에서 사람 죽이려고 총을 쏴대는 놈을 보니, 괜스레 한국에 있을 진준성이 걱정되었다.
강남 길드장에게서 빼앗은 총을 주자 진준성은 굉장히 들떴었다. 부협회장에게 총 사용법을 잘 배워보라고 한 뒤 미국으로 와버린 탓에, 지금쯤 진준성이 그 총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역시 어린놈에게 무기를 쥐여주는 게 아니었다는 후회도 들고, 총을 악용하는 완벽한 예시인 저 새끼도 열받았다.
나는 떨어진 샛별로 분신들의 목을 차례차례 베어나갔다. 그리고 총을 쏴오는 방향을 향해 곧장 낙뢰를 발사했다. 순식간에 열 개의 분신이 연기가 되어 흩어졌지만, 사라진 만큼 다시 분신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본체는 분신들 사이에 숨은 듯했다.
분신들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나는 소파를 발로 차서 다가오는 분신들을 넘어트린 뒤, 넘어진 놈들의 목을 전부 베어냈다.
나는 눈에 보이는 놈들의 머리를 전부 베어버리며 말했다.
“전부 목을 베어 없앨 겁니다. 휩쓸리기 싫으면 알아서 나타나세요.”
이렇게 말해도 스스로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나는 녀석이 자진해서 나타날 때까지 대략 40개의 목을 베었다.
녀석은 처음엔 호기롭게 총을 쏴댔지만, 어느 순간부턴 총질을 관두고 격투로 맞대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탄환이 떨어진 것 같은데, 무기가 없어도 잘 싸우는 걸 보니 헌터의 소질은 있는 놈이었다.
그렇게 41명째 목을 베어내고 나서야, 한 녀석이 양팔을 들어 올렸다.
“내 패배다. …왜 미츠하가 그런 말을 한 건지 알겠어. 도저히 이길 수가 없군.”
녀석의 목소리가 울리면서 분신들이 모두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갑자기 패배를 인정해버린 탓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졌다고 말한 녀석을 때릴 이유는 없었다.
나는 검을 내리며 말했다.
“당신은 왜 만성의 스파이로 일하는 겁니까?”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내겐 딸이 하나 있거든.”
딸이 있는 것과 스파이로 일하는 게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상당한 개소리로 들렸다.
잠시 감상에 젖어있던 녀석은 여전히 양팔을 들어 적의가 없음을 표현하며 내게 부탁했다.
“다신 널 노리지 않겠다. 다른 스파이들에게도 널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을 전하겠어. 그러니 목숨만은 살려줘.”
조금 전까지 날 죽이라고 한 주제에 뻔뻔한 부탁이었다.
저 모든 게 연기일 수도 있었다. 저러면서 날 습격할까 봐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해도 애초에 난 녀석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나는 거실 한쪽에 기절해있는 드론 스파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팔다리 묶인 사람 보이십니까? 손발 묶을 테니 옆에 가 계세요. 죽이진 않겠습니다.”
“…그냥 놔줄 수는 없나?”
“양심 있습니까? 얌전히 가시죠.”
녀석은 떫은 얼굴로 내 말을 들었다.
나는 녀석의 팔다리를 묶은 뒤, 기절해버린 다른 스파이 옆에 앉혔다.
여러모로 착잡해 보였지만, 녀석은 패배를 인정한 뒤로 다시 내게 덤벼들지 않았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11시까진 아직도 세 시간이나 남아있었다.
나는 엎어진 테이블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고 떨어진 탄피들을 주워서 분리수거 해둔 뒤 깨진 유리창 조각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총에 맞아 구멍이 나버린 소파에 앉으며, 다음으로 찾아올 불청객을 기다렸다.
총 네 명의 스파이들을 생포할 동안, 김신욱과 구지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시계가 11시를 가리키는 걸 확인한 후, 두 녀석을 깨웠다.
김신욱은 곯아떨어져서 일어나지 못했고, 구지상은 내가 흔들어 깨우자 잠결에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녀석의 주먹을 막으며 말했다.
“접니다.”
“헉…!”
구지상은 벌떡 일어나더니, 다급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내 얼굴을 보고선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당황하며 어버버거렸다.
아무래도 날 스파이로 오해하고 본능적으로 공격하려 한 모양이다.
“밖에 묶어놓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놀라지 마시고, 만약 제가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구지상 씨가 풀어주세요.”
구지상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불을 박차고 나가 묶여 있는 스파이들을 확인했다.
녀석은 그것들을 벙찐 얼굴로 보며 말했다.
“엄청 조용하게 처리하셨나 보네요….”
그렇다기엔 가구들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나는 나갈 준비를 하며 말했다.
“피곤하셨던 것 같은데 김신욱 일어나면 교대로 감시하면서 좀 더 주무세요.”
구지상은 이 소란 속에서 자기가 일어나지 못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지속적으로 살해 위협을 받는 지금 상황 속에선 숨만 쉬어도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피로가 쌓이면 깊게 잠들 수밖에 없기 마련인데, 녀석은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듯, 얼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이유영 씨라면 안 질 거라고 믿어서 그런지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렸나 보네요. 덕분에 엄청 잘 잤어요.”
“잘됐네요. 앞으로 찾아올 스파이들은 구지상 씨한테 맡기겠습니다.”
앞으로 찾아올 놈들은 구지상과 김신욱이 상대해야 한다.
김신욱이 안 일어나고 있으니, 깨어날 때까진 구지상 혼자 상대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카린을 만나기 위해, ‘비밀의 문’을 열러 가야 했다.